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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57화 (5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7화

"그럼 이제 실전입니다."

실라지가 말했다.

"1사로 준비."

"예! 1사로 카렐 옥사라 준비됐습니다!"

카렐이 조교가 미리 알려준 대로 대답했다. 실라지가 다시 말했다.

"사격 개시."

그녀가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순간, 손끝에서 피와 칠흑이 뭉친 탄환이 쏘아져 나갔다.

탄환은 정확히 표적지 중앙을 펑! 소리와 함께 관통했다.

"피 유형은 AP-5. 관통흔 직경 45㎜. 관통한 표적지 3개입니다!"

조교가 즉시 보고했다.

실라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나 투사기를 실행시키자, 사로밖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도 카렐 옥사라가 맞춘 표적지가 보였다.

"AP-5유형의 혈액은 칠흑과 만났을 때 '수축'하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실라지가 손바닥을 펼쳐 칠흑을 풍선처럼 만들어놓고는, 그 위에 AP-5의 혈액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그러자 칠흑이 빠르게 피를 중심으로 뭉쳐 들었다.

"칠흑을 극도로 압축시킬 수 있는 만큼 뛰어난 관통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 사출보다는 구축에 더 특화되어 있습니다. 쿨럭! 크음! 마법진 형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칠흑의 보조에 특화된 유형입니다."

실라지가 다시 고개를 돌려 카렐을 보았다.

"자네는 자리로 돌아가게. 조교에게 AP-5 명찰을 받도록."

"네! 감사합니다!"

"다른 여러분도 혈류학 수업에선 반드시 이 명찰을 오른쪽 가슴에 달고 나와야 합니다. 다음, 2사로."

"네, 넷!"

잔뜩 긴장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2사로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준비됐습니다!"

무표정하던 실라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우르슬라 가문이라, 뱀파이어군.'

카미바레즈가 두 팔을 파르르 떨며 표적지를 조준했다.

첫 지망과목 수업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혈류학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뱀파이어 종족의 차례였기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힘내 카미.'

6사로에 앉아 있는 시몬도 마음속으로나마 응원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카미바레즈의 눈동자가 시몬 쪽으로 향했다.

'.......'

정말로 응원이 닿기라도 한 걸까.

생긋 웃어 보인 그녀가 고개를 되돌려 표적지를 응시했다.

"사격 개시."

실라지의 지시가 떨어지고 그녀가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온 혈흔과 칠흑이 뭉쳐지더니 터엉! 소리와 함께 탄환처럼 쏘아져 나갔다.

퍼어어어엉!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혈류탄이 표적지에 닿는 순간, 관통이 아니라 그대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 주위의 표적지 네 개가 한꺼번에 폭발에 휘말려 박살 났다.

오오-!

사로에서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이 감탄성을 터뜨렸다. 책상에 앉아 있던 학생들도 고개를 쭉 내밀고 있었다.

"피 유형은 KP-1. 관통흔의 직경 추정은 무의미하고, 폭발로 파괴한 표적지는 네 개입니다."

마나 투사기의 화면에서는 네 개의 표적지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모습이 보였다.

실라지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KP-1 유형의 혈액은 칠흑과 조합됐을 때 '폭발'하려는 성질을 가집니다. 공격력만으로는 현재 알려진 혈액 유형 중에 최강. 뱀파이어만이 가지고 있는 유형입니다."

실라지가 카미바레즈의 사로를 돌아보며 말했다.

"앞으로 자주 보겠구나. 카미바레즈."

실라지의 눈에 들었다!

감격한 카미바레즈가 큰 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 몇몇 학생들이 부러운 듯 웅성거렸다.

"......역시 뱀파이어야."

"혈통빨 미쳤네."

"우르슬라는 어쩔 수 없지."

이어서 빠르게 빠르게 3사로와 4사로의 학생들이 혈류탄을 발사했다. 각각 혈액 유형이 달랐고, 실라지는 유형별로 궁합이 좋은 흑마법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자, 다음 준비하세요. 학생."

"네."

5사로가 사격을 하고 있을 때, 조교가 6사로인 시몬의 앞으로 다가왔다.

"실례할게요. 조금 따-끔할 수도 있어요."

그녀가 시몬의 팔에 연결된 링거 장치를 작동시키자, 몸속의 피가 손가락 끝으로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그녀가 손가락 끝에 마법진을 펼쳤고, 시몬의 칠흑과 혈액이 흘러나와 마법진을 붉게 물들였다.

"자, 화이팅~"

조교가 작은 목소리로 응원했다.

"6사로."

뒤이어 실라지의 목소리가 들었다. 시몬이 얼른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예, 6사로 시몬 폴렌티아. 준비됐습니다!"

드디어 차례가 왔다. 시몬은 왼쪽 눈을 감고 검지 끝을 쭉 펼쳐서 표적지를 확실히 조준했다.

"사격 개시."

실라지의 지시와 동시에 머릿속이 텅 비워졌다.

집중력이 최고가 된 순간, 시몬이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손이 반동으로 밀리는 느낌과 함께 혈류탄이 쏘아져 나갔다.

팟!

그런데 시몬이 발사한 탄환이 갑자기 허공에서 사라져 버렸다.

시몬과 숨죽이고 지켜보던 학생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을 깜빡였고, 헥토르의 파벌들은 빵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저게 뭐야?"

"탄환이 사라지는 흑마법이냐?"

그때였다. 중간에 사라졌던 혈류탄이 표적지 앞에서 푸른빛을 뿜으며 나타났다.

콰지지직!

푸른빛이 표적지에 부딪히자, 이내 부채꼴 모양으로 화력이 퍼져 나갔다. 시몬의 표적지 두 개가 찢어졌고, 좌우의 5사로와 7사로의 표적지까지 하나씩 박살 났다.

'......!'

표적지에 닿는 순간 부채꼴로 퍼져 나가는 혈류탄은 실라지도 본 적이 없었다.

조교도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혈액 유형 발견된 바 없음. 신유형입니다."

웅성웅성.

실라지가 손을 들어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고는, 입을 열었다.

"타격한 표적지 전방 2개, 좌우방 2개. 나도 처음 보는 유형이라 설명이 불가능하겠군요. 다음, 7사로 준비."

실라지는 바로 다음 사격을 진행했다.

시몬은 그저 어리둥절했다. 혈류학 교수가 처음 보는 유형이 있을 수가 있나?

시몬이 사로 밖으로 빠져나오자, 명찰을 배부하고 있던 조교가 머리를 긁적였다.

"학생은...... 드릴 명찰이 없네요. 내일 수업에 새로 만들어 올게요."

"아, 넵."

시몬은 얼떨떨한 얼굴로 딕과 메이린, 카미바레즈가 기다리고 있는 자리로 들어왔다.

시몬이 오자마자 세 사람이 얼른 고개를 내밀었다.

"야, 시몬! 너 또 뭔데!"

"......나도 모르겠어. 그냥 시킨 대로 한 건데."

"신유형이라니! 대단해요 시몬!"

"으음."

한편 딕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신유형이 특별해 보여서 멋지긴 한데. 이거 나중이 고민이네. 혈류학에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거 아냐?"

"아......."

혈류학은 같은 혈류계 마법이라도 피 유형별로 훈련법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혈류학은 다른 과목들보다 조교들의 수가 많고, 학생들도 자신의 유형 이름이 붙은 명찰을 달고 나온다.

실라지가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면, 조교들이 유형에 맞는 세부적인 팁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시몬은 앞으로 자신의 혈류학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 * *

혈류학 수업이 모두 끝나고, 실라지는 마나 투사기에 찍힌 시몬의 혈류탄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다.

'......역시 그렇군. 확실해.'

시몬의 가진 피의 특성은 '증식'.

피와 칠흑이 만나는 순간, 특별한 작용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그냥 칠흑이 피를 잡아먹어 버린다. 그리고 칠흑은 전보다 용량과 위력이 불어난다.

날아가던 혈류탄이 중간에 사라진 것처럼 보이던 것은, 칠흑이 피를 잡아먹어서 탄환이 보이지 않게 됐을 뿐이다. 그러다가도 칠흑이 표적지에 부딪히면서 타격은 제대로 발생했다.

'흥미롭군.'

카미바레즈 우르슬라를 비롯한 뱀파이어들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능력.

뱀파이어들의 강력한 피는 칠흑을 잡아먹고 덩치를 키우지만, 시몬의 경우에는 칠흑이 피를 잡아먹는다.

'정말로 흥미로운 케이스야. 이건 무조건 연구가치가 있어.'

실라지는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깊게 기대며 회상에 잠겼다.

'......왜 그렇게 바힐이 공을 들인 건지 이제야 알겠군.'

불과 며칠 전.

실라지와 바힐은 교수 휴게실에서 만났다.

-실라지 교수님. 한 가지 거래를 제안 드립니다.

확실히 그때의 바힐은 평소보다 더 공손한 느낌이었다.

-혹시 제가 담당하는 B반의 안드레아 사키 학생을 아십니까?

모를 리가 없지.

실라지는 대답 없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하프 뱀파이어인데 저주학 지망생이더군요.

-.......

-솔직히 저주학에 상당히 재능 있는 학생인 건 맞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도 혈류학 성적이 더 높았습니다. 뱀파이어라는 프리미엄도 있구요.

달칵.

실라지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바힐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안드레아를 설득해서 혈류학을 전공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교수님께 큰 힘이 되어줄 학생입니다.

-자네는.

실라지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학생 시절부터 그렇게 건방졌지.

-.......

-아무리 까마귀에 들어갔다고 해도, 적당히 기어오르게.

바힐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물론 행동만 그럴 뿐, 그의 눈빛에는 조금도 굴하는 기색이 없었다.

-건방지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단지 오랜 제자로서 교수님을 도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하, 2학기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혈류학을 뗀 놈이?

-실라지 교수님. 제가 원하는 건 딱 한 가지입니다.

바힐의 눈빛이 번뜩였다.

-A반의 시몬 폴렌티아의 영입을 포기해 주십시오. 제 요구는 딱 그것뿐입니다.

처음 들었을 땐 의외라고 생각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거래였으니까.

실라지가 본 바힐이라는 남자는 철저히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에만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실라지는 보나마나 안드레아를 이쪽에서 받는 대신, 자신이 담당하는 학생 중 한 명을 저주학 전공으로 설득해 보내는 거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바힐의 조건은 이미 소환학을 지망하고 있는 학생의 영입 포기.

단지 영입을 포기한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 실라지는 직속제자 급의 인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였다.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고, 찜찜한 마음에 직답은 피했다.

하지만.

'바힐 이놈.......'

실라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런 천재를 거저로 꿀꺽하려 했단 말이지?'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며 남자 조교가 다가왔다. 실라지는 회상에서 깨어나 그를 보았다.

"교수님, 커피 타 왔습니다."

"고맙네. 그리고 자네는 지금 바로 내 연구실에 가서 연구논문 등록 준비를 해놓게."

"......예?"

조교가 눈을 끔뻑였다. 수업이 한참 밀려 있는 이 바쁜 와중에 갑자기 연구논문?

"그, 그럼 주제는 어떻게......."

"신유형 혈흔."

실라지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조교는 빠르게 눈치를 챘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의 피를 연구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다른 키젠의 혈류계 네크로맨서들이 움직이기 전에 서둘러야 해. 새로운 피의 이름은 적당히......."

잠시 고민하던 그가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SM-1 정도로 해두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 조교들에게 전달하도록."

실라지의 눈이 빛났다.

"지금부터 우리도 시몬 폴렌티아 쟁탈전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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