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90화
스틱스 (4)
두 자매.
남궁상은 약 5년 전에 교회에서 그녀들을 만났다.
그녀들은 목사의 딸이었고.
남궁상은 그녀들에게 흔하디흔한 ‘교회 오빠 1’이었다.
‘몬스터가 나오고 던전이 나오는 세상에 교회라…….’
물론, 남궁상에게 신앙심 따위는 없었다.
있어도 없어졌을 거다.
인류의 눈앞에 직접 강림한 전지전능한 존재, ‘시스템’이 종교에 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으니까.
실제로.
세상이 이 모양이 된 이후, 수많은 종교가 무너져 내렸다.
‘믿음’은 둘째 치고.
삶이 팍팍해짐에 따라, 봉헌, 시주, 공양 등이 사라진 탓이다.
하여튼.
두 자매의 이름은 언니가 권선지, 동생이 권탐지였다.
특별한 능력을 갖춘 그녀들은 남궁상에게 의지했고, 결국 그게 독이 되었다.
“탐지야.”
스마트폰을 들고 온 남궁상이 먼저 동생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화면의 내용을 들이밀었다.
“…….”
동생, 권탐지가 죽은 눈으로 화면을 들여다봤다.
화면 안에는 싸구려 흥신소에나 의뢰할 법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내의 바람이 의심되고, 그에 관련된 정보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먼저 진위부터.”
권탐지의 능력은 두 개다.
1. 거짓말 탐지.
2. 정보 도출.
둘 다 SS급 이상의 스킬로, 처음 그녀의 스킬을 들었을 때 남궁상은 환호했었다.
정보는 곧 돈이다.
특히 각종 세력이 등장해 군웅할거 하는 상황에서는.
즉, 권탐지야말로 남궁상이 구축한 암흑 사업의 핵심이었다.
“……참이에요.”
권탐지가 무력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 질문 자체가 거짓이 없다는 소리였다.
“그래? 바람은?”
“바람도 참이네요.”
우우웅!
권탐지의 몸에서 기력이 도는 소리가 들렸다.
정보의 ‘질’에 따라, 소모되는 기력이었다.
“증거는 해당 질문 날짜로부터 2일 전 3시, 9일 전 1시, 16일 전 1시. 세 번. 모텔에 갔네요. 모텔 이름은 미미 모텔. 수법은 뻔한 산악 동호회예요.”
“크으, 이런 쓰레기 같은 여편네. 주말 오전마다 조졌구먼? 쯧쯧, 여자가 남편 없이 산악회는 과학이지.”
“…….”
권탐지가 황당한 표정으로 남궁상을 바라봤다.
세상에 제일 더러운 오물이 여기, 바로 본인 눈앞에 있는데.
그 오물의 입에서 ‘쓰레기’란 단어가 나온다.
그녀는 그게 신기했다.
“좋아, 정보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남궁상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권탐지의 능력은 사기였다.
질문자의 신원도 모르는 주제에, 텍스트만 보고도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를 뽑아내는 능력.
비록 기력이 달려 하루에 몇 번 사용하지 못한다지만, 그래도 사기는 사기였다.
“자, 다음은 선지야?”
“…….”
권선지가 표독한 눈으로 남궁상을 쳐다봤다.
픽.
웃은 남궁상이 천천히 다가가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았다.
터업!
그러고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강하게 부여잡았다.
“후, 이년은 언제쯤 독기가 다 빠지려나?”
“…….”
“동생같이 기계처럼 하라고, 기계처럼. 감정을 배제하고.”
“……우선, 확인부터 할게요. 보여주세요. 우리 부모님.”
“빌어먹을 년.”
짜악!
남궁상이 신경질 난다는 듯,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성인 남성이 가하는 힘에, 입술에 피가 터져 나왔지만, 권선지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자.”
주섬주섬.
남궁상이 뒷주머니에서 휴대폰 하나를 꺼냈다.
동시에 영상 하나를 틀어 재생했다.
“봐. 여기 너희 엄마랑 아빠. 날짜 보이지? 어제자 영상이야. 어이쿠, 오늘 저녁은 소고기를 드시네? 딸년들이 어떤 처지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크크큭.”
“…….”
영상에는 몰래 도촬한 목사 부부가 찍혀 있었다.
“하긴, 그게 부모님들 잘못은 아니지. 아마 행복하실 거야? 딸들이 미국 유학 가서 크게 성공해, 이 불경기에도 매년 10억씩 용돈까지 보내주는데 말이야.”
“…….”
부모님에게는 분기마다 딸들의 자필 편지가 간다.
헌터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들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특수팀에 취직했고.
보안상, 연락은 서면으로밖에 못한다는 저급한 이야기다.
“후, 좋아요.”
권선지가 옅게 한숨을 내뱉었다.
“……내부에 배신자가 있어요.”
“뭐?”
남궁상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권선지의 능력은 단순하다.
1. 예언.
2. 해결책 제시.
어찌 보면 동생보다 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뭉뚱그려서 나온다고는 하나, 어쨌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니…….
최근, ‘별천지’라는 길드가 파주 기지에 온다는 것도.
그녀가 맞춘 일이었다.
그 사실에 분노한 남궁상이 주체를 못 하고 [별천지 ㅗ]라는 문자를 남겨두었지.
“배신자?”
“예……. 커브웹에 대해 몰래 정보를 빼낸 자가 있어요.”
“어떤 새끼야?”
“거기까진…… 기력이 부족해서 확인 못 해요.”
“하, 씨발. 제일 중요한 걸.”
남궁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볼을 씰룩였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해결책은?”
“……앞으로 이틀 안에, 커브웹의 모든 조직원을 이곳 지하 소굴로 모이게 하세요. 가장 마지막으로 온 자가 바로 배신자예요.”
“이런 빌어먹을!”
남궁상이 발로 바닥을 내려찍으며 신경질 냈다.
이 어떻게 구축해 놓은 시스템인데.
이제 굴려서 황금만 뽑아내면 되는 건데.
배신자가 있다고?
권선지의 예언은 무시무시하다.
어쩔 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하다.
으드득!
남궁상이 이를 갈았다.
지금 한가하게 정보나 팔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죽여 버린다.’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에게 권선지라는 패가 있는 건 몰랐겠지.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 * *
“언니…….”
권탐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권선지를 바라봤지만.
쉿-!
권선지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로 검지를 들어 올린다.
“…….”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권탐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배신자 따위는 없고, 권선지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도대체 왜.’
거짓말을 한 걸까?
지금껏 언니는 진실만을 말해왔다.
어차피 치밀하게 납치된 상황에서.
거짓을 말해서 득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진실은 금방 탄로 날 테고.
그렇게 되면, 집에서 평범하게 살아가시는 본인들의 부모님은…….
“우웁.”
속이 메슥거렸다.
눈앞이 핑핑 돌고 구토감이 치밀어올랐다.
수년 동안, 그녀는 많은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남궁상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협박당하다가 비참하게 죽어간 사람들.
‘……개똥만도 못한 새끼.’
교회 오빠를 믿지 말라는 밈이 괜히 올라오는 게 아니었는데.
어쨌든.
언니는 거짓을 말했고.
이제 부모님의 안위가 문제다.
“…….”
언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권탐지가 입술을 오물거렸다.
말을 못 하게 하는 건.
아마, 이곳 내부에 녹음기가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르기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겠지.
치밀한 남궁상 새끼라면 녹음기는 기본이요, 카메라까지 설치했을 테니까.
* * *
그 시각.
권선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겠지?’
격해진 감정에 눈물이 튀어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조금 전.
그녀가 기력 전부를 소모해서 봤었던 예언.
- 이틀이 지난 후, 별천지가 찾아온다.
- 남궁상은 죽는다.
아아.
그 얼마나 황홀한 예언이던가?
이 예언엔 해결책을 쓸 필요가 없었다.
남궁상이 죽는다는데, 무슨 해결할 거리가 필요하겠는가.
별천지(別天地).
어떤 곳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은 알았다.
저번 예언에서 남궁상이 분노하면서 별천지에 대해 조사하는 모습을 봤었으니까.
알면 알수록 미친 길드였다.
길드 마스터는 이미 하이퍼 랭커에 올라섰고.
부길드 마스터는 한 국가 대통령의 멱을 딸 정도로 잔혹한 인물이라지?
‘그런 길드라면.’
도박해 볼 만했다.
목숨 걸고 거짓을 고할 만했다.
‘예언은 정확히 이틀을 고지했어.’
그래서 불러 모은 거다.
커브웹의 조직원들을.
만약 처단당한다면, 그들 전부가 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별천지가 왜 이곳까지 와서 남궁상을 죽인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정말이라면.
‘제발.’
결국, 권선지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제발, 저와 탐지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두 손을 부여잡았다.
속으로 기도했다.
놀랍게도 기도 대상은 ‘하나님’이 아닌 ‘별천지’였다.
* * *
이틀은 빠르게 흘렀다.
남궁상은 권선지의 말을 100% 신뢰했고.
점(占)조직 행세를 들킬 걸 각오하면서까지 소굴에 인원들을 모았다.
그를 제외한 30명의 조직원은 각 지역 기지에 설치된 이동마법진을 밟는다.
그리하면, 이곳.
웬만한 길잡이들도 찾아낼 수 없는 시골의 지하 소굴로 오게 된다.
“29명 왔고. 마지막 안 온 사람은…….”
남궁상이 싸늘한 표정으로 명단을 바라봤다.
“블랙 하운드, 곽동석. 이 새끼였나?”
스슷!
그 순간.
블랙 하운드 지정 마법진이 작동했다.
늦었지만,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이다.
남궁상이 혀로 입술을 쓸었다.
입맛이 썼다.
블랙 하운드면 제법 괜찮은 동료가 될 줄 알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다니.
“후, 또 무슨 일로 부른 거요? 젠장, 간만에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도착한 그가 찌뿌둥한 듯 몸을 풀며 말했다.
“왜 불렀냐고요?”
어두운 곳에서.
남궁상이 분노로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곽동석.”
“……음?”
블랙 하운드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상대 목소리의 톤이 예전과 다름을 눈치챈 것이다.
“뭐야, 당신?”
“뭐긴 뭐야.”
평소 존대를 하던 남궁상이 반말을 내뱉는다.
“조직을 배신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검은 똥개 새끼가.”
“뭐, 뭐라고?”
“연기는 수준급이네.”
황당해하는 표정이 제법이었지만.
남궁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권선지의 선지(先知) 능력은 확실하거든.
“어떤 정보를 캔 거냐? 왜, 누구한테 팔아먹으려고?”
“그게 뭔, 개 헛소리야?”
“넌, 우리 조직 커브웹을 좆으로 봤어.”
스슥, 스스슥!
곽동석의 주변으로 검은 안개가 끼었다.
그 주변으로는.
남은 29명의 조직원들이 살기를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 불순분자가 있다는 상부의 명입니다.
- 전투에 참여하는 자에겐 10억, 직접 목을 베는 자에겐 100억을 지급합니다.
29명이 도착했을 당시, 남궁상이 보낸 지령이었다.
곽동석도 S급 헌터지만, 그보다 더 강한 조직원도 즐비했기에 가능한 명.
“이 씨발 새끼들이! 기껏 도와줬더니 날 이렇게 도려내?”
곽동석이 반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폐쇄적인 장소에서 ‘돈’이라는 탐욕으로 몰려든 악의를 무슨 수로 막으랴.
퍼걱! 숙! 서걱!
암흑에서부터 각종 스킬들이 쏟아졌고.
“끄악, 끄아아악!”
온몸을 난도질당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블랙 하운드였다.
소굴 바닥에 피가 뿌려졌고.
부르르.
쓰러진 곽동석이 몸을 잘게 떨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으하핫! 거봐요. 이 영비(影秘)의 실력을 의심하지 말라니까요? 바로 이렇게 찾아버렸잖아요!”
어디선가.
텐션 높은 여성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
상황을 지켜보던 남궁상이 미간을 찌푸렸다.
목소리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나니 고레? 근데 이게 뭐죠? 웬 피 냄새?”
“자세를 낮춰요, 영비.”
“예, 암제님!”
남궁상의 찌푸려진 골이 더욱더 패였다.
암제(暗帝)?
영비(影秘)?
그 유명한 별천지의 암살자들 아니던가!
‘씨이발……!’
남궁상이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