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36화
드미르의 역작 (5)
“먼저.”
스르릉!
청량한 소리와 함께 검이 뽑혔다.
깊고 투명한 검신이 드러나자.
“아아아…….”
“우와아아아…….”
관중들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저거 봐. 저게 검이야?”
“딱 봐도 용을 연상케 하는 게, 캬! 그냥 하나의 예술작품 같구먼?”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만져보고 싶다. 저 가죽 부분 봐, 엄청 부드러울 것 같지 않아?”
우아하면서도 강렬함을 품고 있는 검.
드미르의 손길을 타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디자인은 마치 검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아아아아……!”
관중들의 시선이 모두 검 하나에 집중되는 진귀한 광경!
자리를 뜨려던 이도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으며.
방금 도착한 사람들 역시 입을 떡 벌린 채, 검에 매료되어 버렸다.
이윽고.
내 입이 열렸다.
“뼈일이.”
삐걱!
그런 나의 앞으로.
아직 스켈레톤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던 뼈일이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이건 네 거다.”
삐그덕!
아무리 스켈레톤일지라도, 좋은 검을 마다할 검수는 없는 것일까?
처억!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 검을 받아 드는 뼈일이의 모습이 무언가 기뻐 보였다.
스릉! 후우웅!
검을 받아 쥔 뼈일이가 넣었다, 뺐다, 휘둘렀다를 반복했다.
녀석이 그러는 동안, 나는 검의 상태를 파악했다.
[아이템 : 파괴룡의 검]
[등급 : SSS]
[종류 : 검]
[설명 : ‘드미르’와 ‘주동훈’이 ‘비나사’를 주제로 하여 제작한 검입니다. 내부에 엄청난 파괴력을 담고 있습니다.]
[효과1 : 기력 1,000 증가.]
[효과2 : 힘 100 증가.]
[효과3 : 쿨타임 50% 감소.]
[효과4 : 스킬 위력 500% 증가.]
[효과5 : 무기와 맞닿는 순간, 자신보다 급 낮은 무기를 부숴 버립니다.]
“호오.”
어느덧 내 주변에 등장한 노인이 흥미로운 듯 눈을 치켜떴다.
“검파(劍破)라…….”
검파요?
“말 그대로다. 검을 충돌시켜 압력으로 폭파시키는 것. 우리 세계에서도 소수만 사용하던 꽤 고난도의 기술을, 이놈은 그냥 효과로 주나 보구나. 끌끌.”
노인이 혀를 차며, 웃었다.
물론, 이건 무기 전체를 다 부수는 거라, 칼을 부수는 검파(劍破)와는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사기 옵션이긴 했다.
요컨대, 뼈일이의 검과 내가 만들었던 광전사, 대웅이 형의 건틀릿이 부딪친다?
눈물겹지만, 대웅이 형의 건틀릿이 완전히 박살 나는 거다.
그의 거병신(巨兵神)의 주먹은 SS등급이니까.
아무리 극(極)에 달하면 무기가 필요 없다 말하지마는.
상대의 무기를 배제하고 싸울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득이었다.
이제 녀석과 검을 섞을 수 있는 존재는, 같은 수하들 아니면 신살(神殺) 등급을 쓰는 나뿐이지 않을까?
“다음.”
내가 묵묵히 다음 녀석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창이었다.
[아이템 : 파괴룡의 창]
[등급 : SSS]
[종류 : 창]
[설명 : ‘드미르’와 ‘주동훈’이 ‘비나사’를 주제로 하여 제작한 창입니다. 내부에 엄청난 파괴력을 담고 있습니다.]
[효과1 : 기력 1,000 증가.]
[효과2 : 힘 100 증가.]
[효과3 : 쿨타임 50% 감소.]
[효과4 : 스킬 위력 500% 증가.]
[효과5 : 기본 공격에 ‘태양열’을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주군……!”
파드득!
태양이가 기쁘다는 듯 날개를 퍼덕인 후, 창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팔을 떨쳤다.
화르르륵!
단 한 번의 휘두름만으로 화끈한 열기가 주변을 데우기 시작했다.
“흐읏!”
“뭐, 뭐야! 이 열기는……!”
“뜨거워! 마치 창에서 브레스가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
“후, 자연 사우나란 이런 걸까?”
사람들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단순한 휘두름에도 이 넓은 공간의 온도가 올라가는 거라면, 진짜 공격했을 때의 그 열기는 어떠할까?
“이게, 태양열의 힘이로군요…….”
태양이가 놀라운 눈으로 손아귀 위의 창을 바라봤다.
“과연, 놀랍습니다.”
세상에 이런 무기가 존재하다니.
딱 자신만을 위한 맞춤 무기.
이 창으로 ‘태양연격’(太陽連擊)을 쓰면, 위력이 수십 배 증폭될 것 같았다.
태양이가 본래 쓰던 ‘태양창을 생각하며 만든 창’(S급)은 이미 저 멀리에 박혀 있었다.
저건 어차피 태양이 전속 창이라, 앞으로 버려질 거다.
다른 무기의 재료로 쓰이겠지.
‘흐흐.’
창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좋아하는 태양이를 보는데.
왜 내 가슴이 뿌듯한 걸까?
이게 드미르가 평소 느끼던 기분인 걸까?
내가 성심껏 만든 무기를 가치 있게 쓸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감동이 들었다.
좋지?
그걸로 열심히 수련해서, 빨리 너도 성좌급으로 올라서거라.
“다음은.”
“예, 주인님!”
총총!
내 부름에.
엘드린이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폴짝폴짝 뛰어왔다.
와.
내가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선물 싫어하는 존재 없다고.
새로운 무기는 고고한 엘프 여왕마저 저런 표정을 짓게 만들 수 있는 걸까?
“여기, 받아라.”
내가 그녀에게 활을 내밀었다.
“이건 진짜 만드느라 고생했어. 파괴룡의 이빨을 길고 가늘게 뽑아내서 한 땀 한 땀 꼬았거든.”
검과 창이 투박했다면.
활은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이었다.
군중들의 시선을 끄는 유려한 곡선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광경이란…….
“아아.”
엘드린이 조심스레 활을 받아 들었다.
“적지 않은 세월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활은 단언컨대 처음 봐요. 하아아, 이제 ‘엘드린을 위하여’(S급)는 그만 놓아줘야겠네요.”
그래.
대장장이에게 감사 표시란, 노력에 대한 치하가 아니다.
바로 대장장이가 만든 무기에 대한 칭찬이다.
단지 활을 칭찬했을 뿐인데, 요 봐.
내 어깨가 위로 솟구치잖아?
[아이템 : 파괴룡의 활]
[등급 : SSS]
[종류 : 활]
[설명 : ‘드미르’와 ‘주동훈’이 ‘비나사’를 주제로 하여 제작한 활입니다. 내부에 엄청난 파괴력을 담고 있습니다.]
[효과1 : 기력 1,000 증가.]
[효과2 : 민첩 100 증가.]
[효과3 : 쿨타임 50% 감소.]
[효과4 : 스킬 위력 500% 증가.]
[효과5 : 시위를 당기면 ‘파괴룡의 화살’(SS급)이 무한정 생성됩니다.]
‘크.’
다른 효과도 사기였지만.
효과5가 정말 미쳤다.
세상 모든 궁수의 로망이 바로 무한 화살 아니던가!
끼이익!
고개를 끄덕인 엘드린이 천천히 시위를 당기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우웅!
빛무리와 함께, 화살 하나가 시위에 걸렸다.
입 벌린 파괴룡의 머리가 디테일하게 조각된 화살.
그 사이로 날카로운 화살촉이 떡 하니 튀어나와 있다.
“으음.”
엘드린이 콧소리를 내며, 그 화살 자체와 교감을 시작했다.
그녀가 뺨에 걸린 시위와 집중하는 표정에.
꿀꺽!
관중들은 술렁임을 멈추고, 그 모습에 빠져들었다.
아아, 활을 쏘는 엘프 여왕이라!
그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던가!
안 그래도 미(美)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의 진중한 모습에, 남녀 구분할 것 없이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 쏴봐.”
내 명령이 떨어지자.
성벽 외곽 빈 공간을 향해, 그녀가 시위를 놓았다.
쐐애애애액!
그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두쿵!
심장을 울리는 폭파음과 함께, 파괴적인 먼지구름이 중앙으로 몰렸다.
표적지의 모든 것을 증발시킨 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은 마치.
‘뉴클리어 브레스…….’
비나사 녀석의 비기를 연상시켰다.
물론, 소형…….
아니, 극소형이라 할 수 있는 뉴클리어 브레스였지만.
‘그래도.’
이건, 진짜 사기 아닌가?
저런 걸 무한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이잖아.
게다가 저기에, ‘월광낙하’(月光落下)를 가미하면……?
어후.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극소형 핵폭탄을 융단 폭격으로 떨어뜨리는 꼴이 될 테니까.
“……저게.”
“뭐야?”
“미친, 땅 있는 부분이 완전히 녹아내렸잖아……?”
“나 순간 소름 쫙 돋음. 여기 닭살 보여? 저런 건 맞는 순간 바로 저승길 직행이야.”
“스켈레톤 엠페러의 수하들은 뭔 하나 같이 다 하이퍼 랭커 같냐.”
사람들의 반응 역시 나와 비슷했다.
누군가는 입을 떡 벌렸고, 또 누군가는 굳은 표정으로 처참한 표적지의 광경을 응시했다.
엘드린도…….
앞으로 정말 엄청난 전력이 되어주겠구나.
“주인님, 이건……. 숲에서는 사용 못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잘 쓸게요!”
오냐.
“다음!”
내 목소리에 설렘이 가득 담겼다.
까면 깔수록, 놀라운 성능들이 내 눈을 즐겁게 했기에.
다음 녀석에게도 자연스럽게 기대감이란 게 생긴 탓이다.
“카덴.”
“예, 마스터!”
쿠웅!
녀석이 습관처럼 방패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꽤나 오랫동안 사용해 줬던 ‘베히모스의 뼈 방패’(S급)였다.
“그건 가져다 팔 거니까, 이따가 부길마한테 가져다주고. 받아라, 이거.”
“……예.”
카덴이 떨리는 목소리로 방패를 받아 들었다.
네모난 사각형 디자인에.
비나사의 흉포한 얼굴 장식이 조각된 방패는 외형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것만 같았다.
‘크.’
이거 만드느라 좀 빡세긴 했지.
물론 세부적인 건 내가 아닌 드미르가 다 했지만…….
[아이템 : 파괴룡의 방패]
[등급 : SSS]
[종류 : 방패]
[설명 : ‘드미르’와 ‘주동훈’이 ‘비나사’를 주제로 하여 제작한 방패입니다. 내부에 엄청난 파괴력을 담고 있습니다.]
[효과1 : 기력 1,000 증가.]
[효과2 : 체력 100 증가.]
[효과3 : 쿨타임 50% 감소.]
[효과4 : 스킬 위력 500% 증가.]
[효과5 : ‘즉발 파괴 면역’(SSS급) 효과를 10초 동안 얻습니다.]
‘즉발 파괴 면역?’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 있던 아린이 다가왔다.
“사용하는 즉시 모든 피해에 면역을 가지는 마법이에요. 쉽게 말하면 10초 동안 무적. 쿨타임은 아마 일주일 정도일 거예요.”
“헐.”
그 말은…….
다나에 이어 무적기가 또 생겼다는 말?
단언컨대 ‘무적’이란 모든 방어계열 스킬 중 최상위에 위치한 사기 스킬이다.
내가 속으로 와, 하며 감탄했지만.
아직, 아린의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저건……. 거기에 더해서 추가 효과가 있어요.”
“추가 효과?”
나와 카덴이 눈을 반짝였다.
“예, 만약 저 무적기를 타격한 스킬이 급이 낮을 경우에, 100% 손실 없이 반사까지 해요.”
“……반사.”
아.
정정한다.
‘무적’보다 더한 사기가 있다면, 그건 사실 ‘반사’다.
그건 무적에 더해서, 상대의 힘을 이용까지 할 수 있다는 거니까.
전투에 있어 선택지가 훨씬 많아지게 된다.
“듣기만 해도 대단한 무기로군요. 이걸로 마스터를 지킬 수 있다니……. 제게는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없을 겁니다.”
허허.
녀석.
진지한 표정으로 감동적인 말도 할 줄 알고.
스윽.
녀석이 뒤로 물러나자, 다음은 옆에 있던 아린이가.
저벅.
앞으로 이동해 양손을 당당하게 내밀었다.
“이제 제 차례죠, 교수님?”
“하하, 그래그래.”
내가 부드럽게 웃었다.
모든 수하가 도움이 되고 있지만, 지금껏 내 옆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수하를 말하자면 단언컨대 아린이 녀석이다.
정보의 보고이자, 성좌급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강한 성좌 후보로 올라선 존재.
“자, 네 거.”
내가 매끄럽게 빠진 용 머리 마법 지팡이를 내밀었다.
용의 이빨임에도 줄기처럼 자연스럽게 갈라진 모양과 그사이에 새겨진 복잡한 문양.
벌린 용의 입 사이로는 아름답게 공예된 미스릴 구슬이 달려 있었다.
마력을 좀 더 편하고 쉽게 모을 수 있게끔 설계된 지팡이였다.
[아이템 : 파괴룡의 지팡이]
[등급 : SSS]
[종류 : 지팡이]
[설명 : ‘드미르’와 ‘주동훈’이 ‘비나사’를 주제로 하여 제작한 지팡이입니다. 내부에 엄청난 파괴력을 담고 있습니다.]
[효과1 : 기력 3,000 증가.]
[효과2 : 마력 100 증가.]
[효과3 : 쿨타임 50% 감소.]
[효과4 : 스킬 위력 500% 증가.]
“헉?”
지팡이를 받아든 아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린의 것은 효과5가 없다.
대신 효과1이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
기력 3,000 증가.
다른 녀석들보다 3배 더 증가한 셈.
“제가 기력 통이 제일 간절했던 것을 어찌 아시고……!”
아린이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한계는 기력이다.
모든 고대 마법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기력의 최대치가 없어서 사용하지 못했다.
지구의 마탑주인 소피아와 비교했을 때도 저조한 기력이었었지.
하지만.
이 아이템으로 그녀의 고대 마법 사용 폭이 훨씬 더 방대해졌다.
“기뻐요, 정말. 진심이에요, 교수님.”
그래그래.
네가 기쁘다니, 나도 기쁘다.
자자, 아직도 절반이나 남았나?
“다음!”
다음은 우리 뼈육이, 드미르 차례!
씩.
내가 웃자.
“크하하핫!”
드미르가 호탕하게 웃으며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