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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32화 (13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2화

[돌격.]

시몬이 왕관의 힘으로 절대명령을 내렸다. 좀비들의 무리가 거대한 파도처럼 솟아오르더니 일제히 마누스에게 돌진했다.

'제국에.'

마누스가 검 끝을 하늘로 세웠다. 태양광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하늘과 붉은 구름뿐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의식이었다.

'영광이 있으라.'

마누스가 붙잡은 검에 힘을 주었다. 유려한 선을 그리며, 철붙이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스르릉!

다가오던 파도가 세로로 갈라지더니, 쩍! 소리와 함께 좀비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우어어어어어어!

-키이이이!

좀비들의 파도가 제2격, 제3격을 만들어 몰려들었다. 그때마다 마누스는 검을 휘둘러 파도를 베어냈다.

일격 일격에 파도를 잠재우는 힘은 가히 소드마스터라는 명성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스릉!

마찬가지로 제4격의 파도를 베어버리는 그때, 파도가 반으로 그어지며 좌우로 갈라지고, 바로 뒤에서 시몬을 태운 제5격이 들이닥친다.

[......!]

마누스가 빠른 동작으로 5격을 절단했지만, 파도의 꼭대기에 올라타 있던 시몬이 혜성처럼 날아들었다.

마누스가 급히 검을 머리 위로 세웠다.

꽈아아아아아앙!

검과 검이 정면에서 충돌했다.

바닥이 무너져 내리고, 바람이 비명을 지른다. 시몬의 뒤에 있던 좀비 떼와, 마누스의 뒤편에 있던 스켈레톤 부대가 맞바람만으로 사방팔방 날아다녔다.

'큭!'

힘 싸움을 하면서 시몬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 녀석은 진짜 터무니없이 강하다.

[훌륭하오!]

마누스의 생각도 마찬가지인 듯 입꼬리를 올렸다.

검을 맞대고 힘 싸움을 하는 그때, 마누스의 검이 절묘하게 각도가 비틀어지며 시몬의 대검이 미끄러지듯 위로 올라갔다.

"!"

힘이 분산된다.

마누스가 다음 동작으로 들어가기 전에, 시몬은 두 다리에 칠흑을 폭발시키며 덤블링하듯 위로 도약했다. 마누스가 뒤를 돌아보며 검을 휘둘렀고 시몬도 마찬가지로 참격을 쏘아 보냈다.

쩡!!

두 거대한 힘이 충돌하자 마치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시몬이 바닥에 착지하기 무섭게 마누스가 따라붙어 검을 휘둘렀다.

까가가가가가강!

두 강자가 공수를 주고받았다. 하얀 선과 검은 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신없이 교차되며 허공을 빽빽하게 수놓았다.

두 사람은 무아지경 속에서 불똥을 튀기고 무기를 부딪치며 치고 빠지고를 반복했다.

"큭!"

벅차다. 피어를 입고 있어도 검술에서 밀린다.

[네크로맨서에게는 약점이 없소. 모든 면에서 우수하지. 하지만 그것이 단점이 되기도 하오.]

촤아아악!

시몬은 기겁하며 눈동자를 내렸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 왼쪽 어깨가 베이며 피 분수가 솟구쳤다. 그것도 피어의 본 아머 틈 사이를 정확히 노린 일격.

'키젠 교복까지 뚫다니!'

시몬이 얼른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나는 검에 영혼을 바치고 평생을 검만을 갈고닦았소. 모든 것을 잘한다는 것은 또한, 모든 것을 못한다는 것과 같소.]

"......."

시몬의 눈이 진지해졌다.

다른 소리는 한 귀로 흘리더라도, 피어의 힘만으로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명확해 보였다. 그는 확실히 소드마스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 그러면 문제."

시몬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왜 너희들은 멸망했을까요?"

[......!]

마누스가 분한 표정으로 검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시몬은 빙긋 웃더니 뒤로 크게 물러나 다시 좀비들의 파도 위에 올라탔다.

네크로맨서는 트렌디하고, 기사는 시대에 뒤처졌다는 그런 뻔한 문제가 아니다.

시몬의 금빛 눈동자가 번뜩였다.

"네 생각이 틀렸어. 모든 것을 잘한다는 건 말이야."

시몬이 팔을 들어 올렸다.

"그냥, '강하다'고 하는 거야."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

-어어어어어어어!

수만 마리의 좀비들이 부르짖었다. 어느새 저택의 기존 좀비들 외에 외부의 좀비들까지 합세해 그 물량은 더 불어나 있었다.

[잠깐, 소년! 그 이상의 사념을 끌어안는 건 무리수다! 이미 넌 한계야!]

"그럼 기꺼이 뛰어넘어 보이겠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고양감과 상승감에 사로잡힌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왕관의 황금빛이 폭사하듯 솟구치며 시몬의 몸을 휘감았다. 전율적인 집중력에 시몬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다시 한번.

[나를 따르라.]

좀비들의 몸에 시몬의 검푸른 칠흑이 연기가 아니라 불꽃처럼 휘몰아쳤다. 망자들은 끝없이 포효하며 새로운 왕을 찬양하고 경배했다.

다시 한번 이곳에 있는 모든 좀비들에게 절대명령이 내려왔다.

거스를 수 없는 존재의 명령은 단 하나.

[놈의 목을 가져와.]

그 명령 한 번에 좀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좀비들이 다른 좀비들의 몸 위로 올라타고, 그 위로 또 올라타기 시작했다. 이제는 파도가 아니라 높은 해일처럼 솟구쳐 올랐다.

마누스가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그의 사방이 좀비들의 해일로 뒤덮여 있었다. 자신의 근처에 있던 스켈레톤 부하들은 언제 당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크윽!]

수천 개의 눈이 달린 해일들이 지진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마누스가 기겁하며 검을 휘둘렀다. 휘두르고, 몇 번이고 수없이 휘둘렀다.

하지만 검격에 해일이 무너지는 족족 뒤에 있던 좀비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기세를 회복했다. 몇 번을 잠재워도 그 흉포한 기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크아아아아아!]

이내.

해일의 몸체가 마누스를 향해 내려왔다.

쿠구구구구구구구!

마누스는 하늘을 날 듯이 뛰어올라 피하고 또 피해냈지만 결국 좀비들의 물살에 휘말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몸통과 머리가 좀비들에게 뒤덮이고 끔찍한 살의 틈바구니에서 마누스의 팔만이 보였다가, 이내 그것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시 후.

바닥에 깔린 마누스의 위로 좀비들의 산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 광경을 바로 앞에서 멍한 눈으로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프린스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왕관의 사용법.

시몬이 왕관을 쓰는 순간 좀비들이 군단화되며 신체능력까지 대폭 올라가는 이런 효과는 그 또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저 녀석은 진짜 인간인가?'

감탄하고 있는 건 피어도 마찬가지였다.

[크흐흐! 놈을 무력화한 건 좋은데 말이다 소년.]

그가 시선을 움직였다.

[이렇게는 놈을 죽일 수 없어. 이제 어떻게 할.......]

피어가 말을 멈췄다.

시몬의 상태가 이상했다. 왕관을 썼어도 제대로 힘을 컨트롤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의 시몬은 눈에 초점이 사라질 듯 말 듯 하고 있었다.

[이봐, 소년!]

힘에 만취했다.

너무 많은 사념을 처리하느라 딜레이가 생기고 이성이 증발하려 하고 있다.

피어는 급히 시몬과의 연결을 해제하고 본 아머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들어왔다. 왕관을 벗기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왕관이, 그리고 시몬이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시몬은 착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념으로 좀비들을 뒤로 물리고 있었다. 거대한 좀비들의 산이 이제는 언덕으로 변했다.

시몬은 그 상태에서 마법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 녀석......!'

시몬은 이성이 증발한 게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인생 최대의 집중력이 발휘되고 있다. 수식의 처리를 위해 시간이 극도로 느려지면서 몸이 반응하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대체 무슨 마법진을 만들고 있는 거지?

'!!!!'

마법진을 확인한 피어의 입이 벌어졌다.

시몬의 학교생활은 꾸준히 살펴보고 있었지만, 틀림없이 이 마법은 배운 적이 없을 터.

어디에서도 접하지 못했을 터였다.

'......아니, 배운 게 아니다.'

개념과 지식으로 습득한 게 아니라,

순리적으로 통찰하고 있다.

좀비들로 마누스를 깔아뭉갠 뒤, 그 아래에 있는 마누스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

그 생각의 결과가, 시몬의 오른팔에 그려지는 마법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미 존재하는 흑마법이라고 할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 시몬은 틀림없이 흑마법을 창조해 내고 있다.

"후우우."

시몬이 오른팔을 뻗었다.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밀집된 바로 그곳을 향해.

마누스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하는지 바닥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 좀비들의 무리가 들썩거린다.

피어의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틀림없다.'

저 흑마법은 100년 전쟁 시절에 네크로맨서의 상징이었던 기술.

가장 끔찍한 공포.

좀비술사의 꽃 중의 꽃.

시몬이 천천히 오른손을 돌렸다.

[......시체(Corpse)―]

그러곤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폭발(Explosion).]

세상이 새하얗게 일변한다. 피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마누스를 뒤덮은 수백 마리의 좀비들의 코어가 폭주하며 검푸른 칠흑이 뿜어져 나오는 광경. 그리고.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좀비들이 본인의 코어를 폭주시켜 온몸을 불살라 만든 그 폭발이라는 이름의 파멸은 주위의 모든 것을 휩쓸었다.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한 화력이 위로 뿜어지듯 솟구쳐 올라 거대한 버섯 모양을 이루었다.

쿠구구구구구!

주위의 나무들이 뿌리뽑히고 좀비들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저택의 창문이 전부 깨져 버리고 벽이 무너져 내렸다.

'......진짜.'

프린스는 입을 벌리고만 있었다.

'미쳤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폭발의 연기가 걷혀 나가며 그곳에는 마누스의 몸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두개골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소드마스터답게 마지막까지 두개골에 칠흑을 집중하며 방어로 버티려고 했지만, 결국은 실패한 모양.

시몬이 다가가서 그것을 확인하자, 마누스의 사념은 증발되어 사라진 뒤였다.

"편히 쉬어. 소드마스터."

시몬은 그 말을 남기고는 마누스의 두개골을 아공간에 넣었다.

[이봐! 소년!]

피어가 그를 뒤따랐다.

[정말 괜찮은 거냐! 시체 폭발은 대체 어떻게......!]

시몬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대로 휘청하며 피어 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툭.

왕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좀비들의 몸에서 넘쳐 흐르던 검푸른 칠흑도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흐흐! 피어, 저 잘했죠?"

[......하여간에 무모한 놈.]

그때, 프린스가 저벅저벅 넋 나간 표정으로 다가왔다.

"내가 말했지?"

시몬이 그를 보며 씩 웃었다.

"어떻게 이기는지 보여준다고."

[넌 대체.......]

하지만 프린스의 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시몬이 의식이 끊기며 축 늘어졌다.

[하여튼 손이 많이 가는 군단장이다!]

그렇게 말하며 시몬을 어깨에 짊어지는 피어의 얼굴엔,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감정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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