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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11화 (11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1화

다음 날 아침.

임무평가 이후 시몬의 새로운 일과가 시작됐다.

"다들 잘 지냈나요?"

"네! 교수님!"

오랜만에 제인의 초급 흑마법 수업이었다.

시몬은 딕과 메이린, 카미바레즈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 옆 테이블에서 친분이 있는 신디 비바체나 제이미 빅토리아와 눈을 마주치면 인사를 주고받았다. '돌연변이' 동아리 활동으로 더 친해진 토토와도 눈인사했다.

"이번 주도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제인이 말했다.

언제나처럼 키젠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그녀의 저 말 이후에 나왔다. 다들 바짝 긴장한 얼굴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선, 여러분의 중간고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

곳곳에서 탄식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딕은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았고, 메이린은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여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리듬감 있게 두들겼다. 카미바레즈는 특유의 긴장한 표정으로 등 뒤의 박쥐 날개를 파닥거렸다.

"여러분의 중간고사 성적과 석차가 모두 나올 겁니다. 물론 석차는 수행평가가 반영되지 않은 순수 필기 성적으로만 측정한 겁니다."

조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학생들의 이름을 불렀다. 성적표는 특이하게도 편지봉투 안에 들어가 있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

"네!"

시몬은 조교로부터 공손히 봉투를 받아 들었다.

막연히 열심히 했다는 생각만 했을 뿐, 따로 가채점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막상 그 결과물이 손에 들려 있으니 긴장감이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

시몬은 침을 꼴깍 삼키며 봉투를 열고 빳빳한 종이를 꺼내보았다.

[시몬 폴렌티아]

저주학 : 63.00

칠흑역학 : 65.00

소환학 : 87.00

사령학 : 44.00

혈류학 : 61.00

맹독학 : 60.00

마투학 : 73.00

신성방어학 : 70.00

합계 : 65.375 [석차:458위]

'와!'

애초에 시몬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나왔다.

처음 쳤던 제인의 테스트에서 평균 37점. 그리고 이번에는 평균 65점.

무려 30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천재들이 우글거리는 키젠에서 필기만으로 중위권 석차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는 것, 그 자체로 의의가 있었다.

자신의 노력이 통했고, 선행학습이 없어도 승산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 같아서 시몬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리고 시몬이 고개를 들자마자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이린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애써 미소 지으며 물었다.

"소환학 몇 점?"

"너부터 말해."

"아, 뭔데!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메이린이 빨리 말하라며 칭얼거렸다. 옆자리의 딕이 시몬의 성적표를 힐긋 훔쳐보더니 '올~' 하는 소리를 내며 히죽거렸다.

"시몬 공부 진짜 열심히 했네! 너 만만치 않겠다. 메이린."

"그래서 몇 점인데!"

시몬이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87점."

메이린의 표정이 복잡미묘하게 변했다.

미소와 분함, 그리고 안도감이 교차하는 모습?

이번엔 시몬이 초조해져서 물었다.

"나도 말했으니까 빨리 말해."

"하아."

그녀가 손에 쥔 포커카드를 오픈하듯 성적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내가 졌어. 85점."

"와아아!"

카미바레즈가 열렬한 환호성을 내지르며 시몬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축하해요! 시몬!! 키젠에 계속 같이 있을 수 있게 됐네요!"

"고, 고마워 카미."

잔뜩 감격한 카미바레즈를 보며, 메이린은 소리 없이 웃었다.

어차피 이런 내기로 시몬을 키젠에서 내보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리고 메이린은 약점인 소환학 외에 나머지 과목 모두 90점대. 다시 한번 평균 90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전체 석차가 조금 의외였다.

합계 : 92.00 [석차:2위]

92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성적을 받고도, 메이린이 전교 1위가 아니었다.

"키젠이 넓긴 넓네."

그녀가 한숨을 푹 쉬었다. 시몬이 위로하듯 말했다.

"그래도 네가 키젠 전체에서 2위인 거잖아? 진짜 대단한 거지."

"에이- 무슨. 중간고사 성적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가 손을 내저었다.

"키젠은 필기보다 실기평가가 더 중요해. 결투평가나 수행평가, 임무점수 같은 거 말이야. 그쪽 배점이 커서 괴물들 성적이 다 더해지면 나는 바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걸."

"그, 그래도 우리 모두 '저택'에 들어왔잖아요? 아일랜드 서바이벌 점수도 기대할 수 있을 거예요!"

시몬도 석차 상승에서 크게 기대할만한 여지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실전에서 더 강했다.

사이클롭스 사냥은 A반 최고 성적인 '100점'.

중간고사 전에 쳤던 필기 수행평가도 메이린의 활약으로 선방했다.

아일랜드 서바이벌의 점수도 저택에 들어왔으니 상위권으로 예상된다.

임무 또한 '아르니쉬'와 '블루하버'모두 완벽하게 클리어.

결투평가도 현재까지 무패. 상위 스쿼드에 속해 있다.

이런 실전 점수들이 다 반영된다면 이번 학기가 끝날 때 석차가 어느 정도로 올라가게 될지, 시몬은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었다.

"주목."

서로 성적을 비교하며 정신없이 떠들고 있던 학생들이 제인의 한마디에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이제 여러분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와 있는지 알게 됐을 겁니다. 상위권의 학생들은 잘했지만, 안주하지 말고 더 위를 보고 달리세요. 하위권의 학생들도 아직 반등할 여지가 남아 있으니 분발하길 바랍니다."

그녀가 학생들과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이제 1학기의 중간을 지났을 뿐이니까요."

"네! 교수님!"

"이번 주는 임무 기간과 겹쳐 있어서 큰 이슈는 없습니다. 평소처럼 결투평가를 준비하면서 본인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역량을 극대화하는 시간으로 활용했으면 합니다."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렇게 해야 다음 수행평가를 견딜 수 있을 테니까요."

의미심장한 말에 학생들의 눈에 긴장감이 어렸다. 제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조교. 다음 결투평가 대상자는 나왔나요?"

"네! 방금 막 공개됐습니다. 교수님."

제인이 서류를 한 장 받았다.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고개를 쭉 뺐다.

같은 키젠 학생과 1:1로 싸워야 하는 결투평가는 언제나 학생들 최대의 관심사이자 화제였다.

"중간고사, 서바이벌 아일랜드, 임무평가 이후 오랜만의 결투평가로군요."

제인이 서류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1학기의 절반이 지난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 대인전에서 어떤 흑마법을 쓸지 몰라서 헤매던 처음과는 다릅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했을 테고, 여러분이 성장한 것 이상으로 상대도 성장했겠죠."

제인의 말에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바리하던 때는 지났다. 누굴 상대하게 되더라도 다들 비장의 기술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테고, 실력의 격차도 많이 줄었을 것이다.

특히 시몬은 상위 스쿼드에 있는 만큼, 최고의 실력자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

과연 이번엔 누구와 싸우게 될까.

조교들이 결투평가 상대가 적힌 유인물을 돌렸다. 시몬도 유인물을 받아 들고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며 상대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미 한번 만난 적 있는 사람이었다. 딕이 고개를 돌려 시몬의 명단을 보았다.

"시몬! 넌 누구...... 아."

딕이 혀를 찼다. 메이린도 복잡한 표정이었다.

"이번엔 쉽지 않겠네."

[제2경기장 - 1라운드 6차전]

A반 시몬 폴렌티아 vs M반 말콤 랜돌프.

아일랜드 서바이벌의 '저택'에서 살짝 트러블이 있었던, 바로 그 과격한 특례 10번 입학생이었다.

시몬은 처음으로 네임드 급의 학생과 싸우게 됐다.

* * *

그날 밤.

먼지 자욱한 폐건물 안.

끼긱. 끼기기기긱.

은빛의 봉이 딱딱한 건물 바닥에 끌리며 불똥을 일으켰다.

"이 학교는 좀처럼 심심할 틈이 없다니까."

노란빛으로 물든 머리카락의 남자가 봉을 끌며 걷고 있었다.

폐건물이지만 창가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고, 잔뜩 긴장한 얼굴의 M반 학생들이 똑바로 선 채 기립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말콤의 파벌들이었다.

봉을 들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린 말콤이 '웃차' 소리를 내며 울퉁불퉁한 언덕에 앉았다.

그러자 밑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렀다.

사실 그것은 언덕이 아니라,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포개어져 쓰러져 있는 키젠 학생들이었다. 몇몇은 쿨럭거리며 피를 토하기도 했다.

"용케도 이런 걸 만들었네. 맹독학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물건인데."

말콤이 포션병 하나를 손끝으로 붙잡고 휙휙 흔들었다.

"기억파괴의 약. 마시면 최근에 가장 괴로웠던 기억을 훼손시키는 포션."

그가 포션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걸 내게 먹이려고 했단 말이지? 뭐라고 말 좀 해봐."

그리고 말콤의 앞에는 오래된 칠판에 두 팔이 사슬에 묶인 채 축 늘어진 학생이 보였다.

말콤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하렌 코크."

"......."

하렌은 전신이 피범벅이었다.

입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핏물이 바닥 아래에 고여 있었고 주위엔 이빨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손가락 몇 개는 기이하게 꺾여 있었다.

말콤이 봉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때렸다.

"내 보복이 두려워서 이딴 짓을 꾸민 거냐? 하, 참."

발단은 이랬다.

저번 서바이벌 아일랜드에서, 하렌 코크는 세르네의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했고 바힐의 신뢰도 회복하지 못했다.

이제는 누구도 그를 지켜주지 않는 상태에서, 세르네의 깃털로 말콤을 가지고 논 대가를 치러야 할 시점이 됐다.

그래서 말콤에게 당하기 전에 먼저 그를 칠 계획을 꾸몄다.

당시 말콤은 본인의 파벌에 대해 무자비한 숙청을 가하고 있었다. 세르네의 깃털에 희롱당할 때 자신을 버린 M반 학생들을 배신자로 취급하고 탄압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렌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그 배신자들을 포섭하고, 로체스트의 암시장에서 기억파괴 포션을 구매했다.

배신자들로 식당에서 식사하던 말콤을 유인한 다음, 그사이에 말콤의 음식과 음료에 포션을 탈 생각이었지만.

-말콤! 쟤들이 네게 이상한 걸 먹이려 했어!

이쪽에서도 배신자가 나와 버렸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고, 분노로 꼭지가 돌아버린 말콤은 무자비하고 처절하게 하렌 일당들을 응징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

"니들도 참 뻔하다 뻔해."

말콤이 낄낄 웃으며 포션병을 흔들었다.

"이걸 먹이고, 내가 개처럼 하렌에게 머리를 박던 때의 기억을 지우려는 거지? 안 되지, 안 돼. 나는 이 굴욕을 절대로 잊을 생각이 없어."

쿨럭! 쿨럭!

칠판에 묶인 채 피를 토하던 하렌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콤을 바라보았다.

"제, 제발 살려......."

"X랄."

빠악!

말콤이 손에 든 봉으로 다시 하렌의 얼굴을 후려쳤다.

"살길 원했으면."

쩍!

"처음부터."

으적!

"건들지 말았어야지."

퍽!

핏줄기가 연신 튀었다.

말콤의 파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중 한 명이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 말콤. 너무 심한 거 아냐?"

"맞아! 이거 수습하려면 문제가 한 둘이 아닌......."

말콤이 서슬 퍼런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럼 니들이 대신하든가."

그 말에 파벌들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말콤의 집안은 유명한 갱스터 집단. 암흑연합 전체를 무대로 활동하는 3대 갱단 중 한 곳이었다.

말콤은 아버지의 잔인한 성격을 고스란히 물려받았고, 사람이 어떻게 하면 공포에 질리는지, 공포라는 감정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묶어."

말콤이 손짓했다.

그의 파벌들이 헐레벌떡 뛰어가서 바닥에 쓰러져 있던 배신자들을 의자에 앉히고 밧줄로 손을 뒤로 묶었다. 입도 헝겊으로 틀어막았다.

"배 걷어."

배신자들의 옷이 말아 올려져 복부가 보이도록 했다. 말콤은 뚜벅뚜벅 걸어가 불에 달구어지고 있는 쇠를 들어 올렸다.

입이 헝겊으로 틀어막힌 배신자들이 울부짖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기왕 학교에 왔으니 학생답게 지내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날 안 도와주는 거야?"

"우웁! 우우웁!"

배신자들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엉엉 울면서 교수님들께 일러바쳐 봐. 알았지?"

말콤이 히죽 웃으며 다가왔다.

"그래야 나도 미련을 버리고, 편-안하게 일반인 신분으로 너희들 집안에 작업을 하지. 안 그래?"

"우웁! 우우우우우우웁!"

말콤의 입가가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도와줘라."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내가 그냥 학생으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줘."

공포를 심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말콤이 뒤를 돌아보며 섬뜩하게 웃었다.

"너는 제일 마지막이야. 하렌 코크."

하렌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물 콧물을 줄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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