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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72화 (272/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72화

대규모 레이드 (1)

비나사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자신의 생활 영역.

즉, 이 세계에 자신이 경계할 만한 힘이 깨어났다는 것을.

- 크롸라라라라!

포효하는 비나사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호승심, 경계심, 걱정, 투지…….

그리고 짜증.

자신은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보다 약하다.

많이 약하다.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치 이상의 파괴를 해야 하는데.

아직 0.000000001%도 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그뿐이랴?

[이름 : 비나사]

[기력 : 0/9,999]

남아 있는 기력조차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상대가 자신을 인식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깜짝이야. 뭐야? 비나사, 갑자기 왜 그래?”

방금 던전에 나온 주인이 자신을 부른다.

“용 때문이야? 지금 그걸 인지하는 거야? 헐, 저 태평양 너머 일인데…….”

역시, 주인.

자신의 어미답게, 저 멀리 있는 힘을 느끼고 있나 보다.

- 키르르르, 으르르!

비나사가 걱정스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저 멀리 있는 포식자의 끔찍한 힘이 느껴진다.

자신과 주인이 힘을 합쳐도 어쩔 수 없을 만큼 강한 거력이 느껴진다.

아마 지금 그놈과 맞닥뜨렸다가는 브레스고 나발이고 처 발리기만 할 거다.

아무리 자신보다 한 끗발 낮은 용족이라지만.

용족은 용족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비나사.”

흠,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리 내가 파괴에 미친 종족이라지만, 저건 급이 다른데?

“약속했었지? 넌 내가 무조건 착하고 바람직하게 키울 거라고.”

으음.

다 좋은데…….

저걸 잡으려면 내가 더 성장을 해야…….

“이번엔 잠깐 빠져 있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해 줄 테니까.”

- 크롸라라라!

파괴룡, 비나사는 답답했다.

아직 초룡의 힘밖에 내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과.

그리고 현실성 없는 소리를 하는 주인이.

* * *

쿠과가가가!

용의 날갯짓 한 번에 지상에 폭풍이 일었다.

엄청난 풍압에 나무가 뜯겨 나갔고, 무너진 건물 잔해가 뭉쳐 샌드스톰을 만들었다.

당연히 그곳에 대치 중인 랭커들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탱커 근처에 붙어 필사적으로 밀려 나가지 않기 위해 버틸 뿐.

진형이고, 작전이고 펼쳐볼 겨를이 없었다.

다만,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 마법진을 펼쳐라!

고오오오오……!

옥스퍼드 마탑의 마법사들이 형성하고 있는 방어진 덕분이었다.

용 바로 아래엔 마탑주 소피아가 집중한 채 주문을 외고 있었고.

그 뒤로는 수백의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바닥에 박은 채, 마력을 보충하고 있었다.

“인류가 처음 상대하는 용이다!”

“고서에 따르면 용은 마법의 종주! 정신 차리지 못하면 역으로 당할 수 있어!”

“다들 힘내자고!”

마탑의 장로와 교수들이 뭉쳐 만든 인간의 마법.

- 으음, 이것들은 뭐지?

그르르르…….

브리아스가 흥미롭다는 듯 울부짖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 신비롭군. 각자 다양한 능력들을 갖추고 있는 종족들이라. 새로 생긴 놈들인가? 자고 일어나니 아주 세상이 변해 버렸어.

본래 그가 살던 세상은 이러지 않았다.

용족.

그리고 그 아류인 수많은 드레이크들이 살던 세계였는데.

- 인간?

어느 한 놈의 머릿속을 대충 헤집어 정보를 빨아들인 브리아스가 크게 기함했다.

- 대단하군.

유인원.

그것도 자그마한 변종 유인원이 문명을 형성했고.

그 문명이 이토록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니.

더군다나 그 수단에는 마법도 없지 않던가.

콰가가가!

그 인류가 연합하여 자신에게 스킬들을 난사하고 있었지만.

- 흥.

지수룡 브리아스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우스웠다.

- 딱 셋인가?

조금 귀찮을 것 같은 놈이 고작 셋뿐이다.

보아하니.

저기, 저 망치랑 방패를 들고 뛰어다니는 놈이 팔라딘(Paladin)이라 불리는 작자 같고.

또 저기, 남들보다 더 울퉁불퉁하게 생긴 놈이 로이더(Roider)라 불리는 작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 고대 마법을 추종하는 놈인가?

고대 마법(SSS급).

용족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으며,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성좌.

아무리 용족이 성좌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생명체라 한들.

그는 급이 다르긴 했다.

물론.

고대 마법이 무섭다는 거지, 그 추종자쯤은 우스웠다.

- 대충 치워 버려야겠군.

뒤바뀐 세상에 적응하는 것은 나중 일이다.

지금 제일 급한 것은 파괴룡의 잔재를 찾고, 그 흔적을 지우는 일.

- 크롸라라라라!

아래에 모여 있는 랭커들을 향해 한껏 포효한 용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쿠과가가가!

그 순간, 브리아스의 육체에서 엄청난 마력의 파동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토(土) 속성인 그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마법.

귀찮게 널브러져 있는 인간들을 단 한 번에 정리하고 자리를 뜰 수 있는 강렬한 스킬.

어스퀘이크(SSS급).

그것은 일반적인 지진이 아니다.

땅이 갈라지고, 불꽃이 튀어 오르며.

그 날카로운 바위 조각들이 대지 위 생명체들을 으깨버리는 살인적인 지진이다.

브리아스는 그것을.

벨리즈, 유카탄반도 위에 망설임 없이 투하했다.

* * *

“이, 이게 무슨.”

협회장, 아이라는 믿을 수가 없었다.

현장에 나가 있는 헌터들을 보아라.

이름 좀 날린다고 하는 길드의 1군들이 다 모여 있었고, 추산되는 랭커만 600 이상이었다.

그뿐이랴?

지금도 협회의 부름에 응해 지원 오는 랭커가 계속 더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온 인류가 힘을 합친 대규모 레이드.

그런데.

그런 자들이 괴수 하나를 두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고작 용의 날갯짓 한 번에 아무것도 못 하고 휩쓸려 나간다.

“후, 어쩌면.”

근처 상황실에서 현장을 통제하던 그녀가 자조적인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로 종말이 다가온 걸지도.”

모두가 다 알았다.

용의 이명이 지수룡(地守龍)이고.

이름이 브리아스라는 것까지 다 알았다.

어떻게?

[지수룡(地守龍) 브리아스가 포효합니다.]

[드래곤 피어에 노출됩니다.]

[상태 이상 ‘공포’에 빠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주의! 주의! 주의!]

[용족의 기세를 견디지 못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감소합니다!]

이런 식으로 시스템이 다 알려줬기에.

그래서 더 공포스러웠다.

눈앞의 존재가 정말 전설 속의 그 드래곤이라는 걸 확인받았기 때문.

“으아아앗!”

상황은 별천지(別天地) 멤버들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미친! 다들 모여!”

그들의 리더인 뇌명(雷鳴) 플로아가 전류를 튀기며 외쳤다.

“퍼지지 마. 어차피 중앙에서 통제 못 해! 우리는 우리끼리 뭉쳐서 살아남는다! 어이, 광전사 아재! 자리 지키라고!”

“……그러지.”

튀어 나가려던 장대웅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지금 모여 있는 별천지의 랭커는 총 17명.

기존에 지원했던 인원들도 함께 모여 있었다.

“어이, 맷!”

파즈즉!

플로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예, 대장!”

별천지의 신입이자.

세계 랭킹 80위, 용기사(Dragon knight) 맷 제랄드가 답했다.

“그러니까, 저놈이 고룡이란 거지?”

“……제 스킬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참고로 초룡급만 되어도 하이 랭커는 개뿔, 하이퍼 랭커도 힘들 겁니다. 그 위가 성룡이고, 고룡급은…… 용족 중에서도 그 개체가 극소수라 합니다.”

맷의 스킬.

드래곤 테이밍(S급)에 적힌 설명이었다.

“우라질.”

퉤.

플로아가 침을 내뱉었고.

“이건, 훈이 필요해.”

인도자, 카푸가 중얼거렸다.

“드루건과 아란발론을 처리했던 훈이라면 모종의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사이즈를 보니, 걔들도 고룡이었거든.”

“그땐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던 거 주워 먹은 수준이잖아?”

플로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아주 생생한 용, 그 자체라고.”

“대신, 지금은 수많은 랭커들이 힘을 합칠 수 있지.”

“글쎄, 여기서 랭커 몇 추가되어도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

지금도 보면, 몇몇 용감한 랭커들이 달려들고 있긴 한데.

플로아의 눈에는 그냥 달걀을 바위에 던지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인 놈은 저런 걸 어떻게 잡은 거야.’

델라일라의 시련 속에서.

뭐가 됐든, 용 두 마리를 처리했던 주동훈이 더욱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주인이라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이 난관을 펼쳐 나갔을까?

답답해지는 순간에.

“마, 마력이 요동친다!”

“다들 피해!”

앞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씨발.’

플로아는 느꼈다.

용족에서 분출되는 강대한 마력을.

“마, 막아.”

그녀의 목소리가 채 다 흘러나가기 전에.

콰가가가가가!

엄청난 폭음 소리가 사방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마치 대지가 미친 듯이 몸부림치듯 요동쳤다.

수많은 랭커들이 스프링처럼 하늘로 튀어 올랐고, 콰득! 콰드드득! 거리며 땅이 갈라지고 뭉개졌다.

‘으, 으아아.’

플로아 역시 중심을 못 잡고 허공에 튀어 올랐다.

문제는.

튀어 오르는 게 다가 아니라 바닥에서 솟구치는 날카로운 암석들이 있다는 것.

파즉, 파즈즈즉!

그녀가 전류를 튀겨 암석을 부스러기로 분해시켰지만.

“끄악!”

“크허억!”

벌써 몇몇 헌터들의 복부에는 암석이 꼬챙이처럼 꿰여 있었다.

헌터들 중 날고 긴다 하는 1,000위 안의 랭커들이.

고작 스킬 부스러기 한 방에 즉사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

중심을 잃은 터라 마탑의 마법도 취소되었다.

팔라딘이 대형 방패로 보호하려 했지만, 혼자서는 한계가 보였다.

로이더가 튀어 올라 주먹으로 바위들을 뭉갰지만, 소용없었다.

진형이 완전히 깨졌고.

헌터들의 의지도 꺾였다.

‘이건…….’

‘끝이야.’

‘이런 걸 어떻게 상대해.’

‘이런 게 용족……?’

급이 달랐다.

그들도 살면서 수많은 보스를 마주쳤고, 해괴망측한 난관들을 겪어야 했지만.

이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세세한 비교를 논할 필요도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마법은 애초에 차원이 달랐으니까.

오죽하면, 그 마탑주도 기함한 채 당황하고 있지 않던가.

문제는 이 마법이 용이 펼친 첫 마법이라는 것.

‘이렇게, 죽는 건가?’

죽음은, 종말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지척까지 다가왔다.

푸욱, 푸부북! 푹!

사방에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근처에 있는 랭커의 복부가 뚫리고, 튀어 오르는 바위에 머리를 맞고 뇌수가 튀는 소리였다.

방어 계열이나 높은 등급의 랭커가 근처에 있지 않은 이상, 어스퀘이크의 여파를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

수많은 헌터와 랭커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순간.

우웅! 우우웅!

그들 주변 허공에 수많은 포탈이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저, 저건?”

“뭐지?!”

마치 치즈에 구멍 나듯, 공간에 생긴 구멍들이 다급한 헌터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고랭커든, 하이 랭커든.

예외는 없었다.

물론, 몇몇은.

“다들 뛰어들어!”

“살려면 저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구멍으로 모여라!”

눈을 빛내며, 직접 뛰어들 것을 명하는 자들도 있었다.

“으아!”

“으아아아!”

그렇게 무저갱 속에 빨려 들어가듯.

정신없이 들어간 그들이 다시 나온 곳은 용과 꽤 거리가 있는 ‘어스퀘이크’의 시전 지역 밖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 앞에.

“여어어, 우리 자랑스러운 랭커 나으리들.”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나서 중얼거린 것은 그때였다.

“어려운 상황이란 건 동감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말자고.”

아아.

어찌 저자를 모를까?

최근 러시아 5대 대통령에 취임한 젊은 랭커인데.

그렇다.

사내는 바로 이번에 세계 랭킹 490위로 올라선, 급성장 중인 랭커.

“그거 알아? 우리 팀장은 저런 놈, 두 마리를 상대로도 포기하지 않았어.”

공간술사(Spacian).

블라디미르 로디긴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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