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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77화 (77/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7화

"......?"

시몬이 눈을 크게 떴다.

외부강사라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 않나?

"들어오시죠."

제인이 손짓하자 어떤 중년 남자가 강단으로 올라왔다.

헤실헤실 인상 좋게 웃는 얼굴에, 주머니가 잔뜩 달린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에드워드 버크벡 헌터를 소개합니다."

제인이 말했다.

"몇몇 여러분에게는 낯선 얼굴일 수도 있겠지만, 발견한 고대 유적의 수만 스무 곳이 넘어가는 업계 전설이자 최정상급 트레져헌터입니다."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특히 딕은 흥분한 얼굴로 책상을 두들기고 있었다.

"미친! 와! 실화냐? 그 트레저헌터 에드워드라고? 제인 교수님 영입 클라스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메이린이 뚱한 표정으로 묻자, 딕이 충격받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야! 너 어떻게 에드워드를 모를 수 있어? 이건 진짜 상식 부족이라고!"

"누구시냐고."

"으아아!"

강단 위로 올라온 에드워드가 긴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음. 반갑습니다. 키젠 1학년분들이시죠?"

"네!"

학생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어허허! 키젠에서 수업을 하게 되는 날이 다 오다니! 저도 출세하긴 출세했나 봅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제 아버지 덕분이죠. 저는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크흠.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제인이 작게 기침했다. 에드워드가 어깨를 가늘게 떨며 등을 꼿꼿하게 세웠다.

"아, 옙! 잡설은 넘어가고 바로 시작하죠! 저는 암흑연합 영토에서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아, 정확히는 대륙 전역에 안 돌아다닌 곳이 없죠. 신성연방 영토도 몰래몰래......."

"에드워드 헌터님."

"앗, 아! 죄송합니다 부총장님! 하하하! 간단히 말하면 저는 서바이벌 전문가란 거죠. 여러분처럼 강력한 흑마법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약자는 약자만의 살아남는 방법이 있답니다. 바로 철저한 준비죠! 자, 자."

횡설수설하던 에드워드는 가방에서 준비해 온 자료들을 꺼내 칠판에 붙였다.

섬에 나오는 몬스터들이나 식생의 종류가 그림과 표로 나와 있었다.

조교들이 돌아다니며 자료의 복사본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여러분이 시험을 칠 장소는 '케라섬'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에드워드가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키젠에 의해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지만, 케라섬 외에도 근처에 크고 작은 섬들이 몇 개 더 있거든요. 저는 이 섬들을 모두 가봤고, 이를 바탕으로 케라섬의 식생과 출몰 몬스터를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키젠에 왔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했고, 뒤에 서 있는 제인의 눈치를 엄청 보긴 했지만, 막상 자기 분야의 이야기를 진행하자 에드워드는 무척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였다.

케라섬에서 보면 먹을 수 있는 식물들. 먹지 못하는 식물들.

먹을 수 없는 몬스터와, 먹을 수 있는 몬스터, 그리고 정확히 어떤 부위를 먹을 수 있고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

날씨와 기후, 주의해야 할 지형, 썰물과 밀물, 몬스터의 주의를 끄는 행동, 야생 뱀을 쫓아내는 방법 등.

저런 사람은 왜 부른 거냐며 삐딱하게 앉아 있던 귀족 학생들도 순식간에 고개를 쭉 빼고 집중할 만큼 몰입력이 있었다. 사실 당장 이틀 후에 요긴하게 써먹게 될 생존지식이었으니 당연했다.

학생들은 정신없이 깃펜을 움직이며 필기해 나갔다.

"넵! 제 설명은 여기까지네요.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 분?"

사방에서 손들이 쭉쭉 올라왔다.

에드워드가 한 명 한 명 질문에 답해 주고 있는 가운데, 시몬은 그의 자료 복사본을 쭉 살펴보고 있었다.

'응?'

섬에 서식하는 여러 몬스터들 중에, 유난히 이상한 개체가 하나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무척 시선이 갔다.

붕대 같은 것으로 얼굴을 두른 몬스터였다.

시몬이 빤히 그 몬스터를 바라보고 있는 그때, 피어의 분신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이봐 소년......!]

'어, 피어. 언제 왔어요?"

피어의 분신이 눈을 크게 떴다.

[그 사진! 내 앞으로 가까이 붙여봐라!]

시몬이 피어가 잘 볼 수 있도록 사진을 가슴 앞에 두었다.

피어의 분신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이 녀석이 왜 저기에 있는 거지?]

"누군지 알아요?"

[알다마다! 녀석은 군단의 대장을 맡았던 에이션트 언데드다!]

시몬이 눈을 크게 떴다. 여기서 대장이 나온다고?

[크흐흐. 저 얼굴을 또 보게 될 줄이야.]

피어의 분신이 진지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년! 군단의 죄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겠지?]

'네.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암흑연합을 배신하고 네크로맨서들과 싸웠다고......'

[그래. 한참을 싸우다가 연합 측의 대대적인 공세로 군단이 물러날 때, 온몸을 바쳐 공세를 막고 우리를 무사히 바다로 탈출시킨 녀석이 있었다.]

'설마 그게.......'

시몬의 눈이 다시 붕대를 두른 몬스터의 눈동자로 향했다.

[이 녀석의 이름은 빅크룸.]

피어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군단의 거인부대 대장이다.]

시몬은 피어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군단을 위해 스스로의 소멸을 각오하고 희생한 에이션트 언데드. 언데드답지 않게 무척이나 군단에 헌신적이고, 충직한 성격이라고 했다.

[틀림없이 그때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살아 있었을 줄이야. 그것도 키젠이 소유한 섬에서 말이다.]

'.......'

시몬은 턱을 쓸며 고민에 빠졌다.

뭔가 이상하긴 했다. 수행평가를 하러 가는 장소에 아버지의 언데드가 있다고? 타이밍이 너무 적절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신경을 꺼버리기에는 떡밥이 너무 컸다.

[연관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저 케라 섬이란 곳에서 내륙 쪽으로 쭉 가면 항구도시 발롯이 나온다. 그곳에서의 전투에서 빅크룸이 실종됐으니까 말이다.]

'납득은 되네요. 아버지의 언데드니까 제가 거두고 싶은데, 괜찮겠죠?'

[크흐흐! 당연하지! 저 녀석은 중요한 전력이다. 손에 넣기만 한다면 앞으로 네게 큰 힘이 되어줄 거다.]

'좋아요.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번 접촉해 보죠.'

일반 학생들처럼 섬 생존평가를 치르는 것 외에도, 시몬에겐 새로운 목표가 추가된 셈이었다.

어쩌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임무.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만큼, 녀석의 성격이 틀어졌거나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제베트도 처음엔 군단에 비협조적이었으니까.

[그러니 나도 데려가라! 내가 직접 녀석을 설득해야겠다.]

'으음.'

시몬은 곤란한 표정으로 가이드북을 넘겼다.

'여기 보면, 텔레포트 직전에 학생들의 아공간을 전부 검사한다는데요? 불필요한 물건이나 식량류는 일제히 반입금지라서.......'

[아공간 검사? 그건 귀찮게 됐군.]

'제가 대책을 마련해 볼게요. 오늘 저녁에 유적에 들러서 에르제랑 이야기해 봐야겠어요.'

그때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쳤다. 제인이 손뼉을 치며 다시 강단으로 올라왔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이틀 동안 철저히 준비해 오길 바랍니다. 세부룰과 텅패드 운용법도 미리 숙지해 두는 게 좋을 겁니다. 이만 마치죠."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이 밀물 빠져나가듯 우르르르 강의실을 나갔다.

딕을 비롯한 몇몇 학생들은 에드워드와 이야기하고 사인을 받고 싶은 눈치였지만 제인의 눈빛에 깨갱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시몬, 뭐 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딕의 말에 시몬은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메이린네랑 같이 먹을래? 조금 개인적인 용무가 조금 있어서."

"?"

* * *

"식사 시간 3분 21초 남았습니다."

에드워드는 지금까지 겪은 그 어떤 몬스터나 함정보다, 키젠의 부총장이라는 이 여자가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

음식 맛이 어떤지도 모른 채 꾸역꾸역 입안에 넣은 에드워드는, 식당을 벗어나 제인의 안내에 따라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사실 안내라기보다는 연행에 가까운 꼴이었다.

"부, 부총장님."

에드워드가 억지 미소를 흘렸다.

한번 말이라도 꺼내보기로 했다. 설마 말만 꺼낸 정도로 사람을 스켈레톤으로 만들기라도 하겠는가.

"다섯 시간! 아니, 딱 두 시간만 주십시오! 명색이 프로 트레져헌터가 이곳 신비의 로크섬까지 왔는데 이렇게 돌아갈 수는......!"

제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손목시계를 보았다.

"로크섬은 키젠 측에 정식 출입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에드워드 헌터님의 허가는 앞으로 6분 23초 남았네요."

에드워드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사람이 이토록 융통성이 없어서야......! 하지만 이렇게 포기할 순 없다!

"그, 그러면 허가 시간을 조금 더 늘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아까 바힐 교수라는 분이 B반에도 수업을 좀 해달라고 부탁하신......."

그 순간.

제인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뭔가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에드워드가 뒤늦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제인이 뒤따르고 있던 조교를 손짓으로 불렀다.

"지금 당장 바힐 교수에게 내 연구실로 오라고 해요."

조교가 바짝 긴장하며 말했다.

"어, 어떤 용무로 호출할......."

"닥치고 10분 안에 안 뛰어오면 내가 간다고 전하십시오."

그 말에 조교가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모험은 이제 됐다. 그냥 제발 무사히 이 섬에서 빠져나갈 수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분 정도를 더 걸어서 대륙으로 돌아가는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 도착했다.

"그게 말이 됩니까?"

하지만 트러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곤란한 표정으로 다가온 텔레포트 관리원의 보고를 들은 제인이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관리원은 죽을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연신 허리를 굽혔다.

"아일랜드 서바이벌 준비로 마법진에 부하가 생겼다니,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겁니까?"

"시, 시정하겠습니다!"

"6시까지 텔레포트 팀 전부 내 연구실로 집합시키세요."

"예!"

제인이 한숨을 푹 쉬더니 에드워드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내부 공사 문제로 10분 정도 헌터님의 귀환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키젠을 대표해서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아, 아하하하....... 저, 저는 괜찮습니다! 진짜 진짜 괜찮아요!"

아니 무슨, 외부인 귀가 10분 늦는 걸로 사람을 저렇게 무식하게 잡아? 원래 조직 문화가 이런 곳인가?

"제가 직접 마법진을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헌터님은 이 자리에서 꼼짝 말고 대기해 주십시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에드워드는 정말로 온몸이 꼼짝도 못 하게 된 느낌이었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그 저주라는 건가?

"아, 알겠습니다! 편하게 다녀오십쇼! 하하!"

제인이 텔레포트 마법진을 보러 갔다.

홀로 남은 에드워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쪼그려 앉아 있는데.

"안녕하세요!"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리자 키젠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웃는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 학생은......!"

"아까 헌터님 수업을 들은 A반 학생입니다. 정말 좋은 수업이었어요."

에드워드는 빠르게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옷에서 엄청난 속도로 펜과 종이를 꺼냈다.

"후후, 좋아요. 이름이 뭐라고 했죠?"

"사인받으러 온 게 아니라, 이번 수업 내용 중에서 질문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에드워드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펜을 내렸다.

아니, 이 학교는 교수나 학생이나 왜 이렇게 딱딱해.

"헌터님의 자료에 실린 이 몬스터."

시몬이 빅크룸의 사진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혹시 뭐라도 아시는 거 있으신가요?"

에드워드가 사진을 받았다. 그러고는 '흠-' 하는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 몬스터의 사진도 있었군요. 일괄적으로 뽑아온 거라 따로 확인은 못 해봤는데."

에드워드가 사진을 돌려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촬영 당시 신기해서 찍긴 했는데, 저도 어떤 종류의 몬스터인지 모르겠네요. 이 바닥에서 30년을 뛰었는데 이렇게 생긴 몬스터는 저도 처음입니다."

"......신기했다는 건 무슨 말씀이시죠?"

에드워드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그날 안개가 짙어서 제대로 본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 몬스터가 엄청나게 커진 채로 섬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급히 마력 촬영기를 꺼내니까 다시 줄어들어 있더군요."

시몬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얼마나 커졌는데요?"

그때를 회상하는 듯, 에드워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섬 전체를 뒤덮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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