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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6화 (76/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6화

에르제베트는 원래 여기 온 목적대로 송장거미들을 이끌고 너슬락 시체를 회수하러 갔고, 시몬은 홀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밟고 다른 장소로 넘어왔다.

도착한 장소는 홍펭의 오두막집 근처였다.

"시몬!"

카미바레즈가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늦게 오는 시몬이 걱정돼서 계속 마법진 쪽을 힐긋거렸던 그녀였다.

"미안. 늦었지?"

한걸음에 달려온 그녀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시몬을 훑었다.

"혹시 조교 선생님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

시몬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냥 별일 아니었다고 에둘러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딕과 메이린에게도 같은 물음을 받고 추궁받으면 일이 귀찮아질 수도 있다.

여기선 적당히 현실적인 이유를 붙이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사실 돌아가려는 길에 너슬락 시체들이 생각나서. 언데드 연구하려고 몇 구 정도만 챙겨 왔거든."

"아. 그러셨군요! 역시 소환학 지망생은 다르네요!"

카미바레즈는 의심 없이 믿는 눈치였다. 그때 저 멀리서 메이린이 발칵 화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니들 뭐 해? 그만 놀고 빨리 일 좀 도와!"

"네~"

"알았어."

다들 한참 불피우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딕은 바닥에 지푸라기를 깔고 장작을 쌓고 있었다. 메이린은 오두막 뒤편에서 가져온 장작을 낑낑거리며 옮기고 있었다.

"딕! 이거 어디 두면...... 우왓!"

앞을 보며 걷던 그녀가 순간적으로 휘청이며 중심을 잃었다.

"괜찮아?"

시몬이 번개처럼 다가가서 장작을 붙잡았다.

"이건 내가 옮길게."

그러곤 메이린이 낑낑거리며 들고 있던 장작을 번쩍 들어 어깨 위로 옮겼다.

"넌 다른 일을 도와줘."

"어......? 어. 땡큐."

메이린이 민망한 듯 머리를 꼬다가 홱 등을 돌렸다.

시몬은 장작을 딕 근처에 내려놓았다. 생각보다 장작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다시 오두막 뒤편에 가보았다.

'이런.'

잘라놓은 장작이 다 떨어졌다. 그래도 옆에 장작 패는 도끼와 나무 밑동이 있었다.

시몬은 굵은 장작을 가져와 밑동에 세워놓고 도끼를 치켜들었다.

콰직!

장작이 가볍게 쑥쑥 반으로 쪼개졌다.

'좋아, 좋아. 역시 옛날 감각이 남아 있구나.'

시몬이 도끼질을 하며 새삼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데, 어느샌가 카미바레즈가 옆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얼른 새로운 장작을 하나 집고 달려와서 나무 밑동에 올려두었다.

"도와드릴게요!"

"......아, 고마워. 위험하니까 물러나 있어."

카미바레즈가 물러나고 시몬이 도끼를 세워 들었다. 이번에도 콱! 하는 소리와 함께 장작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녀가 짝짝짝 박수를 쳤다.

"엄청 잘하세요! 평소에 자주 하신 거예요?"

"응. 키젠에 오기 전엔 이게 내 주 업무 중 하나였어."

시몬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카미바레즈가 다음 나무를 들고 오는 사이 시몬은 장작의 단면을 보았다.

'깔끔하게 안 잘렸네.'

누가 지켜보고 있으니 힘이 더 들어갔나 보다.

시몬이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카미바레즈가 새로운 나무를 올려놓고 후다닥 뒤로 물러나더니, 눈을 빛내며 기다렸다.

"그냥 장작 패기인데. 그렇게 재밌어?"

"네!"

그렇게 카미바레즈의 도움을 받아 장작을 넉넉하게 쪼개놓고는, 한 아름 품에 안아 들고 모닥불로 향했다.

"생각보다 크게 했네?"

시몬이 높게 쌓인 장작을 보며 감탄했다. 딕이 킥킥 웃으며 너슬락 시체를 가리켰다.

"우리가 잡은 너슬락이 얼마나 큰데, 이 정도는 해야지."

"그건 그래."

시몬도 이제 불피우는 것을 도왔다.

지푸라기와 마른 잎, 잔가지 등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장작을 피라미드식으로 차곡차곡 쌓았다. 이제 아래의 불쏘시개에 불을 붙이고 부채질을 하자, 조금씩 불길이 위쪽의 장작으로 옮겨붙었다.

"신기하네."

메이린이 근처에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받쳤다.

"장작을 꼭 이렇게 쌓아야 하는 거야?"

"꼭 그러란 법은 없는데, 이게 가장 일반적이야."

시몬이 불을 피우며 모닥불의 원리를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옆에서 부채질하던 딕이 킥킥 웃었다.

"불을 다루는 애가 모닥불 피우는 법도 모르냐?"

"아, 시끄러. 이 불이랑 내가 쓰는 불이랑 같냐?"

"성격은 불같잖아."

"그러는 네 주둥이는 장작 같아. 반으로 확 쪼개서 모닥불에 넣으면 활활 잘 탈 테니까."

"오우, 살벌쓰."

언제나처럼 딕과 메이린이 투닥거리는 소릴 들으며 기다리다 보니, 불은 금방 안정적으로 붙었다.

시몬은 스켈레톤과 함께 적당한 크기의 돌들을 가져와 모닥불 근처에 원형으로 쭉 깔았다.

이제 좀 그럴듯한 모습이다.

"다들 왔나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홍펭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녀는 등에 이런저런 도구들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맨발이었고 손에 든 양동이에는 물고기 몇 마리가 들어 있었다.

"오! 불도 잘 피웠네요. 바로 지작할까요?"

"네!"

바로 서바이벌 수업이 시작됐다.

그녀는 시몬 일행이 가져온 너슬락의 시체를 나무 도마 위에 올렸다.

"몬즈터들은 종류가 천차만별이지만, 해제 단계는 거의 같으니까 참고해 봐요."

그녀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칼로 털가죽을 쓱쓱 벗기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피를 뺐다.

카미바레즈는 결국 내장 부분에서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가리는 모습이었다.

"몬즈터 고기는 흔히 잡내가 난다고 하잖아요? 고기와 혈액의 부패 때문에 악취가 나는 건데, 이걸 제거하기 위해선 최대한 빠르게 해체작업을 완료하는 게 좋아요. 자, 이제 앞발을 뜯어내고 힘줄을 제거하는 거예요. 이렇게!"

그렇게 해체 수업을 마무리하자, 이제야 불에 구워볼 법한 고깃덩이들이 놓이게 되었다.

홍펭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돼요. 쉽죠?"

"......."

"......."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다음!"

이번에는 그녀가 물고기를 해체하는 시범을 보였다. 이쪽은 훨씬 작업이 쉬웠다.

"어딜 가든 강이 있고 물고기도 있잖아요? 낚지를 하는 것도 먹을 걸 구하는 좋은 방법이에요."

홍펭은 물고기 머리를 쳐내고 비늘을 슥슥 벗겨낸 다음 내장을 제거해 물에 씻었다.

그녀의 손을 거치자 금방 물고기도 고기에 구울 준비가 끝났다.

"자, 이제 굽죠."

"판 들어갑니다!"

딕이 불판을 가져와 모닥불에 고정시키고, 홍펭이 그 위에 너슬락 고기를 올렸다. 자글자글 고기가 익어가며 육즙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기해. 이렇게 손질하니 비주얼은 그냥 돼지고기야."

"맛있어 보여요!"

고기를 구우면서 홍펭은 몇몇 향신료 통을 가져와 위에 뿌렸다.

"아마 이 정도의 향신료는 반입이 가능할 거예요."

후추와 씨앗을 섞어놓은 듯한 향신료를 고기 위에 솔솔 뿌리자 향긋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몬즈터 고기는 어쩔 수 없이 기쟁충이나 병원균이 있을지도 몰라요. 강불에 바짝 굽는 게 중요해요."

"네!"

잠시 후 고기가 다 익자 그릇으로 옮겨 담았다.

딕이 와인이 담긴 오크통을 굴려 왔고, 카미바레즈가 식기를 가져오며 모든 준비가 끝냈다.

"건배!"

결국은 서바이벌 수업을 빙자한 야외 바비큐 파티였다. 다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먹고 마시며 즐겼다.

"진짜 맛있어요!"

카미바레즈가 황홀한 표정으로 뺨을 감쌌다. 딕도 고개를 끄덕였다.

"와, 기가 찬다. 기가 차. 그 징그러운 놈한테 어떻게 이런 맛이 나오는 거지?"

"야! 맛있게 먹는데 떠올리게 하지 말아 줄래?"

메이린이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었다.

"아, 지몬!"

홍펭이 시몬을 보았다.

"브레드 조교는 어디 갔나요? 텔레포트 도와줬으니까 고기 맛이나 보고 가라고 했는데."

"아......."

시몬은 뜨끔했지만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권유했는데, 오늘 몸이 아파서 먼저 돌아가겠다고 했어요."

"음~ 그렇담 어쩔 주 없죠."

날이 어두워졌고 술자리는 점점 무르익었다. 모닥불이 워낙 커서 캠프파이어의 느낌도 났다.

무엇보다 저번 술자리와 같은 멤버들이다 보니 적응하는 시간도 짧았다. 오늘은 술을 무서워하던 카미바레즈도 홀짝홀짝 잘 마셨다.

"아, 좋다아~"

딕이 와인 냄새를 풀풀 풍기며 고개를 흔들었다.

딕은 술을 좋아했지만, 주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딕. 괜찮아?"

"어? 어. 괜찮아 괜찮아. 나 오줌 좀 싸고 올게."

딕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보인 채 휘적휘적 걸어갔다. 꽤 많이 취한 듯 걸음걸이가 불안했다.

그러다 근처의 풀숲에서 척 멈추더니 바지 앞섬을 주섬주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메이린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으아악! 아악! 이 미친놈아! 좀 멀리서 싸!"

잠시 후 쪼르륵하고 적나라한 소리가 들렸다. 질색한 메이린이 급히 귀를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휴! 하여간 평민들은 진짜......! 체면을 몰라 체면을!"

그녀가 빽 소리 지르자 시몬과 홍펭이 웃었다.

그때 시몬의 팔뚝에 폭 하고 누군가가 고개를 기댔다.

"......카미?"

술을 마시고 두 뺨이 발그레해진 카미바레즈가 새근새근 시몬의 팔에 기대어 잠들었다.

"우우웅...... 시모오온......."

"교수님. 오두막에서 재우고 올게요."

"응. 그렇게 해요."

홍펭이 잔을 척 들어 올렸다.

"그럼 메이린 학쟁이랑 나는 또 건배!"

"교, 교수님. 오늘 너무 달리시는 것 같은......."

"저도! 저도 같이 건배해요!"

딕이 후다닥 달려왔다. 메이린이 기겁하며 옆으로 도망쳤다.

"악! 미친놈아! 바지 제대로 잠가! 바지!"

시몬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카미바레즈가 시몬의 옷을 잡아당겼다.

"카미?"

"......두고 가지 마아아아......."

"두고 가는 거 아냐."

시몬이 다정하게 말하며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품에 쏙 들어온 그녀가 시몬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야, 야. 시몬."

메이린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너 우리 카미한테 이상한 짓 하면 진짜 죽는다?"

"......뭐래."

"빨랑 재우고 나와!"

시몬은 카미바레즈를 안고 홍펭의 오두막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 천천히 눕히자 기다렸다는 듯 몸을 웅크리며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잘 자, 카미."

시몬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등을 돌려 문으로 가려는데.

덥석!

갑자기 셔츠의 뒷덜미 쪽이 붙들렸다. 믿기 힘들 만큼 강한 힘으로 끌어 당겨진 시몬이 침대로 쓰러졌고 카미바레즈가 입을 앙 벌렸다.

"......!"

이때의 카미바레즈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시몬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온몸의 세포가 위험을 경고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시몬의 목으로 향하려는 순간.

터업!

그녀가 얼른 두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시몬의 어깨에 이마를 폭 기댔다.

"안 돼애...... 시몬은...... 움냐 웅냐."

그러고는 다시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렸다.

시몬은 너무 놀라 땀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녀의 얼굴이 무척이나 평온해서, 방금의 상황이 술에 취해서 헛것을 본 건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카미. 너 설마...... 나 때문에 참은 거야?'

"우으음."

시몬은 그녀를 똑바로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의 한숨을 흘린 시몬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잘 자. 카미."

* * *

중간고사가 끝나고, 다시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됐다.

"오늘은 중요한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A반의 담당교수 제인이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패턴이라, 학생들은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인이 조교에게 공문을 받아 읽었다.

"네, 이틀 후에 여러분은 섬 생존평가를 진행하게 될 겁니다."

드디어 키젠에서 정식으로 공지했다.

아일랜드 서바이벌. 또는 섬 생존평가라고 부르는 1학년 전체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그램.

학생들은 폭탄이라도 터진 듯 웅성거렸지만, 시몬의 7조는 모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시선을 맞췄다.

'아, 진짜 이틀을 어떻게 기다리지?'

팔짱을 낀 시몬의 입꼬리는 승천할 듯 올라가고 있었다.

"한 명당 한 권씩만 받아주세요!"

조교들은 빠르게 돌아다니며 수행평가 가이드북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제인이 가이드북을 펼치며 말했다. 학생들도 그녀를 따라 펼쳤다.

"A반에서 N반까지. 현재까지 생존한 1학년 961명 전원이 텔레포트를 통해서 섬에 떨어질 겁니다."

제인이 분필을 들고 칠판에 섬으로 추정되는 동그라미를 휙 그렸다. 섬의 중앙에는 삼각형 표시를 한 다음, 섬의 테두리 쪽 가장 외곽지역에 점들을 타다닥 찍었다.

"여러분은 섬의 외곽지역 무작위 위치에서 시작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을 관통하는 룰은 간단합니다. 나흘 동안 생존하십시오."

학생들이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순히 생존 정도로는 학생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겠죠. 이번 평가에는 포인트 제도가 있습니다. 모든 시험이 끝난 후, 보유한 포인트에 따라 성적과 석차가 달라질 겁니다."

그녀가 섬 곳곳에 작은 X 표시를 그렸다.

"섬 곳곳에 출몰하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약한 1급에서 4급 몬스터까지. 몬스터의 종류에 따라 1포인트에서부터 20포인트 이상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때 제이미 빅토리아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포인트는 어떻게 집계되느냐에 대한 질문이겠군요. 제이미 빅토리아."

제이미가 얼굴을 붉히며 팔을 샥 내렸다. 곳곳에서 자잘한 웃음소리가 나왔다.

"이 장비를 쓸 겁니다."

제인이 팔찌를 흔들어 보였다. 마치 괴물의 입처럼 생긴 둥글고 넓적한 몸체에 끈이 달려 있었다.

"텅패드라고 부르는 생체 아티팩트입니다. 숨이 끊어진 몬스터에게 이 아티팩트를 가져다 대면."

철퍽!

입 모양의 팔찌에서 긴 혓바닥이 솟구치자 학생들의 놀란 소리가 튀어나왔다. 긴 혓바닥이 조교가 미리 준비해 둔 실습용 재료를 훑더니 다시 팔찌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 아티팩트가 알아서 시체의 마력을 흡수해서 가공할 겁니다. 그러면 10초 안에 패드에 마나 언어로 수치가 표시됩니다."

제인이 텅패드에 보이는 수치가 상승한 걸 보이며 말했다.

"그러니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식사를 위해서라도."

그 말에 몇몇 학생들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후 제인은 텅패드의 사용법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단순히 사냥한 몬스터의 마력을 흡수해 포인트로 만드는 것 말고도, 모은 포인트를 다른 사람의 텅패드에 전달하는 것도 가능했다.

"다시 룰 이야기로 돌아와서, 키젠 학생들 간의 전투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상대 학생의 배리어 게이지를 0으로 만들면, 해당 학생은 '죽음'에 이르렀다고 판단. 평가가 종료되고 텔레포터들에 의해 안전지역으로 이동할 겁니다. 이때 안전지역으로 가는 학생의 텅패드는 가지고 있던 모든 마력을 덩어리 형태로 뱉어냅니다."

"......!"

즉, 다른 학생을 잡으면 그 학생의 모든 포인트를 강탈해 자신의 포인트를 대폭 늘리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제인은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게 핵심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팁을 이야기하자면."

그녀가 섬 중앙을 분필로 가리켰다.

"섬의 정중앙에는 키젠이 세운 저택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공격으로도 파괴되지 않는 불괴의 저택입니다. 저택 내부는 섬 전체의 유일한 공격금지 구역이며, 이곳에 단 한 번이라도 발을 들이면."

그녀가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시험 종료 후, 일괄적으로 2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학생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순간 엄청나게 커졌다.

"여러분은 섬의 외곽에서 시작하지만, 여러분은 섬 중앙 진출을 노리고 움직여야 합니다. 저택에 한 번이라도 가고 말고의 차이는 정말 큰 차이니까요."

설명을 듣던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200포인트 확정이면 중위권 정도는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틀은 다 설명했군요."

그녀가 분필을 내려놓고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번 생존평가에서는 낯선 장소에 떨어졌을 때 여러분들의 생존능력, 전투력, 대처능력과 임기응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큰 규칙들은 명확하고 어렵지 않지만, 까다로운 세부룰이 많습니다. 이것들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실력이겠죠. 이틀 동안 가이드북의 내용을 완벽히 숙지해 주길 바랍니다."

"네!"

"그럼 남은 시간 동안은......."

제인이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학생들이 눈을 빛냈다. 혹시 자유시간?

"외부 강사분의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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