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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42화 (4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2화

오전 팀과 오후 팀의 모든 수행평가가 끝나고, A반 전원이 초급 흑마법 강의실에 모였다.

"오늘 하루 수고 많았습니다."

제인이 말했다.

"결과와 점수를 떠나, A반 전원이 아무 사고 없이 실전을 치른 것에 대해 담당 교수로서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드디어 압박감에서 해방된 학생들이 활기 넘치게 소리쳤다.

"하지만 키젠에서는 결과가 제일 중요하죠."

"......."

뭔가 감동 분위기를 연출해 놓고 당연한 듯이 찬물을 끼얹어버리는 제인이었다. 이제는 다들 익숙해졌기에 슬쩍슬쩍 웃음을 흘리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1조부터 평가하겠습니다. 1조 앞으로."

시몬은 자리에 앉아 덤덤히 다른 조의 평가를 들었다.

과연 제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각 조의 장단점을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분석하고 개선점까지 제시했다. 해당 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정도로 그녀의 의견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었다.

그리고.

"카렐 옥사라 학생. 요나 카스미 학생."

"네!"

"악수하세요."

......갑자기 웬 악수?

당황한 두 사람이 눈을 끔뻑거리고 있자 옆의 조교가 눈치를 주었다. 두 사람은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아마추어같이 팀워크를 해치진 않았지만, 서로 기분 상한 일이 있다면 빨리 푸는 게 좋을 겁니다."

"......!"

"다음 조 앞으로."

제인은 학생들 간의 관계와 심리까지 간파하고 있었다. 이건 뭐, 귀신같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 외에도 시몬이 느끼기에 의외인 부분이 있다면, 생각보다 사이클롭스를 잡은 조가 많았다는 점이다.

처음 시뮬레이션에서는 성공한 조의 비율이 40%가 살짝 넘는 정도였는데, 실전에서는 16개 조 중에서 무려 13개 조가 사이클롭스를 사냥하는 데 성공해 냈다.

연습시간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실전에 무척이나 강한 모습. 새삼 키젠 학생들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사이클롭스의 사냥 여부보다는, 얼마나 많은 점수를 받았는가가 중요하게 됐다.

"3조의 최종성적은 A+. 잘했습니다."

그리고 헥토르가 이끄는 3조는 압도적이었다.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 부러움의 시선이 향했다.

"3조는 흠잡을 만한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출전조원 헥토르의 뛰어난 전투력과 리더쉽. 조원별로 명확한 역할과 팀워크. 그리고 유일무이한 3분대의 사냥시간. 심지어는 배리어 게이지를 90%까지 넘겨둔 안정성까지.

가히 A반을 대표하는 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군요.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외에도 강팀으로 손꼽히는 건 신디 비바체의 5조였다.

사냥시간은 3조 못지않았지만, 역시나 신디 비바체 올인팀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팀워크나 안정성 부분에서 대폭 점수가 깎여 나갔다.

그리고.

"7조, 앞으로."

드디어 문제의 7조가 제인 앞에 불려 나왔다.

3조가 높은 성적을 냈지만, 사실상 가장 큰 화제 몰이를 한 건 시몬의 7조였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들을 보여주면서 모두를 미친 듯이 열광케 했다.

"7조는......."

그녀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채점지를 들었다. 주위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형편없습니다."

쿵!

시몬은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이었다. 메이린은 눈을 질끈 감았고, 카미바레즈는 입술을 떨었다.

"소요시간 13분 58초. 출전조원의 배리어 게이지도 한 자릿수인 7%. 그리고 처음 계획한 전술과 단 하나도 맞아떨어지지 않는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인 행동까지."

서류를 내린 그녀가 무표정한 눈으로 7조를 바라보았다.

"더 할 말 있나요?"

"......."

명확한 수치를 제시해 버리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네 사람이 침묵했고, 제인이 입을 열었다.

"7조의 평가 점수는 D입니다."

F 점수 미만이 사이클롭스 사냥에 실패한 조들이다. 사실상 사이클롭스를 잡은 조 중에서는 최하점이었다.

모두가 의기소침해진 채 자리로 돌아가려는 그때.

"물론."

조교가 제인에게 새로운 서류를 건네고 있었다. 제인은 채점지 위에 그것을 올리며 말했다.

"이쪽 정보가 반영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겠군요."

"......?"

7조 조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리에 멈췄다.

"7조가 사냥한 사이클롭스의 시체를 부검한 결과, 포획 당시 사용된 저주와 약물이 비정상적인 부작용을 일으킨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부검 결과에는 '심각하게 의심스러운 정보'도 있었지만, 이쪽은 키젠 2급 기밀로 지정되었다.

학생들에게 알릴 수 있는 건 딱 이 정도뿐이었다.

"사이클롭스는 극단적인 공격성을 띠었고, 저주가 풀리는 순간 폭주하며 일시적으로 신체능력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다른 조에서 사냥한 사이클롭스와는 시험 난이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게 상층부의 판단입니다."

키젠 상층부라니! 강의실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인은 키젠 본부의 인장이 박혀 있는 보고서를 학생들에게 흔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해당 사이클롭스의 공격성, 완력, 저주 저항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7조는 사이클롭스의 상위 몬스터, 레드 사이클롭스 수준의 몬스터를 사냥했다는 전제로 새로운 채점결과를 적용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제인의 시선이 헥토르에게로 향했다.

"형평성에 맞겠죠?"

"......."

헥토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키젠 상층부의 판단이라면 학생들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A반 학생들 전원이 시몬이 상대한 사이클롭스에 대해 동일한 의문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7조의 사이클롭스만, 너무 강한 게 아니었냐고.

"정정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제인이 자료를 읽어내려갔다.

"메이린 빌렌느."

메이린이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 교수님."

"키젠 1학년생들의 평균을 월등히 넘어선 칠흑계 원소마법으로, 출전요원 보호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80점을 부여합니다."

오오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현재 최고점인 헥토르가 100점 만점에 90점이었으니, 선발조원 가산점을 받지 못한 그녀가 80점이면 상당히 선방했다.

메이린이 감격으로 몸을 떨었고, 카미바레즈가 그녀를 껴안으며 축하해 주었다.

"무리한 훈련과 자기관리 미스로 부상당한 건 틀림없는 실책이지만."

제인의 시선이 붕대로 칭칭 감겨 있는 메이린의 다리로 향했다.

"부상 투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메이린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어깨를 가늘게 떨었다. 그동안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을 조원이었다.

"다음, 딕 헤이워드."

"넵!"

"고성능의 칠흑 인챈트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7조의 사이클롭스 공략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마찬가지로 80점을 부여합니다."

다시 한번 터져 나오는 감탄성. 딕이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아, 네!"

"혈류학 지망생으로서, 7조 공격의 핵심 딜러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습니다."

제인이 빙그레 웃었다.

"현장에서 뛰는 네크로맨서들 중에서도 그런 수준의 과출혈 마법은 쉽게 보기 힘들죠. 85점을 부여합니다."

"아......!"

파도처럼 밀려드는 감격에 카미바레즈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카미!"

"역시!"

메이린과 딕이 얼싸안으며 '잘했어!'를 연발했다.

"마지막으로 시몬 폴렌티아."

강의실에 순식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7조의 선전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헥토르의 얼굴도 흙빛으로 굳어졌다. 그의 엉덩이가 의자에서 살짝 떨어졌다.

"출전조원으로서 제 몫을 다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조원들을 케어했고, 직접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피하며 시간을 벌었습니다. 소환수의 극적 운용으로 몬스터의 몸에 상처를 내 대출혈 전제 조건을 충족했고, 복원기술의 활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엔 기어이 사이클롭스의 숨통을 끊어냈죠."

채점지를 읽은 그녀가 가볍게 숨을 내쉰 다음 입을 열었다.

"......완벽했습니다. 개인 점수 100점을 부여합니다."

점수 100점!

폭발적인 환호성이 강의실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다.

다른 A반 학생들도 시몬의 활약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모두에게 7조의 활약은 너무나 큰 자극이었다.

그렇게 7조의 총합 평가 점수는 최고점인 A+.

점수가 몇 계단을 올라가 버리며, A반 최강인 3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A+ 이상의 점수가 없다는 게 아쉽군요."

라고 말하는 제인의 이야기로 A반 최고는 7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쐐기타를 먹였다.

헥토르는 눈을 꽉 감으며 등받이에 등을 깊게 기댔다.

"헥토르......."

"말 걸지 마라. 입 찢어버리기 전에."

3조 조원들은 그대로 입을 다물고 슬금슬금 헥토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 * *

"A+를 위해!"

"건배!"

맥주잔이 부딪히며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물어가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작은 오두막 앞에 모닥불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 주위로 시몬과 딕, 메이린, 카미바레즈가 둥글게 모여 앉아 있었고, 모닥불 앞에는 먹음직스러운 꼬치구이가 기름을 뚝뚝 떨어뜨리며 잘 익어가고 있었다.

"크으으, 이번 수행평가는 사실상 딕 하드캐리였지!"

얼굴이 벌게진 딕이 끌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없었으면 니들 사이클롭스에 상처도 못 냈을 거잖아! 그치? 이거 인정하는 부분 아니냐?"

"또 또 나댄다."

메이린이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다. 그래도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 있는 게, 평소와 같은 날 선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한 명이라도 제 역할을 못 했으면 진 거야 바보야. 그리고 따지고 보면 네가 제일 역할이 적지! 무기나 뿌린 주제에!"

"와! 진짜 어이없네! 캐리남을 이렇게 매도해도 되는 겁니까아?"

"아, 저리 가! 너 술 냄새나!"

"엥? 진짜 나냐? 이제 한 잔 마셨는데."

딕이 킁킁 손바닥에 입김을 내며 냄새를 맡았다. 메이린은 질색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편 카미바레즈는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두 손에 쥔 맥주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싫으면 굳이 안 마셔도 돼."

시몬이 웃으며 말했다.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저 술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해서......."

"괜찮아! 카미 괜찮아!"

딕이 휙휙 손을 흔들었다.

"키젠 학생은 자기 행동에 책임만 질 수 있으면 뭐든지 오케이야! 게다가 이 자리는 우리끼리만 온 게 아니라 '보호자'도 있잖아? 합법 술자리! 합법 술자리!"

하이텐션인 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미바레즈가 조심스럽게 시몬에게 물었다.

"저도 이거 마시면 딕처럼 되는 거예요?"

시몬은 결국 참지 못하고 푸핫! 웃음을 터졌다.

맞은편의 메이린은 거의 자지러질 듯한 반응으로 깔깔대고 있었다. 딕의 표정이 울상이 됐다.

"카미, 너 마저......."

딕이 꼬인 발음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그때, 오두막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이것도 드제요!"

다름 아닌 마투학 교수 홍펭이었다.

그녀가 모닥불 앞의 지지대에 냄비를 올렸다. 냄비에는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고기 수프가 담겨 있었다.

"와아아아!"

먹음직스러운 냄새에 모두가 흥분해서 냄비 앞으로 몰려들었다. 홍펭은 손수 한 그릇씩 수프를 떠서 제자들에게 내밀었다.

"잘 먹겠습니다!"

오두막에 모두를 초대한 건 홍펭이었다. 시몬이 이번에 최고 성적을 받았다는 소문을 듣고 축하 파티 겸해서 시몬의 조원들을 초대한 것이다. 모닥불의 꼬치구이나 고기 수프도 전부 그녀가 직접 잡은 사냥감으로 만들었다.

시몬은 수프를 한입 떠먹어보았다.

'......마, 맛있어!'

이런 맛은 처음이다. 그냥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맛있다.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순하고 자연적인 맛인데, 어떻게 이토록 깊은 맛이 나올 수 있을지 신기할 정도였다.

"대박!"

"교수님 최고예요!"

"후후! 많이 드제요!"

홍펭도 자리에 앉았다.

원래 키젠 안에서 학생들 간의 이런 술자리는 꿈도 꾸기 힘들지만, 그녀가 장소도 제공했고, 보호자로 책임을 진다고 해준 덕분에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딕이 얼른 오크통에서 맥주를 한 잔 따라서 그녀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딕."

"와하! 살다 보니 키젠 교수님의 초대를 받아보는 날도 옵니다! 역시......!"

딕이 능글맞은 시선으로 시몬을 보았다.

"홍펭 교수님! 은근히 시몬을 편애하시는......."

수프를 먹던 메이린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야, 딕!"

"맞아요."

홍펭이 담백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가 멈칫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리들도 다 같은 자람인데. 좋아하는 학쟁, 안 좋아하는 학쟁. 있을 법하지 않나요?"

"......아하하! 듣고 보니 그렇슴다! 건배!"

딕이 재빨리 건배를 외쳤다.

어쩐지 민망해진 시몬은 얼굴을 붉힌 채로 잔을 부딪쳤다. 홍펭이 후후 웃었다.

"농담이에요. 나는 모든 학쟁들을 다 자랑하고 좋아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몬의 머리를 애정 넘치게 쓰다듬는 홍펭이였다.

딕과 메이린의 부러운 시선이 시몬에게 꽂혔고, 카미바레즈는 시몬과 홍펭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얼른 고개를 푹 숙였다.

"요즘 학쟁들 보호 기간이 풀려 힘들 거예요. 그렇다고 키젠 교주님들이 여러분을 싫어해저 그러는 게 아니에요. 조금만 더 힘내제요! 알았죠?"

"네! 알겠습니다!"

사석에서 만나는 홍펭은 키젠 교수의 권위의식 같은 건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한없이 살갑고 편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편한 동네 누나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모두들 빠르게 술자리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었다.

"다음 주."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홍펭이 다리를 쭉 펴고 말했다.

딕이 얼른 귀를 기울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네, 교수님! 듣고 있슴다!"

"다음 주에, 여러분은 드디어 '임무'에 나가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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