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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65화 (6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5화

"승자는! A반의 시몬 폴렌티아 학생입니다!"

관중석 전체에서 크고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열광하는 환호라기보다는, 조금은 얼이 빠진 환호성이었다.

"......대박."

"역시 특례 1번이네요."

"저 친구 어디로 간대? 졸업하면 우리가......."

"어휴, 형님. 저 정도면 키젠에서 안 놔줄 것 같은데요."

"이게 얼마만의 소환학 출신 에이스야? 개성 있네."

여러 기관과 조직에서 온 관계자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관중석 앞자리의 학생들이 벌떡 일어났다.

"시모온! 잘했어요! 최고예요!"

"어우, 진짜! 괜히 사람 가슴 졸이게 하고."

"큰 그림 좋았어! 으하하!"

카미바레즈와 메이린, 딕이 큰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시몬도 세 사람을 발견하고는 멋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기관 관계자가 팔짱을 꼈다.

"귀엽네 우리 애들."

"어, 형님. 방금 발언......."

"미친놈아! 직속 후배라고!"

"아- 참. 키젠 나오셨죠."

조원들에게 손을 흔들어준 시몬은 고개를 돌렸다. 벽에 처박혀 있던 하렌이 떨어져 내렸고, 의료원들이 그를 들것에 실어 옮겼다.

의료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어보니 방호 슈트 덕분에 다친 곳은 없지만, 너무 큰 충격에 몸이 놀랐을 뿐이라고 한다.

하렌도 멍한 얼굴로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하렌."

시몬이 그에게 다가왔다.

"......."

"네가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시몬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힘이 아닌 '그런 힘'으로는 절대 날 못 이겨."

"......!!"

그 말을 들은 하렌이 눈을 부릅떴다.

"자, 자, 갑시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하렌이 그대로 들것에 실려 떠났다.

시몬은 가볍게 손을 툭툭 털고는 등을 돌렸다. 실내 경기장 벽 한쪽이 휭휭 바람이 불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뒤늦게 민망함이 몰려왔다.

'마법으로 금방 고칠 수 있다지만 면목 없네.'

여기서 골렘을 해체해 버리면 더 민폐를 끼치는 격이었으니, 시몬은 골렘을 데리고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심판은 다음 경기를 진행했다.

"시몬!"

어느새 카미바레즈와 조원들이 경기장 밖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다친 곳은 없으세요?"

"응, 멀쩡해."

"야! 너 진짜 뭔데에! 놀랐잖아! 우리한테 아무 말도 안 해주고!"

메이린의 외침에 시몬이 멋쩍게 웃었다.

"걱정 끼쳐서 미안."

"아, 뭐! 걱정한 적 없거든!"

한편 딕은 감탄한 표정으로 머드 골렘에게 다가가고 있다.

"크으, 이게 바로 시몬의 골렘이구나!"

그가 만져보려고 팔을 뻗자, 골렘이 몸을 뒤로 빼며 딕을 노려보았다. 딕이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안녕? 착하지-"

이번에는 카미바레즈가 다가가 골렘을 쓰다듬었다.

골렘은 그녀의 손길은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살짝 숙여서 쓰다듬어 주기 좋은 자세까지 취해주었다.

"......."

딕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저 새끼 골렘 아닐지도 몰라."

"뭐래."

"시몬! 저 여기 타봐도 돼요?"

카미바레즈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시몬은 땀을 뻘뻘 흘리며 웃고만 있었다.

"......?"

"카미."

메이린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골렘을 유지하는 데는 계속 칠흑이 소모돼.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시몬이 말라 죽지 않을까?"

"앗! 아앗! 죄송해요! 제가 눈치 없이 그만......!"

카미바레즈가 얼른 골렘에게 떨어졌다.

시몬은 그제야 사념을 풀고 골렘의 작동을 중지시켰다. 그러자 골렘이 우르르 토산처럼 무너져 내렸다.

시몬이 토산에 다가가 무너진 흙더미에서 커다란 구슬 같은 것을 꺼냈다. 이게 바로 골렘의 핵이었다.

"이렇게 생겼구나."

카미바레제와 메이린이 쪼그려 앉아 골렘의 핵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그때 핵의 겉면에서 팅! 하는 소리가 났다. 카미바레즈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괜찮아."

시몬이 웃으며 말했다.

"기분 좋을 때 가끔 장난치는 거거든."

"아......."

"근데 이거 엄청 비싸지 않아? 어떻게 구했어?"

메이린의 물음에 시몬이 씩 웃었다.

"임무로 번 돈이랑 외상으로 어떻게든 했지."

시몬은 저번 임무로 500골드를 벌었고, 산맥 하나를 털어버리며 그레이 오크들을 처리해 준 대가로 레이먼드 영주에게 200골드를 추가 의뢰비로 받았다.

그리고 며칠 전, 스켈레톤 아처를 사러 로체스트에 내려갔을 때 시몬은 90골드는 스켈레톤 아처 세 기를 사는 데 썼다.

이제 610골드가 남아 있는 상황.

-골렘의 핵은 최소 700골드부터 시작합니다.

네크로맨서 상점 주인의 말에, 시몬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때 상점 주인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이게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 할인으로 650골드. 50골드는 외상으로 드리죠. 600골드에 가져가시는 건 어떤가요?

그렇게 상점주인의 말에 끔뻑 넘어간 시몬은 골렘의 핵을 질러 버리게 된 것이다.

'좀 과소비한 것 같지만 뭐.'

그래도 골렘은 비싼 값을 했다. 전투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스켈레톤과는 달리 오래 쓸 수 있었다.

시몬은 조심스레 골렘의 핵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딕, 다음 임무기간은 언제쯤이야?"

"......갑자기 왜?"

얼른 또 밖에 나가서 돈을 벌고 싶었으니까.

네크로맨서는 돈이다.

시몬은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 짓고 있었다.

* * *

오전 결투평가가 모두 끝났다.

가볍게 점심을 먹은 시몬 일행은 이제 제4 경기장으로 넘어왔다. 여기서 딕, 메이린, 카미바레즈의 결투평가가 모두 열린다.

제일 먼저 출전하는 딕은 준비하러 대기실로 떠났다.

"카미. 진짜 뭐 안 먹어도 괜찮겠어?"

시몬이 물었다.

곧 있을 결투의 긴장감 때문인지, 무릎을 모은 자세로 잔뜩 웅크려 있던 그녀가 힘겹게 미소 지었다.

"......네, 괜찮아요. 도저히 안 넘어가네요."

"그러는 너야말로 괜찮은 거 맞아?"

메이린이 팔짱을 끼며 시몬을 노려보았다.

"굳이 우리 경기 보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그냥 자러 가."

"괜찮아, 멀쩡해. 아까 결투 때문에 졸음 다 날아갔어."

"......하여간."

"아, 저기 딕이 나와요!"

카미바레즈의 말대로, 방호 슈트를 입은 딕과 상대편 학생이 경기장 중앙으로 나오고 있었다.

딕의 상대는 '리강 초프라'는 여학생이었다. 어두운 갈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었고, 조금 까무잡잡한 피부색이었다.

"쩝, 또 여자애가 상대냐."

딕이 팔로 뒷머리를 받치며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리강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뭐 어쩌라고? 찍소리도 못하게 눌러줄 테니 기다려."

"예이, 예이."

딕이 능글맞게 웃으며 그녀와 악수했다. 두 사람이 거리를 벌리고 서자 마나 투사기에 배리어 게이지가 떠올랐다.

[딕 헤이워드 : 100%]

[리강 초프라 : 100%]

"두 학생 다 준비됐습니까?"

"예!"

"네."

심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딕 헤이워드 학생과 리강 초프라 학생의 결투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심판이 팔을 내렸다.

"경기 시작!"

딕은 즉시 아공간을 열고 매끈한 검 한 자루를 꺼내 손에 쥐었다.

'인챈트.'

검에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검신이 시커멓게 물들었다. 그것을 가볍게 휘둘러 보며 전투 자세를 취하는 딕이었다.

"고작 그거?"

리강이 피식 웃으며 아공간을 열었다. 그녀의 아공간에서는 무려 스무 자루의 검이 튀어나와 와르르 바닥에 쏟아졌다.

관중석 곳곳에서 의아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뭐야 저게."

"......저걸 다 쓸 수나 있을까요?"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도 한마디씩 했다.

그때 검뭉치 위로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검들이 일제히 시커멓게 물들기 시작했다.

'다중 인챈트......!'

공교롭게도 같은 인챈터들끼리의 대결.

스무 개의 검들이 한꺼번에 물드는 모습을 보고서도 딕은 여유만만이었다. 그는 리강과는 다르게 검 한 자루에 인챈트를 중첩해서 새기고 있었다.

"후후, 인챈트에 대해 뭘 모르네. 얼마나 많은 양의 칠흑을 때려 박느냐가 인챈트 무기의 성능을 결정해. 다중 인챈트는 어지간한 프로급이 아닌 이상 지양되는 기술이지."

"입 닥치고 보기나 해!"

리강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스무 자루의 검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부르르 떨리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오오-

곳곳에서 탄성과 비명이 교차했다. 마치 그녀를 호위하듯 검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검 끝에 붙어 있는 칠흑 실이 달려 있었는데, 저걸 이용해 공중으로 띄워 올린 것이다.

"뒈져."

리강이 거칠게 내뱉으며 손가락을 펼쳤다. 공중에 떠오른 세 자루의 검이 매서운 속도로 딕을 향해 날아갔다.

"웃차차!"

딕은 칠흑을 밟고 달리며 숏소드를 휘둘렀다.

깡! 깡! 깡!

금속음이 날 때마다 불똥이 튀어 오르며 검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슈슈슈슈슈슉!

영점 조준이 끝난 듯, 이번에는 아예 열 자루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날아왔다.

"와, 이건 빡센데!"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떨어뜨린 딕이 자신의 아공간에서 손잡이가 달린 물건을 꺼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그것을 자신의 앞으로 쭉 내밀었다.

'인챈트!'

촤아아아아아악!

딕의 칠흑이 마치 우산과 같은 모양새로 펼쳐졌다. 그 앞으로 검들이 맹렬하게 날아와 부딪혔다.

귀가 먹먹할 만큼 터져 나오는 금속음.

열 자루를 모두 막는 건 무리였는지 칠흑 방패의 귀퉁이가 찢어졌다. 딕의 몸 곳곳을 검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딕!!"

카미바레즈가 걱정스럽게 외치며 마나 투사기 화면을 보았다.

[딕 헤이워드 : 69%]

[리강 초프라 : 100%]

배리어 게이지가 깎여 버린 딕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후우, 위험했다! 그래도 이젠 내 차례...... 응?"

딕을 공격한 뒤 바닥에 널려 있던 검들이 부르르 떨리더니 다시 리강의 주위로 복귀했다. 딕이 입을 벌리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잘하네~"

리강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도 혓바닥 놀릴 여력이 남아 있어?"

"그럼, 그럼! 얼마나 더 놀릴 수 있는지 보여줄까?"

딕이 스읍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이름, 리강 초프라. 그리고 본명은 프리앙카 초프라."

"!!"

리강의 눈이 부릅떠졌다.

"샤헤드 왕국 디팩 영지의 원주민 출신. 초프라는 성은 엄마 성을 따왔고, 코어는 마을의 현자가 개방. 코어 개방에서 첫 칠흑까지는 1년 걸렸고, 특기는 사냥. 취미는 요리."

"뭐, 뭐하는 짓이야!"

"키젠에 들어온 뒤 G반에 배치, 과목 테스트 평균 70점대, 처음 사귄 친구는 나르샤 아브라, 칠흑역학 지망이지만 최근 마투학에 관심 가지는 중. 무릎에 경미한 부상이 있음. 키 163, 몸무게 61, 허리둘레는......."

"닥쳐! 이 미친 새끼야!"

리강 초프라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같은 조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진 메이린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고, 카미바레즈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전백승."

딕이 씩 웃으며 아공간을 열었다.

그 사이로 뻗어 나온 다섯 개의 금속 말뚝 중에서, 하나를 꺼내 바닥에 박았다.

"내 신조야. 일단 나는 내가 약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거든~ 그래서 남을 아는 데 아주 관심이 아주 많아."

"더 지껄이지 말고 뒈져! 쫌!"

리강이 열 자루의 검을 일제히 날려 보냈다. 딕은 금속 말뚝에 손바닥을 올리고는 마력을 불어넣었다.

'인챈트!'

금속 말뚝에 마력이 들어왔다. 그러자 딕을 향해 날아가던 검들이 모두 말뚝에 철썩철썩 달라붙었다.

"......!"

"일종의 전자석 같은 거야. 칠흑으로 작동하면 같은 성질의 금속을 빨아들이지."

딕이 금속 말뚝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탄소강과 아마리늄 반반 섞은 거. 맞지?"

"그, 그런 것까지 어떻게......!"

딕이 품에서 쪽지를 꺼내 펼쳐 보이며 웃었다.

"로체스트 무기 상점에서 네가 사 간 물건 구매 리스트야."

"......!"

"이번 임무평가로 돈 들어오자마자 검만 스무 자루 샀더라고. 이 정보로 한 가지 더 알 수 있는 점."

쪽지를 등 뒤로 던져 버린 딕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1실버 짜리 동전 하나를 꺼냈다. 언제 인챈트를 사용했는지 동전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방패나 방어구는 하나도 안 샀더라?"

딕이 오른 손바닥과 동전에 각각 마법진을 하나씩 펼쳤다. 그러고는 두 마법진이 맞닿게 한 상태에서 주먹을 꾹 쥐었다.

"상대인 내가 순수 인챈터라서 방심했는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딕의 두 팔을 머리 뒤로 보내면서 왼 다리를 들었다. 이내 다리로 바닥을 딛고 무게중심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쏠렸다.

동시에 강하게 휘둘러지는 오른팔의 손바닥이 펼쳐지며, 맞닿은 두 개의 마법진이 스파크를 일으켰다.

"가속계 원거리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쐐애액!

맹렬한 파공음과 함께 동전이 섬광처럼 쏘아져 나갔다.

'......빠, 빨라!'

피할 수 없다.

리강이 다급히 주위의 검들을 앞으로 보냈지만, 동전은 한발 앞서 그것을 비집고 그녀의 이마에 부딪혔다.

터어엉!

이마에서부터 원형으로 충격파가 튀어 올랐다. 방호 슈트의 배리어에 막혔지만, 순간적으로 머리에 쏠리는 충격으로 그녀의 눈이 뒤집혔다.

쿠웅!

그녀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딕 헤이워드 : 69%]

[리강 초프라 : 35%]

인챈트한 동전의 위력이 부족해서 일격에 쓰러뜨리진 못했지만, 방금의 충격으로 리강은 정신을 잃었다.

심판이 그녀의 상태를 확인해 보더니 말했다.

"경기 중지! 리강 초프라 학생이 정신을 잃었습니다. 딕 헤이워드 학생의 승리입니다!"

"캬하!"

딕이 유쾌한 미소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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