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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30화 (13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0화

[너어......!]

프린스가 자세를 낮추며 으르렁거렸다. 시몬은 여유 있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프린스의 본체를 발견했다.

왕좌에 앉아 있는 시체와 머리 위에 올라가 있는 왕관. 시몬의 시선을 읽은 프린스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왕관이 목적이냐!]

"아니."

시몬이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네가 목적인데."

[......뭐?]

프린스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말했잖아. 내 군단에 들어오라고."

[꺼져! 내가 다시 네크로맨서와 계약할 일은 죽어도 없을 거야!]

"음."

시몬이 대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창밖을 슥 가리켰다.

"그럼 저건 어떻게 막을 건데?"

밖에는 여전히 일방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프린스가 파괴한 미트골렘은 고작 하나일 뿐, 전황은 바뀌지 않았다.

"내가 힘을 빌려줄 수 있어. 물론, 네가 군단에 들어오고 내게 절대복종한다는 조건으로."

[개소리 집어치워어어!]

격분한 프린스가 대뜸 뛰어들어 주먹부터 날려댔다. 대검을 세워 공격을 막아낸 시몬이 측면으로 흘리듯 빠져나갔다.

'처음에 싸웠을 때보다 움직임이 더 잘 보여.'

물론 피어와 군단의 힘으로 파워업 한 건 맞지만, 뭔가 알 듯 말 듯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프린스는 앞뒤 가릴 것 없이 고함을 터뜨리며 연타를 퍼부어댔다.

'흥분했다. 잔뜩 곤두서 있고, 심적으로 몰려 있어. 일체의 여유가 없는 거야.'

처음에 하수도에서 싸웠던 프린스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어린 겉모습을 정신도 따라가는 걸까?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리고 있었다.

'이러면 쉽게 이길지도 모르겠는데.'

대검을 움직여 프린스의 공격을 쳐내고 있던 시몬이 일부러 프린스의 주먹이 아닌 팔을 때렸다.

깡!

피어의 대검으로도 프린스를 한 번에 자를 수 없었다. 대검은 팔에 상처를 남기고, 마치 금속에 부딪힌 것처럼 크게 튕겨 나갔다.

시몬의 오른팔이 처 올려진 빈틈을, 프린스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뛰어들었다.

정확하게 걸려들었다.

'개문.'

촤르르르르르륵!

시몬의 주위로 아공간이 열렸다. 도약으로 두 다리가 떠 있는 프린스의 몸을 오버로드의 칼날들이 밀어내 벽 끝에 처박아 넣었다.

쿠우웅!

강한 충격에 프린스가 인상을 구겼다. 즉시 칠흑을 밟고 뛰어나간 시몬이 프린스의 복부를 향해 힘껏 대검을 찔러 넣었다.

살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프린스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와, 더럽게 단단하네.'

아직 검의 1/4도 들어가지 못했다. 시몬은 대검에 손을 놓고 물러났다.

[크으으!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이런 짓."

시몬의 몸이 칠흑을 박차고 쏘아져 날아가 대검의 손잡이를 밀어 찼다.

꽈드드드득!

이제 비로소 대검의 절반 가까이 프린스의 복부에 파고들었다.

[끄, 끄아아아아으!]

몸이 단단하긴 하지만 고통은 제대로 느끼는 모양이다.

프린스가 꺽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입에서 침을 줄줄 쏟아냈다. 눈꼬리에 눈물까지 맺힌 채 부르르 떨었다.

"내 친구에 손댄 대가는 이쯤 해둘게."

시몬은 등을 돌려 프린스의 본체에게 다가갔다.

[내 몸에 손대지 마!]

프린스가 바둥거리며 소리쳤지만 시몬은 가뿐히 무시했다.

프린스의 본체가 입고 있는 호화로운 옷을 벗긴 다음, 갈라진 가슴의 틈을 힘주어 열었다.

두근- 두근-

프린스의 코어가 심장박동처럼 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 너, 너, 너 설마!!]

시몬은 미소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마침 소란을 듣고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부탁해요 피어."

[알겠다!]

촤르륵!

시몬이 입고 있던 본 아머가 살아 있는 옷처럼 벗겨지더니, 커다란 스켈레톤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크하하! 물러서라!]

피어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치며 프린스의 본체의 이마에 손가락을 겨누었다.

[주인이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게냐!]

그 말에 좀비들이 주춤거렸고, 프린스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이런 양아치 같은 새끼들! 당장 내 저택에서 나가아아아!]

프린스가 발광하건 말건 시몬은 눈앞의 코어에 집중했다.

아버지의 옛 동료들이니까 예우를 갖춰서 차근차근 설득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하다.

'일단 손에 넣고 보자.'

마음에 안 들면 그때 끝장내면 그만. 일단은 프린스에게 족쇄를 채울 필요성이 있었다.

시몬은 과감하게 그의 코어에 손을 올렸다.

화아아아악!

시몬과 프린스의 칠흑이 폭발하며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큭!"

[망하아아알!]

고통스러웠지만 그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잠시 후 칠흑이 안정화되며, 프린스의 본체에서도 시몬 특유의 검푸른 칠흑이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후우."

성공했다.

군단의 세 번째 에이션트 언데드가 된 프린스는 이제 악을 지를 힘도 남아 있지 않은지, 체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꺼내줄게."

시몬이 프린스에게 다가가 복부에 꽂혀 있던 대검을 뽑고 오버로드의 칼날들도 회수했다. 그러자 프린스의 몸이 풀썩 자리에 쓰러지더니 검은 연기가 흩어지듯 사라졌다. 평범한 좀비의 시체로 돌아온 것이다.

콰르르릉!

그리고 근처의 좀비에 검은 벼락이 떨어졌다. 좀비의 몸이 검게 물들며 프린스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제 남은 목숨은 다섯 개.

[하아! 하아!]

프린스가 연신 숨을 헐떡였다.

시몬의 영향을 받아서 그럴까, 외형이 바뀌어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이제 검푸른 빛이었고, 입고 있던 예복의 색깔도 네이비 계통으로 변해 있었다.

프린스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분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지만, 시몬은 눈 한번 꿈쩍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군단에 들어온 걸 환영해."

피어도 깔깔 웃으며 옆에서 거들었다.

[크하하하하! 암! 한번 군단은 영원한 군단이지!]

[이런 양아치 같은 새끼들.......]

프린스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간 모습이 보인다.

"싸우려고?"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내가 군단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군단장이 죽으면 너도 죽을 텐데."

[닥쳐어어어!]

프린스가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시몬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피어는 팔짱을 낀 채 낄낄거리며 말리지도 않았다.

시몬이 말했다.

"무릎 꿇어."

쾅!!

두 무릎이 마치 쇳덩이처럼 무거워지며, 프린스가 쓰러지듯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힘을 써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낑낑거리던 그가 괴물이라도 보는 것처럼 시몬을 응시했다.

'미친! 절대명령이라고?'

이런 권능에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프린스는 전의가 정면으로 뚝 꺾이는 것을 느꼈다.

시몬은 작게 한숨을 흘리고는 말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이제 같은 편이야. 왕관을 빼앗기기 싫다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

"상황을 설명해 줘.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도움?]

프린스가 차갑게 냉소했다.

[웃기지 마! 도움은 얼어 죽을! 네가 강제로 날 군단화하는 바람에 상황은 몇 배나 악화됐어!]

"?"

[눈이 있다면 가서 창밖을 봐!]

시몬은 그의 말대로 걸어가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좀비들이......!'

전방에서 싸우고 있던 좀비들이 갑자기 지휘체계에 혼란이 생긴 것처럼 이상행동을 하고 있었다.

적이 눈앞에 있어도 공격은커녕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거나, 뜬금없이 바닥을 파거나, 같은 좀비들끼리 물어뜯으며 싸웠다.

[네가 강제로 날 군단화시키는 바람에 왕관과 좀비들의 연결이 끊어졌다고! 이제 어떻게 할 건데?]

프린스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병력에서도 밀린 이상 이제 끝이야! 내가 좀비들의 통제권을 회복하기도 전에 마누스와 하비에르가 저택에 들이닥쳐...... 야! 뭐야! 너 뭐 하는 거야!]

어느새 시몬은 프린스의 본체가 쓰고 있던 왕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걸로 좀비를 조종한단 거지?"

[이런 미친 새끼! 당장 그만둬! 그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이 왕관을 다시 작동하는 거 외에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시몬은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왕관을 자신의 머리 위에 썼다.

"......!"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시몬의 머릿속에 엄청난 양의 사념들이 쏟아져 오기 시작했다.

한두 마리의 언데드가 아니다. 백 마리, 천 마리,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수.

세기도 버거울 만큼의 사념들이 머릿속에 전해져 온다. 동시에 그들의 감각이 전해져 온다.

밖에서 싸우고 있는 좀비 한 마리 한 마리의 걸음, 움직임, 눈의 깜빡임, 무기에 찔리는 통증, 미트골렘에 짓밟혀 죽는 통증까지.

시몬은 잠깐 이 왕관을 쓴 몇 초 동안 몇 번이나 죽음을 경험했다.

쿠웅!

왕관이 떨어지며 바닥에 굴러다녔다. 시몬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바닥에 엎드렸다.

"우욱!"

시야가 어지러웠다. 구토감이 밀려들었다.

미친 짓이다. 만 마리가 넘는 사념과 연결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헹, 내가 말했지?]

프린스가 꼴좋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시몬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왕관을 손에 쥐었다.

[너 설마......!]

"이거."

시몬이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해볼 만한데?"

[뭐......?]

프린스는 사고가 멎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대체 이 새끼 정체가 뭐야?

시몬은 다시 왕관을 들어 올려 머리에 썼다. 그리고 고통에 겨운 소리를 쏟아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야 이 미친놈아! 한번 데이고도 또 저 지랄을......!]

[크흐흐흐흐!]

피어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당신은 왜 안 말리고 있는 거야? 관리자잖아!]

[네 얄궂은 상식으로 저 소년을 판단하려고 들지 마라.]

피어가 히죽 웃었다.

[저 녀석은 다른 의미에서 리처드보다 더 위험해!]

쿵!

결국 왕관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오래 버텼다.

"허억! 하아! 하아!"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재차 왕관을 손에 쥐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나가자, 프린스."

이제 확실히 감을 잡았다.

시몬이 소매로 입가를 슥 닦으며 미소 지었다.

"내가 어떻게 이 전쟁에서 이기는지,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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