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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340화 (340/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40화

아포피스 (2)

“…….”

아포피스를 소환한 장본인.

엘로이즈 아린은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그녀가 서고를 통해 읽은 아포피스족의 기록은 이러했다.

- 어둠의 그림자 속에서 태어난 끔찍한 뱀.

- 생명체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공포를 끌어올려, 상대에게 악랄한 비극을 선사하고 종국에는 그 영혼까지 삼켜 버리는 존재.

- 대다수 성좌마저도 꺼리는 존재.

그렇기에.

그녀는 교수님을 믿었어도, 어느 정도 고전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게 맞으니까.

상식적이니까.

‘……아아, 내가 교수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구나.’

아린이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행성 자체를 삼킬 것처럼 현현한 아포피스가.

- 키엑, 키에에에에엑!

저렇게 괴상한 소리를 내며 처맞고 있었다.

교수님에게.

그리고 교수님을 따르는 스켈레톤과 정령 군단에 의해.

- 끼에에에에엑!

살벌함으로 번들거렸던 안면은 백지장보다 더 하얗게 질려 있었고.

흑요석 빛을 자랑하던 비늘은 곳곳이 푸르뎅뎅하게 변해 있었다.

아아.

저게 진짜 그 공포의 아포피스가 맞단 말인가?

아린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대단하네.’

특히 새로운 전력으로 추가된 정령왕들의 힘은 가히 놀라울 정도로 강력했다.

정령들 역시 스켈레톤과 비슷하다.

당해봐야, 정령계로 역소환 되는 것 뿐이기에.

공격에 망설임이 없으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었다.

끄덕.

아린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고는 머릿속에 새겼다.

‘유이사, 성좌급 중 상위권.’

콰가가가가가가!

허공에 뛰어올라, 뱀을 향해 유려하게 창을 떨치고.

화르르륵!

검을 휘두르며, 발을 찬 후, 거리가 벌어지면 활을 쏘고 표창을 던지는 교수님.

아린은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

‘많이 발전하셨구나.’

세월이란 느리면서도 빠르다.

자신의 ‘한’을 풀어줬을 때만 해도, 성좌급은 아니었던 교수님이.

이젠 성좌급 중 상위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저 아포피스를 요리한다.

투웅!

아린이 파괴룡의 지팡이를 바닥에 튕겼다.

‘나도 도와야겠지.’

자신 또한 교수님의 전력 중 일부 아니겠는가?

화르르륵!

아린의 지팡이에서 시퍼런 불이 피어올랐다.

[‘헬 파이어’(SSS급)가 작동합니다.]

세상 모든 것을 태워 버린다는 지옥의 겁화.

일개 인간이 사용할 수 없지만, 이제 그녀는 기력이 허용하는 내에서 고대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다.

‘비록 아직 성좌급은 아니지만.’

힐끗.

아린이 유이사를 바라봤다.

‘밀릴 수 없지.’

교수님의 최대 전력은 저 여자가 아닌, 자신이 되어야만 했다.

화르르르르륵!

세상을 뒤덮는 지옥의 불꽃을 보며.

- 키엑?

아포피스의 붉은 동공이 동네 뒷산만 해졌다.

공포의 뱀에게 새로운 공포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 * *

“부길마님!”

“부길마님, 떴어요!”

무릉도원 회의실에서.

푹신한 고급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진아가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엉?’

그녀의 시야엔.

비밀 조직 스틱스(Styx)의 핵심 멤버, 권자매가 보였다.

“저, 떴어요! 떴다고요!”

신나서 외치는 권선지의 모습에, 김진아는 차분히 자세를 고쳐 잡았다.

떴다.

그 단어가 권선지의 입에서 나왔다는 말은.

중요한 예언 거리가 생겼다는 말이다.

“후.”

김진아는 심호흡하며 설렘을 가라앉혔다.

권선지가 호들갑 떨 정도의 예언이면 보통 일이 아닐 것이기에.

아직 확실한 건 하나도 없지만,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은 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압도적인 정보의 격차.

그것을 이용해 무언갈 대비할 수 있고, 막대한 수익을 취할 수도 있다.

“몇 기력 짜리 예언이야?”

“1년 치예요.”

“뭐?!”

김진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를 채용한 이후, 가장 큰 스케일의 예언이었기 때문.

심지어 별천지와 마탑의 경기 결과를 다 맞히는 예언도 6개월 치뿐이었는데.

그 두 배라고?

“이리 앉아 봐. 문단속하고.”

“예.”

덜컥!

문을 닫아 잠근 권선지가 회의실 소파에 앉았다.

회의실은 아린의 특수 마법으로.

확실한 방음이 되는 곳이다.

정보가 생명이고 곧 돈인데.

혹시 누군가 들을 건덕지가 있으면 다 차단해야겠지.

“……지금 바로 해볼까요?”

“선지야.”

“예?”

“네 심정은 어떤데?”

“……으음, 해야 할 것만 같아요.”

권선지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꿀꺽.

옆에 있던 권탐지도 긴장감에 침을 꼴딱 삼켰다.

“네 느낌이 그렇다면……. 지르자.”

비록, 이번에 기력을 쓰면.

비슷한 예언을 할 때 또 1년 치의 기력을 모아야겠지만.

더 좋은 예언을 하자고 한평생 쌓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옙, 부길마님.”

다소곳이 앉은 권선지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우우웅!

그 순간.

신묘한 기운이 권선지의 몸을 감싸기 시작함과 동시에.

번뜩!

그녀의 눈동자에서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하늘빛, 분홍색, 녹색 등등.

수십 가지 색깔이 번갈아 가며 빛나기 시작했고, 마치 오로라를 보는 것과 같은 기운이 그녀의 몸 주변을 핑핑 돌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아.”

권선지의 입에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 큰일이에요.”

“큰일?”

김진아가 깍지를 끼며 물었다.

무슨 큰일이지?

괜스레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것 같은 느낌에 그녀가 재촉했다.

“뭔데.”

“향후, 1년.”

권선지가 말을 이었다.

“1년 안에 지구에 큰 위기가 들이닥쳐요. 아아, 말도 안 되는 위기예요.”

“큰 위기?”

“예, 대비해야 해요. 총 다섯 집단……. 으윽!”

순간 관자놀이가 욱신거린 지, 오른 손바닥으로 이마를 감싸는 그녀.

“별천지, 마왕군, 천마신교, 마탑, 세계 협회.”

“……뭐?”

김진아의 물음에 권선지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다섯 집단에서 힘을 길러야 해요. 경고해야 해요. 우,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위기에요. 세계 모든 하이 랭커들이 모여도……. 으으읏!”

말이 끝나자마자, 힘겨웠던 권선지의 안면근육이 추욱 풀어졌다.

다양하게 빛나던 눈동자의 색이 빛이 바랬으며.

힘이 풀린 듯, 풀썩! 소파에 등을 기대려 했다.

“어, 언니!”

당황한 권탐지가 급히 그녀를 지탱하려 했지만.

“…….”

이미 의식을 잃은 권선지가 동생의 품속으로 천천히 쓰러졌다.

가쁜 호흡과 거칠게 피어오르는 기운의 잔해.

방금까지의 예언으로 상당한 기력을 소모함에 따른 부작용이었다.

질겅.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김진아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예언이지?

* * *

“흐아아압!”

내가 기합을 내질렀다.

화르륵!

신살(神殺) 무기를 검으로 바꾼 내가 아포피스의 몸을 타고 도약했다.

동시에 온 힘을 다해 내려그었다.

서거거걱!

네가 성좌급이라면, 이 검은 신살(神殺)급이다.

토룡급 반탄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냥 뚫릴 수밖에 없을 거다.

- 키에에에에에엑!

역시나.

피막이 너덜너덜해지고, 피부가 손쉽게 갈려 버린다.

정령왕들이 반죽해 놓고, 아린이 헬파이어로 피부를 물렁물렁하게 만들어 놓았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 키에엑, 키에에에엑!

아포피스의 피부가 숭겅숭겅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후두두둑!

조각나 떨어진 피부는 바닥으로 떨어져,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좋네.’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녀석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용에 근접한 성좌급이라길래, 내심 긴장했는데.

뭐, 별거 없잖아?

솔직히 모르겠다.

얘가 약한 건지.

내가 세진 건지.

서걱! 서거거걱!

내가 계속해서 녀석을 도륙할 동안에도.

나의 충실한 수하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쿠과가가가가가!

화르르륵! 퍼어엉! 콰아앙!

아포피스가 몸부림치든, 비명을 내지르든, 발광하든.

신경 쓰지 않고 공격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 꾸에에에에에엑!

녀석이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더니, 균형을 잃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타나는 메시지.

[‘아포피스’(SSS급)를 처리합니다.]

아아.

몸에 전율이 일었다.

처음이지 않던가.

내 온전한……. 오직 나만의 힘으로 성좌급 몬스터를 처리하다니.

그것도 그냥 처리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압도’했다.

“주군.”

펄럭!

태양이가 옆에서 검은 날개를 펄럭였다.

“응?”

“가끔 주군을 보면…….”

파괴룡의 창을 늘어뜨린 태양이가 질린 표정을 했다.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내가 사람이 아니면 뭐냐?”

“……용을 상대로 이렇게 여유롭게 싸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사람인 겁니까?”

“실없는 소린.”

픽.

내가 실소했다.

태양이 녀석.

많이 컸네.

이젠 아부도 할 줄 알고.

“이젠 모르겠습니다, 주군.”

“뭘?”

“제 전성기의 모습으로 주군을 맞이하여도, 주군을 이길 수 있을지 말입니다.”

태양창은 절대자다.

그것도 한 세계의 절대자.

고대 사막 제국을 건설했던 전사이자 황제가 날 개인 무력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는 건.

‘그런가.’

아포피스가 약한 게 아니라.

진짜 내가 세진 거구나.

후웅!

내가 가볍게 손을 떨쳐 몸을 풀었다.

성좌급을 잡았는데도, 힘이 남아 있었다.

기력도 충만했고, 수하들 역시 별다른 피로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 마리……. 아니, 두 마리 더 잡아봐?’

라는 발칙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김진아 : 길마님, 길마님!]

[김진아 : 어디세요?]

[김진아 : 긴히 할 말이 있어요!]

부길마의 연락이 닿았다.

* * *

김진아의 호출로 메인 도시에 복귀한 나는.

“흐음.”

깍지낀 손으로 턱을 괸 채, 침음을 흘렸다.

“권선지 씨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

“예.”

지구에 닥쳐올 엄청난 위기.

그리고 다섯 단체의 성장 요구.

“결국, 델라일라의 말이 맞았네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랭커들을 초대했던 델라일라가 했던 말.

묘인 세계에 닥친 알 수 없는 재앙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

비록 그 당시엔 정보를 바깥에 풀지 않기로 했다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향후 1년이라니…….’

생각보다 위기가 빨리 찾아온 것이다.

“다른 단체에 알려야 하나요?”

“알려야죠.”

이런 정보는 숨겨봐야 득 될 게 없다.

지구는 우리의 터전.

함께 지켜야 할 공간인데, 그걸 숨겨서 우리가 무슨 이득을 취하랴.

“다만, 어떻게 알리냐는 거죠. 선지의 존재는 우리만의 비밀인데.”

맞다.

말하는 건 좋은데.

그 말을 누군가가 보증해 줘야 한다.

길가는 사람 붙잡고, 곧 지구 종말이 오니 대비하라! 말하면 누가 믿겠는가.

그리고.

그 말에 신뢰성을 부여하려면.

“해당 다섯 단체에 제 이름을 걸고 말해주세요.”

내 이름을 팔아야 한다.

부끄럽지만.

세계 랭킹 4위이자, 최단기간 하이퍼 랭커를 단 나를 안 믿으면, 이 판에서 누굴 믿어?

솔직히 까놓고.

자칭 헌터 전문가라고 자리 잡은 놈들 전부를 데려다 놔도 아린이 하나 못 이기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전 세계인이 다 안다.

“지구 종말이 머지않았다고. 모두 준비하라고. 이 스켈레톤 엠페러가 보증한다고.”

종말(終末).

좀 충격적으로 말해야.

사람들이 대비 좀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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