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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50화 (15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50화

"진정해라, 시몬! 도발에 휘둘리지 마!"

카쟌의 외침이 귓가에 들렸다.

물론 도발에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차분히 가라앉은 시몬의 시선이 천장 쪽으로 향했다.

지휘통제실의 높은 천장에 매달린 수많은 검은 십자가들.

그날 밤이 떠오른다. 처음 프란체스카를 만났을 때는 아무것도 못 했다. 정신없이 도망만 치다가 돌멩이 하나 던지고, 피어에게 모든 전투를 맡겼었다.

과연 그날 밤에 비해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스으.

시몬이 무릎을 굽히며 돌진자세를 취하자, 프란체스카가 손바닥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지휘통제실의 드높은 천장 위에 펼쳐져 있던 칠흑 십자가들이 일제히 떨어져 내렸다.

투콰아악!

투콰악!

십자가가 바닥에 틀어박히며 연신 굉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당신들, 너무 대책 없이 덤비는 거 아냐?"

시몬과 카쟌이 떨어지는 십자가를 피하는 사이, 프란체스카는 지휘통제실의 버튼을 조작했다.

그녀의 주위로 무수한 마나 스크린들이 펼쳐졌다. 키젠 캠퍼스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재미있는 구경거릴 하나 보여줄게."

"무슨 속셈이냐!"

"폭발."

그녀가 중지와 엄지를 맞대자 카쟌과 시몬이 동시에 움찔하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녀가 느긋하게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았다.

"생각했던 시간도 됐으니, 그럼."

그녀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그녀의 신호가 데솔레이터의 점화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하지만 당연히.

'......!'

반응이 없다.

그녀가 당황한 찰나의 순간 틈을 비집고 뛰어든 시몬이 대검을 휘둘렀다.

부우우우우웅!

그녀가 훌쩍 뛰어올라 피하는 그때, 그녀보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한 카쟌이 두 주먹을 움켜쥐고 대못을 쑤셔 박듯 내리쳤다.

꾸웅!

칠흑으로 만든 방패가 카쟌의 주먹을 막아냈다. 그사이에 프란체스카의 좌우로 펼쳐진 마법진에서 독연기가 뿜어져 나와 카쟌을 직격했다.

"카쟌!"

"데솔레이터는 수업 시작하기 전에 설치했는데, 그걸 전부 제거한 거야?"

멀찍이 두 사람에게서 물러난 그녀가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섬찟하네. 미래를 들킨 것 같은 기분인데."

시몬은 침묵을 지키며 대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때 독 연기를 뒤집어쓴 카쟌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타나 목을 풀고 있었다.

'음- 역시 독이 통하지 않나? 이상한 몸뚱이라니까.'

이 공간에 마비독을 퍼뜨려 놨는데 카쟌은 물론, 시몬 쪽도 멀쩡해 보였다.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들이 마지막 키젠의 희망이라면 그걸 정면으로 짓밟는 것도 만족스러운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높은 천장에 다시 한번 수많은 십자가들이 일어났다.

[소년! 조심해라!]

"애석하게도, 이제 누구도 오지 않아. 네프티스조차도 내 결계를 뚫을 수는 없어."

그녀가 키젠에 설치한 것은 신성결계.

방어에 특화된 프리스트의 결계는 네크로맨서의 결계와는 강도와 안전성이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신성으로 만들어 칠흑에 저항하는 효과까지 있었다.

프리스트와 네크로맨서가 동등한 실력이라면, 결계를 펼치는 프리스트 쪽이 훨씬 더 유리했다.

"신의 힘 앞에서 발버둥 쳐봐. 네프티스의 개들."

펄럭!

카쟌이 독이 튀어 녹아내리는 교복을 스스로 벗어 던지며 상체를 드러냈다. 흉터 가득한 야성적인 근육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시몬. 이번 일의 마지막 전투다."

그가 시몬 쪽으로 주먹을 뻗었다. 시몬도 슬쩍 웃으며 주먹을 맞부딪혔다.

이게 카쟌과의 첫 호흡이었다.

"네, 가시죠."

주먹을 부딪친 두 사람의 몸이 즉시 잔상과 함께 멀어지고, 바로 내려온 검은 십자가들이 바닥을 강타했다. 두 사람의 몸이 구불거리는 궤적처럼 지휘통제실을 활보했다.

'체내 칠흑 분화!'

시몬의 몸에서 방울방울 칠흑이 떨어진다.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십자가들을 한층 여유롭게 피해내기 시작했다.

프란체스카를 중심에 놓고 카쟌은 왼쪽에서, 시몬은 오른쪽에서 다가갔다.

터엉!

먼저 움직인 건 카쟌이었다. 유연한 맹수처럼 수십 미터를 도약한 그가 발차기를 날렸다.

꾸웅!

프란체스카는 당연히 칠흑 방패를 펼쳐 막아냈다. 동시에 그녀의 등 뒤로 섬광처럼 쇄도한 시몬이 대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그녀가 몸을 낮추며 피해냈고, 그사이 카쟌이 함성과 함께 들이닥쳤다.

짐승같이 내질러진 펀치가 그녀의 손날에 막혔지만 카쟌은 즉시 팔을 회수하며 연타를 퍼부었고, 프란체스카도 히죽거리며 마투로 대항했다.

탁. 타닷. 탁. 타악. 탓. 팟.

두 강자의 팔다리가 얽히고설킨다. 너무 빨라서 움직임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카쟌은 온몸을 연체동물처럼 비틀며 무질서한 공격을 퍼부어댔고 프란체스카는 손날을 펼치고는 주먹이 날아올 때마다 툭툭 쳐냈다. 공격이 타격점에 오기 전에 쳐내는 스타일이었다.

터억!

그때 프란체스카의 다리가 카쟌의 무릎을 강타해 하체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그녀가 손끝으로 카쟌의 심장을 찌르려는 순간.

부아아아아앙!

프란체스카의 머리 위로 시몬의 검격이 떨어졌다. 그녀가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하아아아아!"

부웅! 부우웅!

카쟌과는 다르게 한 방 한 방이 묵직한 대검술. 시몬의 검격이 살벌하게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프란체스카는 연신 고개를 움직이며 회피로 일관하다가 손등 위로 칠흑 칼날을 뽑아내 시몬과 검격을 나누기 시작했다.

까앙!

무기가 충돌하며 손을 타고 느껴지는 진동에 시몬은 기겁했다.

'진짜 맹독학 조교인가?'

맹독학 전공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수준의 마투.

아니, 이건 마투라고 부르기엔 뭔가가 달랐다. 수비와 카운터에 특화된 프리스트들의 체술.

채앵!

시몬의 대검을 쳐낸 프란체스카가 바짝 파고들어 시몬의 목을 향해 칼날을 내질렀다.

쩌어어어억!

그러나, 득달같이 날아온 카쟌의 주먹이 먼저 프란체스카의 안면에 작렬했다.

커흑!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괜찮나?"

"네!"

시몬이 대검을 고쳐잡았고 카쟌이 두 주먹을 세우는 전투 자세를 취했다. 낄낄거리며 일어난 프란체스카가 입가를 슥 닦으며 미소 지었다.

"계속해 봐."

두 사람의 신형이 다시 좌우로 뻗어 나갔다. 백과 흑의 섬광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십자가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순식간에 프란체스카의 양옆으로 다가왔다.

"크웁!"

"하아아아!"

두 사람의 팔과 다리가 현란하게 움직인다. 주먹과 대검이 교차하고, 검격과 투격이 허공을 마구 어지럽힌다. 공격의 중앙에 있는 프란체스카가 수비에 전념했지만 몸에 연달아 생채기가 생겼다.

쩍!

카쟌의 펀치가 그녀의 수비를 뚫고 턱을 때렸다. 몸이 떠오르는 동시에 뒤에서 갈고리처럼 날아든 시몬의 발등이 그녀의 안면을 끌고 바닥에 떨어뜨렸다.

쿵!

시몬이 즉시 파멸의 대검을 세우자, 그녀는 시몬의 오른손을 밀어 차면서 뒤로 미끄러졌다.

"후웁!"

그리고 그녀가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바짝 앞으로 파고든 카쟌이 잔상을 남기며 연타를 퍼붓기 시작했다.

퍼억! 뻑! 으적!

카쟌의 기세가 달라졌다. 이번에는 방어에 막히지 않고 공격에 유효타가 섞인다. 그녀의 코에 엘보가 꽂히고 복부에 스트레이트가 꽂혔다.

공격을 받아내던 그녀가 카쟌의 발목을 붙잡고 반격에 나서려는 순간.

'개문!'

촤아아아아아악!

갑자기 바닥에서 솟구친 오버로드의 칼날이 그녀의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처음으로 그녀의 눈에서 분노가 서렸다.

"이것들이......!"

후웅!

카쟌이 주먹을 내질렀다. 그녀가 손날을 뻗어 카쟌의 손목을 쳐내려고 했지만, 카쟌이 즉시 주먹을 페이크 모션 처리하고 자세를 낮췄다. 뒤에서 대검을 든 시몬이 나타났다.

부아아아앙!

그녀가 다급히 자세를 극히 낮춰 피해냈다. 긴 붉은 머리가 몇 가닥 잘려 나갔다.

'아깝다!'

일격에 목을 노려보았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하지만 상대는 큰 동작을 취했고, 공격 찬스가 왔다.

시몬이 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카쟌의 다리 아래에서 오버로드가 일어나며 그를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그리고 공중에 뜬 카쟌은 두 팔을 좌우로 쫙 펼친 상태에서 목은 뒤로 젖히고 두 다리도 등에 닿을 만큼 기울였다.

카쟌의 눈이 번뜩였다.

<카쟌 오리지널 - 팽(Fang)>

촤아아아아아아악!

뻗어진 두 팔을 좌우로 교차하자 소름 끼치는 열 갈래의 긴 발톱 자국이 허공에 그어졌다.

지휘통제실의 바닥과 벽이 갈라지는 동시에 그녀의 몸에도 깊은 상처가 남았다. 가장 위쪽의 발톱은 그녀의 목을 갈랐다.

목, 가슴, 복부에서 동시에 피 분수가 솟구친다. 무엇보다 목이 제대로 베였다.

'제대로 먹혔어!'

시몬이 주먹을 꾹 쥐었다.

바닥에 내려온 카쟌도 거친 숨을 헐떡이며 앞을 바라보았다.

프란체스카는 피가 멈추지 않는 목의 상처를 더듬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허망하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시몬은 칠흑 체내 분화를 해제하며 숨을 골랐다. 안 그래도 그녀에게 당하기 전에 장기가 먼저 폭발해 죽을 것만 같았다.

'......이런 것들이 학생을 하고 있었다니.'

그녀가 픽 웃더니 삐거덕거리며 목을 옆으로 기울였다.

"확실히 프란체스카의 힘으론 못 이기겠어.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불안한 예감.

그랬다.

역시 이상했다.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것들 중에선 너희들보다 더 강한 네크로맨서도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전부 이 꼴이지. 왜 그럴까?"

화아아아아아아아악!

새하얀 불꽃이 그녀의 몸에서 폭발했다. 시몬이 눈이 부릅떠졌다.

'......신성!'

신성의 불꽃은, 방금 카쟌의 공격으로 생긴 그녀의 상처를 작은 흉터만 남기고 완벽히 회복시켰다.

이내 불꽃에서 창조된 하얀 옷이 그녀의 몸에 걸치듯 떨어졌다.

"냅둘 것 같나!"

카쟌이 지친 몸을 이끌고 돌진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비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겼다.

"......!"

폭발하듯, 그녀의 전면으로 백색의 화염이 몰아치며 돌진하는 카쟌의 몸을 날려 버렸다. 하얀 불꽃이 몸에 달라붙자 카쟌이 드물게 고통스러운 음성을 쏟아내며 발버둥 쳤다.

[사실 나는 프란체스카가 아니야. 내 이름은 플레마.]

붉은빛이었던 그녀의 머리색에 하얀색이 섞여가고, 눈동자는 점점 더 탁해졌다.

[에프넬을 수호하는 일곱 기둥 중 하나.]

시몬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피어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인 듯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늘로 올라간 그녀의 주위를 온통 백색의 불꽃이 휘감았다.

단순히 '에프넬의 프리스트 중 한 명'이라고 뭉뚱그려 해석할 상대가 아니었다.

암흑연합 최대, 최악의 적수.

[내가 바로 정화의 성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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