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4화
"경기 시작!"
시몬은 즉시 가상의 레버를 잡아당겼다. 병장기를 든 스켈레톤 세 기가 아공간에서 튀어나왔다.
하렌은 등 뒤에 칠흑으로 마법진을 그렸다. 잠시 후 철퍽! 소리와 함께 칠흑으로 이루어진 악마의 팔이 솟구쳤다.
그의 주특기인 '블랙핸드'였다.
'시몬 폴렌티아. 너에 대한 공략은 완벽하게 준비해 왔다.'
어떤 상황이든 대응할 수 있도록 블랙핸드를 움직이며, 하렌이 입꼬리를 올렸다.
'소환학 지망이지만 가장 위협적인 건 마투. 내가 가까이 붙지만 않으면 돼.'
시몬은 소환술사의 일반적인 관념과는 조금 틀어져 있는 케이스였다.
스켈레톤을 피해서 술사를 직접 노리는 공략법이 가장 흔하겠지만, 시몬은 마투도 능하다.
무턱대고 근접전으로 가는 건 위험하다.
'아마 스켈레톤으로 날 공격하면서 내 돌진을 유도하겠지. 쉽게 당해주진 않아.'
하렌은 거리를 벌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오히려 먼저 한 발 움직인 건 시몬이었다.
'온다......!'
하렌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데, 시몬은 앞으로 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저벅. 저벅.
계속해서 뒷걸음질 쳤다. 시몬의 주위를 지키고 있던 스켈레톤들도 마찬가지. 포지션을 유지한 채 진형 전체를 뒤로 물리고 있다.
'......이건 또 뭐하는 짓이야?'
하렌의 눈썹이 꿈틀했다.
얼마나 물러날까 싶어서 가만히 지켜봤더니, 시몬은 아예 경기장 끝까지 왔다.
이제 뒤에는 벽. 본인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친 셈이었다.
'무슨 공략을 들고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이쪽도 원거리 공격이라면 가능하다. 하렌은 칠흑 마법진들을 허공에 띄웠다. 네 개의 칠흑화살이 빠르게 완성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어?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딕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랙핸드를 유지 중인 상태에선 다른 흑마법은 사용하지 못할 텐데?"
그러나 보란 듯이 마법진을 완성한 하렌이 칠흑화살들을 날려 보냈다.
시몬도 빠르게 대처했다. 바닥의 아공간에서 방패 세 개가 튀어나왔고 스켈레톤들이 검을 버리고 두 손으로 방패를 쥐었다.
'막아!'
스켈레톤들이 방패를 앞세우며 날아오는 칠흑화살을 향해 뛰어나갔다.
터엉! 터엉! 터어엉!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스켈레톤들이 뒤로 주르륵 물러났지만, 안정적으로 가드 하는 데 성공했다.
'이놈 봐라?'
하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시선은 스켈레톤들이 바닥에 내팽개친 무기로 향해 있었다.
'이젠 아예 공격할 생각도 없다. 이거지?'
시몬은 뒤로 물러났고, 스켈레톤들은 무기를 버렸다.
의아함을 느낀 하렌이 시몬의 모습을 샅샅이 관찰했다.
시몬의 오른팔에서는 검푸른 칠흑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마법진은 아니었지만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이것조차 연기이거나.
'공격하러 올 생각이 없다면......!'
하렌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칠흑이 저주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하렌의 수준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의 저주였지만, 바힐의 시술로 가능해졌다.
지식이나 숙련도가 없어도 칠흑의 기억하려는 성질을 이용해 마법진을 재현해 내는 바힐의 비기.
마법진이 완성되자 하렌이 손을 뻗었다.
'시크니스(Sickness)!'
마법진에서 새까만 저주가 번개처럼 날아갔다.
스켈레톤들이 저주를 막기 위해 시몬의 앞으로 뛰어왔지만, 저주는 가볍게 언데드의 몸을 통과하여 시몬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큭!"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매스꺼움과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며 시몬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멀미저주 시크니스(Sickness). 마투학 전공자를 상대할 때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이, 이런 게 멀미라고?'
머리가 핑핑 돌며 세상이 세 개로 갈라졌다가 돌아왔다가를 반복했다.
시몬은 이를 악물고 정신줄을 붙잡았다.
"오."
하렌이 미소 지었다.
"보통은 그걸 맞으면 전의를 상실할 텐데, 계속할 생각인가 보네?"
땀을 뻘뻘 흘리는 시몬은 대답 대신 입꼬리를 올렸다.
무척 신경 거슬리는 미소라고 생각하며, 하렌이 블랙핸드를 움직였다.
부우우우웅!
등 뒤에서 뻗어 나온 악마의 팔이 채찍처럼 휘둘러진다. 시몬은 자기 앞으로 방패를 든 스켈레톤들을 보냈다.
터어어엉!
스켈레톤 두 기가 가볍게 날아가 버렸다. 블랙핸드가 공중에서 다시 궤도를 바꾸어 시몬에게 휘둘러졌다.
지독한 멀미를 느끼면서도, 시몬은 오른발에 칠흑을 일으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주, 죽겠네 진짜!'
공격은 피했지만 점프를 하니 멀미와 구토감이 더 심해졌다. 시몬은 바닥에 착지하며 입가를 슥 닦았다.
'쥐새끼 같은 놈이......!'
하렌이 재차 블랙핸드를 움직였다. 자유자재로 방향이 꺾이며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공격을, 시몬은 정신없이 바닥을 구르며 피해 다녔다.
하렌의 일방적인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뭐 하는 거야! 시몬!"
메이린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공격해! 너도 반격하라고!"
"거, 앞에 학생. 조용히 좀 합시다!"
뒷좌석에서 들린 목소리에 메이린이 얼굴을 확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간만에 메이린을 놀릴 타이밍이었지만, 딕은 그런 생각도 못 하는 듯 땀을 뻘뻘 흘리며 시몬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상해. 진짜 이상하다고."
"야, 딕."
메이린이 그를 흘겨보았다.
"네가 가져온 정보들!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잖아! 블랙핸드 시전 중에는 다른 흑마법은 못 쓴다며? 블랙핸드의 최대 길이도 2미터가 끝이라며? 쟤 칠흑역학만 잘하지 저주는 젬병이라며! 진짜 맞는 게 하나도 없잖아!"
딕이 머리를 박박 긁었다.
"몰라, 모르겠어! 힘을 숨긴 건가? 사실 저 새끼 힘숨찐이었나?"
"그게 뭔 소리야!"
"나도 몰라!"
딕이 버럭 소리쳤다.
"확실한 건! 지금의 하렌 코크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몇 배는 더 강해!"
콰아앙!
시몬이 채찍처럼 휘둘러진 블랙핸드를 피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망할, 더럽게 잘 피하네."
하렌 코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어느새 그의 왼손에는 새로운 시크니스 마법진이 준비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완성되면 끝이야. 2스택에서도 버틸 수 있나 볼까?"
"......."
엄연한 도발.
하렌은 시몬의 신경을 긁으면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일부러 블랙핸드를 크게 휘둘러 가드가 빈 모습을 보이고 시몬의 돌진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시몬은 끝까지 '마투'를 쓰지 않았다.
말없이 박살 난 스켈레톤을 대신할 새로운 스켈레톤들을 꺼낼 뿐이었다.
이상했다. 분명히 밀어붙이고 있는 건 하렌 자신이었다.
저주도 먹였고, 다음 저주도 완성 중이다.
그런데. 그런데도.
'대체 뭘 준비하고 있는 거냐고!'
심적으로 쫓기고 있는 건 하렌 쪽이었다.
쿠우웅!
콰아앙!
'.......'
한편 바힐은 관중석에서 팔짱을 낀 채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예상한 대로 경기는 일방적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흥미롭군요."
바힐이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1학년들 결투평가를 보러 오신 건 처음이지 않습니까? 선배."
계단 쪽에서, 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아론이 관중석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바힐을 지나치려 했다.
"죄책감."
아론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게 선배가 직속제자를 받지 않는 이유 아닙니까? 소환학을 선택하면 어떤 고난이 펼쳐질지 빤히 아니까. 당신의 제자들도 대부분 그 고난을 이기지 못하고 전과했으니, 더는 눈뜨고 그 꼴을 볼 수 없는 거겠죠."
바힐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욕심나십니까?"
"......."
아론이 서늘한 눈빛으로 바힐을 돌아보았다. 바힐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미소 지었다.
"한번 보시죠."
바힐이 손을 펼쳤다.
"우리들의 제자가 어떤 꼴을 당하고 있는지."
이제는 하렌 쪽에서 적극적으로 거리를 좁히며 블랙핸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시몬은 방어와 회피. 오로지 수비 일변도였다.
스켈레톤들이 든 방패가 결국 박살 났다. 이어지는 후속타에 스켈레톤이 깨져 버렸지만, 시몬은 끈질기게 복원으로 다시 일으켰다.
"하렌의 두 번째 시크니스가 완성되면, 이 경기는 끝나겠죠."
"......."
"제 말이 틀립니까? 선배."
아론은 말없이 시몬과 하렌의 경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곤 다시 등을 돌려, 아까 올라왔던 계단으로 내려갔다.
"선배. 어디 가십니까?"
"이미 승부는 났다."
아론이 바힐을 돌아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혹시나 해서 왔지만, 더 볼 필요도 없겠군."
"......?"
바힐은 의아한 표정으로 사라지는 아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쿠우우우우우웅!
경기장은 하렌의 공세로 연신 뿌연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얼굴이 시뻘겋게 된 하렌이 거친 숨을 헐떡였다.
"이게......!"
도저히 시몬의 전략을 알 수가 없었다. 시몬의 오른팔에는 계속해서 칠흑이 일렁거리고 있었지만, 저건 마법진도 뭣도 아니었다.
'아니, 알 필요도 없지. 이제 진짜로 끝이야!'
하렌이 오른손을 쭉 뻗었다.
블랙핸드를 피하느라 자세가 무너진 시몬을 향해, 두 번째 시크니스가 들어갔다.
'우욱!'
이걸로 2스택째.
시몬은 주위가 끔찍하게 비틀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지러움과 구토감이 한계치까지 밀려든다.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어때? 기분 엿 같지 않냐? 특례 1번."
하렌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당연히 나 정도는 찍어누를 생각으로 왔는데, 쉽지 않지?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그 꼴이 바로 현실이야."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
시몬이 왼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후우우."
시몬의 오른손에 일렁이던 칠흑이 사라졌다. 하렌의 입이 귀에 걸렸다.
"포기했네. 항복하려고?"
"아니."
시몬은 천천히 손을 목에 가져가 뭉친 근육을 풀었다. 뿌득 뿌득 하는 소리가 났다.
"이제 완성됐어. 반격해야지."
"......?!"
그동안 계속 준비하고 있던 그거 말인가?
하렌은 다급히 고개를 움직여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시몬이나 경기장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자신의 몸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저주나 환각도 아니다.
'이게 끝까지 허세를......!'
"그거 알아?"
시몬이 주먹을 쥐더니 허공을 향해 내질렀다.
쿠우우우우우우웅!
"우왓!"
"꺄아아아!"
경기장 전체가 뒤흔들렸다.
관중석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시몬은 무표정한 얼굴로 주먹을 당기고는, 다시 내질렀다.
"결투평가 세부룰. 3항 4조."
쿠우우우우웅!
"결투평가를 진행하는 학생은 평가 동안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실격처리된다."
쿠우우우우우우웅!
하렌의 눈이 부릅떠졌다.
시몬의 등 뒤의 경기장 벽이, 거대한 주먹 모양으로 흠집이 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조항을 살펴봐도, 경기장 밖에서 뭔가를 들여오는 걸 금지하는 조항은 없더라."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기어이 경기장의 벽이 박살 나 후두두둑 무너져내렸다.
바깥의 경관이 보였다. 심판도, 관리원들도, 관중들도 하나같이 입을 쩍 벌렸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밖에서 거대한 뭔가가 경기장 안으로 난입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다리가 바닥을 디딜 때마다 결투장 바닥에 흠집이 났다.
"......하."
하렌이 헛웃음을 흘렸다.
"......크흫! 하! 하하하하하! 이런 X발 미친 새끼가!!"
소환마법을 응용한 '핵'을 중심으로, 흙과 진흙을 뭉쳐 만든 거대한 몸집의 대형 소환수.
소환술사의 상징.
태연하게 미소 짓고 있는 시몬을 향해, 그가 발악하듯 소리 질렀다.
"이건 1학년 결평이라고! X발! 아니, 무슨! 골렘이 여기서 왜 나와!!!"
서먼 머드 골렘.
내부의 '골렘의 핵'을 중심으로 흙을 끌어모아 골렘의 형태로 빚어내는 소환 마법이다.
와아아아아아-!
첫 결투평가에 골렘을 끌고 온 1학년생이라니! 관중석은 완전히 뒤집혔다.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도 입을 딱 벌렸다. 딕은 하렌처럼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시몬 찾으러 밖에 나가보니까, 경기장 뒤편에서 골렘의 핵을 묻고 있더라. 시몬은 처음부터 경기장 밖에서 골렘을 만들 생각이었어."
메이린이 휙 고개를 돌렸다.
"아니, 스켈레톤 아처는 그렇다 쳐도! 1학년이 골렘을 만드는 게 가능해?!"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눈앞에 보고 있잖아."
물론 당사자인 하렌이 받은 충격은 누구보다 컸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심판! 저거 외부 소환수 아니에요? 반칙패로......!"
심판이 냉정히 고개를 저었다.
"저 소환수는 시몬 학생의 칠흑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의 골렘이 맞습니다."
경기장 뒤편에 골렘의 핵을 묻은 시몬은, 결투가 시작하자마자 골렘의 핵을 묻은 곳으로 향했다. 물론 하렌에게는 뒤로 물러나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곤 방어 일관으로 나서며 벽 너머의 골렘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외부에 있으니 핵이 공격을 받을 염려도 없었다.
그렇게 시각적인 도움 없이 골렘의 핵을 칠흑으로 일으켜 주위의 흙들을 붙여 만들어낸 것이다.
"자."
시몬이 미소 지었다.
"이제 내 차례지?"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시몬이 명령을 내리자, 골렘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굼뜰 것 같은 거대한 덩치와는 달리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거대한 괴수에 혼자 맞서는 긴장감을 만끽하며, 하렌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망할......!'
인생은 불공평하다.
사람은 서로 다르게 가지고 태어난다.
재능. 재력. 신분. 육체. 종족. 국적.
알고 있다.
그래서 깨고 싶었다.
평민이고, 재능도 없는 내가, 기회를 쥐는 순간 어떤 가치를 일으킬 수 있는지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골렘은 너무 심하잖아......!'
상상도 하기 힘든 거대한 재능의 벽.
하렌은 코앞까지 다가온 골렘보다, 그 뒤에 서 있는 시몬이 훨씬 더 크고 드높게 느껴졌다.
"흐아아아아아아!"
악에 받친 하렌이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이제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바닥을 딛고 공중으로 날아오른 그가 몸을 빙글 회전시켰다. 그러곤 온 힘을 다해 블랙핸드를 내질렀다.
대기가 거칠게 갈라지며, 악마의 주먹이 골렘의 가슴에 부딪혔다.
꾸우웅.
하지만.
골렘의 몸뚱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흙더미가 조금 떨어지고, 블랙핸드의 팔이 무른 젤리처럼 꺾였다.
"스트레이트는."
골렘의 뒤에서, 시몬이 주먹을 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체중을 실어서 치는 거야."
시몬이 주먹을 내지르는 것과 함께 사념으로 연결된 골렘도 거대한 팔을 내질렀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세상이 뒤흔들린다.
골렘의 펀치에 맞은 하렌의 몸이 빛의 속도로 날아가 경기장의 반대편까지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벽이 박살 나며 크레이터처럼 내려앉았고, 경기장 곳곳이 쩍쩍 갈라졌다.
고삐 풀린 말과도 같은 거친 광풍이 불어닥치며 관중석의 모두가 몸을 웅크렸다.
"후우우."
시몬이 천천히 팔을 내렸다. 하렌이 걸었던 저주가 걷히며 시야가 명확하게 돌아왔다.
[시몬 폴렌티아 : 76%]
[하렌 코크 : 0%]
멍하니 있던 심판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손을 척 뻗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승자는! A반의 시몬 폴렌티아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