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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1화 (6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1화

시몬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운 좋게 내가 알고 있던 기술이랑 비슷해서 그래."

기세를 탄 시몬은 바로 이어서 두 번째 서클링을 시작했다. 처음 할 때보다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다.

시몬이 칠흑을 손바닥에서 굴리기 시작하자, 칠흑은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아까 그거 하는 거야?'

시몬은 이에 대답하듯 칠흑의 회전을 강하게 유지했다.

그렇게 처음에 들인 시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시간 만에 서클링을 완성해서 마법진에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우우우우웅!

두 번째 귀퉁이까지 작동시키며 몇 개의 룬어들이 더 살아났다.

"이제 두 개 남았다! 계속해 시몬!"

"응."

시몬은 집중력을 끌어올려 서클링을 재개했다.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가 쉬웠다.

우우우웅!

마침내 네 개의 귀퉁이를 모두 점화하자, 마법진 전체에 환한 불이 들어왔다.

따당. 따다당.

두개골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턱과 입천장을 부딪치며 소리를 냈는데, 재질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아일랜드 랫맨 스켈레톤보다는 청아한 소리가 났다.

그때 두개골이 퉁 하고 뛰어올랐다.

"아얏!"

그리곤 시몬의 팔을 덥석 깨물었다. 이빨도 없었지만, 턱 힘이 얼마나 센지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아팠다.

"아, 여기 주의사항 있다."

딕이 조립도를 보며 말했다.

"사피로스는 뭐든지 물고 보려는 습성이 강합니다. 마법진을 발동한 다음에는 뒤로 물러나서 개껌이나 방석 등을 던져놓으십시오."

"아, 조금만 더 빨리 말해주지!"

시몬이 두개골을 떼어놓으려 낑낑대며 말했다.

"나도 방금 발견한 거야. 여기 보니까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고 사념에 접속해서 천천히 길들이면 이런 공격적인 성향이 많이 줄어든다네."

"그럴 시간 없어."

시몬이 눈을 부릅뜨며 두개골을 노려보았다.

"내려와."

잘근잘근 시몬의 팔을 씹고 있던 두개골이 움찔했다. 시몬이 지긋이 쳐다보자, 결국은 시몬의 팔을 놓고 물러났다.

"다시는 그 어떤 사람도 물면 안 돼. 명령이야."

두개골이 축 처지며 잠잠해지는 게, 마치 풀죽은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딕이 헛웃음을 흘렸다.

"세상에 나쁜 해골은 없다도 아니고, 네 앞에선 죄다 말 잘 듣네."

소환 마법을 발동시켰으니 이제는 직접 뼈를 조립할 차례다. 박스에서 뼈들을 쭉 꺼내놓고 두개골을 슥슥 쓰다듬었다.

"조금만 기다려. 곧 네 몸을 만들어줄게."

그 말을 알아들은 걸까.

두개골이 신이 난 듯 폴짝폴짝 테이블 위를 뛰어다녔다. 그러다 테이블에 올려둔 피어의 분신을 툭 쳐서 떨어뜨렸다.

[어떤 놈이냐!]

피어의 목소리가 시몬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이번 신참은 개념이 없군! 나중에 군단에 내려오면 죽었다고 복창해라!]

'......하하.'

테이블에 다시 피어의 분신을 올려놓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시몬은 조립도대로 스켈레톤을 차근차근 조립해 나갔다.

'역시 이게 제일 재밌어.'

스켈레톤의 뼈에 인력이 생겨서, 연결할 때마다 자석처럼 착 착 달라붙는 감각이 기분 좋았다.

다만 아일랜드 랫맨 스켈레톤에 비해 조립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밴딩(Banding)? 이건 어떻게 하는 거지?'

조립 단계에서 사용자가 직접 칠흑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파트도 있었고, 박스에 동봉된 약품을 사용하는 단계도 있었다.

특히 팔을 조립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스켈레톤은 근력이 약한 언데드인 만큼, 시위를 잡아당길 근력을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해야 했다.

팔뼈 사이에 난 구멍으로 칠흑실을 통과시키고, 마치 붕대로 팔을 두르는 것처럼 칠흑으로 밴딩처리를 했다.

관절 부위에는 접착 약품을 바르고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충분히 눅눅해지면 열을 가해서 마무리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많이 헤맸다. 두 시간 동안 꾸벅꾸벅 졸던 딕은 결국 409호로 돌아갔고, 가끔 탕비실에 들리는 다른 학생들도 이제는 뚝 끊기게 됐다.

시몬 혼자 소환학 교재와 칠흑역학 교재를 쭉 펼쳐놓고 끈질기게 조립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미친 듯이 조립에 심취해 있던 시몬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1분 1초가 아까웠던 날은 살면서 처음이네.'

그래도 끝장은 봐야 했다. 시몬은 마지막으로 완성해 놓은 두 개의 다리뼈를 연결했다.

"됐다......!"

새하얗고 매끈한 몸체에, 두개골에는 뿔이 달린 늠름한 스켈레톤이 자신의 팔다리를 움직여 보고 있었다.

따당! 따다당!

그러곤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드는 듯, 탕비실 곳곳을 이리저리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좋아. 밖으로 나가자!"

따당!

시몬과 스켈레톤 아처는 함께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군청빛의 새벽하늘 아래로 펼쳐진 키젠 교정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신선한 새벽공기를 크게 한번 들이마시며, 시몬이 소리쳤다.

"받아!"

아공간을 열고 스켈레톤 전용 활을 던져주었다.

원래는 시몬이 쓰는 1골드짜리 활을 주려고 했지만, 역시 이건 스켈레톤에게 너무 빡빡할지도 모르니 일단은 쉬운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착.

스켈레톤 아처는 활을 받는 순간, 무엇을 예감한 것처럼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러곤 즉시 절도 있는 사격 자세를 취했다.

왼손으로 활을 쥐고, 오른손은 등 뒤로 가져갔다. 등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고장 난 기계처럼 허공을 휙휙 휘젓고 있었다.

'......설마, 등에 멘 화살집의 화살을 찾는 건가?'

스켈레톤은 생전의 습성과 버릇이 강하게 남아 있는 종류의 언데드다.

그래서 생전에 활을 사용했던 몬스터의 뼈가 스켈레톤 아처의 재료로 쓰이는 것이다. 사피로스도 숲에 사는 반인반수의 몬스터로 활을 주무기로 사용한다.

"여기 화살이야."

시몬이 아공간에서 화살을 꺼내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스켈레톤 아처는 등을 보인 채로 뒷걸음질 치며 다가왔다. 여전히 오른손은 등 뒤에 허공을 훑고 있었다.

시몬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그 손에 화살을 들려주었다.

차악.

번개 같은 속도로 화살을 메기고.

처억!

능숙한 자세로 시위를 당기며 조준을 마쳤다. 시몬이 사념에 접속해 목표를 지정했다.

'저 나무를 쏘는 거야.'

긴장된다. 드디어 밤새 만든 결과물을 보는 순간이었다.

시몬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명령했다.

'지금!'

피잉!

새벽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나무에 텅! 소리가 나게 꽂혔다. 시몬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토해냈다.

시몬의 생애 첫 스켈레톤 아처 제작이었다.

* * *

같은 시각, 로체스트.

시내 중심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낡은 건물. 이곳의 계단 아래에는 정체불명의 지하 수술실이 있었다.

피 묻은 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이 공간에서, 수술 침대에 누워 있던 한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반신은 속옷 차림이었고 드러난 상반신 전체는 칠흑으로 그린 새까만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다.

"으윽."

깨어나자마자 느껴지는 극심한 두통 때문에, 남자는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일어났습니까? 하렌 코크."

그의 시선이 움직였다. 수술실의 문이 열리며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아, 바힐 교수님!"

바힐이 벽에 등을 기대어 팔짱을 꼈다.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기분은 좀 어떤가요?"

"......."

하렌은 칠흑 문신으로 가득한 자신의 몸을 훑었다. 그러곤 오른쪽 주먹을 꾹 쥐어보았다.

칠흑이 샘물처럼 흘러나와 바닥으로 주륵주륵 떨어지고 있었다.

"......힘이 넘쳐흘러요! 뭐든 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바힐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키젠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수업을 소화하세요.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몸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결투평가 전까지는 샤워를 삼가도록 하세요. 머리를 감거나 세수하는 정도는 괜찮겠군요."

바힐은 그렇게 말하며 옷걸이에 걸려 있던 교복을 하렌에게 던졌다.

"내일모레, 결투평가가 시작되면 그 문신은 자연스럽게 몸에서 사라질 겁니다. 키젠의 도핑 검사에도 걸리지 않겠죠. 그래도 저주로 강력해진 당신의 힘은 두 달 정도 너끈히 유지될 겁니다."

하렌이 감격한 눈으로 바힐을 바라보았다.

"교수님. 대체 제게 왜 이런 도움을......."

"이유는 아무래도 좋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그저 제가 부탁한 일만 처리하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하렌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A반의 특례 1번, 시몬 폴렌티아를 결투평가에서 쓰러뜨리는 것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특례 1번이라고 해도 너무 겁먹을 것 없습니다. 지금의 당신은 그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으니까요."

하렌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다 등에서 본인의 주특기인 '블랙핸드'를 뽑아냈다.

촤아아아아악!

검은 손이 등에서 뽑혀 나왔다. 하렌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크기도, 위력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블랙핸드를 펼쳐 앞으로 내미니 전신을 가릴 수 있는 크기가 되었다. 길게 늘여서 채찍처럼 휘두르자 후웅! 후웅! 하고 살벌한 파공음이 들렸다.

이거라면, 그 누굴 상대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바힐 교수님!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 미칠 듯한 고양감!

하렌은 이런 힘을 선사해 준 바힐이 하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혹시 시몬 폴렌티아가 거슬리시는 거라면, 결투평가에서 사고로 위장해 죽여 버릴까요?"

그 순간.

웃고 있던 바힐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키기기기기기기기기긱!

바힐의 등 뒤에서 유령이 울부짖는 듯한 음성이 들렸다. 하렌의 전신이 순수한 공포감으로 떨렸다.

"괜한 짓은 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제가 시킨 일을 시킨 만큼만 처리하면 되는 겁니다."

하렌은 숨이 점점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급기야 자신의 목을 틀어쥐었다.

"만약 일이 잘못돼서 그가 죽는다면."

바힐의 눈동자에 소름 끼치는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결코 곱게 죽지 못할 겁니다. 죽은 뒤에도 영원히 고통받게 만들어 드리죠."

"커헉! 쿨럭! 며, 명심하겠습니다!"

바힐이 기운을 거두자 하렌은 다시 숨을 쉬며 헐떡거렸다.

'......서브 플랜도 되지 못하는 새끼가 어딜 감히.'

바힐은 그대로 등을 돌려 수술실을 나갔다. 겉옷을 걸치고, 모자를 썼다.

'시몬 폴렌티아. 이런 방법을 쓰게 돼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심정이었으나, 지금의 시몬에게 필요한 건 패배였다.

지독한 패배감에 빠지다 보면 자기 자신을 돌아볼 것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이 소환학이라는 사실까지 깨닫게 되리라.

'이 일은 언젠가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먼 훗날.'

귀 끝까지 올라간 바힐의 입꼬리가 완전히 비틀어졌다.

'제가 내린 결단에 감사하게 될 겁니다. 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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