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07화
별마전 (6)
세 번째 경기가 종료된 후, 관중석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캬아아아! 경기력 미쳤다!”
“크으으, 세상에……! 그 유명한 대장로를 저렇게 개 패듯 패버릴 수 있다니. 주동훈, 그는 정말 신인 거야?”
“대장로도 대단하지. 아무리 졌다지만, 저런 게 진정한 랭커의 혼 아니겠어? 오케이, 나 내일부터 다시 빡 훈련 간다.”
“둘 다 대단하다! 승패도 승패지만, 감동이 있었어!”
푯값이 아깝지 않은 경기였다.
주동훈의 압도적이고 시원시원한 마법은 보는 맛이 있었고.
가슴 속의 무언가를 건드는 대장로의 의지는 관중들에게 여러 깨우침을 주었다.
└ 근데 그럼 지금 결과가 어떻게 되는 거?
└ 어떻게 되긴, 마탑이 마법으로 개발린 거지. 3 대 떡. 그것도 압도적으로.
└ 경악스럽네;; 별천지는 어떻게 되먹은 집단인 거냐? 무슨 랭킹을 무시하고 다 발라 먹을 수가 있어?
└ 이렇게 되면 마탑주도 모름. 정말 소수의 말대로 주동훈 스켈레톤한테 개 발릴 수도 있어.
└ 야, 그건 좀 너무 간 거 아니냐? 마탑주는 세계 랭킹 4위야.
└ 지금까지 경기 중에 너무 안 간 거 있어? 이미 결과가 안드로메다야, 이 양반아.
└ 그건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여론도 뒤바뀌었다.
마탑주의 우세에서, 아린의 우세로.
전문가들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없었다.
이미 기적과 같은 결과를 세 번이나 보여준 별천지 아니던가.
└ 하여간, 전문가들치고 제대로 된 놈들 하나도 못 봤음.
└ ㅋㅋㅋㅋ ㄹㅇ.
└ 애초에 다 머저리들임. 진정한 전문가였다면 저기 랭커들보다 랭킹 더 높지 않았겠어?
└ 걔들 믿고 돈 박은 내가 흑우지 뭐.
└ 원래 주식이나 토토는 전문가 말 믿는 거 아님 ㅋㅋ
└ 난 이미 다 날렸다. 걍 이제 즐기려고.
전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혹시나’ 또는 ‘설마’ 하는 마음이 깃들기 시작했다.
주동훈은 괴물이다.
수만 스켈레톤으로 골산(骨山)을 만드는 데다가.
각종 무술에 능하고, 심지어 마법의 조예도 깊다.
또한, 역대 최단기간에 하이퍼 랭커로 성장한 데다가.
그 끔찍했던 지수룡을 잡을 때도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했다.
그 유명한 마왕(魔王)이나 천마(天魔)보다 더 말이다.
그런 괴물의 소환수라면?
정말 마탑주도 이길 수 있는 거 아닐까?
└ 그럼 주동훈이 세계 최강인가?
└ 그럴 수도. 내가 알기로 주동훈 스켈레톤이 그 마법사 하나가 아니거든? 만약 그 스켈레톤 전부가 하이퍼 랭커급이라면?
└ 와……! 미친, 그렇게 생각하니까 ㄹㅇ 소름이네?
└ 그렇게 된다면, 별천지도 다시 판단해야겠지. 솔직히 마탑 주요 인물들 다 이긴 거면, 빅3보다 센 거잖아?
└ 일단 섣불리 판단은 ㄴㄴ. 아직 마탑주 안 짐.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앞선 경기들로 별천지라는 집단을 제대로 인식하고, 주동훈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마탑이라는 이름은 절대 가볍지 않다.
빅3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중 하나가 바로 마탑이다.
소속된 랭커만 수십이고, 모든 마법 관련 고유 능력을 지닌 헌터들이 모여 공부하고 경쟁하는 곳.
그런 곳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자가 바로 장로다.
별천지는 그런 자들을 이겨버린 거다.
그냥 이긴 것도 아니고 가볍게.
그렇기에 흥분한 것이다.
[마법 최고의 집단 = 마탑]이라는 공식이 깨어지는 순간을 직접 목도하고 있는 거니까.
으드득!
당연히, 이런 상황이 기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기절했다 깨어난 어셔가 이를 빠득 갈았다.
“이건 사기다.”
투욱!
그가 병실 침대 위에 휴대폰을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마탑을 내리깔고, 별천지를 치켜세우는 반응들이 짜증 났기 때문.
“맞습니다. 이건 수작질입니다!”
옆에 있던 브랜던이 격하게 동조했다.
물씬 두들겨 맞은 그들이지만, 힐링이 좋긴 좋은지 금세 회복한 그들이었다.
“그게 마법이라고요? 그게 에너지 볼트라고요? 세상 어떤 에너지 볼트가 마법을 다 차단하고, 그렇게 빠르답니까?”
적어도 고위 마법에 당했다면 이해라도 했을 것이다.
싸우다 보면, 수 싸움이나 심리전에서 말릴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저들이 사용한 것은 고작 기초 마법이었다.
그것도 기초 중 기초라 불리는 「에너지 볼트」.
어셔는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주동훈, 그 개자식이 수를 쓴 게 틀림없다. 대장로님과의 경기를 보아하니, 기초 마법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있나 본데.”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클립들을 확인해 봤다.
말도 안 되는 화력의 파이어 볼.
엄청나게 큰 워터 밤.
“말도 안 되는 거지. 그놈이 도하랑이랑 에밀리. 그년들한테도 일종의 버프를 건 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에너지 볼트가 그따위로 빨랐던 거야.”
“그럼 어떡합니까?”
“따져야지.”
“……따져요?”
“정식적으로 따지고 공론화해야지. 애초에 게임이 공정한 게 아니었잖아? 비겁한 새끼들.”
“…….”
브랜던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그러다가 역풍이라도 맞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뭐든 따지라면, 증거라는 게 있어야 할 텐데…….”
“증거?”
어셔가 픽 웃었다.
“그게 왜 필요한가? 우리가 곧 증거인데.”
마탑은 마법이란 학문에 있어서 굳건한 입지를 자랑한다.
마탑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그 어떤 전문가가 마탑이 그렇다는 데 반박하랴.
“커뮤니티에도 적지 않게 그런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어. 그거에 살을 붙여 퍼뜨리면 된다. 솔직히 다들 인정하고 싶을걸?”
왜냐.
마탑에 돈을 건 자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실제 반응 중에, ‘승부 조작’이라는 말이 아직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안다.
“오오.”
브랜던이 환하게 웃었다.
“하긴, 저희가 이렇게 지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긴 했지요.”
“신생이라 여론전이 뭔지도 모를 거다. 감히 마탑을 우습게 보고 수작질을 건 자들에게 제대로 된 응징이 뭔지 보여줘야지. 클클, 빨리 그 천둥벌거숭이들이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는 걸 보고 싶군.”
어셔도 같이 낮게 웃었다.
옆에 있던 데미안 역시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일 찰나.
덜컹!
병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천둥벌거숭이는 무슨 천둥벌거숭이?”
이를 악물며, 등장한 존재는 바로 마탑의 주인, 소피아였다.
그녀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했다.
“네놈들 때문에 마탑이 조롱거리가 된 것은 생각 안 하고, 뭐? 살을 붙여 퍼뜨려? 제대로 된 응징?”
“마, 마탑주님!”
장로들이 당황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셔야 할 마탑주님이 왜 이곳에 나타난단 말인가.
“장로라는 놈들이 마력에 대한 기초 하나 없이 기고만장해 있는 것도 모자라, 음모를 꾸며? 내가 실수했구나, 내가. 너희 같은 머저리들을 마탑에 두는 게 아니었는데.”
“마탑주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어셔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머저리라니요! 저희가 마탑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
“뭐? 말이 지나쳐?”
쿠구구구…….
그 순간, 소피아의 몸에서 무지막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공간을 얼어붙게 만드는 엄청난 거력이 장로들을 순식간에 옭아맸다.
“커, 커헉!”
“마, 마탑주님!”
기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하는 장로들.
그들을 보며 소피아는 고개를 떨궜다.
‘아아, 부끄럽구나.’
그녀는 수치스러웠다.
주동훈에게 이런 마탑의 실태를 보여줬다는 사실이.
“기본도 안 된 것들이 장로랍시고 앉아서 자존심만 세우고 있는 꼴을 보니, 내가 늙어 뒈지는 게 아니라 화병이 나 뒈지겠구나.”
다른 세계의 마탑주였던 자, ‘엘로이즈 아린’이 이 사태를 알면 얼마나 크게 비웃을까?
“내 실수다. 싹이 보일 때부터 잘라냈어야 하는 건데. 마탑에 너희 같은 머저리들은 필요 없다. 당장 장로직을 반납하고 다신 마탑에 얼씬도 거리지 말아라.”
“마탑주님!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당황한 어셔가 외쳤다.
커뮤니티에 저지른 일이 있는지라, 마탑주가 분노할 것은 예상했지만.
설마 랭커 셋을 자른다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미 마탑에 생을 바쳤다.
돈도 이번 경기에 다 올인한 터라, 빈털터리다.
물론 랭커라 어느 길드에 들어가서도 잘 살겠지만…….
마탑에서 그가 이룩해 놓은 것들을 한 번에 다 내려놓으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저희는 그냥 랭커가 아니라, 하이 랭커입니다. 저희를 자르면 마탑에도 분명 큰 피해가 올…… 커헉!”
외치던 어셔가 양손으로 목을 부여잡았다.
미증유의 기운이 그의 목을 졸라왔기 때문.
“너희가 착각하는 게 있는데.”
소피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탑은 나와 대장로가 일군 집단이다. 너희가 있든 없든, 마탑엔 아무런 전력 손실이 없어. 장로라는 허명에 빠져서 인종차별이나 하고 있던 주제에, 진짜 너희가 뭐라도 된 줄 알았니?”
실제로 그랬다.
빅3만 봐도, 그 수장들이 전력의 전부 아니던가?
막말로 어셔 같은 놈 수백 명이 있어 봐야 주동훈 하나한테 안 될 거다.
“…….”
입술을 질끈 깨물며 저항하는 장로들을 바라보며, 소피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참았다.
말은 심하게 했지만, 저들이 지금껏 마탑을 위해 노력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기초가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초창기 온갖 행정적인 일들도 도맡아 했었으니.
하지만, 오늘은 도를 넘었다.
“마음 같아서는 사지를 비틀어버리고 싶지만, 지금까지의 공로를 봐서 곱게 보내줄 거야……. 그러니까.”
소피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마음 바뀌기 전에 꺼져라.”
할 말은 많다.
하지만, 말하기 싫었다.
잔소리나 훈수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소피아는 그냥 지금 눈앞의 머저리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덜컹!
문이 열림과 동시에, 기운이 풀어졌다.
“커, 커헉! 쿨럭, 쿨럭!”
“……크흐윽.”
마탑주의 축객령에.
장로들이 서로를 응시하며 눈치를 봤다.
어셔가 이를 악물었다.
억울했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상대는 평소에 눈도 못 마주치던 마탑주가 아니던가.
“……일단 가자.”
후다다닥!
세 장로가 쏜살같이 문밖으로 나섰다.
더 이상 그녀를 자극했다가는 정말 사지가 비틀어질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
“후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피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쩌다가 마탑이 이리되었는가.
저 장로들도 머리 아픈데, 대장로는 또 어떻던가.
제법 랭커의 혼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우고는 있지만, 결과는 그냥…….
‘쳐 발린 거잖아.’
주동훈…….
그 녀석에게 완전히 당해버렸다.
아니, 당했다는 말이 맞나?
대장로의 제안으로 먼저 도발한 것은 마탑이었고, 주동훈은 자신감 있게 받아주었을 뿐인데.
그저 같은 고양인 줄 알고 덤볐는데, 까놓고 보니 범이었던 꼴이다.
‘어떡할까.’
저 밖,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 곧 4경기가 시작될 때가 되었다는 소리.
솔직히 소피아도 놀라웠다.
도하랑과 에밀리의 에너지 볼트는 마력과의 친밀도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주동훈의 기초 마법은 기존의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었으니까.
사실.
그녀도 이렇게까지 질 줄은 몰랐다.
일단 마탑이 이기는 건 기본이요, 별천지가 잘 해봐야 비등비등하게 싸워서 서로 윈윈이 될 줄 알았는데.
완전히 망해버렸다.
‘문제는.’
이제 그녀도 모르겠다는 거다.
정말 그 유명한 최악의 마탑주, ‘엘로이즈 아린’을 자신이 이길 수 있을지.
여기서 만약 나가서 또 처참하게 진다면?
마탑은 전 세계인들 앞에서 치욕을 겪을 수밖에 없겠지.
‘그냥 나가지 마?’
아니, 아니지.
소피아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지는 것보다 더 최악이다.
100% 겁먹어서 튀었다는 말밖에 못 듣지 않겠는가.
이건 그냥.
이제 인정해야 한다.
‘주동훈은 강해.’
델라일라가 만날 노래를 부르면서 말하지 않았던가.
말도 안 되는 거물이 나타났다고.
소피아는 그 말뜻을 비로소 온몸으로 느꼈다.
‘그냥 싸우자.’
최선을 다해 싸우고.
결과는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만약 정말 나를 이길 수 있다면…….’
그건 랭킹 1위를 곧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이니까.
져도 미래 랭킹 1위한테 지는 거라면 덜 쪽팔리겠지.
‘뭔가.’
손수 밥상을 잘 차려놓은 다음에, 별천지에 떠먹여 주는 꼴 같긴 하지만…….
“아냐, 아니다!”
소피아가 고개를 털며 주먹을 꽉 쥐었다.
벌써부터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면 안 된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 아니던가?
‘방심하지 말고, 진심으로 상대하자. 후회 없이.’
- 자, 다들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이제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요! 이번 경기야말로 이번 경기의 초 하이라이트! 메인 이벤트 경기입니다아아아!
다시 들려오는 MC 스피릿의 멘트.
이제 마탑과 별천지 사이에 남은 경기는 단 하나였다.
* * *
그 시각.
“부길마님.”
권선지가 조용히 김진아를 불렀다.
“응?”
“……음, 집단 관련한 예언이 도착했는데, 확인하려면 기력이 소모돼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다른 것들과 달리 제법 기력 소모가 있는지라. 확인할까요?”
“어어…… 그래? 얼마나 소모되는데?”
“기존 잡다한 것들이 10이라면, 이번 건 100 정도요?”
지금껏 쌓인 권선지의 기력은 대략 1,000이 넘는다.
100 정도는 질러볼 만한 수치.
“그래? 한번 써보자.”
“옙.”
잠깐의 시간 후.
권선지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경기 관련해서 조직적으로 별천지를 음해할 예정인 자들이 있나 봐요……. 세 명.”
“뭣?!”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보던 김진아가 벌떡 일어나 두 눈을 부릅떴다.
감히.
뭘 음해해?
“어떤 개새끼들이?“
확.
반으로 접어버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