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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5화 (3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5화

다시 해골마를 타고 키젠으로 돌아오는 길, 로레인이 말했다.

"키젠에 협조해 줘서 고마워. 일단은 네 안전이 문제인데, 그 프리스트가 언제 어디서 네 목숨을 노릴지도 몰라. 당분간은 수업을 쉬면서......."

"아니."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평소처럼 지낼게."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아. 그 사람이 내 얼굴을 못 봤을 수 있고, 날 노린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단서가 남을 거야."

로레인의 붉은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웃기지 마. 네 목숨을 담보로 얻는 단서는 필요 없어."

"내 말 들어봐, 로레인. 내가 수업을 쉬거나 안 하던 행동을 보이면 프리스트는 역으로 내 정체를 확신하겠지. 내 주위에 키젠의 경비가 돌아다니는 꼴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상층부에 다 불었다는 걸 알게 될 거고, 자기가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도 깨달을 거야."

"그건 그렇지만!"

"광신도가 궁지에 몰렸을 때, 어떤 돌발 행동을 벌일지 예측할 수 있어?"

로레인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상대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끔찍한 죄악이라는 코어를 몸에 새기고 키젠에 들어올 정도로 충성심이 높다. 그리고 광신도들의 행동은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규모 인질극이나 자살테러는 이미 광신도들에 의해 숱하게 일어난 사건들이다.

만약 키젠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조직의 대외적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건 물론, 키젠의 지배체제에 의문을 표하던 사람들이 결합할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알았어."

고민 끝에 로레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네 자유를 구속하는 한이 있더라도 널 지킬 거야. 명심해. 모두의 안위를 위해 널 희생할 필요는 없어."

"명심할게."

물론 시몬은 전혀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고작 그런 일로 학교생활을 멈출 순 없지.'

수업에 못 들어가면 다른 학생들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

그러다 나중에 성적 부족이나 실력 부족으로 키젠에서 떠나야 하는 때가 오면?

키젠은 결코 개인의 사정을 신경 써줄 만큼 융통성 있는 기관이 아니었고, 손 놓고 있으면 본인만 손해였다.

이래나 저러나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다면, 과감하게 학교생활을 강행하는 편이 낫다는 게 시몬의 판단이었다. 아직도 이 학교에서는 배울 게 많았다.

그렇게 키젠에 도착한 두 사람은 헤어졌고, 시몬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기숙사로 돌아왔다.

* * *

다음 날 아침.

A반 학생들은 들뜬 얼굴로 건물 출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이다!"

"기대되네요."

오늘은 제인의 초급 흑마법 수업.

그중에서도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던 사이클롭스 시뮬레이션이 예정된 날이었다. 다들 교복 차림이 아니라 전용 훈련복을 입고 있었다.

"역시 제인 교수님이라니까."

딕이 코를 쓱 훑으며 말했다.

"원래 2학기는 돼야 시뮬레이션 맛이나 한번 본다는데. 보호 기간 풀리기도 전에 이걸 해보네."

"으으, 어제 한숨도 제대로 못 잤어요."

카미바레즈가 중얼거렸다. 메이린이 훗 하고 웃었다.

"벌써 이러면 곤란해, 그냥 가상 전투잖아?"

"자, 자, A반 여러분. 이제 조별로 서주세요!"

제인의 조교들이 학생들을 통제했다. 학생들은 줄을 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신식 건물인 듯 복도가 깨끗했다. 다들 시뮬레이션을 기대하며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시몬은 걸을 때마다 알 수 없는 감각에 털이 곤두서는 기분을 느꼈다.

"1조부터 8조까지는 이쪽."

"9조부터 16조까지는 이쪽입니다."

이어서 마법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자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와......!"

키젠의 가상 전투 시뮬레이션 시스템 '아발론.'

대륙에서 오로지 키젠만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으로, 어떤 몬스터든 마력 생명체로 재현해서 가상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환상과 환각의 요새 '할루키나'라는 고대 유적을 키젠으로 옮겨와 여러 개조를 거듭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반갑습니다. A반."

그리고 반대쪽 마법진 엘리베이터에서 제인과 조교들이 내려왔다.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시간 없으니 바로 설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녀다운 깔끔한 진행이었다.

제인이 손에 든 조작장치의 버튼을 누르자 천장의 마력 투사기가 작동하며 화면이 나타났다.

"1조부터 4조는 왼쪽, 5조부터 8조는 오른쪽에서 시뮬레이션을 치르게 될 겁니다. 모든 룰은 수행평가와 완전히 같습니다. 출전조원 한 명, 지원조원 세 명. 지원조원은 세트 포지션에서 움직일 수 없으며, 직접적인 공격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출전조원뿐입니다. 그리고 사이클롭스는 출전조원만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해 옵니다."

제인이 팔을 뻗어 조교가 든 조끼를 툭툭 두들겼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상 사이클롭스의 공격은 이 조끼의 배리어 마법이 전부 흡수하니까요. 피해를 흡수할 때마다 위에 보이는 화면의 배리어 게이지가 깎이게 됩니다. 게이지가 0이 되면 그대로 훈련 종료. 대기실로 돌아가십시오."

학생들이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은 최대 3세트의 가상 전투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저번 시간에 설정한 전략이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실전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인의 설명이 끝나고 곧바로 시뮬레이션이 진행됐다. 1조와 5조는 훈련실로 들어갔고, 나머지 조원들은 대기실로 안내받았다.

대기실은 널찍한 소파들이 곳곳에 배치됐고 다과 거리도 마련된 휴식 장소였다. 천장에는 마나 투사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화면으로 다른 조들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시몬 일행도 전략을 점검하기에 앞서, 다른 조들의 시험을 먼저 지켜보기로 했다.

'아, 신디 비바체가 나왔구나.'

5조는 랭거스틴에서 만난 지갑 털이, 사령학 지망의 신디 비바체의 조였다.

그녀가 출전조원이고. 저주학, 칠흑역학, 맹독학의 학생들의 조합.

시몬이 생각하기에 밸런스는 나쁘지 않았다.

-그럼 지금부터 시뮬레이션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

확성기에서 제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주위가 마나로 차오르는 듯하더니, 갑자기 훈련실이 숲으로 바뀌었다.

정말로 숲 한복판에 훅 떨어진 것처럼 주위가 나무로 뒤덮였고, 새소리가 들리며 바람까지 불었다. 지켜보던 학생들이 감탄성을 터뜨렸다.

쿵! 쿵! 쿵!

그때 저 멀리 숲에서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새들이 도망쳤다.

점점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이내 수풀을 뚫고 2미터가 넘어가는 육중한 몸집의 청록색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근육질에, 한쪽 눈이 짓이겨진 것처럼 일그러져 있었고, 다른 한쪽의 동공은 미친 듯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크워어어어어어!

놈이 입을 쩍 벌리며 포효하자 훈련실에 들어간 학생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좋아!"

신디가 팔을 등 뒤로 뻗었다. 매끈한 검은 낫이 소환되어 그녀의 손에 잡혔다.

"한번 해볼까!"

굉음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실패]

소요시간 : 1분 16초

입힌 피해량 : 22%

배리어 게이지 : 0%

종합평가 : F

시뮬레이션에서 측정된 정보가 마나 투사기 화면에 투사되었다.

일방적인 결과에 모두가 입을 벌렸다. 시몬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진짜 장난 아니구나.'

바닥에 쓰러져 있든 신디를 향해 조원들이 달려왔다. 상체를 일으킨 그녀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 영체화 타이밍이 조금 늦었네. 다음엔 꼭 피할게!"

옆의 1조는 5조보다 더 빨리 끝났다.

원인은 동일했다. 사이클롭스의 맹공에 출전요원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아웃. 한 방이라도 맞으면 배리어 게이지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게다가 두 조 모두 '저주'를 사이클롭스의 봉쇄수단으로 가지고 왔는데, 저주를 펼치기도 전에 출전조원이 나가떨어지니 손쓸 틈이 없었다.

"출전한 애들, 다들 움직임이 얼어붙어 있더라."

딕이 말했다.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심리적인 문제도 있겠지."

아무리 조원 세 명이 뒤에 서 있다지만, 혼자서 사이클롭스와 맞서는 공포과 긴장감은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메이린. 정말 괜찮겠어?"

"어, 응?"

백지장처럼 얼굴이 하얘져 있던 그녀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다, 당연히 괜찮지!"

목소리부터 긴장감과 떨림이 느껴지는 게 전혀 괜찮지 않은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녀 말고도 많은 학생들이 화장실로 직행하고 있었다.

뒤이어 2조와 6조의 실전이 이어졌다. 시몬은 혹시나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지만, 이번에도 사이클롭스가 휘두르는 공격에 정통으로 얻어맞으며 출전조원이 쓰러졌다.

-3조, 7조. 훈련실로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7조의 차례가 찾아왔다.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반대편 훈련실로 향하고 있었다.

'아, 3조가 헥토르의 조였구나.'

조장 헥토르를 중심으로 A반의 소환학 에이스 피에르 버클러, 다른 두 명도 각각 칠흑역학과 사령학이 90점이 넘어가는 실력자들이었다. 사실상 A반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조였다.

바로 그때, 헥토르와 시몬과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헥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7조는 당연히 네가 출전이겠지?"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니라 메이린."

"그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가 출전이라. 기 살려주려고 양보했나?"

"가장 잘하는 사람이 나갔을 뿐이야."

"시시하게 굴지 마라. 시몬 폴렌티아."

헥토르의 눈빛이 번뜩였다.

"최선을 다해 부딪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깨뜨려 주마."

-3조, 7조! 빨리 훈련실로 들어오세요.

조교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두 사람은 등을 돌려 각자의 훈련실로 향했다.

시몬이 훈련실로 들어왔고 딕과 카미바레즈가 스트레칭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서류판을 든 조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다른 한 명은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메이린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조교가 손에든 조작기를 누르자, 벽의 무수한 마력신호기에 불이 들어오며 문이 닫혔다.

"출전조원, 앞으로."

"네."

메이린이 바짝 굳은 얼굴로 앞으로 나왔다.

"지원 포지션의 위치를 표시하겠습니다."

천장 신호기의 불이 깜빡이더니, 바닥에 마나로 이루어진 원이 그려졌다. 세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 맞춰 걸어갔다. 카미바레즈가 왼쪽, 시몬이 중앙, 딕이 오른쪽의 세트 포지션에 섰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메이린이 서 있었다.

"사이클롭스는 지원조원들을 보지 못하니 안심하세요. 물론 이 원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가면 실격입니다."

"네!"

"출전조원. 준비됐습니까?"

"아...... 네!"

잠시 넋을 놓고 있던 메이린이 대답했다.

"메이린, 정신 차려.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딕이 물었다.

"......아, 괜찮다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아주세요 메이린! 어차피 가상 전투니까요! 힘내요!"

"응. 고마워."

모두가 포지션에 자리를 잡고 섰다. 조교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럼, 7조 1차 시뮬레이션 전투. 시작하겠습니다."

조교의 몸이 허공에 녹아 들어가듯 사라지며, 거센 바람이 불어닥쳤다. 시몬의 눈이 예리하게 빛냈다.

'실내에 바람이라니. 역시 단순한 환상이 아니야.'

바닥이 녹색으로 물들면서 주위가 숲으로 변하고 늪지대가 펼쳐졌다.

나뭇잎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시몬의 팔뚝에 부딪혔다. 손으로 매만지니 나뭇잎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체험하는 건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압도적인 실체감의 폭풍 앞에서 시몬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쿠웅! 쿠웅!

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딕이 소리쳤다.

"다들 준비해! 온다!"

쿵! 쿵! 쿵! 쿵!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발소리와 함께, 무성한 나뭇잎을 뚫고 육중한 몸집의 사이클롭스가 달려왔다.

-크워어어어어어!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했다. 정말로 숲에서 몬스터와 마주친 것만 같았다.

세트 포지션에서도 이 정도의 압박감인데, 정면에서 맞서야 하는 메이린은.......

"후우우."

그때 그녀가 크게 숨을 내쉬는 모습이 보였다. 메이린의 표정이 한결 진지하게 변했다.

"좋아, 하던 대로만 하자."

그녀의 떨림이 가라앉았다.

시몬은 미소 지었다. 우려한 것과는 다르게, 그녀는 빠르게 상황에 적응했다.

'그래, 내가 누굴 걱정해. 여기선 누구도 걱정할 필요 없어.'

시몬이 가상의 레버를 잡아당겼다.

'내 역할에만 200%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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