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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301화 (301/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01화

오케이, 베팅한다

훈련장에 웃음꽃이 가득했다.

응? 모름지기 훈련장이라면, 땀과 기합으로 가득 차야 하는 거 아니냐고?

에이.

웃으면서도 충분히 훈련할 수 있다.

“후후후후후.”

“…….”

“흐흐흣.”

휘리릭!

단검으로 상대를 재빠르게 제압하는 실전 기술을 사용할 때도.

후웅, 후우웅!

날렵한 춤을 추며, 상대를 타격하는 무술 카포에이라를 사용할 때도.

쉬싯! 쉬시싯!

쌍절곤이 허공을 수놓을 때도.

콰가가가가!

심지어 무거운 쇠 구슬을 끈에 엮은 ‘크래커 볼레이’를 사용할 때도.

“후후후후.”

나는 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이놈아!”

결국,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역정을 냈다.

“맨날 기초 훈련만 하다 보니 드디어 정신이 나가버린 게냐? 미치려면 곱게 미치지, 뭔 놈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 게야?”

윽박지르는 노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불안한 거다.

열심히 키워낸 만술(萬術)의 전인이 혹시 실성한 건 아닐까 하고.

“말을 해보아라! 혹시 던전에 가고 싶어서 그러는 게냐? 네가 정 그렇게 원한다면, 하루 정도는 내어줄 수 있다!”

“에이, 던전은 무슨 던전입니까. 이 제자는 이렇게 새로운 술(術)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답니다.”

“네, 네놈이 말이냐?”

기어코 노인이 말을 더듬었다.

“이 녀석아! 정신 차려라! 머리가 이상해지면 안 된다!”

노인의 외침을 가볍게 무시한 내가 팔을 뻗었다.

콰가가가가!

쇠 구슬이 내 의지에 맞추어 정교하게 과녁을 타격한다.

‘좋아.’

이 정도면 기초 정도는 닦았다 할 수 있겠네.

자아.

다음은 무슨 술(術)을 익히지?

‘흐흐흐.’

내가 웃는 이유.

그것은 단순했다.

‘드미르가 성좌라니, 성좌라니이이이……!’

아린이 성좌, ‘고대 마법’(SSS급)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기쁘진 않았다.

왜냐?

그건 사실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 같았거든.

근데 드미르는?

이제 곧 성좌가 된다.

저 파괴룡의 이빨만 잘 녹여내서 역작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내가 성좌급 소환수를 가지게 되는 거다.

‘물론.’

아린이 바라보는 ‘고대 마법’ 급의 성좌가 되는 건 아닐 거다.

성좌도 성좌마다 그 힘과 존재감이 다 다르다고들 하니.

그래도 이는 큰 의미가 있다.

내 소환수 전부가 언젠가는 성좌급이 될 수 있다는 의미!

“하하하하하!”

그 순간을 떠올리니, 힘이 절로 났다.

아무리 움직여도 힘이 사라지지 않고 넘쳐흘렀다.

하지만.

그 기쁨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 * *

“주인.”

“응?”

갑자기 나타난 드미르가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후우우.”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

“왜, 왜, 왜. 말해봐. 왜.”

불안한 내가 재촉하자, 씁쓸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그게, 그 파괴룡의 이빨 말이다. 아무리 녹이려고 해봐도 안 녹는다.”

“에?”

내가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뭔 소리야?

그럼 당장은 못 만든다는 말?

“내가 녹이면 되잖아! 나 이래 봬도 꽤 고온까지 다룰 수 있어. 아니면, 아린이? 아린이 엘로이즈 가문이잖아! 아니면 정수 양반에게라도…….”

“주인, 일단 진정하게.”

드미르가 난처한 표정으로 날 만류했다.

아아, 그래.

내가 아쉬운 만큼, 녀석도 많이 아쉽겠지.

“끄응.”

내가 앓는 소리를 내자, 드미르가 말했다.

“녹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농축해서 정제하고 형태에 그대로 녹이려면…… 흐음, 내 망치로는 한계가 있어.”

“그럼? 내가 해줄까?”

화르륵!

내가 신살(神殺)급 아이템을 망치로 변형시켰다.

“이거면 파괴룡도 어쩔 수 없을걸? 실제로 이걸로 용 가죽도 베고 뼈도 갈랐거든.”

“알지, 아는데…….”

드미르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는 이걸 보는 게 빠르겠군.”

스윽.

드미르가 무언갈 내밀었다.

연금술로 뽑아낸 것으로 보이는 도면이었다.

촵!

다급히 받아 든 내가 그것을 펼쳐 들었다.

[아이템 : 파괴룡 세트]

[등급 : SSS]

[종류 : 도면]

[설명 : ‘파괴룡 세트’를 제조하기 위한 설계도입니다.]

[효과1 : 접두어 ‘파괴룡의’가 달린 무기 및 장신구 제작 가능.]

[효과2 : ‘정제된 파괴룡의 이빨’ 1개, ‘아다만티움’ 50개, ‘미스릴’ 50개 필요.]

[효과3 : 제작 난이도가 복잡한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효과4 : 금속을 융화하기 위해, ‘심원의 수정’(SSS급)이 필요.]

이 도면은 또.

언제 어떻게 구한 거야?

우선 천천히 효과들을 읽어나갔다.

그러던 순간.

“심원의 수정?”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뭔데?”

“주인, 나라고 알겠나? 나 역시 처음 보는 도면인 것을. 그래서 아린 처자에게 물어봤네.”

아린이.

그래, 답이 없을 땐 아린이를 찾아야지.

그녀는 이 우주판 나무위키니까.

“그래서?”

“정령계 깊은 곳에서 구할 수 있는 금속이라더군. 구하고 말고를 떠나, 우리가 어떻게 정령계에 간다는 말인가? 거긴 아예 다른 세상인데.”

“정령계라…….”

하아, 하필.

정령계면 내 매개체 던전이 아니던가.

가서 구하려면 구할 수 있겠지만, 당장 만들 수 있는 걸 못 만드니…….

마치 항해하다 암초에 걸린 느낌이었다.

“그럼 당분간 못 만들겠네?”

“미안하다, 주인.”

“아니, 아니, 드미르가 미안할 게 뭐 있어.”

다만, 아쉬웠다.

‘웃긴 꼴이네.’

마탑주, 소피아와의 싸움에서.

우리 아린이는 고작 화룡의 지팡이를 들고 나설 텐데.

소피아는 나와 드미르가 만들어낸 최상의 명품을 들고 나설 테니.

만약, 미안하다면.

우리가 아린이에게 미안해야겠지.

“후우.”

깊게 한숨을 내쉴 찰나였다.

- 전혀, 그럴 필요 없어요, 교수님.

- 차라리 잘 됐어요. 그 정도 페널티는 줘야 하지 않겠어요?

어어?

아, 근처에 있었구나?

하긴, 훈련장이 다 근처라.

거기서 거기지.

- 설마, 절 못 믿으시는 건 아니죠?

아니, 아니.

믿지, 무조건 믿어.

김진아가 통찰력이 미쳤다면, 아린은 지혜가 미쳤다.

거의 탈 인간급이다.

맨날 고대 마법과 소통하고, 서적 쏙에 빠져 사는 녀석인데.

판단력 하나는 정확하겠지.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 * *

관객을 부르기로 한 이후.

마탑과 별천지는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별마전! 진행 공지!]

[아래 링크 참조!]

별마전(別魔戰).

별천지와 마탑의 마법 대결을 칭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별마전일까?

마별전이라 부를 수도 있었을 텐데.

당연히 그것에 대해 마탑에서 항의하고 들어왔다.

- 왜 별마전이지, 주동훈? 꼭 별천지가 우리 마탑 위에 있는 것처럼 들리네?

소피아의 당당한 전화에.

지켜보던 김진아가 진땀을 뺐지만, 의외로 그 부분은 쉽게 넘어갔다.

- 이번엔 별천지에서 하기로 했으니까요. 다음에 열릴 땐 마별전이라고 해요. 근데 어차피 그럴 일은 없을걸요?

- 왜, 그렇게 생각하지?

- 어차피 마탑에서 다음부터 저희랑 하지 않으려 들 테니까요.

- 뭣? 아하하핫! 굉장한 자신감이야. 네 덕분에 나도 요즘 승부욕이 뿜뿜 오른다니까?

소피아가 흔쾌히 응했다.

그뿐이랴?

- 그리고 이번에 열리는 경기장이 우리 쪽이니까, 티켓 수익의 80%는 별천지가 가져갈게요. 경기장 만드는 데 돈 좀 썼거든요.

- 대신 다음에 열리는 마별전에서는 우리가 80% 가져가라는 말이지?

- 역시, 말이 통하시네요.

- 뭐, 그런 거라면…… 오케이, 콜! 패배의 쓰라림에는 또 금융치료만 한 게 없으니까.

-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뭐. 그럼 약속한 거예요? 감사합니다!

투욱!

위풍당당하게 수화기를 내려놓는 길마님의 모습에.

김진아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아아.

‘길마님, 멋있어도 너무 멋있잖아!’

그녀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흐뭇했다.

길드 일에 아예 신경조차 쓰지도 않던 분이, 이럴 때 또 한 건 해주시다니.

분명 본인이 했으면 난감했을 일인데.

길마님이 하니까, 시원시원하게 끝난다.

물론, 승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고 그게 제일 걱정이긴 하나.

일단 대 마탑을 상대로 이름이 앞에 서 있는 것!

그리고 관객 수익금 80%를 가져올 수 있는 것!

빅3를 상대로 이건 대박이었다.

“티켓은 부길마님이 알아서 책정해서 팔아주세요.”

“물론이죠, 길마님! 20만 명 완판 들어가겠습니다! 충성충성!”

김진아는 곧바로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일반석 50만 원!]

[VIP석 1,000만 원!]

[VVIP석 1억 원!]

누가 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노발대발할 만큼 비싼 가격이었다.

실제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별마전! 티켓 공지 하루 만에 완판! 충격!]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 티켓 가격 프리미엄까지 얹어!]

논란이 무색하게도 티켓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팔릴 수밖에 없지.’

김진아는 오히려 가격이 싸다 생각했다.

전 세계가 들썩일 만한 경기다.

대결 내용을 떠나 매치 자체가 흥미를 보장하고 있는데, 거기다 랭커들의 대련이다.

랭커들의 싸움을 실제로 보는 것?

그게 모든 헌터들의 로망이자 기연 아니던가!

수천금을 들여서라도 보려 하는 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터.

완판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 이틀, 한 주, 이 주가 흐를수록.

별마전의 준비는 수월하게 착착착! 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오, 이것들 봐라?”

별마전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던 김진아가 눈을 부릅떴다.

“베팅을 하고 있었네?”

세계 헌터 협회장, 아이라는 별마전을 공식적인 경기로 인정했다.

동시에, 한 숟가락 얹어 승부식 베팅을 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인이 합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게임!

헌터 등급별로 베팅 한계까지 걸어져 있었다.

도박은 중독성이 있다.

또한 재미가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디 한번 볼까?”

그녀가 경기별 배당률을 살폈다.

[1경기]

[에밀리 vs 브랜던]

[ 6.00 1.40 ]

[2경기]

[도하랑 vs 어셔 ]

[ 6.00 1.40 ]

[3경기]

[주동훈 vs 케이나드]

[ 3.20 2.04 ]

[4경기]

[아린 vs 소피아]

[ 12.5 1.12 ]

[전체 경기]

[홈 : 별천지(別天地)]

[승 무 패]

[10.00 5.30 1.18]

“……이게 뭐야?”

김진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게임은 총 다섯 폴더였다.

근데, 배당이 좀 이상했다.

‘아니, 아무리 마탑이 우세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지?’

으드득!

김진아가 이를 갈았다.

그녀도 안다.

마탑의 승률이 더 높을 거라는 걸.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열 받는 걸 참을 순 없었다.

‘에밀리나 도하랑은 그렇다 쳐. 길마님도 하이퍼 랭커시니까 별 차이 안 난다 쳐. 근데 아린은 뭐야?’

아린이 이기면 1,250%를 준다고?

마탑주, 소피아가 이기면 112%밖에 안 주고?

“하아.”

전직 은행 출신 김진아는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돈은 거짓말을 안 한다.

즉, 정말로 사람들의 투심이 마탑 쪽으로 몰린 것이다.

‘투자에 마음이 들어가면 안 돼.’

모름지기 돈을 걸 때는 집착을 버리고,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흐으으응.”

그녀는 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은 걸까?

분명 길마님은 확신하듯 말했다.

무조건 별천지가 이긴다고.

왜 자신은 길마님의 말을 믿어보고 싶은 걸까?

‘사실.’

믿을 수밖에 없긴 하다.

갑자기 사라져서 랭커가 돌아오더니.

또 하이 랭커가 되고, 이제는 하이퍼 랭커까지 된 남자.

그 엄청난 지수룡도 길마님 앞에서는 한낱 미물일 뿐이었지.

‘아냐, 그래도.’

베팅은 냉철하게 해야 한다.

주먹을 꽉 쥔 김진아가 ‘아린 훈련장’을 찾았다.

길마님은 믿는다.

아린도 믿는다.

하지만, 도하랑과 에밀리는?

‘으음.’

믿음이 부족하다.

김진아는 그 부족한 믿음을 두 눈으로 채우고 싶었다.

저벅, 저벅.

재빨리 훈련장으로 향한 김진아는.

“헐?”

초주검이 되어 있는, 아니…… 초주검이 되어가는 두 마법사를 발견했다.

“흐어어어어……!”

“부, 부길마님? 부길마님 오셨군요! 사, 살려주세요!”

이, 이게 뭐지?

천하의 김진아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분들…… 마법사 아니었나?

마법사가 왜 저런 훈련을 하고 있는 거야?

“끄아아아아앍!”

“꺄아아아앗!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커뮤니티에 글 안 쓸게요!”

두 마법사는 본인의 몸집보다 커다란 바위를 머리에 이고 힘차게 스쿼트를 하고 있었다.

땀이 비처럼 흘러내려 옷이 흠뻑 젖도록.

심지어.

자세히 보니까 바위와 그걸 이는 손과 머리 사이에 공간이 있다.

즉, 바위가 하늘 높이 붕- 떠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은?

“세상에.”

김진아가 입을 벌렸다.

설마, 저걸 마력으로 띄운 채 체력 운동을 하는 거야?

“무슨 일이신가요?”

그 순간.

붉은 머릿결을 찰랑이는 소녀가 눈앞에 나타났다.

꿀꺽.

김진아가 침을 삼켰다.

뭔가.

음.

뭔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원래는 분명 귀여운 아이였는데.

“으음…….”

잠깐 고민하던 김진아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물어도 돼요?”

“말씀하세요.”

“저들이…… 마탑의 장로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앞뒤 다 잘라먹은 질문에도.

아린은 거리낌이 없었다.

“무조건이요.”

별천지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 엘로이즈 아린.

그녀의 답변은 분명 확신이 있었다. 믿음이 있었다.

‘오케이.’

김진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건.

베팅한다.

베팅해야 한다.

그것도 다섯 폴더 다 엮어서.

풀 베팅이다!

* * *

시간이 유수처럼 흘렀다.

마탑의 시간도, 별천지의 시간도 똑같이 흘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육 개월이라는 시간도 금방 흘러갔다.

휘이잉!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겨울.

마침내, 본격적인 별마전(別魔戰)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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