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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83화 (8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3화

무사히 협곡을 올라온 시몬은 이제 핵심지역에 돌입했다.

식생의 밀도가 높고 한층 더 울창해진 정글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여기서부터는 확실히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곳곳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오고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난잡하게 들렸다. 섬의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3급 이상의 몬스터들까지 출몰했다.

골렘의 핵을 회수한 시몬은 전보다 더 신중하게 걸음을 옮기며 수색을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학생들과 몬스터들의 표적이 된다.

"휴우."

시몬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키젠 학생은 한 명도 상대하지 않았지만, 사냥으로 얻은 포인트만 127P가 넘었다. 그래도 여기서부터는 최소 키젠 학생 두세 명 정도와는 싸울 각오를 해야 했다.

화륵!

아니나 다를까. 후끈한 열감을 느낀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난데없이 검은 불꽃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메이린이랑 같은 칠흑화염계!'

꽈아앙!

뒤로 물러나 피한 시몬이 풀밭으로 퍼져 나가는 검은 불꽃을 보고 있는데, 어느새 또 다른 화염이 그의 측면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빨라......!'

콰콰쾅!

쿠쿵!

저 정도의 화력에 연사까지 가능했다. 시몬은 정신없이 달리며 공격을 피해 다녔다.

거리를 한 번에 벌리기 위해 나무를 딛고 올라가려는 순간, 커다란 화염이 날아와 나무를 통째로 휩쓸어 버렸다.

나무 한 그루가 초 단위 만에 전소되어 버리는 모습은 소름이 다 끼칠 정도였다.

'이건 좀 위험한데.'

중간에 방향을 꺾은 시몬이 바닥에 착지했다. 그때 화염을 난사한 상대도 나무 위에서 내려와 모습을 드러냈다.

시몬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메이린!"

정말로 메이린이었다. 팔짱을 낀 그녀가 미소 지으며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

"역시 너였구나? 시몬."

"걱정했어! 그동안 어떻게 지낸 거야? 밥은 먹......."

척.

그때 메이린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의 신호.

"......메, 메이린?"

"우리는 키젠에 들어오고 나서 쭉 같은 조였어. 서로 협력하고 의지해 왔지."

시몬은 급히 상황 파악을 마쳤다.

평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눈동자의 색깔도 약간 흐리멍덩한 느낌이다.

"솔직히, 궁금하지 않니?"

그녀의 손바닥 위에 흑염이 이글거리며 올라왔다.

"어느 쪽이 더 강한지."

시몬이 굳은 얼굴로 칠흑을 일으켰다.

"나랑 싸울 생각이야?"

"어."

메이린이 즉답했다.

"이렇게 온 힘을 다해 붙어볼 수 없는 기회는 잘 없으니까."

"진정해. 이런 상황에서 힘을 빼는 건 피차 비효율적이야."

그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준비하기나 해!"

화아아아아악!

그녀의 손에서 불길이 더더욱 거세졌다. 시몬은 머리를 식히며 냉정하게 생각에 잠겼다.

'역시 이상해.'

메이린이 A반 1위를 넘어서 최고를 향해 달리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녀의 호승심과 경쟁심리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언젠가 그녀와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해왔다.

하지만 이건 너무 급하지 않나?

시몬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아공간에서 스켈레톤들을 꺼냈다.

"하아앗!"

그녀가 칠흑을 밟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흑염을 연사했다.

화륵!

화아아아악!

한 방 한 방이 무시무시한 공세로 퍼부어졌다.

투사체가 날아오는 각도와 방향도 다채롭다. 게다가 흑염은 바닥에 떨어지면 풀밭이나 나무를 불태우며 위험구역을 만들었다. 실시간으로 회피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하아아아앗!"

메이린은 진심이었다.

게다가 저번 결투평가에서 보여준 테크닉인 '다중시전'. 오른손으로 화력을 퍼부으면서 왼손에는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다크플레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언어 그대로의 완전무결.

메이린은 압도적인 스펙을 이용해 시몬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네.'

시몬도 진지하게 싸울 생각을 했다.

'네가 날 잘 아는 만큼 나도 널 잘 알아.'

시몬이 아공간에서 꺼낸 것은 1골드짜리 활이었다. 왼손으로는 활을 잡고, 오른손에는 화살을 잡고 칠흑을 부여했다.

'웃차!'

점프해서 날아오는 흑염을 피한 시몬이 화살을 시위에 매기고 등을 돌렸다.

연거푸 흑염을 쏟아붓고 있는 메이린을 향해 조준하고.

피잉!

날렸다.

화살은 흑염을 뚫고 들어갔고, 메이린은 자신이 날린 공격 때문에 화살의 궤적을 파악하지 못했다.

파악!

결과는 그녀의 옆구리에 명중.

방호 슈트 덕분에 상처는 없었지만, 배리어 게이지가 큰 폭으로 깎여 나갔다.

그녀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보였다.

'메이린은 공격력만 놓고 보면 키젠 전체를 통틀어도 최상위권이야. 하지만 공격 일변도로 화력을 쏟아부어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하는 저런 케이스는.'

시몬은 다시 화살을 메겨 날렸다.

'다른 복잡한 수도 필요 없이, 순수한 핀포인트 물리공격에 취약해.'

퍽!

다음 화살은 메이린의 얼굴 옆 나무에 박혔다.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주륵 흘렀다.

"얕보지 마!"

그녀는 이제 더욱 적극적으로 달리면서 공격해 왔다. 시몬이 거리를 유지하면서 연거푸 화살을 날려대자, 그녀는 체내 칠흑 운용을 시작했다.

그녀의 달리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며 화살들이 바닥에 박혔다.

'와, 여기서 마투까지 잘해 버리면 힘든데.'

시몬이 혀를 내두르며 다음 화살을 메겼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상대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가장 좋은 타이밍은.

"하아앗!"

그녀가 흑염을 날리는 순간에, 시몬도 화살을 날렸다.

공격과 동시에 두 사람의 회피동작이 일어난다. 그녀는 고개를 꺾었고 시몬은 뒤로 덤블링을 하듯 피해냈다.

화르륵!

파악!

공격을 한 차례씩 주고받은 두 사람이 바닥을 긁으며 물러섰다.

메이린이 미소를 지었다.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다크플레어가 준비되면.......'

파악!

갑자기 허벅지에 느껴지는 충격에 그녀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방금 누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 시몬이 바로 정면에서 화살을 날렸다. 그녀가 옆으로 뛰어올라 피하며 뒤를 주시하는데.

쐐액!

쐑!

이번에는 좌우에서 하나씩 날아와 그녀의 배리어 게이지에 손상을 주고 지나갔다. 화살만으로 게이지가 벌써 절반 넘게 깎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바닥에 내려온 메이린이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세 방향에서의 공격. 그녀는 시몬이 쓰는 스켈레톤 아처도 세 기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렇구나. 스켈레톤 아처를......!'

하지만 화살이 날아온 방향은 숲의 울창함 때문에 어둡기만 할 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흑염이 닿지 않는 거리이기도 했다.

'장전.'

시몬이 화살을 시위에 메겼다. 사념에 연결된 세 기의 스켈레톤 아처들도 동시에 화살을 메기고 메이린을 향해 조준을 마쳤다.

'네 약점인 원거리 물리 공격. 거기에 네 방향 공격이야.'

소환학의 아이덴티티는 누가 뭐래도 머릿수.

그 장점을 100% 살려낸 시몬이 메이린을 역으로 궁지에 몰아넣었다.

'얕보지 마. 너만 생각하는 게 아니야!'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며 새로운 마법진을 펼쳤다.

파바박!

화살 네 발 중에 두 발이 스치고 지나가며 다시 큰 폭으로 게이지가 깎였다.

시몬과 스켈레톤 아처들이 다시 재장전을 시작한다. 나무에 등을 대고 물러난 그녀가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손을 댔다.

<칠흑원소마법 흑빙계 - 월 오브 아이스>

쿠르릉!

세 방향을 한 번에 커버하는 얼음의 장벽이 펼쳐졌다. 다음 화살들이 모두 장벽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활을 내렸다.

'여기까지네.'

사실 시몬은 그녀를 아웃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먼저 방어태세로 나와줬으니 이제 칠흑을 일으켜 도망치면 그만이다.

시몬이 깔끔하게 등을 돌리려는 순간.

"시몬!!"

등 뒤에서 메이린의 외침이 들렸다.

"진짜 이렇게 끝낼 거야? 우리 첫 승부를 이딴 식으로 심심하게 마무리할 거냐고!!"

"......."

시몬이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제대로 붙어!"

화르르르르륵!

드디어 다크플레어가 완성됐다. 얼음벽이 그 열기에 빠르게 녹아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시몬은 다시 활을 붙잡았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쪽도 오기가 생기지.'

얼음이 완전히 녹아내리고, 그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칠흑 체내 운용을 극도로 활성화시키며 두 손으로 다크플레어를 쥐었다.

방어는 생각하지도 않는 속도와 공격의 조합.

시몬이 다시 활을 조준하며 두 다리에 칠흑을 집중시켰다. 스켈레톤 아처들도 저격을 준비했다.

'내 실력으로 정밀한 예측 사격은 아직 무리야. 가까이 왔을 때 근접 사격으로 끝낸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일촉즉발의 상황.

시몬이 시위를 놓으려는 바로 그 순간에.

'......응?'

메이린의 옆에서, 지면에 균열이 일어나는 게 보인다.

[소년! 놈이다!]

피어의 급박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빅크룸이야!]

저게 빅크룸이라고? 시몬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지면에서 일어나는 균열은 엄청난 속도로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정면충돌한다.

'크윽!'

시몬이 겨누고 있던 활을 집어 던졌다. 그러곤 바닥을 디딘 두 다리에 모든 칠흑을 끌어모으며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최대 출력의 칠흑 밟기로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뭐야? 갑자기 왜 저래?'

메이린의 동공이 흔들렸다.

다크플레어를 앞에 두고 저런 돌진은 자살행위일 뿐이다. 이제 팔을 뻗으며 다크플레어를 발동시키면 끝이지만,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저 절실한 표정은 아무리 봐도 자신을 해치려는 공격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으니까.

그녀의 팔이 순간 멈칫하며 멈췄다. 그리고 비로소 드는 의문.

'내가 왜...... 시몬이랑 싸우고 있지?'

쩍!

찰나의 망설임을 비집고 들어온 시몬이 그녀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그러곤 지체없이 그녀를 붙잡은 채 힘껏 백덤블링했다.

쿠콰콰콰콰콰콰콰!

시몬은 대지가 그대로 뒤집히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땅이 진동과 함께 폭발하며 균열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세상에......!'

그것은 녹색의 생체 붕대 같은 것으로 둘려진 거대한 괴물의 팔이었다.

손아귀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움켜쥐었고, 뒤엉킨 시몬과 메이린은 간발의 차이로 피할 수 있었다.

'크윽!'

무작정 뛰어오르느라 착지는 준비하지 못했다. 시몬은 그녀를 꼭 끌어안아 감싸고는 자신의 등으로 지면을 찍었다.

쾅! 소리와 함께 시몬의 몸이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고 그녀 또한 바닥을 대굴대굴 굴렀다.

"메이린!"

정신을 잃은 메이린은 절벽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 거대한 팔은 뭔가를 찾는 것처럼 분주하게 주위를 쓸더니, 이내 지면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

시몬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반대편 낭떠러지가 보이는 협곡에서부터, 거대한 괴물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게 바로......!'

전 거인부대의 대장 빅크룸.

빅크룸은 어딘가 홀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자신이 원하는 걸 찾지 못한 듯 등을 돌렸다.

[소년! 놈이 도망친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메이린이 경사가 기울어진 지면 쪽으로 구르고 있었다. 저쪽은 절벽이다.

빅크룸과 메이린을 번갈아 본 시몬이 이를 악물고 메이린 쪽으로 달렸다.

'다시 칠흑 밟기!'

시몬이 전력 질주했다. 경사 때문에 쓸려 내려가던 메이린이 마침내 절벽으로 떨어지려는 순간.

터업!

간발의 차이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온몸이 흙범벅이 된 시몬이 거친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다.

쿠웅! 쿠웅! 쿠웅!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거대한 거인이 절벽의 반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뭔가를 찾고 있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의 몸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나무보다도 작아져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후우우.'

시몬이 정신을 잃은 메이린을 끌어 올렸다.

방호 슈트 덕분에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배리어 게이지도 아슬아슬한 한 자릿수였다.

'이건 뭐야?'

그런데 그녀의 목덜미에 이질적인 하얀 깃털이 꽂혀 있었다.

시몬이 자세히 살펴보려고 손을 뻗자, 깃털은 그대로 허공에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투둑. 투둑.

'아.'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더니 이내 쏴아아아아 소리를 내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단 쉴 곳부터 찾아야겠다.'

자초지종을 듣는 건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시몬은 기절한 메이린을 안아 들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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