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53화
합동 훈련 (2)
합동 비무의 장.
다행히 장소는 충분했다.
동굴은 생각보다 더 거대했고.
약 10분 정도 이동하자, 나름 싸우기 적합한 공터가 나타났다.
여기라면 백무흔의 본신을 건드리지 않고 싸울 수 있을 터.
처억!
하세라가 차분히 심호흡하며, 기수식을 취했다.
팀은 오면서 정해뒀다.
주동훈과 하세라, 다나가 한 팀.
태양창, 엘드린, 카덴, 무각이 한 팀.
3:4였다.
성좌와 힐러가 있는 하세라팀이 좀 더 유리한 거 아니냐 물을 수 있겠지만.
“천마님.”
주동훈이 싱긋 웃었다.
“자비 없이 공격해도 좋아요. 쟤들 용뼈라, 튼튼해서 역소환시키기도 힘들뿐더러.”
동시에.
투웅!
지팡이를 한번 내려찍었다.
후두두둑!
뼈로 변해 바닥에 흩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엠페러의 수하들.
“혹여 역소환시킨다 해도, 다시 간단히 소환할 수 있으니까요.”
“…….”
꼴깍!
하세라가 침을 삼켰다.
주동훈.
그의 능력을 알면 알수록 기가 찬다.
그러니까.
힘들게 죽여봐야, 저렇게 한 방 치면 다시 살아난다는 말이지?
‘사기.’
아니.
저 정도면 사기 정도가 아니다.
너무 말이 안 되는 능력이라 부럽다는 생각마저도 사라질 수준이었다.
“너희도.”
주동훈이 수하들을 바라봤다.
“사정 봐줄 필요 없다. 어차피 웬만한 상처는 다나가 치료해 줄 테니까.”
“예, 치료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마스터시여.”
동굴 벽 근처에 자리 잡은 다나가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모은 채 천천히 기도를 올렸다.
이제 준비는 끝.
- 좋아, 바로 시작해?
하세라가 묻자.
“예.”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르륵! 창을 들었다.
하여튼.
자비 없이 100% 출력을 내도 될 상대가 생겼다는 것은 하세라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그동안은.
그녀도 제대로 된 상대가 없었기 때문.
타앗!
먼저 하세라가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진심을 다한 발걸음!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보법(天魔步法).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쾅! 쾅! 쾅! 콰아아앙!
산사태라도 일어난 듯한 굉음이 떠르르 공간을 울렸다.
그에 맞추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군!”
무기 효과로 ‘태양열’이 한가득 담긴, 태양창의 태양연격(太陽連擊)이 펼쳐졌다.
슝, 슝슝슝!
엘드린의 손에서.
하나하나가 소형 핵폭탄과 맞먹는 ‘파괴룡의 화살’(SS급)이 폭풍처럼 쏘아졌다.
보법을 펼치는 하세라의 앞에 카덴이 방패를 들이밀었고.
“크하하핫! 재밌겠군!”
퍼버버벅!
원거리에서 무각의 주먹질과 발길질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무슨…….’
하세라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분명 성좌급이 아닌 상대들인데, 어찌 이런 체계적이면서도 강한 힘을?
신공을 통해 전신 회로에 기력을 돌리는 중인데도, 쏟아지는 무각의 엄청난 거력이 그녀의 진로를 방해했다.
쾅! 콰앙! 쾅! 쾅!
맞으면 맞을수록 충격이 기하급수로 증가했다.
특히.
두쿵! 두쿠웅!
표적을 신경 쓰지 않고 주변을 맞추는 엘드린의 핵폭탄 공격은 그녀의 혼을 빠지게 했다.
‘이것도 사기……!’
나아가려면, 카덴의 방패를 뚫어야 한다.
그냥 피해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세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런.’
당황한 하세라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찰나.
“하압!”
화르륵!
주동훈이 눈짓과 함께 변형된 방패를 내세우며 그녀의 앞에 나섰다.
“제가 막을 테니, 공격하세요!”
콰가가가강!
그 빡셌던 공격들이 그의 방패에 전부 다 흡수된다.
동시에.
우우웅!
그녀의 몸속으로 따스한 기운이 흘러들어왔다.
다나의 힐링.
‘아아.’
하세라는 순간, 자신이 크게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동훈의 수하 중 아린이란 자는 마탑주를 단 한방에 이겼댔지.’
즉.
이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
아무리 자신이 성좌급이라 하더라도.
이들은 각자 자신의 세계에서 절대자였던 자들.
어떤 잠재력을 갖추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저 무기들.
하세라도 저 무기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봤다.
SSS급.
성좌급 무기 아니던가?
‘방심하지 말자.’
호흡을 멈추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하세라가.
토옥!
막고 있는 주동훈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 허공을 돌았다.
동시에.
후우웅!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파천수라검(破天修羅劍).
수라혈룡(修羅血龍).
쿠과가가가!
울부짖는 핏빛용이 하늘에서 바닥으로 내려찍혔다.
입마(入魔)의 경지에 든 천마의 신공이 그녀의 손에서 능숙하게 펼쳐진 것이다.
검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봐도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답고 정교한 검격!
“흐읍!”
“으으음.”
카덴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하세라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살짝 어설프더니.
과연 성좌급다운 기술 아니던가!
제법 힘을 썼는데도, 벌써 여섯 발자국이나 물러섰다.
팀원을 보호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뒤쪽에도 딜링이 들어간 것이다.
뻐득!
카덴이 이를 갈았다.
‘막아야 한다! 막아내야 한다!’
자신은 막는 기술로만 ‘성좌’, 즉 극(極)에 다다라야 한다.
이는 욕심이 아니다.
오직 마스터를 지키기 위한 마음이다.
카덴이 방패를 꽉 움켜잡았다.
“뚫어보시오! 성좌여!”
저 성좌.
그리고 마스터의 공격만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성좌로 가는 길 아닐까?
카덴이 이를 악물고 방패를 들이밀었다.
* * *
싸움은 계속해서 지속되었다.
서로 말없이.
심지어 호흡조차 없이.
각자 최선을 다해서 서로를 공격하고 막았다.
가끔가다.
“끌끌, 잘들 하고 있구만.”
쿨 끝난 만술 노인을 다시 재소환할 때면.
“쯧, 태양이. 넌 창의 무게를 더욱 느껴야 한다. 하나를 내지르더라도 땅에 뿌리내린 듯 굳게 서서 내질러야지.”
“음, 엘드린. 무차별 연사도 좋지만, 하나하나에 진심을 다하거라. 숲은 자연을 상징하지. 네 자신을 돌아보거라. 화살이 자연스러우더냐? 무기의 힘에 취해, 네 본질을 잊으면 안 된다.”
수하들을 향해 한마디씩 던지곤 했다.
대충 30분 정도?
각자에게 조언해 주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노인.
아마 수련하고 있는 강소소에게로 향하는 것 같았다.
그 외의 시간은 오직 싸움이었다.
이것은 내가 생각한 방식이다.
각자.
서로 느낄 때까지 무한 반복해서 부딪히는 것!
나 역시 만술(萬術)의 중급에 다다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적은 기술을 쓰더라도, 가지각색 술(術)의 묘리를 따르려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가 흘렀다.
한 달이 흐르고, 두 달이 흘렀다.
가끔은 빨리 지구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급함도 생겼지만.
잊었다.
억지로 잊었다.
내 목표는 수하들을 성좌로 만드는 것.
그리고 내 만술을 더욱 숙련화시키는 것.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어르신은.
나타날 때마다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는 격려를 하셨다.
무언가 동기 부여를 강하게 자극해주는 말들.
“끌끌, 좋구나. 노력은 몸을 배신하지 않는다.”
“뭐? 후배가 더 강해서 우울하다고? 아이고, 쯧쯧. 에라, 이놈아! 정신 차려라. 그건 강해질 자질이 없는 자들이 하는 징징거림이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라. 너희들이 움직이는 것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니다. 간절함을 가지거라. 뼈일이가 강하다고? 너희는 정말 뼈일이만큼 검을 휘둘렀다고 생각하나? 검신은 어렸을 적부터 검밖에 몰랐다지. 그저 더 치열하고 강한 세상에서 더 열심히 살았기에 강한 것뿐이다!”
나올 때마다 한마디씩 던지고 사라지는 어르신.
“흐아아아앗!”
그 말이 나올 때마다 자극받은 태양이가 창을 힘차게 휘둘렀다.
* * *
콰가가가가!
태양창이 하세라의 검격을 뿌리치며 하늘을 날았다.
‘그래, 나도 알아!’
검신이 강한 것.
검신이 더 노력한 것.
물론 태생적인 재능 차이도 있겠지만, 절대적 힘의 차이는 분명 노력에서 나온다.
그 역시 한때는 고대 사막 제국을 통솔했던 전사.
시야 없이 한 세계에 절대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비록 원망스러운 인간들을 말살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인정해.’
시야가 트인 후.
태양창도 세상을 바라봤다.
드넓은 우주에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는 걸 알았고.
사연 있는 존재들이 얼마든 있음을 느꼈다.
‘내가 약한 것은.’
단지 약해서일 뿐.
“흐아아아압!”
태양창이 괴성을 내지르며, 내달렸다.
천마라 불리는 하세라.
그녀의 검에 목이 잘린 것만 벌써 스무 번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만술 노인의 말처럼.
징징거릴 필요 없었다.
성좌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게 그만큼 가치 있는 위치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면, 누구나 달고 있었을 터.
쿠과가가가!
하세라.
그녀의 힘을 확실히 놀라웠다.
괜히 성좌가 아니라는 것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정교했다.
‘하지만, 나 역시 뜨겁다.’
지구에 존재하는 태양보다 더.
화르르륵!
태양창의 가슴 속에, 고대 사막의 태양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빠르지는 않지만, 일정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그 크기를 키워 나가고 있었다.
* * *
“후우.”
엘드린이 숨을 쉬었다.
그녀의 코끝에 숲의 향이 피어올랐다.
‘맞아.’
피잉! 피이잉!
시위를 당기던 손아귀에 힘이 빠졌다.
약하게 쏘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쏘는 거다.
‘나는 숲의 일족의 여왕이었던 자.’
그녀의 본질은 궁수가 아니다.
일족의 여왕으로서 숲을 수호하는 게, 그녀의 존재 의의였다.
그런데 왜 지금은 미친 듯이 시위만 당기고 있단 말인가?
강해지고 싶어서?
주인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아니, 발상을 전환해 보자.’
자신이 궁신(弓神)이 될 게 아니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녀가 봐왔던 성좌란, 무언가 하나에 있어 극(極)에 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
숲인가 활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숲.’
물론.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하이 엘프.
숲을 지키기 위해 활을 들었지, 활을 잘 쏘기 위해 숲에 들어가 산 게 아니다.
아아.
엘드린은 문득 깨달았다.
그러니까 안 되는 거였구나.
백날 활을 쏘아봤자, 극에 다다를 수 없었던 거구나.
“…….”
엘드린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숲을 떠올렸다.
비록, 이곳은 동굴이지만……. 할 수 있는 상상력을 모두 동원했다.
과거, 그녀가 다스렸던 숲의 일족의 세계.
그 푸릇하고도 깊은 숲을 선명하게 상상해 냈다.
‘아아.’
그 순간.
숲의 숨결이 그녀의 손끝에 닿았다.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아름드리나무.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모든 것을 포용하는 흙.
떨어지는 물.
그곳에서 피어난 식물.
그것을 뽑아먹는 초식 동물.
푸른 나뭇잎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숲에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봄에는 새싹이 돋았으며, 여름에는 무성한 나무와 풍성한 열매들이 숲을 가득 채웠다.
가을에는 그것들이 무르익었고, 겨울에는 눈과 서리가 숲을 덮어 조용한 고요함을 선사했다.
‘그래.’
그것이 엘드린의 본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활을 쏘는 게 아니라, 자연과 균형을 이루는 거였다.
조화를 이뤄내는 거였다.
쿠과가가가!
눈을 감은 엘드린이 바닥을 가볍게 박차며, 다가오는 하세라의 검격을 피해냈다.
바람에 몸을 맡긴 낙엽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처럼.
자연스럽게.
그러고는.
피잉! 피이잉!
부드럽기 시위를 당겼다 놓기 시작했다.
균형.
모든 것을 포용하는 숲이 그녀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쐐액! 쓩슝슝슝!
콰아아아앙!
무아지경으로 쏘아지는 화살.
엘드린의 가슴 속에서도 푸릇한 힘이 그 크기를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