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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338화 (338/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38화

이거 살짝 무서워지려 하는데

“…….”

기운을 갈무리한 후, 주동훈의 무기 수여식을 몰래 지켜보던 하세라.

그녀는 아직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주동훈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공동 퀘스트?

스승님이 말하는 목검?

그런 게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광경이었다.

‘뭐, 저런 아이템이…….’

하세라가 저도 모르게 자신 허리춤의 검을 바라봤다.

‘천마를 위한 천검’(SS급).

본래 자신이 쓰던 천검을 주동훈이 개량해 준 거다.

물론, 이 역시 아름다운 묵빛 검신을 자랑하는 자신의 애병(愛兵)이었지만.

“…….”

저 스켈레톤들에게 지급한 무기에 비하면, 몇 수…….

아니 몇백 수 밀리는 게 사실이었다.

그녀도 어쩔 수 없는 검수일까?

‘나도 주동훈 수하나 해……?’

순간,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어차피 천마신교야, 강소소의 바람으로 만들었던 거고.

자신은 원래 혼자가 편한 사람 아니던가.

게다가 그렇게 되면, 주동훈 곁에서 더 오래 지켜볼 수…….

“이런 미친.”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은 강소소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정신 차려, 이런 황당한 천마야.”

세상에.

천마가 누구 밑에 들어간다니.

어딜 가당키나 한 일인가?

강소소는 제자의 말도 안 되는 생각에 황당함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여튼.

‘……놀라워.’

하세라는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하나하나 인상 깊었던 무기들.

특히 저 뼈일이라는 자의 검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했다.

우아하면서도 강렬하고, 섬세하면서도 살아 있는…….

칼잡이라면 가지고 싶을 수밖에 없는 그런 검…….

“야, 야야야!”

옆에 있던 강소소가 기겁한 것은 그때였다.

쿠구구구구…….

어느덧, 살짝 진동하고 있는 땅.

검에 매료된 하세라가 순간 갈무리했던 기운을 밖으로 살짝 표출했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었다.

“정신 안 차리냐고, 인마! 이게 입마(入魔)를 꽁으로 땄나. 요즘 왜 이래?”

‘어?’

화들짝!

놀란 하세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그렇게 막강한 기세를 뿜어대면 어떡하냐! 그럴 거면 왜 몰래 들어왔어? 앙?”

뭐라 뭐라 혼내는 강소소 주변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이런…….

실수한 하세라가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저……. 여자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예쁘네, 연예인인가?”

술렁거리는 사람들.

그러던 순간, 한 사람이 외쳤다.

“연예인은 미친……! 멍청이들아! 하세라잖아, 하세라! 천마, 하세라!”

그제야.

사람들의 동공이 전부 확장되었다.

“하, 하세라?”

“그 세계 랭킹 2위 하세라? 마, 맞네!”

“우와……!”

“하세라가 무릉도원에 어쩐 일로?”

“사, 사인! 이건 사인받아야 해!”

무기 수여식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그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신선한 사건을 마주해야 했다.

하세라의 출현!

그것은 관중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일생일대 한 번 보기 힘든 게 하이퍼 랭커인데.

그런 하이퍼 랭커를 하루아침에 둘이나 본 것이다.

‘이런.’

하세라가 땀을 삐질 흘렸다.

몰래 지켜보다가 주동훈에겐 따로 인사할 예정이었는데.

결국, 행사를 방해해 버리고 만 걸까?

저벅.

한 걸음 뒷걸음질 친 그녀의 시선이 이내 주동훈에게 닿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역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에휴.’

결국, 하세라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 *

‘음.’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언제 들어온 거지?’

무릉도원은 허가받은 자만이 들어올 수 있다.

하세라같은 거물이 왔으면, 분명 김진아의 연락이 있었어야 할 터인데.

채팅창을 뒤져봐도 아무런 글씨가 없다.

그렇다는 건.

‘뚫린 건가?’

그렇다면 왜?

게다가 그냥 몰래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존재감을 숨기고 있었던 건 왜지?

내 행사를 방해할까 봐?

그 순간,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메시지.’

[공동 퀘스트 발생 조건을 달성합니다!]

무기를 만드느라, 드미르가 보지 못 하게 말렸던 것.

나는 그것을 다시 가져와 펼쳐봤다.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전용 공동 조건입니다!]

[‘고유 능력 : 천마’ 전용 공동 조건입니다!]

[조건 : ‘한’과 ‘한’의 만남!]

- ‘고금제일인’과 ‘천마’는 던전 ‘무림’의 세계를 공유합니다.

- 천마, 강소소가 매개체, ‘고금제일인’(SS급)을 인식합니다.

‘천마, 강소소……?’

그 순간.

나는 어떤 그림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천마, 하세라.

그녀도 나랑 비슷한 종자구나.

만술 어르신이 내 곁을 지키는 것처럼.

그녀 역시 조언을 주는 스승이 있구나.

그리고 그 스승의 한이…….

바로, 뼈일이의 전생과 연관이 있겠구나.

하는 거시적인 그림이 단박에 머릿속에 그려졌다.

[매개체 ‘고급제일인’(SS급)을 개방할 시, 함께 입장하게 됩니다.]

[주변에 천마가 없을 시, 매개체를 열 수 없습니다.]

“흠.”

이건 좀 신박하네.

하세라랑 같이 던전행이라니.

어쨌든.

당황해하는 하세라의 표정을 보니, 나에게 이렇다 할 적의는 없어 보였다.

만약 온 거라면, 이 퀘스트 때문에 왔다고 보면 되겠지.

“하세라 님! 팬입니다!”

“사인 좀 해주세요!”

“평소에는 폐관만 하시더니, 무릉도원에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스켈레톤 엠페러 님과는 무슨 사이신 겁니까!”

관중들에게 둘러싸여, 나에게 도움 요청을 보내는 그녀의 시선을 받으며.

픽.

실소를 흘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면 그만이지.

* * *

무릉도원 회의실.

“아하하하. 천마님?”

하세라와 나를 관중들에게서 빼낸 김진아가 커피를 타왔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오는 아메리카노가 굉장히 따스해 보인다.

“오시기 전에 연락 하나만 주셨으면 얼. 마. 나 좋았을까요? 그쵸?”

김진아가 대단한 게.

세계 랭킹 2위이자,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위인 하세라한테도 기가 죽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화사하게 웃으면서 딜을 박았다.

오오.

우리 김진아.

든든한데?

스르릉!

하세라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은 것은 그때였다.

움찔!

김진아가 화들짝 놀랐다.

“헐!”

그러고는 재빨리 내 등 뒤로 숨었다.

순간, 나는 김진아가 랭커인 줄 알았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도망치지?

[김진아 : 길마님, 길마님!]

[김진아 : 쟤, 왜 저래요?]

[김진아 : 왜 다짜고짜 칼을 뽑아?]

저기…….

뭐 하세요?

[김진아 : 헬프 미, 헬프 미!]

물론, 하세라가 검을 뽑은 이유는 우릴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검에 살기(殺氣)가 담겨 있지 않거든.

스슥, 스스슥!

- 미안해.

그녀가 검을 뽑은 이유.

그것은 단지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히죽 웃었다.

호가호위(狐假虎威)의 모습을 김진아에게서 보다니.

[스켈레톤 엠페러(Skeleton Emperor) : 저기……. 이제 제 옷은 그만 놓아 주시죠?]

등 뒤의 소매를 얼마나 꽉 잡고 있는지.

살이 뜯길 정도였다.

물론, 비랭커인 김진아의 손톱에 뜯길 일은 없겠지만.

[김진아 : 하하, 하하하.]

[김진아 : 이 연약한 부길마…….]

[김진아 : 길마님이 지켜주셔야죠!]

[김진아 : 참말로, 쟤는 뭔 사과를 저렇게 살벌하게 한다냐.]

김진아가 뻔뻔하게 채팅 치며, 내 등 뒤에서 여유로운 척 나왔다.

“뭐, 괜찮아요. 천마님.”

마치, 사과는 잘 받아주겠다는 표정으로.

“사람은 모두 실수하니까요. 중요한 건, 그것을 배우고 개선하는 거겠죠. 다음부터는 오기 전에 꼭 연락해 주세요.”

- 응, 고마워.

“그래서.”

김진아가 하세라를 흘깃 바라봤다.

“우리 무릉도원에는 어쩐 일로 오신 거죠?”

- 나는.

하세라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 솔직히 주동훈과 싸우고 싶었어.

“으으음?”

김진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계 랭킹 2위가 왜 갑자기 별천지의 수장과 싸우려 한단 말인가.

- 그냥, 궁금했거든.

- 근데 이제 필요 없어.

- 다 봤으니까.

스슷! 스스슷!

하세라가 유려하게 허공에 글씨를 새겼다.

얼마나 빠른지, 입으로 내뱉는 것보다 더 빠를 정도였다.

그나저나, 다 봤다는 건.

내 수하들의 본 능력을 봤다는 거겠지?

- 다만.

하세라가 내게 눈짓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공동 퀘스트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처음에 온 것은 호기심 때문일지라도.

이제는 같이 던전을 깨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녀가 없으면, 나는 매개체 자체를 열 수가 없다.

“부길마님?”

내 부름에.

“후후, 커피는 타 왔으니. 이제 저도 일 보러 나가야겠지요.”

김진아는 센스 있게 자리를 비켜줬다.

“두 분, 건전하고 즐거운 대화 나누십쇼.”

덜컹!

문을 닫고 나가는 그녀.

“…….”

“…….”

회의실에는 적막이 휩싸였다.

사실.

그녀가 싸우고 싶다 했을 때.

내 피도 조금은 끓었다.

다시 한번 말하는 거지만.

나는 랭킹 4위지만, 이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내게는 다음 ‘목적’이 있다.

바로 뼈일이를 각성시키는 것.

이걸 잊으면 안 된다.

이제 남은 것은 두 녀석.

뼈일이와 뼈십이를 전부 각성시켰을 때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게, 지금은 훨씬 더 중요하다.

“천마님.”

- 응.

“던전은 말 안 해도 같이 가실 것 같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각오하셔야 할 거예요. 매개체라, 엄청 어렵거든요.”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이번 유이사 각성 때는, 자칫하다가 영영 정령계 깊은 곳에 갇힐 뻔했다.

- 알아, 각오하고 있어.

하세라가 검으로 내 허리춤의 목검을 가리켰다.

- 저거.

- 우리 스승의 목표.

- 저 목검 쓰는 애. 엄청나게 센 놈이래.

스승이라면.

그때 메시지에서 봤었던 천마 강소소?

“센 놈이라면…….”

허.

목검 쓰는 애라면, 뼈일이일 텐데.

왜 내 가슴이 뿌듯해지는 걸까?

우리 뼈일이가 천마 스승한테 인정받았다 이 말이야!

“얼마나 센 놈이죠?”

- 스승이 말했어.

- 단 한 수.

“……?”

- 단 한 수만에 죽었대.

- 참고로 우리 스승은 나보다 세.

하세라보다 센 스승을.

단 한 수만에 죽일 수 있는 게.

우리 뼈일이라고?

“…….”

잠깐.

이건 기분 좋은 정도가 아니라.

살짝 무서워지는데?

과연.

이번 난이도는 얼마나 빡세려나?

* * *

일단, 하세라와는 약속을 잡았다.

원래 바로 갈까도 생각해 봤는데, 각자의 사유로 조금 미뤘다.

나는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정리가 안 된 상태였고.

하세라 역시 천마신교에 말도 하지 않고 나왔단다.

그래서 잡은 게 바로.

한 달 후.

무릉도원에서 만나 출발할 것.

그전까지는 각자 대비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길마님, 길마님!”

하세라가 떠나자, 김진아가 곧바로 달라붙었다.

“뭐예요? 천마가 왜 온 거래요? 지금 사람들 난리에요. 그 엉덩이 무거운 천마가 무릉도원까지 나타났다고. 무슨 사이냐고. 혹시 몰래 교제하는 거냐고. 기레기들도 난리 치고 있고. 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단 말이에요.”

“으음.”

역시.

유명하면 이게 문제다.

그냥 간단한 대화를 나눈 게 단데.

온갖 찌라시들이 폭주하고 소문이 와전된다.

“그냥, 던전 관련된 거예요.”

“아, 던전…….”

스릅.

김진아가 입맛을 다셨다.

무언가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표정.

거기에 눈이 좁아져 있는 게, 무언가 의심의 눈초리도 섞인 것 같았다.

‘에휴.’

그래도 대충은 말해줘야겠지.

“좀 빡센 던전이 있거든요. 같이 가기로 했어요. 그게 끝.”

“그으래요?”

눈을 좁힌 김진아가 옆을 바라봤다.

어?

그러고 보니, 그녀 옆에는 꼭 붙어 다니는 둘이 있었다.

권선지와 권탐지 자매.

그중 탐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이라는 뜻.

‘뭐야.’

지금 부길마.

날 의심한 거야?

“아하핫! 진짜였군요?! 에이, 뭐야. 난 또……!”

“예……. 딱 한 달 뒤, 떠날 거긴 한데…….”

난 또?

뭐?

무슨 생각을 한 건데?

“알겠습니다! 이 충실한 부길마! 정확하고 확실하게 대처하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세요!”

“저기요, 부길마님?”

총! 총! 총!

그녀가 내 말을 애써 무시한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무언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뭐야? 왜 저러는 거야?’

내가 잠깐 고개를 갸웃했지만.

사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제 무기를 만들어 전력을 완전히 보충했으니, 테스트를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아린이에게 부탁했던 것.

위험한 고대 생물, 아포피스를 만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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