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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99화 (299/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99화

반석지종 (3)

옥스퍼드 마탑, 장로실.

그곳에 문제의 세 장로가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흐음.”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요?”

브랜던이 살짝 어셔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정말 대장로님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이다니요. 게다가 여기 대진표를 보십시오. 이건…… 그냥 우리보고 이기라는 거 아닙니까?”

“허어, 그러게 말일세.”

어셔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진표를 바라봤다.

‘뭘까?’

도대체 별천지는.

무슨 자신감으로 마탑의 도발을 받아들인 걸까?

도하랑, 그리고 에밀리.

장로들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자들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좋은 성과를 냈다지만, 그녀들의 수준은 본인들에 한참 못 미친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뭐, 잘된 건가?’

커뮤니티, 「마법사들의 성지」는 아직도 시끌시끌하다.

아직 마법 대결 소식이 대중들에게 전해지지 않아서인데.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전 세계에 마탑의 위대함을 다시 알리게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게 바로 어셔가 애초에 원하던 것이기도 했고.

“어셔 장로님.”

또 다른 장로, 데미안이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그래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봤지 않습니까. 아린인가 뭔가 하는 그 스켈레톤, 엄청난 거요.”

“그래서?”

어셔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뼈다귀가 우리 마탑주님을 이기기라도 한단 말이냐?”

“아뇨, 그건 절대 아닙니다만…….”

“근데 뭐가 문제냐? 설마 데미안, 네 머릿속에 마탑이 질 수도 있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어 있는 건 아니겠지?”

“어허허?! 그럴 리가요! 다만, 마탑주님께서 강조하셨던 게 좀 걸립니다.”

“으음.”

마탑주, 소피아 실버스톤.

- 장로들은 명심해라.

- 엘로이즈 아린은 위대한 마법사다.

- 나조차도 그 지혜를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마법사야.

- 하지만, 나는 마탑주.

- 나 역시 마탑이 지는 걸 원치 않아.

-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니?

- 방심하지 마라.

- 마탑의 자존심을 걸고 반년 동안 충실히 준비해라.

- 이건 진심으로 하는 경고이자, 충고다.

대결이 성사된 날, 그녀가 대장로와 세 장로를 모아놓고 했던 말이었다.

어셔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마탑주님은…… 원래 걱정이 많으신 분 아니더냐. 너무 조심성이 강하시다.”

“그건 그렇긴 하죠. 마법사들 던전 갈 때도 가끔은 불안해하곤 하시니까…….”

“오히려 우리에게 해가 되는 조언일 수 있다. 지나치게 겁을 먹으면 몸이 굼떠지고, 이길 것도 못 이기지 않겠느냐? 문제는 우리의 승패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이기냐는 거지. 아, 대전 장소가 별천지랬던가?”

“그렇습니다. 무릉도원에 자리를 마련한다더군요.”

“아주, 웃기는 놈들이야.”

감히 마탑에 도전하는 주제에.

우리보고 오라 가라 하다니.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부터 찌라시를 뿌려라.”

장소가 어디든.

별천지 놈들은 위대한 마탑의 마법 아래, 전 세계에 쪽을 당할 수밖에 없을 터.

“찌라시라면……?”

“마탑과 별천지가 반년 후, 무릉도원에서 싸우기로 했다. 내부에서 새어 나온 정확한 정보다. 마탑 소속 아닌 마법사들 계정 위주로 뿌려.”

“하지만, 장로님! 그건 마탑주님께서 어찌 될지 모르는 거니, 굳이 그러지 말라고!”

“데미안?”

“예, 장로님.”

“그래서 찌라시라 하지 않았느냐?”

“아.”

찌라시.

증권가를 통해 암암리에 전해지는 정보들로, 일본에서 유래된 말.

데미안이 미묘하게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브랜던도 웃었다.

“몰래 뿌리자는 말씀이시군요?”

“지수룡 사건으로 전 세계가 많이 힘들다. 이 정도 오락 거리는 제공해 줄 만하지 않더냐?”

“하하, 역시 장로님! 사려가 깊으십니다.”

장로실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 * *

“후우웁!”

해가 지고, 어둑해진 밤.

심호흡을 끝낸 내가 천천히 일어섰다.

오늘 수련도 끝.

몸이 찌뿌둥했다.

만술(萬術)을 1년 만에 익히라는 노인의 숙제.

처음엔 그게 어떻게 될까 싶었다.

만술이 왜 만술이던가.

익혀야 할 술(術)이 만 개라서 만술 아니던가.

‘미쳤지.’

그걸 365일 안에 기초를 다 떼라는 말은.

단순 계산만 때려봐도 하루에 27~28개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깊게 들어가지 말고 말 그대로 기초.

초급적인 기술만 익히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 말인가?

하지만.

‘이거 되겠는데?’

물론 처음엔 힘들었다.

하루에 1개 제대로 떼기도 힘들었지.

근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연계가 쉬웠다.

‘기술이라는 게, 정해진 게 아니니까.’

예전 만술 노인이 ‘베기’에 대해 설파했던 것처럼, 모든 것은 나의 움직임을 토대로 기초를 닦을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수행방식이 아니다.

오직, 만술(萬術)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예를 들어, 투창술이나 비도술, 암술, 투구술은 던지는 동작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뿐, 무언갈 던진다는 움직임의 묘리는 똑같다는 말이다.

이는 심지어 다트나 부메랑, 낚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래.’

정해진 기술이 있지만, 그것을 유연하게 바꿔서 자신이 원하는 술(術)에 접목하는 것.

그게 바로 만술의 기초일까?

그러다 보니, 점점 기초를 닦는 게 편해졌다.

하루에 1개 떼던 게 10개로 늘고, 10개 떼던 게 20개로 늘어갔다.

‘이 정도 속도면.’

정말 노인이 말했던 것처럼 1년 안에 모든 술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것이다.

“후, 좋아.”

수련이 끝난 내가 할 일은 딱 2개다.

수면, 그리고 드미르를 찾는 것.

까앙, 까앙!

현재 드미르는 내 명을 받고 도시 근처 숲 중앙에 무언가를 만드는 중이었다.

아름다운 절경이 보이는 자연 속에 세워지는 건축물의 골격은 마치…….

‘콜로세움.’

아니, 형태만 콜로세움이지.

그것보다 더욱 웅장하고 거대한 원형 경기장의 모습이었다.

“하하, 주인! 오늘 수련도 열심히 했는가?”

까앙! 까앙!

약 100여 명 정도 되는 부하들과 열심히 작업하는 드미르의 모습은 행복하다 못해 황홀해 보였다.

망치질을 멈춘 드미르가 나에게 다가왔다.

“주인이 말한 경기장은 한 3개월 정도면 완공될걸세. 보이는가? 이 정도 크기면 거의 20만 명은 수용할 수 있을 거야.”

“크으.”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실, 그냥 대충 경기장 하나 지어달라 요구한 건데.

이런 말도 안 나오는 수준의 경기장을 지으려 할 줄이야.

정말 드미르의 삶엔 대충이란 없는 걸까?

내가 경기장을 지으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마탑과의 교류를 위해서.

교류시에 마탑의 마법사를 포함한 수많은 참관인이 올 텐데.

어디 대여하는 것보다 별천지의 위상을 한번 딱!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드미르, 네가 참. 고생이 많다.”

내가 만족한 표정으로 건축물의 골격들을 감상하고 있을 찰나.

[김진아 : 길마님, 길마님!]

김진아가 또 나를 찾는다.

[김진아 : 큰일 났어요!]

[김진아 : 마탑, 이 개자식들이 마법 대결 정보를 뿌렸나 봐요.]

[김진아 :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정보들이 너무 소름 끼치도록 정확해서 탐지한테 물어봤더니, 마탑 장로들 짓이래요.]

[김진아 : 지금 이곳저곳에서 우리도 참관 되냐고 문의가 빗발치는 터라. 하아아.]

[김진아 : 어떡하죠? 우리 교류가 세상에 다 까발려지게 생겼잖아요!]

“빙고.”

따악!

내가 손가락을 튕겼다.

“잘됐네.”

사실, 기다리고 있었다.

저들이 먼저 움직여 주기를.

솔직히 경기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진아와 달리, 난 별천지가 이길 것을 확신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먼저 참관인들을 모집하고 티켓을 팔아버리면 좀 불편한 상황이었다.

마탑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 저들이 먼저 저렇게 나와준다면?’

씰룩.

나도 모르게 뺨이 떨렸다.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것이다.

* * *

- 정말 괜찮겠니?

무릉도원 회의실.

김진아와 내 앞에 놓여 있는 수화기에서 나오는 마탑주의 목소리였다.

- 잘 생각해 봐, 주동훈. 네가 자신 있는 건 이해하지만, 대중들이 경기 결과를 듣는 거랑 그 내용을 직접 보는 건 또 다른 내용이야.

어차피 대결하면, 소문은 퍼질 거다.

이것은 교류의 장.

별천지 멤버들과 마탑 멤버들이 대다수 참여할 테고.

그 모두의 입을 막을 순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 경기의 내용을 전부 보는 거라면?

또한 그 경기의 내용이 압도적이라면?

한 곳은 커다란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 보아하니, 우리 장로 놈들이 또 사고를 친 것 같은데, 네가 원한다면 이번 일은…….

놀랍게도 마탑주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하긴, 저분이 그래도 옥스포드의 현자(Oxford's Sage)라 불리는 할머니다.

저런 수준 낮은 작업 정도야, 금세 조사하면 알아내겠지.

하지만.

“아뇨, 저는 괜찮아요.”

“길마님?!”

김진아가 도끼눈을 뜨고 쳐다봤지만, 내가 손을 들어 올려 제지했다.

“제 입장은 고려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거예요, 마탑주님. 한 말씀만 올리자면…… 저는 자신 있습니다.”

- …….

묘한 침묵이 흘렀다.

내 말의 진의를 해석하는 거겠지.

뭐, 간단하다.

우리는 너넬 이길 거고, 너넨 쪽팔릴 수도 있을 건데 괜찮겠냐?

괜히 나를 위하는 척 말고, 너희가 선택해라.

어차피 너희 쪽에서 먼저 사고 친 것 아니냐.

- 흐으음.

이윽고, 수화기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괜찮겠어, 주동훈? 나 역시 우리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솔직히 우리가 9할로 유리하다 생각하는 상황이야.

“그럼 피차 잘됐네요. 교류도 하고 티켓도 팔고, 중계권도 팔고. 꿩도 먹고, 알도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 넌, 정말 자신 있구나?

“그저 엘로이즈 아린을 믿는 거죠. 커뮤니티 애들 싸움이 왜 이렇게까지 번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마탑주님께서 먼저 제안하신 거잖아요?

- 좋아, 주동훈. 네가 그렇게 자신 있다면. 그 티켓 한번 팔아보자. 그리고 알지?

“예, 약속했잖아요. 서로 뒤끝 없기로.”

* * *

일을 한바탕 크게 키운 나는.

잠자리에 드는 것보다 다시 드미르를 찾았다.

경기장이 지어지는 곳이 아닌, 도시 내 공방이었다.

“주인.”

어깨에 망치를 짊어진 드미르가 날 맞이했다.

사실, 녀석에게 시킨 것은 경기장을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준비됐어?”

“대충 형태 작업은 끝내뒀네, 이리 와보게.”

공방의 꼭대기 층.

드미르가 안내한 곳에는 아직 틀만 잡혀있는 총 열 가지의 무기 및 장신구가 보였다.

순서대로.

검, 창, 활, 방패, 지팡이, 망치, 성물, 건틀릿과 신발, 목걸이, 반지.

‘그래.’

뼈일이부터 뼈십이까지.

이제 능력이 됐는데.

남 좋은 아이템만 만들어 줄 순 없잖아?

우선 내 스켈레톤들부터 챙겨야지.

“드미르.”

“응, 주인.”

“이건 드미르 한정판을 만들려는 게 아니야.”

“잘 알고 있네.”

“드미르 한정판보다 훨씬 좋은 것. 드미르, 네 삶 속에서 만들 수 있는 일생일대의 역작을 만드는 거야.”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아아.

왜 훈련할 때보다 망치질할 때가 더 설레는 걸까?

다리가 저리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졸음이 사라지고, 피로함이 가신다.

“재미있겠군.”

“그치?”

나와 드미르가 마주 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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