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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39화 (3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9화

갑자기 시몬의 '과외 선생님'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가운데, 시몬은 난감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교복 장식으로 매달려 있던 피어의 분신은 이 상황을 즐기는 듯 히죽히죽 웃었다.

[크하하하하하! 이 몸이 꼬맹이들에게 인기가 많군!]

'......골 울리니까 조용히 해주세요. 피어.'

[기꺼이 수업을 해줄 용의가 있다고 전해라! 죽어서 군단의 일원이 된다면 말이다!]

'키젠에선 산 사람을 언데드로 만드는 건 금지하고 있거든요.'

시몬은 애써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정체를 드러내는 걸 꺼리는 분이시라. 그리고 워낙 바쁘셔서, 사실 나 하나 가르치시는 것도 엄청 일을 방해하는 거거든."

메이린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안 알려주겠다 이거지? 쩨쩨해."

딕이 뒷머리를 받치며 킥킥댔다.

"쩨쩨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지. 네 소환학 성적이 높아지면 시몬이 학교에 나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니가 시몬이라면 알려주겠냐?"

"......그, 그렇긴 한데."

"그런 문제가 아니라 진짜 바쁘신 분이라서 안 된다니까."

"자, 자!"

언제나 중재하는 사람은 카미바레즈였다. 그녀가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

"10분 쉬었어요! 다시 연습 재개하죠!"

"어, 벌써 그렇게 됐나?"

"빨리 한 판 더 가자!"

수행평가 대비 연습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 * *

주말이 지나고, 사이클롭스 수행평가가 예정된 새로운 일주일이 밝았다.

동시에 이번 주부터는 키젠 생활에 한 가지 큰 변화가 생기는데, 그건 바로.

"스콧 스나이더. 10점 감점이다."

학생 보호기간이 완전히 끝나 버렸다는 점이다.

이제 교수들은 공식적으로 학생들을 평가 및 채점할 수 있었으며, 벌을 주거나 징계를 가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런 쓰레기를 과제라고 가져온 겁니까?"

"느려! 느려! 다 느려 터졌어! 조교들! 지금 진행도 못 따라오는 학생들은 전부 20점 감점시켜!"

"당장 내 수업에서 나가."

키젠의 교수진들은 기다렸다는 듯 본색을 드러냈다.

그간 살갑게 학생들을 대해주던 교수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수업은 더 하드해졌고,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가차 없이 점수가 깎였다. 미달이라고 판단되는 학생은 그대로 수업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학생들은 달라진 교수들의 태도에 울상을 지었지만, 이제야 진짜 키젠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약자는 키젠에 필요 없다.

그 말을 증명하듯, 학생 보호기간이 풀린 지 이틀 만에 스무 명이 학교에서 짐을 싸게 됐다.

아직 중간고사도, 수행평가도, 결투평가도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의 이탈률.

시몬도 학생 보호기간이 풀린 이틀 동안 바뀐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나마 이전과 동일하게 학생들을 대하는 교수가 있다면.

"자, 뛰어요!"

"네!"

마투학 수업의 홍펭이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처음부터 달리는 하마에 학생들을 매달리게 하거나, 저주를 걸고 언덕을 기어오르게 시켰으며, 막무가내로 하마 떼에 부딪히게 하는 등 학생 보호기간이라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교수들의 수업의 난이도가 확 뛰어버린 것과는 다르게, 홍펭의 수업은 이전과 그대로였다.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마투학 수업이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물론 홍펭이 학생들을 꼬투리 잡아 감점을 먹인다거나 멘탈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했다.

"허억! 허억! 그래도 차라리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 게 낫지!"

시몬의 옆에서 뛰고 있던 딕이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직도 나한테 10점 감점을 연속으로 먹인 바힐 교수님의 눈빛이 떠올라! 허억! 허억! 마투학 수업 만세다 X발! 2학기에도 들을 거야!"

시몬이 킥킥 웃었다.

"하아! 하아! 니들 참 여유롭네!"

시몬과 딕이 고개를 돌렸다.

"어, 메이린?"

언제나 런닝 때마다 뒤처져 있던 메이린이, 오늘은 두 사람을 따라잡고 있었다. 숨이 차올라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악착같이 달리는 모습이었다.

"허억! 후우! 너 뭐야? 그렇게 페이스 막 올려도 돼?"

메이린은 대답 대신 입술을 꾹 깨물었고, 기어이 두 사람을 지나쳐 달렸다. 딕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주 악에 받쳤네. 후욱! 근데 쟤 왜 저래?"

"내일이 사이클롭스 수행평가잖아."

7조의 조장이자 출전조원인 그녀는 누구보다 이번 사이클롭스 수행평가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메이린의 가장 큰 약점은 체력 부족. 그리고 몸놀림이 느려서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제대로 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녀는 남은 시간 동안 다크 플레어보다 체력단련에 더 힘을 쏟았다.

'진짜 대단하긴 해.'

입학시험 필기 성적 전교 1위.

A반 1위.

제인의 테스트에서 유일한 평균 90점대 성적.

시몬은 메이린이 그저 천재인 줄만 알았지만, 사실은 지독한 노력파였다.

카미바레즈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메이린은 공부하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않는다고 한다.

여자 기숙사 휴게실에서 밤늦게까지 같이 공부하다가, 한숨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돌아오면 그 자리 그대로 코에 휴지만 꽂은 채 공부하고 있는 메이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업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몰려오는 피로와 졸음은 약물로 극복한다고 한다.

아침부터 잠드는 그 순간까지 공부, 공부, 공부.

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악착같게 만드는지, 시몬은 알 수 없었다.

"자, 이제 휴직!"

홍펭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풀밭에 퍼질러 누웠다. 조교들이 돌아다니며 체력 회복 드링크를 나누어주었다.

"으어어."

원샷으로 드링크를 다 비운 딕이 대자로 뻗었다.

"다른 건 몰라도, 3년 내내 마투학 수업을 들으면 졸업할 때쯤엔 몸짱이 되어 있을 거야.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해."

"......."

딕의 농담을 들은 카미바레즈가 자신의 다리를 슥슥 만졌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이 작게 웃었다.

"마투학 시간에 런닝 좀 하는 걸로 다리에 막 근육이 붙진 않아. 카미."

"네, 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카미는 워낙 여리여리하니까 좀 더 굵어져도 괜찮지."

"그,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세 사람 사이에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머무는 그때, 메이린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시몬! 나 좀 봐줘."

"응?"

"칠흑 밟는 그거 말이야."

그녀가 무릎을 굽히더니 제자리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생각보다 상당한 높이에, 두 다리 아래에 칠흑이 제대로 형성됐다.

촤아아악!

풀밭을 긁으며 내려온 그녀가 눈을 빛내며 시몬을 돌아보았다.

"어때? 어때?"

"어, 음."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잘하는데? 정말로."

"진짜 진짜? 후후! 내일을 위해 계속 연습했거든!"

"정말 대단해요 메이린!"

이렇게 단시간 내에 약점을 극복하다니. 카미바레즈의 말처럼 대단한 성취였다.

물론 뒤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피나는 노력을 했으리라.

그동안 얼마나 발을 혹사했는지, 착지할 때 떨어지는 발의 모양을 보니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너무 무리하지 마. 메이린."

시몬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우린 시뮬레이션 때도 사이클롭스를 잡았잖아? 수행평가 성공은 어느 정도 가시권이야."

"......응. 하지만 그냥 성공 정도로는 만족 못 해."

메이린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1등. 무조건 1등을 노리고 노력하는 거야."

시몬이 뭐라고 입을 열려는 그때, 조교들이 짝짝 박수를 쳤다.

"자, 전원 기상! 다음 목적지까지 한 번에 달리겠습니다!"

"네!"

이제는 홍펭의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줄을 섰다.

"출발!"

홍펭의 외침에 따라 모두가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멋들어지는 언덕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이 장소는 마치 황금이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몬은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경관 포인트만 쏙쏙 수업장소로 고르는 홍펭의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몬!"

그때 마침 홍펭이 불쑥 튀어나왔다. 시몬이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앗, 넵! 교수님!"

"제가 가르쳐 준 칠흑 운용, 잘 연습하고 있나요?"

"물론이죠!"

홍펭은 체내의 칠흑을 활성화시켜서 신체의 역량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기술을 시몬에게 가르쳐 줬었다.

"오, 역시 빨리 배우네요! 아무리 쟁각해도 지몬은 마투학 전공이 딱인데."

"......아하하."

"교수님!"

그때였다. 마투학 조교 브레드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브레드는 시몬 쪽을 한번 흘겨보고는 얼른 고개를 돌려 홍펭에게 보고했다.

"후열에서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학생이 다리를 조금 삔 것 같습니다."

"아, 제가 가볼게요."

홍펭이 시몬의 어깨를 툭 두들겨 주고는 브레드를 따라 달려갔다. 이어서 다른 조교가 학생들을 인솔해 언덕을 내려와 휴식을 선언했다.

모두가 풀밭에 앉아 드링크를 마셨다.

"카미, 메이린은 어디 갔어?"

딕의 물음에 카미바레즈가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겠어요. 전 계속 뒤처져 있어서 시몬이랑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요."

그때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본 시몬이 벌떡 몸을 일으켰고, 카미바레즈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에이, 설마......."

딕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웅성거리는 학생들 사이로 조교의 등에 업혀 있는 여학생이 보였다.

그녀의 발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메이린!"

* * *

키젠 중앙 병동.

메이린은 넋이 나가 버린 사람처럼 멍하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시몬, 딕, 카미바레즈가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메이린 빌렌느 학생."

흰 가운을 걸친 의사가 서류철을 넘기면서 말했다.

"다리를 심하게 삐었어. 당분간은 목발을 쓰고, 수업에 들어가는 정도는 괜찮겠지만 일주일간은 몸을 움직이는 종류의 실습수업은 모두 빠지도록 해."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메이린이 시뻘게진 눈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아, 안 돼요! 이 정도 부상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어요!"

"학생."

의사가 빙그레 웃으며 프로필을 툭툭 쳤다.

"이건 권고가 아니라 명령이야."

"......!"

메이린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학생이 수업에 열의가 있는 건 알겠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걸어야 하는 수업은 전부 제외하겠어."

이게 바로 키젠 학생들이 다쳐서 끙끙 앓아도 병동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였다.

의사들은 환자의 회복이 최우선이고, 학생들은 키젠에서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다.

이 두 가지의 가치는 언제나 서로 충돌했다.

의사들은 학생들이 수업에서 크게 다치면 몇 주 정도 휴식을 주는 게 당연하지만, 그 시간의 공백은 학생들의 목을 죄어온다.

다치면 자기 손해였다.

"......."

일방적인 통보를 한 의사가 밖으로 나가고, 네 사람만 남은 병실에는 짙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두가 그렇게 열심히 수행평가를 준비했는데, 정적 실전 전날에 출전조원이 다리를 다쳤다.

하지만 아무도 메이린을 탓하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였고, 누구보다 메이린이 이 조별과제에서 노력하고 힘쓴 걸 알았기 때문이다.

"......메이린."

"정말 미안해. 나가줘."

메이린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혼자 있고 싶어."

"......."

완전히 멘탈이 나간 얼굴.

지금은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딕과 카미바레즈가 시선을 마주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 시몬."

카미바레즈가 작은 목소리로 시몬을 부르며 옷깃을 붙잡았다. 하지만 시몬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 이렇게 질질 짜고 있어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카미바레즈와 딕은 깜짝 놀랐다.

평소의 시몬답지 않은 너무나 차가운 한마디였다.

메이린이 입술을 꽈악 깨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럼 어쩌라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방법?"

그녀가 '하' 하고 웃었다.

무척이나 자조적이고, 히스테릭한 웃음이었다.

"너도 알잖아? 이거 일주일을 공들여서 짠 전술과 포지션이야! 우리는 이 포지션대로만 죽도록 연습했고, 당장 내일이 살아 있는 사이클롭스와의 실전이야! 방법은 무슨 놈의 방법? 아- 그렇구나! 너 지금 나 비꼬는 거지? 응, 응, 그래 다 나 때문이야! 너희들이 수행평가 최하점 맞는 것도! 나중에 이 점수가 발목을 잡아서 키젠에서 쫓겨나게 돼도! 전부 다 내 탓이야! 내가 괜히 나대서 다리를 다치......!"

"그만."

시몬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세 사람은 갑자기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시몬인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시몬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너희들만 괜찮다면, 내가 내일 출전조원으로 나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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