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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0화 (1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화

"세 번째 단점, 소환학은 대 프리스트전에 취약하다."

이번만큼은 시몬도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프리스트 측과의 분쟁은 최근 학생들에게 있어 가장 민감한 이슈였고, 지금까지의 모든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한 장점을 어필했다.

그런데 아론은 정반대였다.

"제목을 이렇게 정하긴 했지만, 더 엄밀히 말하면 소환학은 현대전 자체에 적합하지 않다."

"......."

"소환학이 가장 활약할 수 있는 때는 '전면전'이다. 수만과 수만이 부딪히는 대규모 전투 때, 소환술사는 비로소 언데드를 소환할 수 있는 무한한 재료를 수급받게 된다. 하지만 휴전협정이 맺어진 현재의 전투는, 임무 중인 프리스트들과의 충돌하는 국지전의 양상을 띤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빠르고 깔끔하게 치고 빠질 수 있는 저주술사나 사령술사들이 유행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

다르게 말해, 본인의 전공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말하고 있으면서도 아론의 표정에는 감정의 고저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소환마법이 프리스트전에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많은 돈과 수고를 들여 만든 언데드 부대를, 프리스트가 외우는 신성주문 한 방에 와르르 부서진다고 생각해 봐라. 그냥 상성상 불리하다."

아론이 분필을 내려놓고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그 외에도 언급하지 못한 무수한 단점이 있지만, 판단은 너희들의 몫이다."

그때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주학 때 처음 발표했던 바로 그 학생이었다.

"제이미 빅토리아입니다! 소환학의 장점도 궁금합니다!"

"......."

다른 교수들은 이런 어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자가 기특하게 느껴졌겠지만, 아론은 아니었다.

"나는 아직 질문을 허락한 기억이 없다."

제이미는 온몸의 소름이 오소소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편하게 풀어져 있던 다른 학생들도 뒤늦게 정신 차리고 몸을 뻣뻣하게 세웠다.

차림이 형편없긴 했지만, 아론 또한 키젠의 교수 일을 하고 있는 일류 네크로맨서였다.

"죄, 죄송합니다!"

제이미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론도 교수인 이상, 제자의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있었다.

그가 쯧 하고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소환학의 강점은 물량. 혼자서 싸우는 것을 떠나서 소환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네크로맨서 단독으로도 다채로운 전술전개가 가능하다. 대답이 됐나?"

"예!"

아론이 팔짱을 꼈다.

"2학기에도 소환학을 들을지, 혹은 전공을 소환학으로 고를지는 너희들의 선택이다. 다만 이거 하나만큼은 명심해라."

아론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설렁설렁 수업을 진행하던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각오가 없으면 이 분야에 발도 들이지 마라."

아론은 다른 교수들과는 정말로 달랐다.

"질질 짜고, 불평하고, 자괴감에 빠지고, 결국 돈 문제니 뭐니 2학년이 넘어서 전과상담을 해달라는, 그딴 물렁한 마음가짐으로 이 학문을 전공할 생각을 하지 말란 소리다."

내뱉는 아론의 목소리에는 어떤 한마저 서려 있는 듯했다.

뒤에 서 있던 아론의 조교들도 조용히 한숨을 쉬고 있었다.

"특히 경쟁률이 낮다는 점을 보고, 생존을 위해 소환학 전공을 택하려는 놈이 있다면 내 손으로 직접 제적시켜 주겠다. 이상."

심지어 학생들을 향한 선전포고까지.

"......그럼 이제 수업을 시작하겠다."

다시 나른한 목소리로 돌아온 아론이 손짓하자, 조교들이 신속히 움직이며 학생들의 책상에 스켈레톤 세트를 놓았다.

시몬도 한숨 돌리고는 책상 위의 스켈레톤 세트를 보았다.

상자 안에 순서대로 담긴 뼛조각들. 자세히 보니 뼈에 번호도 쓰여 있었다.

"너희들이 받은 건 '아일랜드 랫맨'의 뼈다. 인간과 흡사한 뼈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보다 단순하고 저렴하지. 대부분의 소환학 초심자들은 이 녀석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소환학 조교가 칠판에 아일랜드 랫맨의 뼈의 구조와 번호가 상세하게 나와있는 종이를 붙였다.

"시작하겠다. 1번 두개골을 꺼내라."

시몬과 학생들은 긴장한 얼굴로 두개골을 들어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몇몇 여학생들은 징그러운 듯 눈을 살짝 찡그리기도 했지만, 딱 그 정도뿐. 키젠에 들어온 소녀들답게 손길에 망설임은 없었다.

"두개골은 미리 조립해 두었다. 아랫부분에 손을 넣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두개골 안쪽에는 마법진 교정틀이 있다. 다들 손을 넣어서 해당 마법진을 구축해라."

정말이었다. 첫 저주학 수업의 마법진 교정판과 흡사한 구조였는데, 이건 두개골에 직접 새겨져 있는 점이 달랐다.

시몬은 칠흑을 짜내서 마법진 교정틀에 흐르도록 했다.

'좋아.'

이제 교정구를 쓰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그리고 마법진이 완성되면......."

"꺄아아아악!"

"으악, 아아악!"

사방에서 학생들의 비명이 마구 터져 나왔다.

마법진을 완성하는 순간, 두개골이 갑자기 살아 움직이며 턱과 입천장을 부딪치고 따다닥 소리를 냈다.

두개골을 손에 들고 있다가 놀라서 던져 버리거나, 너무 놀라 의자에서 넘어져 버린 학생들이 속출했다. 옆자리의 딕조차도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마법진이 완성되면 언데드가 작동하니 놀라지 마라. 라고 말하려 했는데 조금 늦었군."

아론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몇몇 학생들이 원망 섞인 눈으로 그를 보았지만, 감히 항의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사이 시몬도 두개골의 마법진을 완성했다. 그러자 해골 머리가 살아 있는 것처럼 딱딱거리며 책상 위를 굴러다녔다.

"가만히 있어."

시몬은 책상에서 떨어지려는 머리를 붙잡아 책상에 놓았다. 그러자 정말로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언데드가 조용해졌다.

"......시몬. 너 이런 거 많이 다뤄봤어?"

옆자리의 딕은 언데드를 만지기도 싫은 듯 질색하고 있었다.

시몬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버지가 네크로맨서라서 집에 스켈레톤이 돌아다니는 경우도 많았다.

"익숙해져라. 너희는 네크로맨서다."

아론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희들이 방금 작동시킨 마법진으로 언데드는 완성된 거나 다름없다. 물론 몸이 없어서 움직이지는 못하지. 이제 너희들이 스켈레톤의 몸을 만들어줄 차례다."

아론은 칠판에 붙어 있는 아일랜드 랫맨의 뼈 구조 사진을 툭툭 두들겼다.

"네크로맨서라면 소환수가 될 생명체의 뼈 구조에 대해서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뼈는 206개지만, 아일랜드 랫맨은 53개니까 훨씬 쉽다. 우선 2번 목뼈를 찾아라."

학생들이 스켈레톤 세트를 뒤적거렸다. 시몬도 금방 '2번'이라고 적힌 뼈를 찾아냈다.

"이제 두개골에 2번 뼈를 연결해라."

시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붙이는 도구도 없고, 어떻게 연결하란 거지?

시몬은 긴가민가하며 두개골 아래에 2번 뼈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마치 자석의 인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손에 들려 있는 뼈가 부르르 떨리며 붙으려고 했다. 시몬이 손에 살짝 힘을 빼자, 뼈가 알아서 착! 소리를 내며 붙었다.

'오, 신기하네.'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다시 말하지만, 아까 마법진을 작동시킨 것으로 스켈레톤을 움직이는 마법 전체가 완성된 거다. 그리고 스켈레톤은 이전 몸의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아론이 다시 뼈 사진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음은 3번 뼈다."

두개골을 책상에 놓고, 번호에 맞는 뼈를 찾아서 차근차근 연결시켰다.

"같은 방식으로 11번까지 진행해라."

"돼, 됐다!"

"좋아!"

어느새 곳곳에서 즐거운 탄성이 흘렀다.

뼈를 찾아서 가져다 대는 것으로 자기들끼리 알아서 착착 붙어주었다. 목까지 완성된 시몬의 스켈레톤이 자축하듯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 보였다.

시몬은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다!'

인간의 뼈가 아니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불쾌감이나 어색함 따위는 사라졌다.

마치 설계도대로 움직이는 뼈 조형을 조립하는 기분이라 시몬은 온전히 수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

"흉추와 요추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라. 아일랜드 랫맨은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이고, 몸의 뒤를 지지하는 척추의 완성이 가장 중요하다."

"뼈의 조립 순서가 잘못되면 부드러운 움직임이 나오지 않는다. 삐걱거리면서 운동에 문제가 생기고, 중요한 순간에 고장 나기 일쑤다."

"이제 16번까지 한 번에 진행해라."

아론의 수업 초반 분위기 때문에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사실 소환학 수업은 누구나 호감을 느낄 정도로 재미있었다.

다들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서로의 완성품을 자랑하거나, 궁금한 걸 물어봤다. 아론도 그런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를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왔다. 53번까지 진행하도록. 진행이 막힌 학생은 손들어라."

"교수님! 여기 다리 조립이 잘 안 됩니다!"

"으앙, 교수님! 제 스켈레톤이 자꾸 도망가요!"

시몬은 어떤 시행착오도 없이 단 한 번에 스켈레톤 제작에 성공했다. 사람보다 약간 작은 키의 스켈레톤이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 서 있었다.

'......이게 내 칠흑으로 만든 스켈레톤.'

조금은 감격한 심정이 되어서 보고 있자, 스켈레톤이 고개를 갸웃했다.

시몬은 그 모습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야! 소환수 관리 안 하냐! 얘가 나 때리잖아!"

"내가 때리라고 시킨 건데?"

"꺅, 이거 봐! 춤도 추게 할 수 있어!"

"......이게 뭐라고 귀엽냐."

곳곳에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스켈레톤을 무사히 완성한 학생들은 자신의 소환수와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한편.

"시몬! 제발 내 스켈레톤 좀 봐줘!"

안 풀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옆자리의 딕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왜 이 녀석은 자꾸 다리를 자기 팔에 붙이냐고!"

딕의 스켈레톤은 오른팔 대신 오른 다리를 어깨에 붙이고는 그걸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고 있었다. 그 꼴을 본 다른 학생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음."

시몬은 진지한 눈으로 일족보행 스켈레톤을 살폈다.

"다리랑 팔의 부속을 혼동한 것 같아. 그래서 스켈레톤도 자기 다리를 팔로 아는 거지."

"그, 그래?"

"이것 봐. 21번 뼈는 팔이 아니라 다리뼈잖아."

"아, 그러네! 왜 이렇게 다 비슷하게 생긴 거야?"

소환학 수업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이제 그만. 오늘의 스켈레톤 조립은 여기까지다."

곳곳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교탁으로 돌아간 아론이 출석부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참가 수업을 진행하겠다. 호명하는 학생은 앞으로 나오도록."

빠지지 않는 시간, 드디어 올 게 왔다.

시몬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넘어갈 수 있지 않을.......

"시몬 폴렌티아. 앞으로."

그러나 특례 1번에게는 피할 수 없는 자리였다. 시몬은 체념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해, 시몬."

딕이 등을 팍 쳐주며 응원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헥토르 일행이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은......."

다들 아론의 시선을 피하는 가운데, 가장 앞자리에 앉은 메이린만은 고개를 쭉 빼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부담감을 제외한다면, 키젠 교수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자리는 황금과도 같았으니까.

그러나.

"헥토르 무어. 앞으로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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