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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5화 (2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5화

결국 조 이름은 팀 세븐으로 정하고 서류를 제출했다.

조를 정한 학생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시몬은 A반의 다른 학생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시몬의 조가 7조. 즉, 현재까지 28명의 학생이 조를 만들었단 뜻이다. 남겨진 학생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살벌했다.

이제 개인으로 활동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고, 2~3명이 조를 이룬 상태에서 나머지 인원을 끌어모으는 형태로 전개됐다.

"그냥 우리랑 합치는 게 낫지 않아? 두 명, 두 명이니까......."

"너희는 맹독학만 두 명이잖아. 개똥조를 우리가 왜?"

"와, 쟤들은 진짜 심해. 칠흑, 칠흑, 칠흑 조합은 또 뭔데."

인맥이나 친한 사람들끼리 조를 만들면 이런 게 문제였다.

관심 분야나 지망 전공이 같아서 빨리 친해진 건데, 조별수업에서 같은 지망생들끼리 뭉치는 건 악효과였다.

<초급 흑마법> 수업은 무려 8개 과목을 평가한다.

조원 4명 모두가 지망 과목이 달라도 모자랄 판에, 중복되는 지망이 있으면 그만큼 손해였다. 아직도 조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문제였다.

"너희 조에서 딱 한 명만 구제해 줄게."

앞으로 나온 금발 여학생이 거만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녀는 세 명의 조원을 완성한 뒤였다.

"꺼져!"

"너희가 루시를 데려가지 않았다면 우린 벌써 4명이었어!"

다른 조원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는 그때, 한 여학생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조, 조장?"

"미안해, 애들아."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난 혈류학 지망이야. 안 겹치니까 괜찮지?"

"어서 와! 역시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조교쌤! 저희 등록할게요!"

무려 조를 직접 짠 조장이 이탈하며 다른 조에서 4명이 완성됐다.

남겨진 학생들은 분노와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잔인하네.'

이게 학생 보호기간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왜 천 명 중에 삼백 명만 살아남았는지, 시몬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남 걱정할 시간 없어, 시몬."

딕이 말했다.

"악착같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우리도 도태되는 거야. 그리고 키젠에서의 도태는 곧 작별이지."

"난 별로 불쌍하지도 않은데."

메이린이 손가락 끝을 더듬으며 후 하고 바람을 불었다.

"노력 부족, 준비 부족, 실력 부족이야. 키젠에 들어온 지 나흘이 지났는데 뭐 했대? 성적이 부족하면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조를 구할 수 있었을 거야."

딕과 메이린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결국 제인이 말한 30분이 다 지났다.

남겨진 인원은 여덟 명. 2명, 3명, 3명으로 반목하다가 결국 누구도 조를 완성하지 못했다.

"조를 못 정한 학생들은 앞으로 나오세요."

제인은 임의대로 두 개의 조를 만들었다.

15조 : 칠흑, 칠흑, 맹독, 마투.

16조 : 칠흑, 칠흑, 칠흑, 마투.

칠흑역학 지망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은 이유는, 필수과목이라서 다른 지망생들도 상대적으로 칠흑 성적이 높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칠흑역학 지망생들의 수요가 급락했고, 마지막까지 남겨지게 됐다.

강단으로 불려 온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고, 조를 정한 몇몇 학생들은 슬쩍슬쩍 비웃음을 흘렸다.

"와, 16조 3칠흑 실화냐?"

"푸훟. 다음 주 되자마자 안 보일 듯."

"저주 문제 하나라도 나오면 전멸이네요."

다른 학생들이 시시덕거리는 소리에 15조, 16조는 더욱 의기소침해져서 어깨를 웅크렸다.

조장도 임의대로 정한 제인이 그들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분한가요?"

학생들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은 작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스타트가 조금 어긋났다고 마지막까지 어긋나라는 법은 없습니다. 지금 이 분한 마음을 기억하고, 더 악착같이 노력하세요. 칠흑 지망이라도 다른 과목 공부를 분담해서 평균 이상까지 끌어올리세요. 그러면 빛이 보일 겁니다."

학생들이 악에 받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15조, 16조도 다시 자리로 들어가고, 제인이 앞으로 나왔다.

"그럼 먼저 중대발표부터 하겠습니다. 학생 보호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 첫 초급 흑마법 수업에 '조별 수행평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곳곳에서 숨죽인 탄성이 들렸다.

수행평가라면 성적에 직접 반영되는 시험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그럼 수행평가 내용을 설명하겠습니다."

그녀가 신호를 보내자 조교가 마나 투사기를 실행시켰다. 학생들의 앞으로 어떤 커다란 괴물의 사진이 빛으로 투사되어 나타났다.

"이건......!"

시몬도 알고 있는 몬스터였다.

사이클롭스(Cyclopes).

막강한 힘을 가진 외눈박이의 중형 몬스터. 대륙 서부 산맥에 주로 서식하며 산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괴물이었다.

"네, 다음 여러분의 상대는 바로 사이클롭스입니다."

학생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이거 너무 많이 뛰어넘고 가는 거 아닌가?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조원들과 함께 키젠 내 지하던전으로 들어가 힘을 합쳐 사이클롭스를 쓰러뜨려야 합니다."

그래도 조원들과 같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곳곳에서 안도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사이클롭스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학생은 단 한 명뿐입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세트 포지션에 서서 조원을 지원하거나 몬스터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흑마법으로 직접 공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웅성 웅성 웅성.

세트 포지션의 세 명은 공격 흑마법을 쓰지 못한다. 그렇다면 온전히 4:1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제인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탈진, 구속, 블라인드 등의 방해기술은 당연히 가능하며, 이로 인해 몬스터의 몸이 상처를 입는 정도의 공격 판정은 허용하겠습니다. 혈류학의 출혈, 맹독학의 중독도 허용됩니다. 당연히 소환물들의 공격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마투학의 스마이트나, 혈류학의 혈류화살 같은 네크로맨서가 '직접 시전하는 공격 마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기준은 오늘 수업이 끝나고 조교들이 배부하는 유인물을 받아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학생들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출전하는 조원은 키젠 안전요원의 참가 아래, 강력한 방어 흑마법을 두르고 들어갑니다. 채점기준은 사이클롭스의 사냥 성공 여부, 사냥 속도, 안정성, 조원들의 팀워크와 창의성, 그리고 사용되는 흑마법의 완성도입니다."

그녀가 조용해진 학생들을 한번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사이클롭스를 상대하려면 이번 일주일 동안 여러분의 역량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할 겁니다. 수업 하나하나 대충 흘려넘기지 말고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수행평가에 써먹으세요. 이상입니다. 질문 있나요?"

곳곳에서 무수한 손들이 솟아올랐다. 제인이 앞에 있는 학생부터 가리켰다.

"제이미 빅토리아입니다! 지, 진짜 저희가 실제 사이클롭스를 상대하는 건 아니겠죠? 키젠에서는 가상 전투 시뮬레이션 시스템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걸로......!"

"대륙 서부에서 막 잡아 온,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사이클롭스입니다."

제인이 냉정히 잘라 말했다.

"여러분은 수행평가를 받기 전에 생명 포기각서에 서명해야 할 겁니다."

그 말에 제이미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래도 포박을 위한 저주와 약물처리 때문에 자연에서 만나는 사이클롭스보단 약하겠네요. 다음 질문."

"스콧 스나이더입니다! 사이클롭스의 사냥 유무도 채점 대상이라고 하셨는데, 만약 못 잡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사냥 실패는 다른 평가 기준과는 별개로 최하점입니다. 실패한 조들이 더 있다면 그들과 채점요소로 경쟁해서 순위가 정해지겠군요."

강의실에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사냥 실패 판정이 떨어지는 경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출전 조원이 전투불능이 되는 경우. 둘째, 교수나 안전요원이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셋째. 여러분 중 한 명이라도 손을 들고 시험 포기를 선언하는 경우입니다. 다음 질문."

학생들이 연달아 손을 들며 질문을 쏟아냈고 그때마다 제인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사실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비슷비슷했기에, 다섯 개의 질문을 더 받을 즈음 올라왔던 손들이 모두 내려갔다.

"이번 주에 A반은 초급 흑마법 수업이 두 번 더 남은 거로 압니다. 첫 번째 수업에선 조별로 사이클롭스 사냥 전략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두 번째 수업에선 아까 제이미 학생이 말한 것처럼 사이클롭스와의 가상 전투를 통해 실전감각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있는 세 번째 시간이 실전입니다."

실전이란 단어에 강의실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인이 손목시계를 보았다.

"남은 시간 동안은 조원들끼리 사이클롭스 사냥 전략을 논의해 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우선은 출전 조원을 정하고, 다른 세 명의 서포트 조원들의 힘을 100% 끌어내는 방향으로 준비하길 바랍니다. 저는 여기 있을 테니 질문이 있다면 나오세요."

모든 말을 마친 제인이 털썩 의자에 앉았다. 조교들이 나서서 손뼉을 쳤다.

"자, 학생 여러분! 시작하세요!"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딕과 메이린도 눈을 빛내며 테이블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역시 제인 교수님이야. 보호기간 풀리자마자 몬스터랑 실전이라고? 개빡세."

딕이 말했다. 메이린도 눈을 반짝였다.

"난 너무 좋은데? 가슴이 막 뛰어! 이제야 좀 키젠에 온 느낌 나네."

주위를 한번 둘러본 시몬이 말했다.

"우리도 얼른 계획을 짜자. 혹시 직접 출전하고 싶은 사람 있어?"

메이린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바람에 옆에 앉은 딕이 얻어맞으며 악! 소리를 냈지만 그녀는 눈치채지도 못한 듯 눈을 빛내고 있었다.

"내가! 내가 할래!"

"자신 있어?"

"내가 여기서 제일 세잖아. 당연히 내가 하는 게 맞지."

딕이 뺨을 매만지며 메이린을 흘겨보았다.

"야, 야! 그렇게 단순하게 정할 문제가 아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내가 보기엔 이번 수행평가는 거의 마투학 밀어주기라고 보일 만큼 마투학 지망 애들을 보유한 팀이 유리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카미바레즈가 조용히 딕의 말에 동의했다.

"사이클롭스의 공격은 묵직해서 방어 흑마법으로 막는 건 힘들고 칠흑 소모가 커요. 회피가 최선이에요."

시몬은 슬쩍 고개를 돌려 다른 조들의 동향을 살폈다.

다른 조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듯, 조 구하기에 고전했던 마투학 지망생들이 자신만만하게 의견을 내는 모습이 보였다. 마투학 지망생을 보유한 조라면 대부분 그들을 출전조원으로 낼 것 같았다.

"아니, 내 생각은 좀 반대야."

메이린이 다시 차분한 얼굴로 돌아와 팔짱을 꼈다.

"잊었어? 사이클롭스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은 출전조원뿐이야. 지금 마투학 지망생들의 공격수단이 뭐가 있는데? 칠흑으로 강화한 주먹으로 마구잡이로 두들겨 패는 거? 그걸로 어떻게 두꺼운 가죽을 가진 사이클롭스를 잡으려고?"

"아......!"

"확실히 그런 문제가 있네."

카미바레즈와 시몬이 동의하자, 메이린이 훗 하고 웃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럼 메이린은 사이클롭스를 잡을 공격수단이 있는 거예요?"

"물론이지, 카미."

그녀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 위에 마법진이 그려지고, 그 위로 검은 불꽃이 이글거리며 올라왔다. 카미바레즈가 탄성을 흘렸다.

"칠흑원소 마법의 다크 플레어. 이 정도면 됐지?"

"대단해요! 이 마법을 벌써......!"

딕은 자꾸 잘난 척하는 메이린이 못마땅했지만, 다크 플레어는 인정이었다.

"그럼, 내 계획을 설명할게."

흑염을 꺼뜨린 메이린이 상체를 기울이며 말했다.

"내가 사이클롭스를 상대하면서 다크 플레어로 불태우겠어. 너희 세 명은 전부 저주로 가는 거야! 이그저스트 저주 스택을 계속 쌓아서 사이클롭스를 느리게 만들어주면, 내가 깔끔하게 잿더미로 만들 수 있어!"

딕이 팔짱을 끼며 혀를 찼다.

"그 계획대로라면 너야 빛나겠지만 우린 완전 나가린데? 정작 저주 담당인 네가 선발 출전이고, 우리는 네 뒤에서 저주만 기계처럼 쓰라고?"

"그럼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뭐 있는데? 말해봐."

딕은 바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지 말문이 막혔지만, 방향을 비틀어 공격했다.

"애초에 그 방법은 네가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피하면서 다크 플레어를 시전할 수 있다는 게 전제조건이잖아. 너 진짜 피할 수 있어?"

"못 피할 게 뭐 있는데?"

"보니까 체력도 젬병이드만. 마투학 시간에 런닝할 때 헥헥 대면서 제일 끝에서 따라오고, 계곡 뛰어넘는 것도 제대로 못 해서 홍펭 교수님이 도와주시고."

이번엔 메이린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 그건 그렇지만......! 아니지! 애초에 저주 담당인 너희가 내가 공격당할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당하면 너희들의 저주가 형편없는 거야!"

"애초에 우리는 저주가 특기가 아니라고!"

메이린과 딕이 으르렁거리자 중간에 낀 카미바레즈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휙휙 움직였다.

탕!

두 사람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려친 시몬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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