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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5화 (1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5화

높은 경사를 오르내리는 산 중턱 달리기는 30분 넘게 이어졌다.

시몬과 A반 학생들이 정신없이 홍펭을 따라 달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 길이 끊겨 있었다.

앞을 향하고 있는 시몬의 시야에는 두 개의 절벽이 보였고, 그 사이로 계곡물이 쏴아아 흰 거품을 일으키며 흐르고 있었다.

"저 앞의 계곡은 칠흑을 이용해 도약해야 해요."

홍펭의 말에 몇몇 학생이 겁을 집어먹었다.

"저, 저길 뛰어넘으라고요?"

"괜찮아요. 약간의 요령만 있으면 돼요. 칠흑을 존바닥 위에 일으키는 것처럼, 이번에는 발바닥으로 뿜는 거예요."

그녀가 시범을 보이듯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녀의 발아래로 검은 연기가 펑! 소리를 내며 폭발하더니, 공중에서 이중, 삼중 도약까지 선보였다. 곳곳에서 감탄성이 튀어나왔다.

"공중 도약까지도 필요 없어요."

그녀가 덤블링을 하며 바닥에 내려와 말했다.

"디딤발을 딛는 찰나에, 발에 모은 칠흑을 분사하듯 뿜어내제요. 칠흑을 즈려밟고 뛰어오르는 감각이에요."

선두에 선 홍펭이 학생들을 제치고 달려나가 지면을 딛고 도약했다.

붕! 하는 소리와 함께 수 미터를 날아올랐다가 가뿐히 계곡을 넘어 반대편에 착지했다.

"오제요!"

그녀가 팔을 휘두르며 웃었다.

뒤따르는 학생들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계곡의 수심이 그리 깊지는 않았지만, 학기 초부터 계곡에 빠져 웃음거리가 되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좀 더 각오가 필요한 학생들은 슬그머니 속도를 늦췄고, 자신 있는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뛰어나왔다.

"흐랴아아아아!"

부우웅!

뛰었다.

그들 모두의 발밑에 살짝이지만 검은 연기가 흐르는 게 보였다.

다섯 중 세 명이 바닥에 멋지게 착지했고, 한 명은 바닥에 굴러떨어졌으며 도약력이 부족한 다른 한 명은 간신히 팔을 뻗어 절벽 끝을 붙잡았다.

"잘했져요!"

홍펭이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아 끌어주었다. 남학생은 머쓱하게 웃으며 언덕으로 올라왔다.

"칠흑을 방출하는 타이밍이 약간 늦었어요. 다음에는 더 빠르게 해 봐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뒤이어 다른 학생들도 지면을 딛고 뛰어올랐다. 키젠 입학생이라는 클래스가 어디 가는 게 아닌지, 스무 명이 모두 뛰어서 성공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시몬은 조금 초조해졌다.

'칠흑을 즈려밟는 감각, 칠흑을 즈려밟는 감각.......'

"너무 생각이 많아 보이는데? 시몬."

딕이 여유만만하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나 먼저 간다!"

그가 등을 보이며 달려갔다. 그러곤 바닥을 딛고 두 무릎을 가슴에 붙인 채 힘차게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와아아!"

여학생들의 환호에 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환호는 그를 향한 게 아니었다.

딕이 고개를 들자, 자신보다 1미터는 더 높은 위치에서 헥토르가 몸을 회전하고 있었다.

촤아아아악!

그러곤 두 발을 흙바닥에 붙이며 미끄러져 내렸다.

착지까지 완벽했다.

"잘했져요!"

홍펭이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헥토르도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 후, 깍듯하게 허리 숙인 인사로 마무리했다.

"나이스 헥토르!"

"역시!"

그러곤 먼저 건너와 있던 파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하여간 쟤는 정이 안 간다니까."

착지에 실패해 흙바닥에 얼굴을 묻은 딕이 중얼거렸다.

"오오오오!"

그때, 뒤에서 두 번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딕과 헥토르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무슨......!'

날았다.

시몬은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한 채 공중에 날아올라 있었다. 이내 허리가 꺾여지고 다리가 내려가며 그대로 뒤를 향한 자세로 바닥을 긁으며 내려왔다.

촤아아아아아악!

그의 몸이 딕과 헥토르를 지나서, 근처의 바위 앞에 딱 멈췄다.

"아주 잘했져요!"

홍펭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이 새끼가.......'

헥토르의 안면 근육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시몬은 홍펭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학생들에게로 돌아왔다.

어느새 나무에 등을 기대고 똥폼을 잡고 있던 딕이 손바닥을 세웠다. 시몬이 씩 웃으며 그의 손에 짝! 소리 나게 하이파이브했다.

'슬슬 특례 1번 다운 모습들을 보여주네.'

'마투 전공이었나?'

학생들이 시몬의 이야기를 하며 웅성거렸고, 헥토르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자! 다른 학쟁들도 뛰어요!"

이다음부터는 빠르게 빠르게 진행됐다.

처음에 망설였던 것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공했고, 반에서 딱 두 사람이 실패했다. 그래도 몰래 계곡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교들이 받아주어서 물에 빠지는 일은 면했다.

"으으음."

딕은 수첩을 펼치고 뭔가를 적어 내리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시몬이 물었다.

"뭐 하는 거야?"

"조별수업 영입 리스트. 다음 주부터 시작할 텐데 슬슬 준비해야지."

수첩에는 주목해야 하는 A반 학생들의 이름과 잘하는 과목, 성격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시몬이 보기에 딕은 다른 학생들과는 어딘가 달랐다.

보통은 수업 따라가느라 본인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찬데, 딕은 가만 보고 있으면 타인을 관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어때?"

"우리 반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 다 잘하기는 하는데."

수첩을 닫은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쟤는 뭔가 시원찮네. 보호기간 끝나면 금방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시몬은 딕이 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까 시몬 덕분에 하마 위에 올라탔던 그 여학생이 조교의 품에 안긴 채 올라오고 있었다.

"다 왔죠? 그럼 다음 지역으로 가요!"

학생들이 모두 올라오자, 홍펭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학생들도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따라 뛰었다.

'하하! 이게 뭐야.'

교실에만 있는 수업들과는 달랐다. 정말로 다이나믹한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분을 달려 숲을 빠져나오자, 탁 트인 언덕이 펼쳐졌다. 살짝 경사가 있어서 속도를 내기 용이했다.

모두가 홍펭을 따르는 그때.

두두두두두두!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상황이 똑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학생들을 데려다줬던 바로 그 하마 떼가 반대편에서 산비탈을 올라오고 있었다.

"어, 어어?"

"쟤들 이쪽으로 오는데요? 교, 교수님?!"

하지만, 어느새 홍펭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다른 조교들도 마찬가지.

학생들은 당황하며 걸음을 멈췄지만 다가오는 하마 떼는 속도를 낮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위험해!'

시몬도 걸음을 멈추고 눈에 힘을 주었다. 바로 정면에서 하마가 시몬을 들이받으러 달려오고 있었다.

'칠흑을 즈려밟는 감각!'

터엉!

시몬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그 아래로 하마 떼들이 흙먼지들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주위의 몇몇 다른 학생들도 시몬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떨어진다!'

시몬은 몸의 균형을 기울여 최대한 하마 떼들이 없는 쪽으로 착지했다.

내려오자마자 정신없이 바닥을 구르며 하마들을 피해 움직여야 했다.

"큭!"

다시 정면으로 두 마리.

몸을 일으킨 시몬이 바닥을 강하게 내디디며 간발의 차이로 뛰어올랐다.

'주, 죽을 뻔했다.'

죽음의 공포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몬은 식은땀을 흘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이것도 수업은 아니겠지? 이대로는 부상자가......!'

뒤를 돌아본 시몬의 눈이 커졌다. 틀림없이 난장판이 됐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탈진저주를 걸어 하마 떼들을 자신의 앞에서 무너뜨리게 해 벽을 쌓은 여학생.

흑마법으로 바닥을 파고 들어가 누워있는 남학생.

그 외에도 하마 위에 올라타 여유롭게 함성을 지르는 학생들과, 칠흑을 밧줄처럼 만들어 나무 위로 대피한 학생들이 보였다.

모두들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있었다.

"꺄하하하하!"

신디 비바체는 사령술로 하늘 위에 떠 있었다. 이제야 시몬은 깨달았다.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할 처지가 아니구나.'

정말로 괜한 걱정이었다. 그리고 시몬은 이런 학생들 1,000명과 경쟁해야만 했다.

"괜찮아 시몬?"

칠흑으로 장대를 만들어 올라가 있던 딕이 '웃차' 하는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너무 걱정 마. 저 하마들 모두 홍펭 교수님의 통제하에 있으니까. 쓰러진 학생들도 있었는데 하마들이 알아서 피해가더라."

"......어, 그런 거였어?"

홍펭이 마투뿐만 아니라 드루이드 혈통의 힘을 쓸 수 있다는 건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때 하늘에서 내려온 조교들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자, 자, 퍼질러 앉아 있을 시간 없어요! 일어나세요!"

"조금 있으면 하마들이 또 방향을 돌려 내려올 겁니다! 모두 일어나세요!"

하마라는 말을 들은 학생들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교가 아래를 손짓하며 말했다.

"교수님은 벌써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전력 질주가 시작되었다.

나무가 빽빽한 곳을 지나자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 있는 그림 같은 산 언덕이 드러났고, 그 언덕 아래의 평탄한 지형에 홍펭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장애물은 없습니다! 전속력으로 교수님께 갑시다!"

"와아아아!"

학생들이 환호성을 토해내며 꽃이 핀 언덕을 내려갔다. 시몬과 딕도 신이 나서 비탈길을 내달렸다.

반대편에서 부른 맞바람이 땀방울을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들판의 민들레 씨앗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나뭇잎들이 춤을 추듯 내려온다. 시몬은 알 수 없는 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언덕을 내려왔다.

"주고했어요! 이제 휴직!"

홍펭이 소리쳤다.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바닥에 주저앉았고, 조교들은 언제 준비했는지 드링크를 돌리고 있었다.

긴장이 풀리며 곳곳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흥분한 학생들은 아까 있었던 자신의 영웅담을 이야기하는 데 열을 올렸다.

"어? 저기 봐!"

"밥이다!"

휴식 중인 가운데 키젠의 하수인들이 밥차를 끌고 도착했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래는 주업 다 끝나고 먹어야 하는데, 학쟁들 체력 조모가 많을 것 같아 키젠에 연락해 뒀어요. 괜찮아요?"

"꺄아아!"

"최고예요, 교수님!"

이어지는 식사시간.

메뉴는 고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고단백 식단이었다.

키젠의 음식 맛이야 원래 유명했고, 양도 넉넉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콩고기까지.

다들 음식을 받아서 경치 좋은 풀밭에 앉아 산과 호수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겼다.

시몬과 딕도 나무 그늘아래에 자리 잡았다. 운동 후 먹는 야외 식사라 그런지 밥맛이 꿀맛이었다.

"크으, 진짜 이런 교수님이 없다니까."

어느새 딕도 다른 학생들처럼 마투학 수업의 매력에 빠진 듯 칭찬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기 수업시간을 써서 학생들 밥도 먹이다니, 그 깐깐한 키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시몬도 동의하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가 들은 거랑은 조금 다르네."

"뭐가?"

"홍펭 교수님은 사실 무척이나 키젠 교수다운 분이라고 들었거든."

딕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저 자연인에 청정수 그 자체인 홍펭 교수님이? 에이이, 그 정보 출처가 어딘진 모르겠지만 엉터리네. 엉터리."

시몬은 눈을 깜빡였다. 로레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였는데.

짝 짝.

홍펭이 손뼉을 치며 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학쟁들! 마무리하제요. 10분 후에 다지 출발할 거예요."

그 말에 조교들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10분 후에 출발합니다!"

"식사 마무리하고 준비하십시오!"

조교들이 돌아다니며 홍펭의 말을 전파했다. 한가롭게 풀어져 있던 학생들은 그제야 식판을 정리하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또 하는 거야?"

"이대로 쉬다가 하마 타고 돌아갈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다. 시몬은 조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부터가 진짜일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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