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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345화 (345/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45화

몸조심해요

“부길마님!”

“응?”

“저기에요, 저기 오고 있어요!”

도시 성벽 위.

권탐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 지평선 끝에서.

저벅, 저벅.

별천지 멤버들과 주동훈의 수하들이 일렬로 걸어오고 있었다.

“와.”

그 모습을 본 김진아가 입을 벌렸다.

감탄스러웠다.

아무런 기세 없이.

단지 등장하고 있을 뿐인데, 저렇게 멋있을 수가 있는 거였어?

마치 만화 같잖아……!

‘엄청 빡셌다지?’

김진아는 멀리서도 수련 과정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아포피스, 지옥, 배고파, 아파, 살려줘, 제발 이제 그만…….

등등…….

[‘채팅창’ 이름 - 별천지]

[인원수(23/50)]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떠드는데.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그들이 지옥으로부터 복귀하는 거다.

기어 나오는 거다.

“그래, 준비는 끝났지?”

“예.”

김진아 옆 권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신 대로 정애 할머니 특식이랑 맥주 세트 쫙 깔아놨어요.”

집단의 발전을 위해 미친 듯이 훈련한 멤버들.

김진아는 그들의 여포를 풀어주기 위해 축제를 준비했다.

길마야 훈련을 시키는 당사자라 바쁘니.

부길마가 이런 부분이라도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암.’

세상에 나 같은 부길마 없지.

“흐아아암.”

김진아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간만에 맥주나 옴팡지게 마셔야겠다. 콜?”

“좋아요.”

“예!”

권 자매가 즉각 대답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맥주가 바로 부길마와 함께 마시는 맥주였다.

왜냐고?

엄청 시원하고 맛깔나게 마시거든.

* * *

“크하하하핫!”

장대웅이 식탁 위에 발을 올린 채, 얼음 맥주를 들어 올렸다.

그런 그들 옆에는 깔끔하게 씻은 멤버들이 당당하게 앉아 있었다.

“마셔라! 오늘만큼은 마셔도 좋다!”

“좋습니다!”

“우와아아아아!”

길마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랭킹에 있는 자.

장대웅이 포문을 열자.

우걱우걱.

멤버들이 힘찬 포효와 함께, 입에 음식물을 무작정 넣어댔다.

파바바밧!

음식이 이리저리 튀었고, 산처럼 쌓여 있던 것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어이구, 이놈들이 왜 이래? 천천히들 먹으래이!”

얼마나 심했는지, 양정애 할머니마저 당황할 정도였다.

“으허허헝. 맛있어.”

“난 한 달 동안 머릿속에 이것만 떠올렸다고.”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콜라! 콜라! 콜라!”

그들의 모습은.

지난 한 달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아포피스.

그로 인해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 좋으면 뜯을 수 있는 게 육포 한 조각이었다.

그뿐이랴?

아포피스 발톱과 꼬리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잘못 얻어맞으면 치료하느라 무언갈 먹을 수조차 없었다.

이빨이 떨어지고, 갈비가 부러졌는데, 음식이 목구멍에 넘어갔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모든 치료가 완성됐다.

몸도 개운하게 씻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눈앞에 음식이 있다.

그것도 요리 실력만으로 랭커에 올라선 양정애의 음식이다.

어찌 참을 수 있으랴?

“허허.”

그런 그들의 모습을 약존(藥尊) 지도익이 웃으며 쳐다봤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길래, 이렇게 아귀들이 되었나.”

심지어.

그 얌전했던 기소율마저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넣는 모습은.

‘음.’

지도익이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그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

‘난 안 가서 다행이다.’

이 기분은 뭐랄까.

마치 다 가는 혹한기 훈련에 운 좋게 빠지게 된 계원 같은 느낌인가?

끌끌.

무언가 혀끝에 느껴지는 달달한 꿀맛에 속으로 웃고 있을 찰나.

“어르신?”

“흐억?”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지도익이 화들짝 놀랐다.

“……음? 왜 이렇게 놀라십니까?”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별천지의 길마이자.

요새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사내.

스켈레톤 엠페러, 주동훈.

“하하, 아냐. 아닐세. 사람이 뭐 이리 기척이 없나. 기척이, 하하하.”

“아, 그림자를 밟는 게 습관이 돼서요.”

길마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간, 진전은 좀 있으셨습니까?”

“허허, 열심히는 하고 있네만…….”

사실 말이 그랬지.

지도익은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영약을 연구했다.

잠도 자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말이겠지만.

‘아마 4시간도 채 자지 못했을걸?’

지도익은 주동훈이 놓고 간 재료.

‘아포피스의 내단’(SSS급)을 어떻게든 영약에 녹여보려 노력했었다.

“아무래도 재료가 좀 더 필요할 것 같네.”

하지만 그게 쉽게 되면, 어디 SSS급이라 불렸을까?

“잘라낸 다음에 이것저것 조합해 보고 있는데, 내 등급이 낮아서 그런가, 자꾸 실패가 뜨더라고.”

지도익의 등급은 SS.

SSS급 재료를 만지기엔 아직 수준이 낮았다.

“재료 말입니까?”

빙긋 웃은 길마가 품에서 보따리를 하나 꺼냈다.

무언가 공포스러운 기운이 스멀스멀 나오는 보따리.

그러고는.

“재료가 부족하면 언제든 말하세요.”

후두두둑!

보따리에 쌓인 것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지도익은 그 광경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동물의 내단으로 보이는 게, 무려 수십 개.

“이, 이게 다 뭔가……! 서, 설마?”

아포피스의 내단?

에이, 말도 안 되지.

아포피스의 내단을 얻으려면 ‘아포피스’(SSS급)라는 성좌급 몬스터를 잡아야 할 거다.

뭐, 한두 마리 정도 잡은 건 이해할 수 있다.

길마야 뭐.

지수룡을 잡은 주역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50개가 넘는다는 건.’

50마리 이상을 잡았다는 말?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아이템 복제 버그 같은 게 있을 리 없을 테니까.

“예, 다 아포피스의 내단입니다. 총 53개네요.”

“……허허.”

이건 그냥.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저기 독기에 찬 눈빛으로 우걱우걱 먹고 있는 멤버들이.

한 달 동안 아포피스를 53마리나 잡았다는 건가?

‘어쩐지.’

무언가 기세가 달라져 있긴 했다.

랭킹 변동은 없었지만.

이번 해가 지나고 다시 「세계 랭커 발표식」을 한다면, 천지개벽할 것 같은 느낌?

“어르신.”

“마, 말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당분간 영약에만 집중해 주세요.”

“허허, 그래야지. 꼭 그리하겠네.”

“혹여 재료가 부족하면 아린한테 말하면 되고요.”

“기다리게.”

꾸욱.

지도익이 주먹을 쥐었다.

다들 노력하는데, 자신만 성과를 내지 못할 수는 없는 노릇.

“반년.”

그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반년 안에 어떻게든 성과를 내보겠네.”

* * *

저벅.

음식과 맥주를 살짝 즐긴 나는 멤버들을 놔두고 밖으로 나왔다.

“흐응, 벌써 가시게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내가 귀를 쫑긋 세웠다.

고개를 돌리자.

편안한 차림으로 정원 울타리에 걸터앉아 맥주를 홀짝이는 김진아가 보인다.

“왜 안에서 안 먹고……?”

“왜겠어요?”

김진아가 마치 새끼 맹수처럼 눈을 좁힌다.

“……왠데요?”

“떠나시려는 거, 맞죠?”

벌컥!

김진아가 맥주를 마저 원샷 하더니 캔을 짜그락 뭉갰다.

“한 달 후, 하세라랑 여기서 만나기로 했잖아요. 그리고 방금, 저한테 연락 왔네요. 방금 천마가 무릉도원에 입장했다고.”

“…….”

역시, 부길마.

정보력과 눈치는 알아줘야 한다.

맞다.

음식을 먹던 내 태청심법에 하세라의 기운이 잡혔고.

때가 온 것을 직감해서 나가던 찰나였다.

“가기 전에 메시지 남기려 했어요.”

“흥, 퍽이나.”

“진짠데.”

어깨를 으쓱하며 답하자, 김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번엔 또, 언제 올 건데요? 이번에도 모르죠?”

“그으…… 렇죠?”

“1년 안에는 무조건 오셔야 해요.”

맞지.

권선지가 위기를 예언했으니까.

“음, 뭐.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후, 이번엔 하세라 씨랑 같이 가는 건가요?”

“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픽! 하고 웃은 김진아가 맥주 캔을 하나 더 딴다.

도대체 저 맥주는 어디서 계속 나오는 거야?

꼴깍꼴깍!

시원해 보이는 맥주를 10초 만에 한 캔 싹 비워 버린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길마님, 그거 아세요?”

“…….”

“길마님 덕에 저는 벌써 꿈을 다 이뤘어요.”

김진아의 꿈?

문득, 과거에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동훈 씨가 발돋움하려는 그 드미르 공방 있잖아요? 저랑 같이 키워요! 제가 기업, 아니, 길드 그 이상으로 만들어드릴게요!

공방을 대형 길드로 키워내겠다는 선언.

- 적어도 미국의 마왕군(魔王君)이나 영국의 옥스퍼드(Oxford), 우리나라의 천마신교(天魔神敎)……. 저는 그들과 동급인, 아니, 그들을 넘어서는 최고의 집단을 만들고 싶어요.

아아, 맞네.

마탑은 이미 아린이 선에서 재꼈고.

마왕군이랑 천마신교는 지금까지 애매했다면.

오늘부로는 확실히 넘었다 할 수 있을 거다.

멤버들이 나 없이 본인들만의 힘으로 아포피스를 잡았을 때부터, 이미 별천지는 내 기준 최고의 집단이었다.

“그러니까.”

딸깍!

김진아가 다시 캔을 땄다.

……뭐야.

맥주 전용 아공간 가방이라도 산 거야?

“몸조심하셔야 해요, 길마님.”

상당한 여운이 있는 말이다.

내가 죽으면, 이뤘던 본인의 꿈이 무너져서일까?

아니면, 무언가 불길함이라도 느낀 걸까?

‘아니.’

내가 고개를 저었다.

어린 나이지만, 그래도 경험이 좀 쌓여서 그런지.

김진아의 눈빛에 담긴 진심이 느껴진다.

그것은 나에 대한 온전한 걱정.

“예.”

그래서 웃었다.

“언제나처럼.”

그리고 약속했다.

“더 강해져서 돌아올게요.”

* * *

‘음.’

무릉도원에 입장한 하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흐음?”

옆에 있던 강소소도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 여긴. 분위기가 좀 많이 바뀐 거 같다?”

‘…….’

하세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체적인 기운.

그래.

기운에 잡히는 별천지 랭커들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분명 저번에 왔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마치 모두가 한 꺼풀 벗어내고 각성이라도 한 느낌?

‘대단하네.’

그 짧은 시간에.

성장이라도 이뤄냈단 말인가?

그녀도 한 달 동안 수하들을 가르치고 왔다.

교도들에게 장로들의 무술을 알려줬고.

장로들에게는 파천아수라(破天阿修羅)를 전수했다.

그 덕에.

천마신교 역시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는데.

‘달빛 아래 반딧불이였군.’

역시.

그 남자.

주동훈에게는 무언가가 있었다.

괜히 자신이 궁금해하는 게 아니었다.

그의 빠른 성장 속도.

말도 안 되는 잠재력.

별천지 멤버들의 성장에도 분명 그가 개입했겠지.

게다가, 이젠.

‘…….’

힐끔.

하세라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승, 이계의 천마(天魔) 강소소를 바라봤다.

이제는 오히려 그녀가 더 궁금해한다.

그 목검.

목검을 본 이후로.

스승과 제자는 관심사를 공유했다.

- 그놈의 한 달은 언제 지나가는 거냐?

- 으아아아아! 빌어먹을, 무슨 하루가 일 년 같구나!

오히려 강소소가 주동훈과의 만남을 더욱 기다렸으니, 말 다 했지.

그리고 이제.

마침내 때가 왔다.

스슷!

“오셨습니까?”

하세라 앞에 그림자처럼 등장한 사내.

주동훈을 바라보며 하세라가 빙긋 미소 지었다.

스릉!

그리고 검을 빼 휘둘렀다.

- 응,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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