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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45화 (14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5화

"카쟌......!"

시몬의 눈이 감격으로 그렁그렁해졌다.

정신적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지금, 진실을 알고 내 말을 무조건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먼저 확인하겠는데."

카쟌이 입을 열었다.

"프리스트는 프란체스카 교수겠지?"

시몬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다. 내가 알아낸 정보를 먼저 공유하자면, 그녀의 결계가 1학년 캠퍼스 전체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카쟌이 아공간에서 검측기 같은 것을 여러 개 꺼내 들었다.

"통신 수정구로 네프티스 님께 통신을 시도했지만, 당연하게도 막혔다. 결계가 완전히 펼쳐지면 통신뿐만 아니라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겠지."

카쟌의 두 눈동자가 다시 시몬으로 향했다.

"상대는 교수급이고, 최소 수년간 이 결계를 준비했다. 다른 교수들이 와도 쉽게 파괴할 수 있는 종류는 아닐 거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범위는요?"

"최소한으로 잡으면 키젠 1학년 캠퍼스 전체를 감싸는 정도다. 900명이 넘는 1학년들을 완전히 몰살시킬 계획이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1학년 전교생을 죽이는 테러. 이건 장차 암흑 연방을 이끌 인재들이 사라지는 산술적 타격,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키젠의 명성은 땅에 떨어지고, 그 절대적인 장악력 또한 의심받을 것이다.

자녀를 허무하게 잃은 연방의 귀족들은 분노에 날뛰고, 연방은 반 키젠파들이 득세하며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눈치를 보던 중립 세력들 또한 에프넬 쪽으로 넘어가고, 분노에 눈이 먼 네프티스는 신성연방과의 전면전이라도 불사하겠지.

전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시몬은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설명드릴게요."

시몬이 막 이야기를 꺼내려는 그때.

"시몬!"

카미바레즈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메이린과 딕도 따라왔다.

"카미! 왜 아직도 안 간 거야?"

시몬이 당황해서 물었다. 두 손을 꼭 모은 그녀가 눈에 힘을 주며 시몬의 앞으로 걸어왔다.

"금지된 숲에서 프리스트를 만난 다음 날 아침, 제가 말씀드린 이야기. 기억나시죠?"

시몬이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시몬에게 협력하기로 약속했잖아요! 부디 돕게 해주세요."

시몬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위험......!"

"아, 닥쳐! 너 진짜 사람 섭섭하게 만든다?"

메이린이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 중요한 일을 왜 우리한테까지 숨긴 건데?"

"그치 그치. 이건 좀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긴 해."

딕이 두 팔로 뒷머리를 받친 채 뒤따라왔다.

"딕......!"

"우리를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뭐 그런 도리는 알겠어."

딕이 씩 웃었다.

"근데 어쩌나? 카미한테 다 들어버렸고, 우리는 휘말리고 싶어 죽겠는데?"

"닥치고 빨리 말해. 시몬."

메이린이 성큼 다가와 코앞까지 고개를 쭉 들이밀었다.

"누가 프리스트고, 지금 키젠에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

시몬은 망설이는 표정으로 카쟌을 돌아보았다. 카쟌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일손이 부족했다. 프리스트의 마수가 키젠에 뻗친 이상, 모두가 관계자가 된 거나 다름없지. 여기선 네 말을 믿어주는 조력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

"당연하지!"

시몬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빠르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워낙 정신없이 말해서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듣는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정보의 전달에 집중했다.

"프란체스카 교수님이......!"

너무 놀란 카미바레즈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메이린이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럴 줄 알았어. 어쩐지 그 여자, 좀 음흉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거든."

"몇 시간 전에 연설 듣고 눈물 질질 짠 게 누구더라?"

"입 닥쳐어!"

정말로 이 이야기를 다 믿어주는 건가?

시몬은 조금 가슴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키젠 생활이 헛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지식으로 보충설명을 하겠다."

카쟌이 입을 열었다.

"나는 옛날부터 프리스트를 뒤쫓고 있었고, 모든 교수들과 조교들을 용의 선상에 넣은 채로 움직여 왔다. 당연히 프란체스카가 프리스트일 때의 경우의 수도 준비되어 있다."

"아......!"

"그리고 시몬이 이야기에서 폭발에 대한 묘사를 고려해 보면, 그건 '데솔레이터(Desolater)'라는 저주 폭탄이 확실해 보인다."

"저주 폭탄이요?"

"그렇다. 너희들이 최근에 갔던 데스랜드."

카쟌의 눈이 번뜩였다.

"데스랜드를 그렇게 만든 것과 같은 종류다."

모두가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

그럼 프리스트는 그 위험한 저주 폭탄을 키젠 한복판에 터뜨리려고 했단 건가?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이 폭사하는 건 물론, 운 좋게 폭발에 살아남은 사람들도 좀비가 되고 말 것이다.

다시 딕이 끼어들었다.

"그런 위험한 무기를 어떻게 프란체스카가 손에 넣었단 건데요?"

"데솔레이터는 이 건물의 지하층, '비밀 위험물 보관고'에 보관되어 있다. 오로지 키젠의 맹독학 교수와 네프티스 님만이 들어갈 수 있지. 아마 랭을 죽인 것도 본인이 맹독학 교수가 되기 위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시몬의 추측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세 사람은 모두 지독한 진실에 몸을 떨었다. 그렇게 랭을 아끼고 위했던 그녀의 모습이 모두 연기고, 위선이었다니.

"시몬. 어느 장소에 폭발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몇 번 일어났는지 확실히 기억나나?"

"네, 카쟌."

시몬이 총명하게 눈을 빛냈다.

"폭발이 일어난 순서대로, 마탄 사격 실습관, 마법기술관, 1학년 남자 기숙사, 학습관이에요."

"골고루 잘도 퍼뜨려놨군."

카쟌이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너희들은 폭탄을 막아줘야겠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야. 어쭙잖은 각오라면 그냥 결계가 펼쳐지기 전에 도망......."

"내가 남자 기숙사에 갈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딕이 대답했다.

"마법기술관은 내가 가야겠네. 동아리 사람들도 그쪽에 있고."

메이린이 말했다.

"마, 마탄 사격 실습관은 제가 갈게요!"

카미바레즈가 말했다. 카쟌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데솔레이터의 마법진 해체는 너희들의 수준으론 무리야. 그러니 더 간단한 방법을 써라. 데솔레이터를 너희 아공간에 넣는 거다."

"네?"

"키젠의 데솔레이터는 점화 마법진으로 가동된다는 걸 확인했다. 개인 차원인 아공간에 두면, 점화 명령은 완전 무력화되지."

딕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시몬을 보며 카쟌을 가리켰다. 이 사람 대체 뭐냐는 의문이었다.

카쟌은 크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도둑길드 출신이다."

"......와, 어쩐지!"

어쩐지 익숙한 느낌 풀풀 난다 싶더라니 같은 정보 계열의 학생이었다.

그때 메이린이 히죽 웃었다.

"상위호환이 여기 있었네~"

"무, 무슨 소리! 야, 결국 상인이 이겨. 정보길드는 돈에 정보를 팔게 되잖아."

"잡설은 거기까지, 받아라."

카쟌이 아공간에서 시몬이 썼던 바로 그 안경을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고작 두 시간 안에 폭발이 일어난다면 그녀는 이미 데솔레이터를 장치했을 가능성이 높다. 틀림없이 인식 장애 마법 같은 것으로 감춰놓고 있겠지. 이 안경을 쓰면 인식 장애를 무력화하고 볼 수 있다."

메이린이 그것을 받아 쓰고는 투덜거렸다.

"아까도 느꼈지만 디자인 왤케 구려?"

"메이린, 카쟌은 유급생이야."

"너무 예뻐요 선배님!"

그녀가 빠르게 태세전환을 했다.

"됐다. 그냥 카쟌이라고 불러라. 시간이 별로 없으니 빠르게 움직여."

"네!"

세 사람이 각자 한 장소씩 맡고, 먼저 클리어한 쪽이 학습관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시몬과 카쟌은 함께 지하계단을 내려왔다.

타악.

탁.

에레보스의 밤이라 조명이 전부 꺼져 있어서 지하실은 연신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두 사람은 조용히 이동했다.

"데솔레이터가 전부 무력화되기 전까진, 프란체스카와의 교전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카쟌이 마나로 작동하는 야간 투시경을 건네며 말했다.

"그녀가 폭탄을 점화시키기라도 하면 대참사가 일어나. 너희 친구들이 폭탄을 아공간에 넣기 전까지는 최대한 미행 위주로 움직여야 해."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무사히 지하실을 통과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굳게 닫힌 커다란 문이 보였다. 방이라기보다는, 마치 방공호를 연상케 하는 장소였다.

"이미 안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카쟌이 바닥에 스프레이 같은 것을 뿌려 발자국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시간이 별로 없어요."

시몬이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프란체스카가 나올 때까지 둘이서 죽치고 있는 건 시간 낭비예요."

"동의한다. 내가 여기서 대기하다가 그녀가 나오면 미행하겠다. 넌 이 건물 최상층에 있는 랭의 연구실에서 정보를 수집한 다음, 피어와 합류해라."

"네."

군단의 힘을 쓰지 못하는 이상, 만약 프란체스카와의 교전이 일어나도 시몬은 큰 도움이 못 된다. 그의 말대로 피어와의 합류가 급선무였다.

결정을 내린 시몬은 빠르게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일단은 이 건물의 4층에 있는 랭의 연구실 먼저 들렀다.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에, 복도 쪽 창문을 열고 오버로드를 벽면에 일으켰다. 그것으로 임시 난간을 만들어 걷다가 창문을 깨부수고 안으로 들어왔다.

와장창창!

가뿐히 착지한 시몬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키젠 교수의 연구실치고 대단한 건 없었다. 서류나 책, 침대 정도뿐, 연구실이라기보다는 서재나 휴게실에 가까웠다. 죽기 전까진 이곳에서 숙식했던 모양이다.

시몬은 정신없이 연구실의 서랍을 열어젖혔다.

'랭 교수님은 프란체스카에게 조종당했을 가능성이 커.'

3년 전만 해도 랭은 몸 상태가 정상이라고 들었다.

근 2년간 극도로 몸이 극도로 악화됐다고 했으니 그사이에 프란체스카가 뭔가 수작을 부렸으리라.

'만약 그 흔적이 남아 있다면.......'

정신없이 서랍을 뒤적거리던 시몬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곤 고개를 홱 돌렸다.

꿀렁꿀렁.

액자 뒤에서 녹색 슬라임이 튀어나왔다. 시몬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며 그것을 응시했다.

슬라임은 마치 낯을 가리는 듯, 좀처럼 액자 밖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때 슬라임의 중간에 구멍이 뚫리더니, 그것이 혓바닥과 입의 모양으로 변했다.

[Prêtre]

말했다!

무척 난해한 발음이긴 했지만 그것은 프리스트라고 말한 것 같았다. 약간 극동부의 볼드윈 왕국 쪽 뉘앙스도 난다.

시몬이 목을 가다듬은 후 같은 억양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Francêsca.]

그러자.

슬라임의 입이 확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두 가지 물건을 토해냈다.

하나는 노트.

그리고 다른 하나는 랭의 교수증이었다.

"......!"

시몬은 교수증을 안 주머니에 넣고 얼른 노트를 펼쳐보았다.

'이런 걸 남겨놓으신 거야?'

이건 랭의 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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