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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347화 (347/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47화

만술 vs 천마 (2)

인간의 무공으로 성좌의 자리까지 올랐던 자.

이계의 절대자, 천마(SSS급) 강소소.

그녀가 먼지 속에서 눈을 부릅떴다.

‘진짜 뭐 하는 늙탱이지?’

강소소는 놀랐다.

아무리 실체화된 육체의 감각을 오랜만에 느낀다고 할지라도.

‘제법 고강하다.’

복부에 박힌 통증이 말해줬다.

눈앞의 백발노인, 그자가 절대 평범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방심?

그건 절대 아니었다.

탈마(脫魔)에 근접한 그녀의 경지를 봤을 때.

백번 양보해 방심했다 해도 복부를 건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녀는 천마니까.

약자에겐 옷깃조차 허용하지 않는 신교의 지존이니까.

“그래.”

강소소가 다시 칼을 들었다.

“네놈이 저 주동훈인가 뭔가 하는 놈의 스승인가 보구나?”

흥미로웠다.

그리웠던 몸을 되찾은 것도 재미있었고.

그 목검 새끼와 만난 데다가, 또 다른 강자까지 나타나다니.

게다가 아까 뭐랬지?

- 끌끌, 자신감 하나는 충만하구나. 그딴 실력으로 입을 놀리다니.

“뭐?”

강소소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반복해 울렸다.

“그딴 실력?”

무림에서.

감히 본좌에게 그런 저급한 표현을 썼던 자가 있던가?

“크큭, 크큭큭.”

웃겼다.

정말로 재밌어서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뭘 그렇게 웃느냐?”

노인이었다.

“혹시 아까 맞은 곳이 배가 아니라 머리였느냐? 아니면 혹시 뇌가 배에 달린 게냐? 쯧쯧, 복부 한 대 맞고 실성한 사람은 또 처음 보는군.”

노인의 신랄한 말장난에 강소소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 한 대 친 것은 좋다.

제법 강한 놈이니, 멋모르고 선빵을 날릴 수 있다고 치면 되니까.

근데 감히.

천마 앞에서 입을 턴 죄는 치러야 할 터.

“이런 방자한 노인네를 보았나. 감히 내 앞에서 입을 놀려?”

“오호, 웃었다가 이제는 정색하네?”

노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꼬리를 싹 말아 올렸다.

“진짜 미친 게 틀림없나 보구나. 실력도 허섭찌끄래기 수준인데 미치기까지 했으니, 쯧쯧.”

노인이 귀를 후볐다.

이는 너 따위를 상대하는 데 여유가 충만하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며, 상대에 대한 명백한 무시의 표현이기도 했다.

으드득!

강소소가 이를 갈았다.

“아무래도 목검 새끼를 잡아 족치기 전에, 네놈부터 족쳐야겠구나.”

“음, 그 실력으로 말이냐?”

“생긴 건 정파 나부랭이처럼 생겨서, 말하는 꼬락서니가 꼭 사짜 냄새가 나는 노친네로구나.”

“걸걸이가 뇌도 걸걸한가 보구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건, 어느 세상에나 통용되는 이치일진대. 쯧쯧, 부모가 잘못 가르친 게지.”

“흥, 부모 따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 역시.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아아, 그럼 이해가 간다, 걸걸아.”

“…….”

이 새끼 뭐지?

강소소의 얼굴이 순간 멍해졌다.

자신이 부모가 없는 건 맞는데, 왜 그게 이렇게 기분이 나쁘게 들린단 말인가.

생전 처음 겪어보는 패드립에 강소소는 무언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구나.”

스릉!

검을 늘어뜨린 강소소가 자세를 낮췄다.

픽.

그 모습을 보던 노인이 웃었다.

“아직도 안 덤비고 뭐 하느냐? 이미 선공을 맞아 놓고 이빨을 터는 건, 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 아, 맞겠구나. 원래 겁많은 개가 목청도 크거든.”

“닥쳐라! 이놈!”

결국, 말발로는 안 된다는 걸 느낀 강소소가 먼저 검을 출수했다.

더 논쟁이 있었다간, 주화입마에 들어설 수도 있을 터.

그냥 싸우는 게 충격이 덜 할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이것부터 받아보거라!”

천마신공(天魔神功).

파천수라검(破天修羅劍).

혈화만개(血花滿開).

꽃 모양의 붉은 검기를 방출시켜, 폭파시키는 파천수라검의 기본 초식!

수십 개의 꽃봉오리가 정신없이 세상을 뒤덮었다.

어떤 것이 허초이고, 어떤 것이 진짜일지 모를 봉우리들이 어뢰처럼 퍼졌다.

“호오, 제법 신기하구나.”

만술 노인은 일말의 주저 없이 응수했다.

“하지만, 그뿐.”

후우웅!

노인이 간단하게 검을 휘젓자.

스릇! 스르릇!

퍼져 있던 꽃봉오리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조잡하면서도 쓸모없다.”

놀랍게도, 노인의 간단한 동작 하나에.

그 많은 봉오리가 제대로 피어보기도 전에 져버린 것이다.

“힘을 한곳에다 집중시켜도 모자랄 판에, 무슨 그딴 말도 안 되는 허초를 쓰는 게냐?”

“…….”

강소소가 미간을 좁혔다.

‘침착하자.’

아마 저 노인네는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말빨도 하나의 술(術)이랍시고 익혔을지도 모르는 존재다.

하지만, 역시.

“……이……!”

강소소는 끓어오르는 분기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입을 찢어주마!”

콰가가가!

이번엔 허초 따위 다 집어치웠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파천수라검(破天修羅劍).

단천(斷天).

변화와 잔재주를 모두 배제한 묵직한 검.

하늘을 베어버린다는 기술, 단천(斷天)이 펼쳐졌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세라가 입을 슬쩍 벌렸다.

단천이 무엇이던가.

파천수라검(破天修羅劍)의 마지막 초식이자, 아직 자신도 완성하지 못한 진정한 심검(心劍)의 초입부 아니던가!

‘그걸 저렇게 간단히?’

하세라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고난도의 기술을 가볍게 펼치는 강소소의 경지도 놀라웠지만.

까아앙!

그걸 또 가볍게 막아내는 노인은 또 뭐란 말인가.

‘저게 주동훈의 스승…….’

하세라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왜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저 노인의 존재가 설명해 준다.

저런 고강한 스승이 곁에 있는데, 어찌 강해지지 않을 수 있으랴.

“흐아아압!”

거리를 벌린 강소소가 재차 검을 휘둘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파천수라검(破天修羅劍).

마룡파천(魔龍破天).

쾌속하고 강맹한 동양의 용이 출수된다.

콰가가가가가가가!

방어하든, 반격하든 그냥 집어삼키겠다는 기세로 쇄도했다.

하지만.

까아앙!

이번에도 노인의 검은 강소소의 공격을 막아냈다.

다만, 아까 단천의 효과 때문인지.

저벅.

한 걸음 물러서 막았다.

‘좋아!’

속으로 쾌재를 부른 강소소가 신나서 검을 몰아치려 할 때였다.

끼이익!

쐐애애애액!

‘음?’

뺨 끝으로 날아오는 날카로운 무언가.

‘화살?’

눈을 휘둥그레 뜨자, 어느덧 노인이 검 대신 활을 들고 있다.

‘뭐야, 또 저건.’

무림과는 다른.

처음 보는 전투 방식에, 강소소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 *

쿠과가가가!

콰앙! 콰아아앙!

두 절대자의 싸움은 시간이 지나도록 지속됐다.

노인은 상황에 맞추어 무기를 바꿔가며 싸웠고, 강소소는 오직 검만으로 천마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음.”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백무흔이라 불리는 존재, 뼈일이.

그의 표정은 마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스르릉!

- 미안.

하세라가 검을 뽑아 작은 글자를 만들어냈다.

“…….”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떠올렸다.

데자뷰(Dejavu).

분명 처음 겪어보는 일인데, 왠지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아!’

내가 속으로 손뼉을 쳤다.

이거.

심판창이랑 비슷한 상황이구나?

그의 스승이었던 창왕(槍王)이 그랬었지.

제자는 가만히 있는데, 스승이 나대는 상황.

“후.”

내가 짧게 호흡을 내뱉었다.

묵묵한 표정으로 둘의 전투를 지켜보는 하세라.

‘하긴.’

그녀는 얼마나 답답할까?

저 스승도 나름 고유 능력일 텐데, 자기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으니.

분명 많이 답답할 거다.

‘흠.’

던전에서 상황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보자.

* * *

콰가가가!

쿠과가가강!

둘의 싸움은 꽤 비등비등하게 느껴졌으나.

전투가 지속될수록 양상은 달라졌다.

나도 알고, 하세라도 알고, 백무흔도 알았다.

‘어르신이 이겼네.’

이는 표정에서 드러난다.

우선 강소소의 입이 꾹 앙다물어져 있다.

입을 털지 못한다는 것은 여유가 없다는 것.

게다가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송 박혀 있고, 눈빛에도 당혹스러움이 보였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에는 완전히 상반되었다.

표정은 평온하다 못해 잔잔한 호수와도 같았고, 손속과 걸음에는 분명한 여유가 묻어났다.

“끌끌끌. 귀엽구나, 귀여워.”

게다가 입까지 터는 것을 보면……. 승기는 이미 기운 것 아닐까?

‘허.’

내가 속으로 감탄했다.

만술 어르신이 강한 건 알았지만.

그게 성좌급을 이길 정도일 줄 꿈에도 몰랐다.

나도 제법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르신을 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가슴 깊이 차오른다.

“보았느냐, 제자야?”

스릉!

노인이 이제 끝을 낼 작정인지 다시 검을 들었다.

“만술의 위대함이 여기서 드러나는 것이다.”

쿠과가가가!

그 순간, 어르신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만술의 훈련은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육체의 유무를 가리지 않지.”

줄기줄기 흘러나온 기운들이 강소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걸걸이도 대단하긴 했어. 꽤나 대단한 세계의 절대자였겠지. 끌끌, 아마 내 전성기 때보다 강했을걸?”

‘……정말입니까?’

하긴.

강소소는 성좌급이다.

그것도 성좌급 중 끝판왕이다.

노인의 과거를 떠올려 보면.

분명 지금의 노인은 예전과 달랐다.

훨씬 더 강했고, 훨씬 더 깊이가 있었다.

“하지만, 저 걸걸이는 죽은 이후에 수련을 못 했을 거다. 왜냐? 칼을 휘두를 손이 없으니까. 상상으로 할 수 있지 않으냐고? 천만에. 말이 쉽지, 막상 유령이 되어 보거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기에, 훈련도 의미가 없다.”

“…….”

“근데 만술은 다르다.”

맞지.

만술은 다르지.

굳이 검을 휘둘러 검술(劍術)을 익히는 게 아니다.

모든 술(術)이 연계된다.

낚시하면서도 검술을 익힐 수 있고, 수영하면서도 창술을 익힐 수 있다.

즉.

“그래, 환술(幻術)이나 바둑 등등 머리로 할 수 있는 술(術)을 딱 하나만 익혀놨다면, 그걸 연계로 모든 걸 수련할 수 있지. 육체가 없어도 말이다.”

솔직히.

유령이 되어보지 않았기에 모르겠다.

아무런 감각 없이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는 걸, 내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노인은 그것을 지금 증명했고 실체화했다.

분명히 노인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다.

‘성좌.’

아니, 그 이상으로.

비록 노인은.

내가 걸었던 길과 아예 다른 모양의 길을 걸었을 테지만, 그래도.

노인은 이번에 만술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해 낼 생각인 듯했다.

“그러니, 보여주마.”

우우웅!

노인이 검을 천천히 움직였다.

“이 스승이 발전시켜 온 만술을.”

동시에 움직였다.

만술(萬術).

비기(祕技).

파마(破魔).

“거기 걸걸이는.”

강소소에게도 친히 말해주었다.

“한번 막아 보거라. 막을 수 있다면 말이다, 끌끌.”

쿠과가가가가가!

파마.

마를 깨뜨리는 기운.

아마, 강소소에 맞추어 이번에 노인이 방금 창조해 낸 기술이 분명했다.

“끄읏.”

입가에 피를 줄줄 흘리며, 힘겹게 검을 올리는 강소소를 향해.

노인의 묵직한 검이 떨어져 내렸고.

이내.

쩌겅!

강소소의 검이 볼품없이 부서져 내렸다.

“아…….”

그녀의 입에서 허탈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승부가 완전히 갈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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