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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1화 (4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1화

촤아아악!

시몬이 내지른 창이 간발의 차이로 사이클롭스의 뺨을 긁으며 지나갔다.

'아깝다!'

시몬이 아쉬움을 삼키며 바닥에 내려왔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사이클롭스가 움켜잡은 방망이를 미친 듯이 휘둘러댔다.

쿠우웅! 쿠웅! 쿠우우우웅!

바닥과 벽에 방망이가 부딪칠 때마다 던전이 들썩였다. 이 공격에 반응하고 피해 다니는 시몬의 움직임은 실로 경이로워 보였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위태로운 상태였다.

'고, 고맙습니다! 홍펭 교수님......!'

그녀가 가르쳐 준 체내 칠흑 운용이 아니었다면 한참 전에 당했을 것이다. 사이클롭스가 크게 앞으로 뛰어나오며 방망이를 내려쳤다.

콰아아아아앙!

"시몬!"

카미바레즈가 소리쳤다.

그때 마침 뿌옇게 일어난 바닥의 먼지구름 사이로 시몬이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배리어 게이지 : 72%]

시몬이 소매로 입가를 슥 닦았다.

'정타는 하나도 없었어. 전부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 뭐 이런......!'

쿵! 쿵! 쿵!

사이클롭스가 안광을 번뜩이며 다가왔다.

시몬은 강한 이질감을 느꼈다. 이그저스트 세 방이 들어갔는데도, 놈은 저주효과를 받지 않은 것처럼 거의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딕도 시몬과 같은 생각인 듯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세 방 맞고 이 정도면, 대체 몇 스택을 쌓아야 저걸 멈출 수 있는 거야?'

* * *

지하 던전 상층부 통제실.

제인은 7조의 전투 장면이 다각도에서 보이는 화면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채점지가 들려 있었고, 이 순간에도 빠르게 깃펜을 움직이는 중이었다.

"제인 교수님! 역시 사이클롭스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녀의 옆에 기립해 있던 조교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다른 조들이 상대한 사이클롭스의 스펙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습니다! 폭주 증상에, 저주까지 잘 걸리지 않아요! 당장 시험을 중단하고 새로운 사이클롭스를......!"

"일단 지켜보죠."

"......예?"

제인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채점에 집중했다.

'.......'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키젠 교수에게 반발한 적이 없던 조교였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 이렇게 되면 형평성이 맞지 않습니다! 이건 사고고, 폭주 증상이 걸린 사이클롭스는 통제 불능입니다! 당장 시험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형평성."

깃펜을 까닥거리던 제인이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키젠에서 그리 중요한 덕목은 아니군요."

"......교수님?"

"조교는 실전에서 약한 상대만 골라 만나나요? 상대가 예상을 넘어서거나 변수가 생길 때마다 꼬리를 말고 임무를 중단합니까?"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조교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입술을 깨물었다가 얼른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건 실전이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 학생들은 너무 어립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키젠이란 사실이 중요한 거죠."

"교수님!"

"믿고 지켜봅시다."

제인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중요한 것은 시험이니 성적이니 하는 수치적인 것들이 아니라, 학생이 어떤 특정한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다.

"저들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단 걸 깨달은 모양이니까요."

* * *

"얘들아."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피해 멀찍이 물러난 시몬이 조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주는 포기하자. 제대로 안 먹히는 것 같아."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메이린이 소리쳤다.

"다른 조들 하는 거 못 봤어? 다들 이그저스트로 공략에 성공했는데 왜 우리만......!"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시몬이 고개를 들어 사이클롭스를 세심하게 살폈다.

핏발선 눈동자, 터질 듯한 근육, 이상할 정도로 불끈 솟아 있는 힘줄.

그냥 운이 없어서 몸 상태가 좋은 녀석과 만난 걸까?

"나도 시몬 말에 동의해. 지금 탈진이 제대로 안 먹히는 건 팩트야."

딕도 거들었다. 메이린도 저주 전략을 포기하는 것에만 난색을 보였을 뿐, 사이클롭스가 멀쩡하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시몬이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다른 방향으로 공략해야 해."

"......어떻게?"

메이린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조금은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상황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꼬이고 있다.

출전조원도, 언데드의 시선 끌기도, 심지어는 저주마저 막혔다.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수포가 됐는데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부우우우웅!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사이클롭스의 방망이를 피해낸 시몬이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짰던 모든 전술을 백지화하고, 그냥 너희들 맘대로 날 돕는 거야."

"그게 무슨!"

쿠웅!

세 번째 공격을 피해낸 시몬의 움직임이 살짝 무너졌다. 찬스를 잡은 사이클롭스가 재차 방망이를 휘두르려는 그때.

촤르르르르륵!

사이클롭스의 얼굴 앞으로 짙은 혈향을 풍기는 붉은 파도가 지나갔다. 갑자기 시야가 벌겋게 물들자 당황한 몬스터가 뒷걸음질 쳤다.

"알겠어요!"

혈류계 마법 '블러드 실크'를 시전한 카미바레즈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

"제 마음대로 시몬을 도우면 된단 거죠?"

"시몬!"

딕이 아공간에서 꺼낸 검을 인챈트해서 던졌다.

"이걸 써!"

딕이 던진 검은 사이클롭스의 등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던 모두가 어디로 던지냐고 생각하는 그때, 바람처럼 나타난 스켈레톤이 그 검을 붙잡았다.

촤아아아악!

그대로 등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사이클롭스의 허리 부근 두꺼운 피부에 긴 상처가 생기며 피분수가 솟구쳤다. 사이클롭스가 분노하며 스켈레톤을 돌아보았다.

"딕! 나이스 인챈트!"

스켈레톤이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끌어낸 사이, 시몬은 좀 더 거리를 벌렸다.

딕은 아공간에서 무기들을 잔뜩 꺼내 인챈트를 걸어 던지기 시작했고, 카미바레즈는 블러드실크를 제어해서 사이클롭스의 시야를 가리는 등 번거롭게 만들고 있었다.

'자, 집중.'

아직도 잡생각이 너무 많다.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친 짓일지도 모르지만, 시몬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장내의 소음이 일순 잦아들었다.

의식이 확장된다. 정신이 고양된다.

'후우우우우.'

소리가 사라지고, 시간이 느려진다.

저주학 수업 때 바힐이 보여줬던 그 세계.

한번 경험한 것으로, 시몬은 그 심상을 부분적으로 재현해 낼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바힐 교수님!'

시몬이 눈을 부릅떴다.

바닥의 아공간에서 스무 기의 스켈레톤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튀어나왔다.

'고마워요. 피어!'

교차운용으로 스켈레톤을 세 기씩 사이클롭스에게 보냈다. 어느새 사이클롭스의 주위를 스켈레톤들이 빼곡하게 포위했다.

흥분한 사이클롭스가 방망이를 휘두른다. 일격에 스켈레톤 여러 기가 망가져서 바닥에 흩어진다. 뼈들이 비산하고, 바닥을 굴러다닌다.

물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복원!'

순식간에 원래 모습대로 돌아온 스켈레톤 한 기가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사이클롭스의 발꿈치가 베이며 살이 뭉텅 깎여 나갔다.

까득!

발꿈치를 베여 휘청거리는 사이클롭스를, 바닥의 스켈레톤이 창을 들어 찔렀다.

촤악!

사이클롭스의 등에도 스켈레톤이 검을 휘둘러 긴 검상을 남겼다.

"창 두 개 추가요!"

딕이 무기에 칠흑 인챈트를 걸고 사이클롭스 주위에 무작위로 흩뿌렸다. 그러면 시몬이 스켈레톤을 움직였다.

바닥에 흩어져 있던 스켈레톤의 잔해가 복원되더니, 떨어진 무기를 쥐고 사이클롭스를 공격했다.

아무리 빠르고 강해도 360도 전 방향의 공격을 막을 수는 없다.

사이클롭스는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앞을 보면 등이 베이고, 뒤를 돌아보면 바닥에서 창끝이 올라오고, 바닥을 다지고 있으면 어느새 옆구리가 당해 있다.

사이클롭스는 마치 덫에 걸린 짐승과도 같았다. 발버둥 치는 사이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밀어붙여!"

위층에서 지켜보던 A반 학생들은 투명한 벽에 다닥다닥 붙어 환호성을 터뜨렸다. 지금껏 단조롭게 진행되던 전략 전술과는 궤를 달리했다.

고양감에 휩싸인 시몬이 두 팔을 지휘자처럼 휘두르며 스켈레톤들을 컨트롤했다.

아직 부족했다. 코끝이 간질간질하다.

뭔가 부족하다. 뭔가 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알겠나, 소년! 더 강한 의지일수록 언데드의 잠재된 힘과 적극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의지.

무엇보다 강한 의지.

시몬이 눈을 부릅떴다.

'죽여!'

망가진 스켈레톤들이 복원 속도가 빨라졌다.

'죽여!'

스켈레톤의 팔다리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사이클롭스를 난도질했다.

'죽여!!!'

망자들이 울부짖는다. 병장기들이 춤추듯 휘몰아친다.

시몬의 절대명령으로 지금 이 순간, 군단은 저 사이클롭스를 파괴하기 위해 존재했다.

지치지 않는 공세.

패턴이 없는 타격 루트.

변칙과 정석의 혼합.

그야말로 네크로맨서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캬아아아아악!

온몸에 무수한 상처를 입은 사이클롭스가 분노를 터뜨리며 스켈레톤들을 뚫고 시몬에게 돌진해 왔다.

"피해요! 시몬!"

시몬은 지금 집중을 넘어서 완벽한 몰입 상태. 반응이 늦었다. 시몬이 대비하기도 전에 사이클롭스의 방망이는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칠흑원소마법 흑빙계 - 월 오브 아이스>

터어어어어엉!

바닥의 마법진에서 솟구친 검은 얼음벽이 사이클롭스의 방망이를 튕겨냈다. 깜짝 놀란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계속해! 시몬!"

메이린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이렇게 된 이상 절대로 지지 마!"

얼음벽이 계속해서 올라오며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사이클롭스는 벽을 부수고 나오려 했고, 놈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검은 빙하를 흠뻑 적셨다.

덕분에 한숨 돌린 시몬은, 얼음벽을 박살 내고 있는 사이클롭스를 가만히 응시하며 다음 흑마법을 준비했다.

콰아아아앙!

결국 광포한 사이클롭스가 모든 벽을 부수고 시몬에게 뛰어들었다.

'......위험해.'

조용히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안전요원 앤드류가 팔을 뻗었다.

지금 저 사이클롭스의 공격은 시몬이 입고 있는 조끼의 배리어를 일격에 뚫을 만큼 강력했다. 제대로 맞으면 불구가 될지도 몰랐다.

'하여간 교수나 학생이나......!'

당장 이 미친 짓을 중지시켜야 한다.

앤드류가 사이클롭스를 격추하려고 결심한 순간, 그의 눈에 어떤 마법진이 보였다.

사이클롭스의 복부 한복판에 그려진 피처럼 붉은 마법진이.

"지금이야 카미!"

시몬의 외침에, 앤드류도 다급히 팔을 거두었다.

화아아아악!

세트 포지션에 서 있던 카미바레즈의 몸 전체에서 칠흑이 불꽃처럼 솟구쳤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쭈뼛 솟아오르며 두 눈에는 피눈물 같은 칠흑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르슬라 가문의 뱀파이어만이 쓸 수 있는 혈류계 마법.

혈류계 마법의 꽃 중의 꽃.

<대출혈 - 오버플로>

촤아아아아아아악!

팔뚝, 가슴, 어깨, 허벅지, 발꿈치. 그동안 시몬의 스켈레톤이 낸 무수한 상처에서 일제히 피분수가 쏟아졌다.

출혈과 중독마법은 세트포지션의 조원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원수단이었다.

"와......!!"

저 커다란 몬스터가 온몸의 상처에서 피를 쏟아내는 장면은 소름 끼치면서도 놀라웠다. 순식간에 던전 내부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시몬도 감탄성을 흘렸다.

'이게 대출혈 마법이구나!'

서로가 가진 전력을 이야기할 때, 카미바레즈가 대출혈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건 7조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쓰기엔 안정성이 떨어졌고, 사이클롭스의 몸에 어떻게든 많은 상처를 내야 한다는 빌드업 문제가 있었기에 플랜 B에 불과했다.

하지만 메이린의 다크 플레어가 봉인된 지금은 엄연히 메인 플랜.

카미바레즈가 이번 싸움의 핵심딜러였다.

"......읏!"

너무 많은 힘을 쏟아낸 카미바레즈가 빈혈로 휘청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그녀의 역할은 끝났다.

"부탁해요! 시몬!"

"맡겨줘."

이번에는 시몬이 두 팔을 세워 들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연습해 온, 사실상 키젠 1학년 전체를 통틀어 시몬만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기술.

던전 바닥에 곳곳에 어지럽게 널려 있던 스켈레톤의 뼈들이 상공으로 솟구쳤다.

'감사합니다 아론 교수님!'

키젠에서 배운 모든 것들이, 내 힘이 된다.

시몬이 주먹을 꽉 쥐었다.

<시몬 폴렌티아 오리지널 - 본 네일>

공중에 떠오른 수많은 뼈들이 날아가 카미바레즈의 출혈 마법이 벌려놓은 사이클롭스의 상처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엑!

백 개가 넘는 상처를 동시에 공략하는 비기.

사이클롭스가 고통에 미쳐 날뛰었다. 비명을 내지르며 뒤엎어지더니 머리를 마구 벽에 처박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주먹을 쥔 시몬이 오른팔을 옆으로 비틀었다.

'복원!'

상처를 파고 들어간 뼈들이 사이클롭스의 몸에서 '복원'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중앙을 향해 모여들었다. 혈관을 끊고, 장기를 찢고, 근육을 파고들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이클롭스가 파괴당하고 있다.

"......진짜."

대기실, 유리벽 너머로 지켜보고 있던 한 남학생이 입을 벌렸다.

메이린의 이탈이라는 뼈아픈 타격. 누구도 7조의 이런 압도적인 그림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X발! 쩐다!"

"잘한다 시몬!"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모두의 예상이 보란 듯이 뒤엎어지고 있다.

비웃던 사람들도, 혀를 차던 사람들도, 동정을 보내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벽을 두들기며 환호했다.

서로 경쟁하는 입장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시몬과 7조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같은 네크로맨서로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허억! 허억!"

시몬의 오른팔이 축 늘어졌다. 뼈에 남아 있던 잔여 칠흑을 전부 소진해서 더 이상 복원 명령은 불가능했다.

그사이 딕과 메이린이 나르비에 포션을 꺼내 상처투성이인 사이클롭스에게 던지고 있었다. 포션액이 상처로 들어가자, 놈의 근육이 비틀리고 수축되는 게 눈에 보였다.

"됐다!"

"효과가 있어!"

시몬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제 진짜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제발 그냥 그대로 있어라.'

쿠웅!

하지만.

피범벅이 된 사이클롭스는 기어이 바닥을 짚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주저앉아 있던 카미바레즈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 아직도......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온몸의 뼈가 뒤틀리고, 피가 빠져나가고, 장기가 박살 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이클롭스는 산송장 같은 몸으로 시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번뜩이는 눈에 죽이겠다는 악착같은 의지가 느껴지고 있었다.

'결국 즉사가 아니면 의미 없다 이거지?'

그 눈빛을 받아내며, 시몬은 덤덤하게 말했다.

"딕."

"준비 다 됐어! 받아!"

딕이 인챈트가 완료된 클레이모어를 시몬의 앞으로 던졌다. 검신이 칠흑으로 시꺼멓게 물들어 있었다.

"칠흑이란 칠흑은 전부 여기 다 때려 박았어! 지속시간은 딱 10분이야!"

"땡큐."

시몬이 클레이모어의 손잡이를 잡고 자세를 취했다. 홍펭에게서 배운 신체 활성화도 더 이상 쓸 수 없다.

몬스터나 시몬이나 서로가 힘이 다 빠진 상황. 지금부터는 정신력 싸움이었다.

쿵! 쿵! 쿵! 쿵!

산송장이 된 사이클롭스가 달려왔다.

타다닷!

시몬도 지지 않고 클레이모어를 움켜쥔 채 돌진했다. 사이클롭스가 먼저 방망이를 휘둘렀다.

부웅!

시몬이 옆으로 몸을 비틀어 피했다.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은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느리고 굼떴다. 시몬이 빈틈을 파고들려는 그때.

'어?'

시야가 핑그르르 돌았다. 사이클롭스를 밀어붙이느라, 정작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이 한계라는 것도 인지하지도 못했다.

힘이 빠진 오른 다리가 그대로 미끄러지며 시몬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시몬!"

"일어나!!"

시몬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사이클롭스가 다시 뛰어와 방망이를 휘둘렀고 시몬이 몸을 낮춰 피했다.

"이겨라 시몬!"

"피해!!"

A반 학생들이 유리벽에 달라붙어 목청껏 소리치고 있었다.

어느새 학생들을 거칠게 밀치고 다가온 헥토르마저도 시몬을 내려다보며 콧김을 뿜었다.

'말도 안 돼.'

이 광경을 모니터실에서 지켜보고 있던 조교는 경악했다.

물론 시몬의 활약도 놀라웠지만.

'제인 교수님이...... 일어나셨어?'

몸을 일으킨 그녀는 들고 있던 채점지까지 떨어뜨린 채,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5년간 그녀를 상관으로 모셨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던전 안.

몸을 숨긴 채 대기하고 있던 앤드류가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땀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쪽팔리게.'

프로란 놈이 학생들 싸움에 흥분하고 난리다. 앤드류는 자신도 늙었다고 생각하며 바지에 손바닥의 땀을 문질러 닦았다.

후우우우우웅!

몸을 젖혀 방망이를 피한 시몬이 휘청이며 뒷걸음질 쳤다.

거리는 좁힐 수 있어도, 딕의 클레이모어를 심장이나 머리에 정확히 찔러넣기에는 상대방의 키가 너무 컸다.

"시몬!"

그때 메이린이 소리쳤다.

"네 발밑으로 얼음벽을 칠게! 그걸 밟고 한 번에 검을 내지르는 거야! 할 수 있지?"

좋은 판단! 시몬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사이클롭스가 횡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시몬은 피하지 않은 채 무릎을 바닥에 붙였고, 그대로 바닥의 마법진에서 메이린의 얼음벽이 솟구쳤다.

촤르르르륵!

방망이는 얼음벽에 부딪혔다. 단숨에 2미터 높이로 올라온 시몬이 그대로 얼음벽을 밟고 뛰어올랐다.

'됐다.'

아직도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집중력은 깨지지 않았다. 눈앞에 사이클롭스의 목덜미가 보인다.

시몬이 팔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흔들리지 않는 검 끝이 그대로 사이클롭스의 목을 향해 나아가는 그때.

쩍!

"......아!"

누군가의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사이클롭스가 반대쪽 주먹으로 시몬을 후려친 것이다. 시몬이 몸이 수십 미터를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시몬!!"

"괜찮아요? 시몬!"

세트포지션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몬은 지독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배리어 게이지 : 7%]

아직도.

시간이 느렸다.

주먹을 내지른 자세의 사이클롭스의 위로, 손에서 놓친 클레이모어가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시몬이 입꼬리를 올리며 팔을 뻗었다.

'이렇게 끝내는 건 네크로맨서답지 못하지.'

마지막까지 아껴두고 있던 한 수.

시몬은 복원명령을 내렸다.

차차착!

사이클롭스의 가슴에 난 상처, 그 사이에 파고들어 가 있던 스켈레톤의 어깨뼈 위로, 바닥의 팔뼈들이 번개처럼 날아와 맞춰지며 팔을 구성했다.

터업!

이내 스켈레톤의 팔이 원을 그리며 내려오던 클레이모어를 붙잡았다.

그리고.

푸우우욱!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사이클롭스의 목을 관통했다.

"아......!"

거대한 정적이 던전에 내려앉았다.

시몬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쿠우웅!

사이클롭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허억! 후우! 하아!"

거친 숨을 내뱉은 시몬이 힘겹게 고개를 젖혔다.

'드디어!'

가슴이 벅차서 미쳐 버릴 것만 같다. 시몬은 오른팔을 들어 올려, 피에 젖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사방에서 벼락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헥토르는 등을 돌렸고, 모니터실의 제인은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허공에서 나타난 앤드류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7조. 사이클롭스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됐다아아아아!"

세트 포지션에 서 있던 세 사람이 함성을 터뜨리며 시몬에게 달려들었다.

"시모오오온!"

제일 먼저 달려온 카미바레즈가 힘껏 시몬의 품에 안겼다.

"와! 와! 넌 진짜!"

그 뒤를 달려온 딕이 시몬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쉰 목소리로 외쳤다.

"잘했어! 진짜 잘했어! 으하하하하하하!"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시몬이 숨이 막혀서 콜록거리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는데, 세트 포지션에서 벗어난 메이린이 시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메이린은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손으로 얼굴을 한번 슥 쓸더니, 평소 같은 새침한 표정으로 돌아와 손바닥을 펼쳤다.

"......흥. 자, 잘했네! 이번엔 내가 빚 하나 졌다고 칠게."

그렇게 말하는 메이린의 목소리 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시몬은 웃는 얼굴로 다가와 하이파이브했다.

"너도 잘했어 메이린."

"......시몬."

"응?"

"어제는 미......."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틈도 없이 딕과 카미바레즈가 양옆에서 두 사람을 동시에 얼싸안았다. 다시 한번 모두가 환호성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나 좀 진지해져 보자 이 밥팅들아!"

그렇게 소리치는 메이린은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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