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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06화 (106/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6화

"자, 키젠으로 돌아가는 텔레포트 마법진은 전시회 건물 옥상이야. 저 계단을 올라가면 돼."

슌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시몬을 꼭 안아주었다.

"나는, 그리고 블루하버는 절대로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거야. 앞으로 형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는 무조건 형의 편이야. 언제든지 환영해. 시몬 형."

"......."

시몬이 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고마워 슌. 나도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그렇게 오버로드는 시몬의 아공간 속으로 옮겨지고, 에르제베트도 안으로 들어갔다. 시몬은 슌과도 작별인사를 한 다음 계단을 걸어갔다.

전시장 옥상에는 정말로 키젠으로 향하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하수인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키젠으로 돌아가실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네."

시몬이 씩 웃었다.

"돌아가죠."

* * *

마법진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무사히 키젠으로 돌아온 시몬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후읍, 하! 이 공기가 그리웠어."

느긋한 걸음으로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언덕을 내려와 1학년 교정에 도착했다.

아직은 임무 기간인 만큼, 오늘까지는 한적한.......

"응?"

전혀 한적하지 않았다!

축제 분위기 물씬 풍기는 알록달록한 삼각형 파티플래그들이 캠퍼스 높은 곳에 매달려 있었고, 사방에 화려한 깃발이나 풍선들이 보인다. 건물 벽에는 홍보용 현수막까지 걸려 있었다.

무엇보다 1학년 캠퍼스 공터에는 크고 작은 부스들이 잔뜩 설치되어 있었다.

부스 안의 학생들은 열렬히 소리를 지르며 손님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고, 부스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학생들과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학생들로 바글거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갑자기 학교가 축제 분위기였다.

당황한 시몬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그때.

"거기, 너! 1학년이니?"

키젠 교복 차림의 여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굳이 1학년인지 물었고, 교복 옷깃에 2학년임을 상징하는 붉은 표시가 보였다.

시몬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네, 선배님! 좋은 아침입니다!"

"응? 아, 좋은 아침."

그녀가 품에서 전단지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난 던전 연구 동아리야. 관심 있으면 구경하러 와."

"......네?"

그녀는 눈을 찡긋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곤 다른 지나가는 학생들에게도 전단지를 내미는 모습이 보였다.

'동아리라고?'

시몬이 전단지를 들어보았다.

<몬스터의 보고, 위험과 보물이 공존하는 현세대 최고의 미스터리! '던전'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가입 혜택 - 활동금, 동아리 점수, 탐험 장비 무료 대여, 임무 대신 던전 탐험!>

'오늘이 동아리 시즌이었구나.'

딕에게서 동아리에 대해 간단히 들어본 적 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확실히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 고고한 2학년들이 동아리 시즌 때문에 완전히 망가지고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거나, 지나가는 후배를 붙잡고 애교를 부리기까지 했다.

'뭔가 좀 당황스럽네.'

키젠 1학년들 입장에서, 선배들인 2학년은 그렇게 달가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겪고 있는 이 생활을 1년 넘게 버텨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는 존경심 정도는 있었지만, 2학년들은 하나같이 콧대가 높고 예민했다.

마주치기만 하면 인사 제대로 안 한다느니 개념 없다느니 욕이나 먹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는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으슥한 골목으로 데려가서 얼차려를 주는 일도 있었다(물론 교수나 조교들에게 걸리면 징계감이다).

최근엔 평민 출신 2학년들이 귀족 출신 1학년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사건도 있어서 더더욱 민감해진 상황.

그런 분위기 속에서 2학년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1학년들 앞에 나서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였다. 사실상 동아리 시즌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시몬은 기숙사를 향해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엄청난 경쟁의 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과체중인 1학년 남학생의 양팔을 아름다운 여선배들이 잡아당기며 싸우고 있었다. 남학생은 얼굴이 붉어진 채 헬렐레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조각 같은 외모의 남선배가 1학년 여학생을 벽으로 밀어붙이며 동아리 전단지를 흔들고 있었다.

그녀가 혹하려는 순간, 갑자기 동아리 깃발을 든 터프한 운동부 선배가 들이닥쳐 그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 때문에 싸우지 말라며 말리면서도, 어느 쪽을 택할지 열심히 눈을 굴리는 모습이었다.

'.......'

시몬은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기말 키젠도 아니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낀 시몬이 기숙사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1학년! 여기 1학년이 있다!"

"어딜 도망가!"

시몬을 발견한 2학년들이 우르르 달려와 앞을 가로막았다.

"이봐 1학년! 체력은 국력이야! 피지컬 동아리에 들어오지 않을래?"

남학생이 대뜸 교복 셔츠를 올리며 단련된 복부 근육을 선보였다.

"뇌근남은 저리 꺼져! 야, 1학년! 아니, 1학년님! 혹시 원하는 꿈을 마음대로 꿀 수 있는 흑마법에 관심 있어?"

"키젠은 무조건 실용주의지! 저딴 것들보다 우리 변신동아리는 어때? 잠입임무할 때 진짜 큰 도움이......!"

웅성 웅성 웅성!

선배들이 계속 밀려드는 바람에, 고립된 시몬은 도망칠 곳을 찾아 열심히 눈을 굴리고 있었다.

그때 냅다 시몬의 손목을 붙잡고 달리는 여학생이 있었다.

"하핫! 이 1학년은 우리 칠흑 검도부가 데려간다!"

"도망친다!"

다른 2학년들도 우르르 시몬을 뒤쫓아왔다. 난데없이 추격전이 벌어지려는 그때.

"큭!"

갑자기 검도부 여학생이 축 처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어으으으...... 피곤해애."

"서, 선배님? 왜 그러시는......?"

나머지 2학년 들도 갑자기 피곤함을 호소하며 바닥에 퍼질러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시몬이 눈을 끔뻑이고 있자, 멀쩡하게 서서 그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적어도 190㎝는 되어 보이는 큰 키의 남자였는데, 온몸에서 칠흑이 풀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가 발을 딛자, 주위의 풀이나 꽃들이 썩거나 축 늘어졌다.

"찾았다. 시몬 폴렌티아."

남자가 시몬의 앞에 멈춰섰다.

"난 키젠 저주 연구회 회장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시몬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가 팔을 들어 올리자 시몬이 바짝 긴장하며 대비했다.

털썩.

"......?"

그런데 냅다 시몬 앞에 무릎부터 꿇었다.

"부디 우리 저주 연구회에 들어와 줘!"

"네, 네?"

"부탁이야! 안 들어오면 내가 죽어!"

2학년 선배가 시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시몬이 당황하며 그를 일으키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저주 연구회 회장은 아직도 일주일 전에 만났던 바힐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학년의 시몬 폴렌티아를 저주 연구회에 가입시키세요.

-교, 교수님?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인연도 여기까지인 거겠죠.

바힐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실패하면 직속제자 자리에서 물러나십시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바힐의 직속제자 자리에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저 1학년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바힐이 저렇게까지 나오는진 모르겠지만, 그에겐 키젠 생활을 건 문제였다.

"서, 선배님! 여기서 이러시지 마세요!"

시몬이 일으키려 했지만 그는 굳건히 버텼다.

앞으로 5초. 딱 5초만 더 버티면 고순도의 정신계 저주가 시몬의 몸에 깃든다. 그 후엔 뭘 하든 간단히.......

스스스.

그때 시몬과 저주 연구회 회장의 사이에서 붉은 실이 일렁였다. 그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퍼어어어어엉!

허공에서 혈류계 마법이 발동하며 두 사람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저주 연구회 회장은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명색이 선배란 놈이 더러운 수작 부리지 말지?"

붉은 수를 놓은 코트를 걸친 금발의 여학생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주위의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길을 만들듯 비켜주었다. 시몬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나는 혈류계 연구회 '사담'의 회장이다."

그녀가 힘주어 말했다.

"아, 네. 1학년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네가 가진 새로운 피 유형, SM-1에 대해선 보고 받았다. 저주를 잘하고, 소환학을 잘하고가 문제가 아니야. 넌 우리 혈류계 분야에선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녀가 천천히 다가와 손가락으로 시몬의 눈 밑을 쓸었다.

"칠흑 고갈 증상. 이번 임무 꽤 벅찼나 보네."

"......!"

그녀가 다시 팔짱을 꼈다.

"네가 '사담'에 들어온다면, 우리 연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SM-1 혈액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거야. SM-1은 피를 소모해 칠흑을 증폭시키는 효과. 충분히 훈련한다면 넌 비로소 칠흑 고갈 증상에서 벗어나 더 방대한 양의 칠흑을 다룰 수 있게 돼."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사실 동아리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이건 제법 솔깃한 제안이었다.

'넘어와라.'

그녀 또한 계속 시몬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SM-1 혈액의 등장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걸세. 그리고, SM-1 연구 논문에 자네 이름을 내 다음으로 넣을 생각이네.

자신을 직속제자로 삼아준 실라지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실라지는 시몬 폴렌티아를 직속제자로 삼길 원했고, 그것을 위한 첫 단계가 혈류 연구 동아리인 사담의 가입이었다.

동아리로 혈류학을 접하면서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망과목을 바꿀 여지가 생긴다.

"이봐."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녀가 재빨리 반응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딛고 있던 바닥이 새까맣게 썩어들어 가고 있었다.

"순서를 지키지?"

스으으.

방금의 굴욕적인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저주회 회장이 살벌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순서 같은 소리 한다. 이게 뭐 배식 줄이니?"

"너 많이 컸다. 1학년 결평에서 깨지고 질질 눈물이나 짜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말에 사담 회장이 픽 웃었다.

"그 이후로 상대전적에서 내가 3연승 했단 소린 왜 쏙 빼시나? 넌 내 성장의 제물이 됐을 뿐이야."

"......이게!"

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싸울 기세로 코어를 가동하려는 그때.

콰아아아아앙!

난데없이 하늘에서 의자가 떨어졌다. 두 회장은 물론, 주위의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큭!'

시몬이 흙먼지로 자욱한 앞을 바라보았다. 의자에 다리를 꼰 채 거만하게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교복 차림이었지만, 망토를 두르고 머리에는 왕관을 쓰고 있었다. 그가 턱을 괴며 히죽 웃었다.

"네가 특례 1번의 시몬이란 놈이냐?"

"아, 네."

2학년이었다. 그가 시몬의 발 앞에 휙 동아리 가입서를 던졌다.

"운 좋은 줄 알 거라! 특별히 '노블(Noble)'에 가입할 영광을 주마!"

"......네?"

콰아아앙!

퍼엉!

남자가 앉아 있던 의자의 반은 썩어들어 가고, 남은 반은 피범벅이 되었다. 재빨리 의자에서 뛰어내린 남자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방해꾼들이 있군."

""내가 먼저 이야기하고 있잖아!!""

세 사람이 살벌한 기세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런 선배들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는 시몬의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아, 빨리 가서 오버로드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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