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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51화 (15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51화

에프넬의 일곱 성녀.

에프넬과 신성연방을 떠받드는 가장 위대한 기둥으로서, 에프넬의 여학생이나 여성 졸업생에게 성녀의 정수가 깃들어 각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흑연합의 '군단장'과 양립하는 존재들이다.

다만 소속과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활동하는 군단장들과는 달리, 성녀들은 권력의 핵심이자 에프넬과 신성연방을 대표하는 존재들이다.

성녀로 각성하는 순간, 신성연방의 모든 권력 구도에서 벗어나 반신의 존재로서 인간 위에 군림하며, 그녀들의 위에는 오로지 교황 한 명만이 있을 뿐이다.

일곱 성녀들은 각기 다른 권능을 보유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정화의 성녀, 플레마는 백염이라는 회복, 공격, 방어 삼위일체의 권능을 내려받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에프넬에서도 교황을 비롯한 몇몇만 알고 있는 극비사항이지만 정화의 성녀는 인간의 육체를 초월하는 게 가능했다.

일종의 정신체로서 기능할 수 있는데, 자신의 몸이 붕괴되어도 다른 몸에 빙의하여 그 몸을 차지하는 게 가능하다.

플레마는 이 능력으로 키젠을 내부에서 무너뜨릴 것을 결의하고, 오랜 조교 생활로 염증을 느끼고 있던 프란체스카의 몸에 깃드는 데 성공했다.

플레마는 프란체스카의 힘과 지식, 그리고 칠흑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녀의 지식을 빌려 수업을 진행했고 그녀를 진심으로 믿고 있던 랭 교수를 독살하는 데 성공했다.

카쟌 등의 방해꾼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그녀는 잔뜩 웅크린 채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며 오랜 시간 계획을 준비했다.

계획은 더없이 완벽했다.

키젠 교수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는 에레보스의 밤을 열기 위해 랭을 죽였고, 프란체스카라는 확고한 가치관을 가진 캐릭터를 조형하여 '랭의 뜻을 받들기 위해 키젠에 남아 수업을 진행한다'라는 의지를 모두에게 납득시켰다.

쉬운 일이었다. 그들의 문화를 깊게 파고들어 이해했기에 이루어낸 쾌거였다.

네크로맨서들은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이었고, 죽기 전에 남기는 '유언'은 네크로맨서 사회에서 그 무엇보다 강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모든 계획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역시, 티끌에 불과한 아주 작은 변수가 생기기는 했다.

시몬 폴렌티아.

카쟌 에드발트.

두 사람은 데솔레이터 폭탄을 무력화하고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더 이상의 변수는 없다. 이 둘을 제거하고, 프리마 마테리아를 가동시키면 모든 게 끝난다.

[영겁의 화염에 불타오르거라.]

그녀의 손끝에서 하얀 불꽃이 파도처럼 일어나 뻗어 나갔다. 시몬과 카쟌이 급히 몸을 굴려 피해냈다.

끔찍한 하얀 괴물이 이글거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백염에 닿은 모든 사물은 멀쩡했다. 다만.

"크아아아악!"

팔에 불꽃이 스치기만 했는데. 카쟌은 극도의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카쟌이 저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고통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딴 힘이 존재하다니. 악몽이로군.]

피어조차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모든 네크로맨서와 언데드의 압도적인 상성. 이게 바로 정화의 성녀가 가진 권능이었다.

[이제 네 정체를 알겠구나. 시몬 폴렌티아.]

프란체스카, 아니, 그녀의 몸을 차지한 플레마가 미소 지었다.

[금지된 숲에서 에이션트 언데드가 나타났을 때 의아하긴 했다. 설마 군단장이었다니.]

"......."

시몬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 봐야 아기 군단장. 10년 뒤라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의 네겐 너무 이른 무대야.]

반박할 수 없기는 했다. 시몬은 이제 군단장이 된 지 반년이 채 되지도 않았고, 상대는 현역 성녀다.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그래도."

시몬이 대검의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해보지 않곤 모르지."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등을 돌렸다. 그녀가 향한 곳은 지휘통제실에 있는 마법진 테이블이었다.

"크으! 성녀가 저걸 쓰는 걸 막아야 해 시몬!"

카쟌이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소리쳤다.

"프리마 마테리아를 가동시킬 생각이야!"

그 말에 시몬이 즉시 칠흑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지휘통제실을 반으로 갈라 버리는 거대한 백염의 벽이 일어났다. 시몬은 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거기서 지켜보기나 해.]

그녀가 아공간을 열더니 눈부신 프리즘 빛깔을 뿜어내는 큐브를 꺼냈다. 시몬이 왼발로 강하게 바닥을 디뎠다.

'개문!'

백염 너머로 아공간이 열리고, 여섯 개의 칼날이 일제히 뻗어 나갔다. 그러나 화르륵 소리와 함께 하얀 불꽃이 그녀의 주위를 감싸듯 일어나 칼날들을 모두 튕겨내 버렸다.

"......!"

너무나 간단히 막혀 버렸다.

플레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테이블을 작동시켰다. 테이블의 중앙이 열리더니 눈부신 수정이 튀어나왔다.

키젠 전체를 커버하는 결계석이었다. 플레마는 그것을 붙잡아 바닥에 던져 버리고는 프리마 마테리아를 끼워 넣었다.

[사용자의 힘을 본질로 이질적인 괴물들을 끝없이 창조하는 아티팩트. 너희들은 이걸로 신성연방을 오랫동안 괴롭혔지.]

그녀가 프리마 마테리아에 손을 올렸다.

[이젠 너희가 당할 차례야.]

프리마 마테리아를 덮은 그녀의 손에서 산더미 같은 백염이 솟구쳤다.

"망할! 그만해!"

[하하하하하!]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키젠 캠퍼스 전체를 비추는 지휘통제실의 수많은 스크린에서 새하얀 괴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특징 없는 하얀 인형을 연상케 했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순백의 몸과 팔다리. 등에는 날개가 돋아나 있었고 얼굴에는 눈코입이 달려 있었는데, 생체 기능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새까만 구멍이었다.

그것은 크기도 형태도 제각각이었다. 두 발로 걷는 괴물, 네 발로 걷는 괴물, 팔이 몸보다 긴 괴물, 그리고 몸길이가 20M가 넘는 초대형 괴물까지.

수업을 듣고 있는 키젠 학생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네 눈으로 대혼란을 지켜봐. 아기 군단장.]

플레마가 그렇게 말하는 그때.

―아, 크흠. 아아!

방송음이 들렸다. 키젠 캠퍼스와 지휘통제실에서 들리고 있었다.

시몬은 그 목소리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메이린!'

* * *

5분 전.

방송통신관 4층.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당장 강의실로 돌아가세요 학생!"

방송실 앞을 건장한 하수인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 앞에 선 메이린이 방송실로 들어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 진짜! 이 답답이들!"

메이린이 버럭 소리 질렀다.

"프리스트가 키젠에 나타났다니까요! 그 사람이 테러를 준비하고 있어요!"

하수인들이 헛웃음을 흘렸다.

"......대체 무슨 개꿈을 꿨길래 이 난리야?"

"학생, 여긴 키젠이에요. 프리스트가 아니라 성녀가 와도 못 뚫으니 돌아가세요."

'아으으, 답답해!'

그녀가 불안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폭발은 막긴 했지만 이건 프란체스카가 1년 이상 준비한 계획이다. 상식적으로 고작 그 폭탄으로 끝날 리가 없었다.

"그래, 개꿈 듣는 셈 치고 한번 들어나 봅시다."

하수인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 프리스트가 누굽니까."

"프란체스카 벨몬드!"

메이린이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우리 모두를 속이고 있었어요! 정체는 에프넬의 프리스트야!"

"......."

하수인들이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동시에 싸늘하게 정색을 했다.

"선을 제대로 넘어버리네. 랭 교수님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프란체스카 교수님께 그런 루머를 씌우는 건 좀 아니지."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

그때 하수인 중 한 사람이 팔을 뻗었다. 코어가 가동하며 그의 손안에 칠흑으로 만들어진 곤봉이 생겨났다.

"이 이상 난동 부리면 아무리 키젠 학생분이라도 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일은 담당 교수께 보고드릴 거예요. 단순 체벌로는 안 끝날 줄 알아."

하아.

메이린이 한숨을 쉬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니들이 나한테 손 쓰면 뭐, 어쩔 건데?"

"이게......!"

하수인이 곤봉을 휘두르려는 순간, 그녀는 발을 옆으로 밀며 준비하고 있던 마법진을 일으켰다.

[다크 글레이셔]

쾅!

그녀의 손에 부딪힌 하수인의 몸이 날아갔다. 벽에 딱 달라붙은 채 얼굴만 내놓고 온몸이 얼음에 뒤덮였다.

"이런 미친!"

두 하수인이 움직이려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메이린이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넘어갔다. 어느새 그들의 두 다리가 얼음에 붙들려 있었다.

"이, 이거 안 풀어?"

"저게 진짜 미쳤나!"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가 방송실 문을 드륵! 열어젖혔다. 의자에 앉아서 과자를 먹고 있던 남자 하수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아니! 밖에 뭐 하는......!"

쩌엉!

메이린이 팔을 휘두르자 하수인의 몸이 벽에 밀착한 채로 얼어붙었다. 그녀는 스커트를 당긴 채 의자에 앉고는 후우.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하, 학생! 진짜 미쳤어요?"

"아! 닥치고 그냥 쫌 있어봐! 나중에 벌을 주든 징계를 먹이든 알아서 하라고요!"

그녀가 마이크를 목 앞에 가져다 대며 흠흠 목을 풀었다.

솔직히 이거 미친 짓인 거 안다. 그냥 징계 정도로 끝나지 않을 사안이라는 것도 잘 알고, 이렇게 방송했는데 아무 일도 없으면 나만 바보 될 것 같아 두렵다.

하지만 이대로 대책 없이 수업이나 처 듣고 있다가 프리스트의 공격에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내가 다 뒤집어쓰고 일을 벌이는 게 낫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메이린이 방송 ON 버튼을 눌렀다.

[방송실에서 전파합니다!]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키젠 교정 전체로 퍼져 나갔다.

뭐라고 말하지?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극적으로, 자극적으로 말해야 알아듣는다.

[에프넬의 프리스트가 키젠 캠퍼스에 테러를 감행했습니다! 이건 실제상황입니다! 전교생은 지금 당장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시길 바랍니다!]

웅성 웅성 웅성.

그 말에 건물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음에 갇힌 하수인이 체념하듯 한숨을 쉬며 '나는 이제 죽었다' 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전파합니다! 프리스트가 교정에 테러를 감행했습니다! 건물에 있는 학생들은 붕괴 우려가 있으니 모두 공터로 빠져나와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하 대피소가 있는 건물의 학생들은 대피소로 이동해 주시고 그 외의 학생들은.......]

빠악!

갑자기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느낀 그녀가 그대로 엎어졌다. 근처에 있던 과자 부스러기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X발! 진짜 뒈질라고 환장했지?"

교복의 배리어 덕분에 상처는 안 났지만, 충격은 있었다. 어느새 칠흑 곤봉을 든 하수인이 무기를 던져놓고 그녀의 왼팔을 뒤로 당긴 채 오른쪽 팔꿈치로 그녀의 목을 눌렀다.

"윽!"

"하수인이 개X밥 이라서 키젠 학생을 못 건드는 줄 알아? 우리도 네크로맨서야!"

메이린을 제압한 그가 강한 힘으로 그녀를 자리에서 끌어냈다.

"빨리 교수님이나 조교 불러와! 이 녀석은 내가......!"

쩌어어억!

아까보다 더 큰 충격음과 함께 하수인의 동공이 흰자를 드러내더니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워후."

딕이 인챈트 된 교과서를 든 채로 씩 웃고 있었다.

"늦었냐?"

"야 이 븅딱아!"

딕을 돌아본 그녀가 버럭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너 땜에 뒤통수 맞았잖아! 왜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져?"

"......어, 음. 쏘리. 나도 뭔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 그보다 빨리 방송부터 해."

딕이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짜 네 말대로 프리스트의 테러가 시작됐으니까."

창밖에 하얀 괴물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곳곳에서 학생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함께 있던 하수인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좀 상황파악이 된 모양이다.

메이린이 후웁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방송실에서 알립니다! 비상상황입니다! 프리스트의 테러가 시작됐습니다! 학생들은 지금 당장 수업을 중단하고 지시에 따라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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