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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98화 (298/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98화

반석지종 (2)

꿀꺽.

도하랑이 침을 삼켰다.

지켜보던 에밀리도 눈을 부릅떴다.

고작 기초 마법만 사용한다고?

랭커도 아닌, S급 헌터도 아닌.

D급 헌터 정도 되는 수준의 마법만을 사용한다니,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처사 아니던가!

하지만, 상대는 아린 님이다.

“기초 마법에 마력 엄청 부어 넣으면, 답이 없는 거 아닌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딱 당신만큼, 아니, 당신보다 더 적게 쓸 테니까요.”

“어…….”

그럼 이야기가 좀 다른데?

아무리 자신이 백마도사라 해도, 세계 랭킹 103위다.

전직 마탑 교수로, 수많은 제자를 가르쳤으며.

수준급의 고위 마법 스킬도 익혀 놓은 상태였다.

이건 무조건 해볼 만했다.

아니, 그냥 이긴 게임이었다.

“흠, 저희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은데. 그럼 바로 가면 되나요?”

스윽.

자신감을 되찾은 도하랑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아린의 붉은 머릿결이 찰랑였다.

“이길 것 같나요?”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요.”

도하랑의 답에 아린이 싱긋 웃었다.

‘그래, 상식.’

마법 문명의 차이는 그 상식에서 비롯된다.

마도 세계도 1세대 때는 기초 마법 서적조차 제대로 된 해석을 내놓지 못했다지.

지금 도하랑의 수준은 딱 그 정도였다.

21세기 문명인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지식 차이랄까?

아니, 그건 좀 너무 갔나?

‘어쨌든.’

이제 그 문명의 격차를 알려줄 때가 왔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우우웅!

날카로운 눈빛의 도하랑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겁을 먹던 때와는 다르게, 그녀의 눈빛은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린 님을 꺾으면…… 고위 마법을 다 전수받을 수 있어!’

엄청난 기회였다.

기회이자 기연.

이런 게 기연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슈우우우!

꽈득, 콰드득!

도하랑의 마력 분출에 주변 공기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생겨나는 총 다섯 개의 얼음 창.

‘아이스 스피어’(B급).

무작정 고위 마법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딱 아이스 스피어 정도의 중급 마법이 적합하다.

과연 랭커라는 걸까?

도하랑이 만들어낸 얼음 창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나쁘지 않네요.’

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직하고도 올바른 아이스 스피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지금 아린이 느끼는 감정은 딱 이거였다.

자신이 가정용 과도를 든 건장한 어른이라면, 도하랑은 나름 긴 삼지창을 든 갓난아기 정도의 느낌?

갓난아기가 삼지창을 잘 다룰 수도 없을뿐더러, 아무런 위협이 안 되는 수준이란 뜻이었다.

‘이번 기회에 꼭 느껴주세요.’

느끼고.

성장해 주세요.

우리 교수님을 위해서.

* * *

콰가강!

콰가가강!

도하랑과 아린의 마법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도하랑이 아린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얼음 창들을 계속 생성해서, 그야말로 폭격을 가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으음.”

지켜보던 에밀리가 침음을 흘렸다.

아린이 하는 건 없다.

그저 가끔가다 쏘는 에너지 볼트 정도?

‘그런데.’

하나도 맞지 않는다.

애초에 얼음 창 자체가 정확도가 없었으며, 혹여나 아린의 몸 근처로 갈 때는.

퉁!

가벼운 에너지 볼트 한 방에 방향이 틀어졌다.

강력한 마력이 담긴 얼음 창이 애꿎은 바닥만 폭격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게 되는 거지?’

지수룡이나 여타 몬스터들과의 전투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걔들은 부피가 큰 게 대다수니까, 그냥 대충 쏘면 맞는다.

‘한데.’

이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아니, 기존 상식으로도 말도 안 되는 결과였다.

어떻게 기초 마법으로 중급 마법 이상의 마법을 튕겨낸단 말인가.

이는 에밀리에겐.

달걀로 바위를 깨는 것 이상의 충격이었다.

‘어쩌면.’

에밀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말로 아린 님이…… 마탑주를 이길 수도 있겠구나.’

쩌저적!

그녀의 상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깨어지고 있는 거다.

* * *

“흐아아압!”

도하랑이 이를 악물었다.

얼마가 세게 물었는지, 턱 근육이 저릿할 정도.

“왜, 왜! 왜 안 잡히는 거야!”

그냥 허공에 스킬을 쓰는 기분이었다.

아이스 스피어를 써봐도, 아예 고급 마법인 아이스 블라스트를 써도 마찬가지였다.

마탑에서 배운 잡 마법들을 모조리 퍼부었다.

엔탱글링 루츠!

바닥에서 나무뿌리가 솟아올라, 아린을 옭아매려 해도.

일렉트닉 볼트!

전기 충격기로 온몸을 마비시키려 해도.

찰랑!

아린은 그저 붉은 머릿결을 찰랑이며, 피해낼 뿐이었다.

그리고.

도하랑의 마력이 거의 바닥날 때쯤에.

“끝인가요?”

저벅.

아린이 여유롭게 한발 앞으로 걸어 나오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우우웅!

화룡의 지팡이가 붉게 타올랐다.

‘아아.’

도하랑은 넋 놓고 그 지팡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쏘아지는 단 하나의 공기 탄.

「에너지 볼트」

그렇게도 쉽게 피하던 아린과 달리.

도하랑은 멍하니, 자신의 얼굴로 쏘아지는 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피해야 한다.’

아니면.

‘실드라도 쳐서 막아야 한다.’

등등.

수많은 대응 방식들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그건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왜냐.

‘빨라.’

아니, 대응할 시간이 있어야 대응을 하지.

[저게 진짜 기초 마법의 속도가 맞냐고!]라고 생각할 새도 없었다.

그냥.

퍼어어어억!

“꺄아앍!”

안면에 느껴지는 강력한 통증과 함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별이 가득한 하늘이 보였고.

‘어어.’

몸이 붕 뜨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털썩!

도하랑이 뒤로 나자빠졌다.

세계 랭킹 103위의 랭커가, 고작 D급 기초 마법에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 * *

“헤엑, 헤엑!”

“후우우, 후우웁!”

에밀리와 도하랑.

두 여성이 땀을 비 오듯 쏘아내고 있었다.

처음엔 1:1로 대결했다.

하지만, 잽이 안된다는 걸 파악한 이후로는 둘이 합공을 했다.

마력은?

값비싼 포션을 쭉쭉 빨았다.

지도익 할아버지의 영약을 섭취하고 양정애 할머니의 요리 버프까지 받아 가면서 덤벼들었다.

가망이 없어도?

‘혹시 모르잖아.’

분명 아린은 [조금이나마 몸에 닿으면]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말인즉슨, 스치기만 해도 고위 마법을 가르쳐 준다는 건데.

어찌 곧바로 포기할 수 있으랴.

눈앞에 기연이 떡하니 보이는데 쉽게 포기할 랭커는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흐억, 흐억! 땀 때문에 시야가 안 보여.’

‘언니…… 뭐 하고 있어! 한 대만 맞춰봐!’

‘하랑아, 네가 나보다 랭킹 높거든……?’

하지만, 이제는 답이 없다.

방법이 없다는 걸, 그녀들도 잘 알았다.

왜냐.

스윽!

아린이 살짝 지팡이를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움찔!

반자동적으로 몸을 떨었기 때문.

이건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밤이 새도록 싸웠는데, 저 지팡이가 움직일 때만 코뼈가 부러질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도하랑의 힐링으로 치유가 된다지만, 맞았을 당시 그 통증에 대한 공포는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결국.

“흐아! 난 못 해!”

도하랑이 바닥에 대(大)자로 나자빠졌다.

“이하 동문이야.”

에밀리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허망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주르륵!

눈썹에 맺힌 땀이 눈물처럼 떨어졌다.

‘세상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아린 님은…….

다른 기초 마법은 쓰지도 않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에너지 볼트만을 사용했다.

완전한 농락이었다.

그 순간, 그녀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은.

아니, 자신들뿐만 아니라, 마탑에 있는 전부가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주 좁은 우물 안에 갇혀 울어대는 개구리 말이다.

아린이 그녀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느끼셨나요?”

“…….”

대답할 기력도 없었다.

아니, 사실은 울컥하는 마음이 컸다.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던가.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안다.

랭커가 되기 위해서는 보통의 노력으로 안 된다는 것을.

80억 인구 중 오직 1,000명만이 랭커를 단다.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경쟁률이다.

그런 그녀들의 노력이 단박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고작 기초 마법에.

“이건…….”

도하랑이 중얼거렸다.

“이건 사기예요!”

“사기?”

아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아린 님이 에너지 볼트는 빠르잖아요! 우리가 쓰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면서 강하잖아요.”

“맞아요.”

“그러니까 사기죠!”

도하랑이 울분을 토해냈다.

그렇지 않으면, 억울해서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분명히 어떠한 수를 쓴 거다.

약속과 달리, 마력을 더 많이 쏟아붓기라도 했겠…….

‘아니.’

‘아니야.’

도하랑과 에밀리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녀들은 마법사 랭커다.

S급 헌터만 되어도 느끼는 기운의 감지를.

마법사씩이나 되어서 못 느낄 리 없다.

분명히 아린 님은…….

마력을 쏟아내지 않았다.

심지어 도하랑이나 에밀리보다도 덜 사용했다.

“어떻게……?”

도하랑이 물었다.

아린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말했잖아요.”

우우웅!

그녀가 손아귀 위에 에너지 볼트를 천천히 띄워 올렸다.

두둥실.

띄어 올라간 에너지 볼트가 마치 까르륵, 웃는 요정처럼 그녀의 몸 주변을 맴돌았다.

“……!”

“……!”

도하랑과 에밀리의 눈이 부릅떠졌다.

에너지 볼트는 기운을 뭉쳐 앞으로 쏘아내는 기술이 아니었던가?

에너지 볼트를 저렇게 운용하는 마법사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아, 있나?

지수룡이 마법을 썼다면 그랬을 것 같긴 했다.

“마력과 친해져라. 그러기 위해서는 마력을 계속 느끼려 노력해야 하며, 마력과 가까워지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한다.”

쐐애애액!

어느덧 두 에너지 볼트가 쏜살같이 쏘아지더니.

도하랑과 에밀리의 눈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꿀꺽!

그녀들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렇다면, 마법은 그에 반응할 거예요. 그때는 이처럼 술식조차 필요 없죠. 자연스럽게. 당신들이 팔을 뻗을 때, 별 의식하지 않고 그냥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마법이 발현될 거예요. 당신들이 빠르게 뻗고 싶으면 빠르게 나가고, 느리게 뻗고 싶으면 느리게 나가겠죠. 실제로 팔근육도 그렇게 움직이잖아요?”

“허어…….”

“후!”

두 마법사가 탄식의 숨을 내뱉었다.

그중, 언니인 에밀리가 천천히 일어섰다.

“우리의 생각이 짧았어요.”

그녀는 마침내 아린이 하고자 하는 말을 깨달았다.

간단한 내용이다.

기초를 튼실히 해라.

‘근데 그게 참.’

받아들이는 사람은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그녀들은 랭커, 그것도 꽤 높은 단계의 랭커이니 더더욱 그렇다.

세계적인 역도 선수 ‘미란 쟝’에게 빈 봉으로 자세부터 연습하라 하면, 그게 어디 받아들이기 쉬운 소리일까?

그렇기에 직접 보여준 거다.

그냥 보여준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박살 내서, 그 생각과 상식이 얼마나 보잘것없었는지를 깨닫게 해준 거다.

저 보아라.

에너지 볼트 하나만 제대로 익혀도.

랭커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아린 님이 증명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아린 님.”

“예.”

“마력과 친해지라는 말은 잘 이해했습니다. 마력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마법사랍시고 어깨를 펴고 다녔던 게 쑥스러워질 정도로요. 근데…….”

살짝 머뭇거린 에밀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린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마탑 대련까지 고작 5개월하고 조금 더 남았…….”

“에밀리 씨.”

“예.”

“아직도 느끼지 못하셨나요?”

“……예?”

“지금 당신의 수준이나, 마탑의 수준이나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적어도 제 눈에는요.”

마법 문명 자체가 다르다는 것.

아무래도 그걸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더욱 필요한 걸까?

그래, 그냥 확실하게 말해주자.

“제가 장담할게요.”

투웅!

아린이 지팡이를 바닥에 강하게 튕겼다.

“당신들이 남은 기간 마력이랑 뒹굴기만 해도, 무조건 이길 거예요. 그 어셔랑 브랜던 정도는요.”

확신이 담긴 그 목소리에.

‘정말?’

‘정말 그 늙다리들을 우리가 쓰러뜨릴 수 있다고?’

두 마법사의 눈빛에 흥분이 담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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