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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76화 (276/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76화

대규모 레이드 (5)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잭 스미스가 볼 수 있었던 것은 한 장면이었다.

하나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주변의 마력을 빨아들이며, 브레스를 준비하는 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아래에서 정신없이 끌어 당겨지는 헌터들의 모습이었다.

“후.”

그가 옅게 한숨을 내뱉었다.

‘우선, 상황 파악 전에 쟤들부터 살리고 봐야겠군?’

후웅!

마왕이 팔을 휘젓자.

각종 문양으로 뒤덮인 마법진이 바닥에 생겼다.

동시에.

[고대 마물 ‘베리고흐’가 등장합니다!]

베리고흐.

마계에는 흔하게 널린 생물이지만, 그 힘만큼은 마계 귀족들도 무시하지 못한다.

요컨대 무식하게 힘만 센 생물체랄까?

“나와라.”

녀석을 소환한 잭은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 중얼거렸다.

- 다들 잡아라.

- 징그럽게 생긴 마물이지만, 살고 싶으면 잡아.

- 브레스의 흡입력 정도는 버텨줄 거다.

키아아아아!

마왕의 명에 검은 촉수를 가진 괴수가 포효했다.

브레스의 흡입력은 분명 만만치 않은 것이었지만.

쿠과가가가!

꿀렁이는 검은색 마물의 힘은 그것을 버틸 만큼의 충분한 흡착력이 있었다.

연체동물 과로 보이는 마물이 자신의 다리를 이용해 마법진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빨판을 통해 고정한 후, 있는 힘껏 버텼다.

- 음? 저 괴생명체는 또 무엇이던가?

브리아스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아래를 힐끗거렸다.

처음 보는 마법진에서 이계(異界)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버러지들의 능력 중 하나인가?’

잘 알 수는 없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저들이 딸려오든 딸려오지 않든 상황은 똑같다.

브레스만 쏘아진다면, 그 누구든 소멸시켜 버릴 자신이 있었다.

혹여 그게 초룡급의 파괴룡이더라도.

쿠고고고고고…….

대기를 휘몰아치며, 빨려 들어간 기운들이 입가에 계속해서 응축되었다.

“재미있군.”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왕이 픽 웃었다.

“델라일라 말이 맞았어. 정말 지구에 용이라니.”

허연 이를 드러내는 그의 표정에는 분명 여유가 있었다.

세계 랭킹 2위.

마왕(魔王) 잭 스미스.

‘???’라 표시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랭킹 1위를 제외하고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남자이자, 세계 최고의 집단 마왕군(魔王軍)의 리더.

그는 본래 5년 전부터 지구를 떠나 있었다.

왜냐?

‘이제 지구는 별 볼 일 없으니까.’

마계를 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그는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마계를 개척해 나갔다.

마물들을 사냥하거나 길들여 능력치를 올렸고, 근처 마왕들과 경쟁을 지속했다.

마왕.

마계에 영토를 가진 자를 일컫는다.

마계는 마왕의 혈통을 가진 자만을 마왕으로 인정하며.

인간인 그는.

그의 스킬 ‘마왕의 피’(SSS급)를 통해, 영토 확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저 스킬이 없으면 아무리 강해도 마왕이 될 수 없다.

즉, 그의 부하들은 아무리 노력해 봐야 마계의 귀족인 마족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마계의 강함과 성장 속도를 맛보는 순간…….’

지구의 던전들은 유치하게 느껴진다.

지구와는 차원이 다른 사냥터.

하이퍼 랭커와 급이 다른 주변 마왕들.

‘저 용만 봐도 그래.’

여기서는 지구 종말이 다가왔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그의 눈에는 그저 상급 마왕과 비슷할 정도로 보일 뿐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조금 위인가?

‘물론, 상급 마왕도 엄청난 거지만.’

현재 잭 스미스의 마계 위치는 중급 마왕 정도.

그 위에는 수십의 상급 마왕과.

총 다섯뿐이 없다는 최상급 마왕이 있다.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세계가 마계(魔界)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창 마계 영토 관리에 힘써야 할 그가 어떻게 지구에 올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델라일라.

‘월드 링크’(SSS급)를 통해 온갖 우주에 펼쳐진 세계를 제집처럼 쏘다닐 수 있는 여자.

- 마왕, 제 목적은 언제나 똑같아요. 소중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것. 아시죠? 다른 세계를 수없이 경험하다 보면 지구만큼 아름다운 공간이 없어요.

마치 지구방위대라도 되듯, 지구를 지키는 데에 진심인 여자.

- 당신도 동의하시죠?

- 그래, 동의한다. 마계에 몇 개월 썩다 보면 그 누구든 동의할 수밖에 없을 거야. 지구가 빌어먹게 아름다운 곳이란 걸.

마왕은 그녀를 응원했다.

다른 헌터들에게 시련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퍼주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고.

또한 그 희생정신에 손뼉을 쳤다.

그래서.

- 저번에 말했던 거 기억나요? 지구에 용이 산다고. 지수룡(地守龍)이라 불리는 놈인데, 고대에 봉인된 채로 잠들어 있다고 했잖아요? 아무래도 그놈이 벌써 깨어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으음, 도와주세요.

그녀와는 약속했다.

혹여, 지구에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들이닥치면, 와주겠노라고.

함께 싸워주겠노라고.

큰 걱정은 없었다.

‘어차피.’

어떤 시련이든.

마계보다 심하진 않을 테니까.

또한, 시련을 즐기기도 하는 그였기에 오히려 용의 등장은 그의 호승심을 일깨웠다.

“흐응.”

콧바람을 분 마왕이 주변을 살폈다.

오랜만에 보는 마탑주 영감탱이도 있었고, 팔라딘과 로이더도 보였다.

그리고.

‘저자인가?’

가끔 안부를 물으러 마계에 놀러 오던 델라일라가 노래를 불렀던 자.

‘스켈레톤 엠페러.’

마왕의 심원한 시선이 주동훈을 눈에 담았다.

‘제법이군.’

간단한 평가.

비록, 자신보다는 한없이 약해 보이지만, 그 가능성이 보이는 자였다.

잠재력이 있는 자들은 일반인들과 무언가 다르다.

등 뒤에 후광이 비쳐 보인달까?

마왕은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스슷!

몸을 움직여 그의 곁에 붙었다.

* * *

마왕의 등장.

나는 단언컨대 말할 수 있었다.

나도, 마탑주도.

그의 힘 앞에서는 보름달 앞의 반딧불이었다.

그가 마음먹고 내 멱을 따고자 한다면, 단숨에 목이 따일 거다.

그냥 본능적으로 실감했다.

그 압도적인 힘의 격차를.

‘역시.’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는 건가?

꿀꺽.

내가 침을 삼키자,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이봐, 초면이네? 반가워.”

마왕만이 아니었다.

마탑주, 팔라딘, 로이더.

랭킹 10위권 안의 하이퍼 랭커들이 다양한 표정을 지은 채, 내 옆으로 모여들었다.

“……예, 반갑습니다.”

용의 브레스 앞에서 한가하게 인사나 나눌 땐가?

싶었지만,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마왕께서 말씀하시는데 무시할 수는 없잖아?

내가 강약약강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존경해서다.

마왕은 내가 넘어야 할 거대한 산들 중 하나이니까.

“……마왕. 쿠, 쿨럭!”

옆에서 지팡이를 박은 소피아가 기침했다.

입에서는 피가 흘렀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지만, 지금은 해결책을 내놔야 할 때야. 곧 있으면…… 용의 브레스가 들이닥친다.”

쿠고고고고고…….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곧 있으면 브레스의 기운이 전부 모인다.

저게 폭사하는 순간, 이곳 유카탄반도에 존재하는 모든 랭커가 녹아버릴 거다. 사라질 거다.

“저걸 해결하라고?”

픽.

마왕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아무리 내가 세다고 해도 저런 걸 어떻게 해결해?”

“…….”

잭 스미스는 중급 마왕이다.

저 용은 상급 마왕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급(級)을 나눠봐도, 답이 보인다.

“……마왕?”

마탑주가 눈썹을 좁혔다.

“그런 말을 그렇게 태평하게 한다고?”

“뭐…… 우리 마왕군 전부가 와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마물을 이 자리에 소환한다면, 저 브레스의 각도 정도는 틀 수 있겠지.”

“그럼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니?”

“안 되는 게, 아니라 못 해. 왜냐면…….”

마왕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마계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건 나 혼자뿐이거든. 어쩔 수 없어. 빠른 시간 내에 긴급 이동이 가능한 건 나뿐이라.”

“…….”

하이퍼 랭커들의 낯빛이 흑색으로 변했다.

영웅처럼 등장해서 한다는 소리가 [나 못해!]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너무 걱정들 마.”

그 반응들을 지켜보던 마왕이 재밌다는 듯 미소 지었다.

“곧 델라일라가 부른 또 하나의 손님이 도착할 거거든? 걔랑 함께라면 어떻게든 비벼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 스켈레톤 엠페러라 했나?”

마왕이 나를 바라봤다.

“너도 같이 한번 비벼보자고.”

* * *

북한산.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

졸졸졸…….

아름다운 골짜기에 물이 흐르는 곳.

도심 속의 절경이라 불리는 이곳이 바로 천마신교(天魔神敎)의 본산이다.

정부와 협회로부터 북한산 공지(空地)의 사용을 허가받은 그들은 산 절벽에 아름다운 단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한 절벽 위에 피어 있는 소나무와 건물들 사이에.

“…….”

한 노인이 말없이 정자세를 펴고 앉아 있었다.

천마신교 사장로(四長老) 중 하나인 이학승.

그의 임무는 저 아래 펼쳐진 후임 헌터들의 훈련을 감시함과 동시에, 하나의 목걸이를 지키는 것.

고집 있어 보이는 외형의 이학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목걸이를 바라봤다.

투박한 돌 모양의 아티팩트.

그것은 바로 델라일라가 출시한 ‘던전 아티팩트’였다.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가 은하 외곽에서 찾은 ‘빈 세계’를 현실과 연결해 주는 진귀한 돌.

그렇다.

천마(天魔) 하세라는 몇 년 전부터 저 내부에서 폐관 수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불러야 하나?’

그도 안다.

이 세상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걸.

지금도 수많은 기자와 헌터들이 천마신교 외곽에서 하세라를 찾는다.

“제발 지구를 구해주세요!”

“태평양 건너에 끔찍한 용이 나타났대요! 언제까지 이곳에 박혀 있을 겁니까?!”

“협회에서 나왔습니다! 잠깐 말씀 나눌 게 있는데, 출입해도 괜찮을까요?”

하지만.

장로는 그녀가 암벽에 적혀 있는 글을 눈에 담았다.

- 폐관단세(閉關斷世).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과 단절한다는 교주의 전언.

‘아니.’

충성스러운 이학승은 그녀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녀를 부르지 않을 생각이었다.

혹시 아는가?

지금 딱 이 순간이 하세라에게 무척이나 진귀한 순간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이미 그녀는 세상을 끊었기에.

인류는 다른 방법으로 용을 처리해야만 할 거다.

* * *

하지만.

그 장소에 허가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델라일라였다.

애초에 연결된 장소가.

그녀가 세상을 떠돌며 찾았던 빈 세상이기에.

목걸이 포탈이 아닌, ‘월드 링크’(SSS급)를 통해 이동하면 되는 거다.

고오오오…….

수풀과 호수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자연 속에 들어온 델라일라는.

이내, 가부좌를 틀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마(天魔) 하세라.

흑진주같이 아름다운 머릿결과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절세 미모의 여성.

정갈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녀의 몸에서는 말도 안 되는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흐읍!”

델라일라가 호흡을 삼켰다.

그 강대한 힘 앞에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대단해.’

그녀가 강한 건 애초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성장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과연, 천마신공(天魔神功).

같은 내공의 양임에도 그녀의 기운은 격이 달랐으며, 흐름 또한 말이 안 된다.

그녀 역시 세계 랭킹 5위였지만.

하세라와의 격차는 벽을 넘어 보이지도 않을 정도.

살금살금.

그녀가 조심스레 하세라 앞으로 이동했을 때였다.

번쩍!

“헛……?”

하세라의 눈이 떠짐과 동시에, 델라일라를 응시했다.

“…….”

무언가 불쾌함과 궁금증이 섞여 있는 미묘한 표정으로.

하지만, 델라일라는 굴하지 않았다.

“하하하, 안녕? 오랜만이야.”

오히려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왜냐?

용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꼭 그녀의 힘이 필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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