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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03화 (10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3화

"전부 넘어와!"

"적은 한 놈뿐이다!"

수십 명의 해적들이 우르르 갑판 위로 뛰어 올라왔다.

압도적인 숫자의 차이. 그럼에도 핀치는 무척이나 태연한 얼굴로 아공간을 열고 있었다.

그 안에서 손가락 길이의 작은 포션병을 꺼내더니 뚜껑을 따고 내용물을 쭉 들이켰다.

끄윽.

그의 입에서 트림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등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죽여!"

가장 선두에서 달려든 해적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핀치의 등에서 녹색의 촉수가 뿜어져 나와 해적의 얼굴을 붙잡고 갑판에 쾅! 소리가 나게 처박았다.

"......!"

"뭐야?"

구물구물.

해적들이 멈칫했다. 핀치의 등 뒤에서 해파리를 연상케 하는 연녹색의 촉수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왜."

핀치가 섬뜩하게 미소 지었다.

"네크로맨서는 처음 상대하나?"

"이 새끼가......!"

"다 같이 쳐!"

해적들이 동시에 뛰어들었다. 핀치의 등 뒤에서도 수 갈래의 촉수들이 기다렸다는 듯 뻗어 나갔다.

퍼억!

꽝!

으적!

일방적이었다.

촉수들은 탄력적이고 길이의 조절도 자유자재였다. 혼자서 수십 명의 인원을 상대하면서도 핀치는 제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여유롭게 서 있었다.

'방심하고 있어!'

촉수들을 피해 측면으로 파고든 해적이 석궁으로 핀치의 뒤통수를 겨누고 발사했다.

텅! 소리와 함께 석궁의 볼트가 핀치의 뒤통수에 꽂혔다.

"됐어! 잡았다!"

해적이 환호했다.

"크하하! 잘난 척하더니 꼴 좋...... 응?"

핀치가 팔을 움직였다. 뒤통수를 뚫고 눈 쪽으로 빠져나온 볼트 끝을 붙잡더니 그대로 힘주어 당겼다.

퍽! 소리와 함께 볼트가 뽑히고 후두둑 액체가 몇 방울 갑판에 떨어졌다.

핀치의 얼굴은 어느새 녹색의 액체처럼 변해 있었다.

"기대했나?"

툭.

바닥에 볼트를 던져버린 핀치의 얼굴은 어느새 액체가 차오르며 원상복구 되어 있었다.

"미, 미친!"

"이건 또 무슨 괴물인데!"

촤르르륵!

채찍처럼 날아든 핀치의 촉수가 석궁을 쏜 해적의 다리를 붙잡더니 그대로 배 밖으로 던져 버렸다. 해적의 끔찍한 비명이 먼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다가 풍덩 하고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에 측면으로 달려든 해적이 핀치의 허리를 베었지만, 허리에서는 녹색 액체만 즙처럼 흘러나올 뿐 핀치는 조금도 고통스러운 기색이 없었다.

"네놈은 대체...... 크훕!"

핀치가 팔을 뻗어 해적의 얼굴을 붙잡았다.

"크, 크아아아아아악!"

치이이이!

연기가 피어오르며 살이 녹아 들어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머리가 전부 녹아들어 가며 몸뚱이만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동료 해적들이 기겁한 표정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이제 좀 상황파악이 됐나?"

핀치가 일그러진 미소를 보였다.

"네놈들이 누굴 적으로 돌렸는지."

핀치는 압도적으로 강했다. 상대의 모든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촉수로 십 수명을 동시에 바다로 던지거나 목을 휘감아 뼈를 부러뜨렸다. 이제는 싸우면서 곳곳에 독 연기까지 흩뿌렸다.

물리 공격에 이은 광범위 화학 공격까지. 해적들은 손을 쓰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서, 선장!"

한 해적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가일의 눈치를 보았다.

"우리로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역시 선장이 나서야......!"

"시끄럽다 이놈아!"

가일이 해적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빨리 싸워! 아니면 놈한테 죽기 전에 내가 먼저 죽여줄까!"

"아, 아닙니다!"

해적들을 사지로 밀어 넣으면서 가일, 아니, 가일로 변한 에르제베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돼먹은 육체인 거야?'

핀치는 어떤 공격에 맞아도 몸이 액체로 변해 버리며 흘려낸다. 에르제베트가 가진 거미줄 속박, 광범위 관통 공격. 어느 것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저건 단순히 신체를 액체로 만드는 흑마법 따위가 아니다. 아마도, 저 몸을 가지기 위해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렀으리라. 에르제베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일단 백작이라도 탈출시켜서 도주하면...... 어?'

그때였다. 갑자기 시야가 강하게 핑그르르 회전하면서 지독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그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녀 외의 다른 해적들은 멀쩡해 보였다.

"드디어 효과가 나타났군."

저벅. 저벅.

핀치가 잔챙이 해적들을 쓰러뜨리며 그녀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기분이 어떤가? 언데드."

에르제베트는 깜짝 놀랐다.

가짜라는 것을 간파당한 것에 더해, 이쪽이 언데드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나는 코가 좋거든."

핀치가 킁킁 냄새 맡는 시늉을 했다.

"언데드에겐 특유의 냄새가 나지. 그리고 네가 가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자라는 것도 알고 있다."

"......."

"그 약은 내가 직접 개발한 언데드에게만 듣는 시약이야. 이 독안개와 해무에 섞어 기체의 형태로 주위에 퍼뜨려 놨어. 무색무취에 소량으로는 효과가 없지만, 몸에 점점 축적되다가 어느 수치를 넘는 순간 한꺼번에 효과가 나타난다."

에르제베트가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면서도 굳건히 자세를 잡았다.

"곤란해, 곤란해."

핀치가 인상을 찌푸렸다.

"내 논문에는 4,760ppm 이상의 양을 언데드에게 투입할 경우 종류를 가리지 않고 완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썼는데, 바로 앞에 변수가 있었잖아?"

촤르르르륵!

핀치의 등 뒤에서 촉수들이 거칠게 솟아올랐다.

"내 연구물의 완전성을 위해 죽어줘야겠네. 그리고 예외인 자네의 그 몸을 해부하고 싶군!"

그녀의 손가락에 검푸른 칠흑이 일며 거미줄이 형성되었다.

두 사람이 피차 공격을 주고받으려는 바로 그때.

쿠쿠쿠쿠쿠쿠쿵!

다시 한번 선체에 거대한 충격이 일어났다. 해무를 뚫고 등장한 또 다른 해적선이 선체를 들이받은 것이다.

"으아아아악!"

"떠, 떨어진다!"

무방비한 해적들은 그대로 갑판에서 튕겨 나가 바다에 빠지고, 핀치와 에르제베트는 칠흑으로 버텨냈다. 그녀는 거미줄을 쏘아 보내 슌을 기둥에 안전하게 고정시켰다.

"이번엔 또 뭐야!"

핀치가 거칠게 고개를 돌렸다.

세 척의 대형 해적선들이 서로 망가진 채 어지럽게 교차된 형태가 되었고, 방금 들이박은 배의 갑판에서는 안개를 뚫고 두 명의 실루엣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 군단장님!'

에르제베트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묶여 있던 슌도 큰소리로 외쳤다.

"시몬 형!!"

갑판에서 건너오는 건 다름 아닌 시몬과 피어였다. 핀치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굳이 여기까지 오다니, 죽음을 자초하는군."

"그건 두고 봐야 알겠죠."

시몬이 삐딱하게 웃으며 말했다.

"에르제, 슌을 데리고 물러나 있어."

"네!"

[크흐흐흐흐! 좋구나! 드디어 이 몸이 활약할 시간인가!]

피어가 대검을 어깨에 짊어지고 앞으로 나오려 하자. 에르제베트가 팔을 들어 막았다.

"피어! 가까이 들어오면 아니 되옵니다."

[뭐냐.]

"언데드에게 듣는 시약이 곳곳에 퍼져 있사와요. 조금만 노출돼도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 정도예요."

촤르르르르륵!

말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 스무 개가 넘는 촉수들이 한꺼번에 날아왔다.

그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려 피해냈다. 굉음과 함께 촉수가 바닥에 박힌 곳마다 구멍이 숭숭 뚫렸다.

"후배야! 재미있는 언데드들을 데리고 다니는구나!"

핀치가 팔을 확 뻗었다. 촉수들이 한꺼번에 방향을 꺾어 시몬을 향해 날아왔다.

"큭!"

[비켜라!]

피어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대검을 세워 막아냈다. 대검에 부딪혀 방향이 꺾인 촉수들이 공중에서 다시 방향을 꺾어 시몬을 향해 날아왔다.

시몬이 칠흑을 밟고 뛰어오르자 바닥에 구멍이 연달아 숭숭 뚫렸다.

"시몬 형!"

"난 괜찮아!"

시몬이 에르제베트에게 손짓하며 신호를 보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슌에게 달려갔다.

[음, 확실히 그렇군!]

피어가 인상을 찡그렸다.

[배 전역에 그 이상한 약물이 퍼져있다! 공간이 협소해서 이대로는 계속 약의 효과를 받으면서 싸우는 수밖에 없어!]

"그럼 어쩌죠? 피어."

[방법이 하나 있다. 마음 같아선 죽어도 하기 싫다만!]

촤아아아아악!

뭔가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려 하기 전에 핀치가 계속 촉수를 보냈다.

그의 등이 부글부글 끓으며 촉수의 가짓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미친!'

시몬이 급히 몸을 날렸다. 고개를 꺾고 다리와 팔을 기이한 자세로 꺾었다. 간발의 차이로 연녹색의 촉수들이 시몬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치이이이!

독까지 묻어 있다. 다행히 키젠 교복 내부의 방어마법이 버텨주고 있어서 몸이 녹아내리는 일은 면했다.

시몬이 허공에서 갑판에 착지하자.

덜컹!

"......!"

독으로 부식된 갑판이 내려앉으며 아래층으로 떨어졌다. 먼지가 자욱한 창고 같은 장소였는데 드럼통에서 럼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콰앙!

쿵!

콰직!

아래층 벽과 창문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며 촉수들이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시몬은 정신없이 달렸다. 막다른 곳에 막히자 아예 벽을 타고 뛰었다. 순차적으로 촉수들이 내려와 쾅! 쾅! 쾅! 벽에 구멍을 냈다.

"후웁!"

시몬이 칠흑을 밟고 뛰어올라 천장과 연결된 사다리를 붙잡았다. 그리곤 즉시 사다리를 타고 갑판 위로 올라왔다.

"피어!"

갑판 위에서는 피어와 핀치가 싸우고 있었다.

피어는 시약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인상을 찡그렸고, 핀치도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이었다. 피어의 대검에 직접 잘려 나간 촉수들은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강대한 지성체 언데드는 처음 보는군. 흥미로워!"

그렇게 중얼거리던 핀치가 이제 막 갑판 쪽으로 올라오는 시몬을 보고는 그쪽으로 촉수를 보냈다. 피어가 재빨리 시몬의 앞으로 뛰어와 대검으로 촉수들을 흩트렸다.

"이해할 수가 없어! 네놈 같은 언데드가 어째서 저딴 애송이를 섬기는 거냐!"

피어가 낄낄거리며 시몬의 머릿속으로 말했다.

[머릿속에 열등감이 가득한 인간이군!]

'피어! 그보다 아까 말한 그 방법이 뭔데요?'

피어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소년, 네가 나를 입어라!]

'......!'

다시 촉수들이 날아왔다. 피어가 대검을 휘둘러 베고 시몬이 자세를 낮춰 피해냈다.

'그런 게 가능한 거였어?'

피어를 이용한 본 아머.

굳이 분류하자면 피어도 스켈레톤 타입의 언데드긴 했다.

[시약 때문에 내 몸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 이 상태로 널 온전히 지키는 불가능해! 그러니 네가 내 힘을 가지고 놈을 쓰러뜨려라!]

시몬의 심장이 흥분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금지된 숲에서 만난 프리스트.

에르제베트.

엘렌 자일.

세르네 아인다르크.

그간 시몬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강적들은 모두 피어의 도움을 받았다. 더 정확히는, 피어의 등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사실 군단장으로서, 그리고 지휘관으로서 그런 포지션이 당연했지만 시몬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언제나 아쉬움과 갈증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 달라질 수 있다.

내가 피어의 힘을 가지고 싸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에이션트 언데드다! 내 사념에 접속하는 건 네놈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힘겨운 일이겠지. 까딱하면 네 정신이 먼저 붕괴되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하겠느냐?]

시몬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준비해라! 내가 신호하는 순간 날 입는 거다!]

타탓.

탓.

시몬과 피어가 촉수를 피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렸다.

[하나!]

촤르르르르륵!

좌우 사방으로 퍼져 나간 핀치의 촉수들이 공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내려온다.

[둘!]

피어가 시몬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뛰쳐나왔다.

[셋! 지금이다!]

콰드드득!

촉수에 부딪힌 피어의 몸이 박살 나며 뼛조각으로 분해되었다.

핀치는 드디어 자신의 공격이 통했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이 환해졌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정확히 의도된 움직임.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눈을 감고 있던 시몬이 순간 눈을 부릅떴다.

'본 아머(Bone Armor)!'

분해된 피어의 몸이 시몬을 향해 날아왔다. 동시에 정신적으로도 두 사람 간의 링크가 활성화되며, 시몬이 피어의 사념에 접속하는 데 성공했다.

'......!'

뚝. 하고.

물방울이 연못에 떨어졌다.

시몬은 그저 한없이 작은 물방울 하나였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피어는 커다란 연못이었다.

물방울이 연못에 집어 삼켜지며 서서히 시몬의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었다.

[집중해라. 소년.]

피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사념에 잡아먹히지 마라. 정신을 집중해. 타체의 의지 속에서 네 의지를 유지해라.]

'네.'

온전히 의식이 집어 삼켜져 흐려지기 전에, 시몬은 얼른 정신을 회복하고 자기 자신을 인지했다.

'집중, 집중, 집중.'

유리처럼 투명하고 잔잔하던 연못의 수면에, 떨어진 물방울이 파문을 일으켰다.

커져가던 파문은 이내 철썩이는 파도가 되었고, 파도는 급류가 되었으며, 급류는 새로운 흐름이 되었다. 연못이 회오리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피어가 입꼬리를 찢어질 듯 올렸다.

[크흐흐흐! 역시 리처드의 아들! 완벽하다!]

화아아아아아아!

심상에서 빠져나온 시몬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2미터가 넘는 거대한 피어의 몸을 이루고 있던 무수한 뼈들이 공중에 분해되어, 차례대로 시몬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차착!

차차차착!

피어의 뼈들이 시몬의 몸을 빈틈없이 감싸 안으며 상반신과 하반신을 갖춰나간다.

등 뒤에는 피어가 입고 있던 무영의 망토가 자리했으며 피어의 갈라진 두개골이 시몬의 얼굴을 덮으며 마치 해골 투구처럼 변했다.

시몬의 오른쪽 눈이 피어의 해골로 가려지며 검푸른 불꽃이 피어나왔다.

펄럭!

큼지막한 무영의 망토가 시몬의 어깨에 완전히 내려앉았다.

피어의 손뼈가 시몬의 손바닥을 덮으며 장갑처럼 변했다. 오른팔만 피어의 뼈로 무장했고, 시몬의 왼손은 비었다.

본 아머는 두 개의 스켈레톤이 한 세트. 피어의 몸만으로 무장하기에는 뼈의 가짓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투구와 팔은 오른쪽만 무장된 형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근- 두근-

시몬은 생전 경험해 본 적 없던,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적인 힘을 느끼고 있었다.

촤르르르르륵!

사방에서 촉수들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가운데, 시몬은 걸어가서 바닥에 꽂혀 있던 피어의 대검을 붙잡았다.

스륵.

마치 주인을 반기는 것처럼, 처음엔 들 수 없었던 그 대검이 부드럽게 들려진다.

피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자! 소년!]

'네, 피어.'

시몬이 미소 지으며 파멸의 대검을 세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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