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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49화 (14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9화

시몬과 카쟌, 그리고 에르제베트는 정신없이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키젠 캠퍼스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장소였다.

깎아지른 듯한 산맥 절벽에 구멍을 뚫어 만든, 키젠 본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비밀기지. 학생들에겐 침입 엄금 구간으로서 들어가면 준 퇴학 조치까지 받을 정도로 보안이 엄중한 곳이기도 했다.

"일종의 교내 지휘통제실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옆에서 달리고 있는 카쟌이 말했다.

"학교 전체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건 물론, 학교에 펼쳐져 있는 결계나 비상망을 관리하는 곳이지."

옆에서 듣고 있던 에르제베트가 말을 받았다.

[그 설명은 이해되는데, 왜 프리스트가 지휘통제실로 간다는 거죠?]

"프리마 마테리아(Prima Materia)를 작동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장소니까. 그곳의 결계 시스템을 이용하면, 단번에 키젠 전역에 괴생명체들을 뿌릴 수 있게 된다."

가만히 듣고 있던 시몬이 침음성을 삼켰다.

키젠에 설치된 흉악한 네 개의 저주폭탄. 프란체스카의 입장에선 본인의 결계가 완전해진 뒤에 이 폭탄들이 터져야 했다.

하지만 그전에 누군가에게 발각당하거나, 하나라도 제때 격발하지 않으면 작전에 큰 구멍이 생긴다. 그래서 테러를 100% 성공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 카쟌은 단순히 '플랜 B'라고 묘사했지만 시몬이 듣기엔 서브 플랜과 메인 플랜 급의 차이가 있었다.

"도착했다."

카쟌의 말에 두 사람도 걸음을 멈추었다. 정말로 산맥의 절벽에 커다란 인공 동굴이 보였다.

에르제베트가 슥 검지를 뻗었다.

[그런데, 원래 입구 앞에 숲이 있었던가요?]

"그럴 리가."

동굴의 앞을 가로막듯, 수풀이 우거진 숲이 보였다.

딱 봐도 평범한 숲은 아니었다. 나무에 눈이 달려 있거나, 입을 쩍 벌린 식물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데솔레이터를 지키고 있던 식물형 몬스터들과 비슷한 종류. 하지만 그 수와 규모가 차원이 달랐다. 그야말로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시간 없다. 정면 돌파하자."

카쟌의 말에 시몬과 에르제베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손에서 거미줄을 뽑아냈고, 시몬은 입고 있는 피어의 두개골을 툭툭 두드렸다.

"일어나요 피어."

[크흐흐! 이제 시작이군!]

뒤로 넘어가 있던 피어의 두개골이 스르륵 일어나 시몬의 머리를 투구처럼 덮었다.

[그런데 소년, 상대는 맹독학 조교라고 했지?]

"네."

딸칵.

그 말에 머리를 덮고 있던 피어의 두개골에 변형이 일어났다. 턱뼈와 입 부분이 시몬의 코와 입을 살짝 덮으며 투구라기보다는 탈의 형태가 되었다.

[임시 방독면 같은 거다. 완벽하진 않아도 허술한 독에 당하진 않겠지.]

"좋네요."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카쟌은 독에 대한 대처 같은 거 안 해도 돼요?"

"어차피 내 몸은 독이 통하지 않아. 아마 프란체스카도 맹독학 기술로 상대하진 않을 거다."

독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는 체질인 것 같았다. 시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간다."

타닷!

카쟌이 제일 먼저 숲으로 달려갔고, 시몬과 에르제베트가 뒤따랐다.

-키지지지지!

숲의 공격이 시작됐다.

전방을 응시하고 있는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수한 독성 씨앗들이 쏟아지고 사방에서 가시 돋친 넝쿨 채찍들이 휘둘러졌다. 바닥의 풀들은 칼처럼 날을 세웠고, 꽃잎들은 자욱한 독안개를 일으켰다.

'이걸 다 피하라고?'

시몬은 자세를 바짝 낮추며 달렸다. 그가 달리는 곳마다 독성 포탄이 떨어지며 바닥에 독 웅덩이가 생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빡세다. 잠시 체내 칠흑 분화를 써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이 될 정도였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카쟌 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카쟌의 회피기술은 도저히 흐름을 읽을 수 없는 신출귀몰 그 자체였다.

전력으로 달리면서 마치 빨래가 휘날리는 듯한 움직임으로 흐느적거리며 공격을 피하거나, 갑자기 속도를 확 올려 투사체를 따돌리며 섬광처럼 숲으로 쏘아져 나가기도 했다.

'아!'

그때 나무 근처로 식물형 몬스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시몬의 앞을 가로막았다. 시몬이 대검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잠깐.]

샤락.

스르륵.

식물형 몬스터들의 몸이 세 갈래로 금이 그어지더니 이내 갈기갈기 찢어지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프리스트를 상대하기 전에 힘을 아끼셔야 하옵니다.]

"에르제!"

에르제베트가 덤블링 하듯 시몬을 뛰어넘어 착지하더니 두 손을 격렬하게 휘둘렀다.

나무 괴물들이 일제히 하얀 나이테를 보이며 뭉텅뭉텅 떨어져 나갔고 식물 몬스터들 따위의 몸통이 허공에 휘날렸다.

[먼저 가세요!]

"고마워!"

시몬이 다시 이동하고, 에르제베트가 호위하듯 뒤따르며 검푸른 거미줄들을 쏘아 보냈다.

전투 전문이 아니라지만 에이션트 언데드의 힘이 어딜 가는 건 아니었다. 그녀의 진가는 개인전보단 이런 다수를 상대로 한 전투에서 발휘되고 있었다.

체내 칠흑 분화까지 사용할까 고민했던 시몬은 덕분에 체력을 크게 아끼며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키지지지지!

하지만 빠져나오자마자 시몬의 등 뒤로 백 마리가 넘는 식물형 몬스터들이 꽃잎에서 이빨을 세우며 달려오고 있었다.

샤락.

스으.

그때 시몬의 뒤로 투명한 줄들이 쳐졌다. 식물형 몬스터들이 그곳을 넘어가는 순간 일제히 갈라지며 바닥에 잔해처럼 쌓였다.

[여긴 제가 맡겠사와요!]

에르제베트가 소리쳤다.

숲에서는 백 마리가 아니라 거의 천 마리가 넘어가는 식물형 몬스터들이 파박 거리는 소리를 내며 뛰어오고 있었다.

시몬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무리하진 마."

[네!]

그녀가 거미줄을 잡아당기자 식물형 몬스터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갈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앞에서는 카쟌이 손짓하고 있었다.

시몬은 마지막으로 에르제베트를 돌아본 다음, 급히 카쟌을 따라잡아 달렸다.

"좋은 부하를 뒀군."

카쟌이 말했다.

"난 언제나 혼자 활동했지만, 그녀 같은 소환수가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몬이 빙그레 웃으며 영입을 시도했다.

"카쟌도 저처럼 소환학 전공하세요. 재밌어요."

"그 중간고사란 걸 쳐보니 20점 나왔다."

"저런."

두 사람은 동굴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어느새 투박한 자연 동굴이 벽과 천장이 있는 인공 동굴로 변해 있었다. 깊은 지하 방공호까지 들어온 기분이었다.

주위도 점점 어두워졌기에 두 사람은 다시 안경을 써야 했다.

"늦었나."

카쟌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었다.

지휘통제실 전체를 틀어막고 있는 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대체 어떤 흑마법을 썼길래 이런 게 가능할까, 시몬은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며 구멍의 표면을 손바닥으로 쓸어보았다. 힘으로 뚫었다기보다는 뭔가로 벽을 녹여 버린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어둠 속을 달렸다.

체감상 15분 정도가 지나서,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차가운 바닥이 아닌 카펫이 밟힌다. 그리고 카펫이 없는 맨바닥에는 물기가 있어서 질척거리고 미끄러웠다.

"시몬."

카쟌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 쪽에서도 우리를 발견했다."

"......."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기습의 의미는 없어졌다."

카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벽면에 붙어 있는 레버형 손잡이를 붙잡아 힘껏 아래로 당겼다.

철컥!

드르륵!

비상 마력 발전소가 돌아가는지 벽 너머로 뭔가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천장의 조명이 켜지며 지휘통제실이 밝게 변했다.

"......!!"

시몬이 눈을 부릅떴다.

사방이 피, 온통 피바다였다. 이곳을 지키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몰골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 인원을 혼자서 쓰러뜨렸다고?'

본부가 운영하는 이런 중요 시설의 경호원들은 결코 어중이떠중이들은 아닐 것이다.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피로 범벅이 된 지휘통제실의 중앙에 한 여성이 테이블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붉은 머리카락, 검은 목도리, 위아래로 검은 정장과 구두까지.

키젠 맹독학 수석조교, 그리고 현 맹독학 교수 프란체스카 벨몬드.

그녀가 두 사람을 응시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의 혓바닥이 뱀처럼 움직였다. 시몬은 얼굴에 피가 쏠리며 극도의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정말 죽이고 싶었는데."

그녀가 피어의 투구 속의 시몬을 꿰뚫어 보며 눈을 빛냈다.

"스스로 제 발로 걸어들어와 줘서 고마워. '목격자'."

"......."

"그리고 오랜만이야."

프란체스카가 카쟌을 보며 덧붙였다.

"1년 넘게 끈질기게 들러붙은 '추격자'."

"지긋지긋한 1년이었지."

카쟌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왜."

그때 두 사람의 시선이 돌아갔다. 시몬이 주먹에 힘을 꽉 주고 살벌한 눈빛으로 프란체스카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이런 미친 짓을 벌인 거죠?"

그녀는 잠시 물음을 이해 못 한 듯 눈을 끔뻑였다. 그러고는 풋 하고 작게 웃었다.

"나는 에프넬, 너희는 키젠."

그녀의 손끝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가, 두 사람을 가리켰다.

"적대 세력을 죽인다. 당연한 상식 아닌가?"

"그딴 이분법적인 대답을 들으려는 게 아닙니다!"

시몬이 이를 갈며 말했다.

"아무리 당신이 에프넬의 소속이라고 해도, 키젠에 와서 아무것도 느낀 게 없어요? 여기도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걸 당신 눈으로 봤을 거 아냐! 그리고 뭣보다......!"

시몬의 머릿속에 칠판 앞에서 열심히 분필을 움직이며 열정적으로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프란체스카의 모습을 떠올렸다.

시몬은 그녀를 의심하긴 했지만, 그녀는 강단 앞에 서서 열정 넘치게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제자들이잖아!"

시몬이 소리쳤다.

"일말의 가책도, 책망도 못 느끼는 거예요? 당신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고 존경했던 학생들도 있다고!"

"......흐음."

그녀가 다섯 손가락을 쭉 펼쳤다. 피처럼 붉게 칠한 긴 손톱이 보였다.

"수업은 내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한 연기. 그 사악한 사탄의 자식들을 봐도 아무런 생각도 안 들어. 혹시 내 얼굴에 열정이나 즐거움, 진심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그건......."

그녀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연기를 잘하고 있다는 내 스스로의 만족감. 같은 게 아니었을까?"

스릉!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이마가 있던 자리에 긴 검광이 지나가더니 커다란 흉터가 지휘통제실의 벽면에 남았다.

"고맙다."

대검을 휘두른 자세의 시몬이 다시 대검을 가슴 앞으로 세우며 왼손으로 떠받쳤다.

"당신을 없애는데 일말의 가책도 없게 해줘서."

쿠구구구구구구구!

시몬의 몸에 칠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마지막 수업이네, 시몬 폴렌티아. 네 질문에 대한 답은......."

그녀의 칠흑이 흘러나가 허공에 십자가를 만들었다.

"위대하신 여신께서."

슈슈슈슈슈슈슈슈슈슉!

이내 지휘통제실을 통째로 휘감는 무수한 십자가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렇게 하라, 고하셨기 때문이야."

"......에프넬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진 몰라. 그리고 그 끔찍한 짓이 정녕 신의 명령이라고 해도."

시몬이 대검을 움켜쥐었다.

"결정은 사람이 내리는 거야.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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