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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52화 (15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52화

프리마 마테리아의 괴물들이 키젠 교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침공하고 있었다.

그것들의 출현은 가히 '창조'에 가까웠다. 허공이 흔들렸고, 흰 덩어리가 뚝 떨어졌다.

단지 그것뿐.

제대로 된 인과도 없이 그렇게 등장한 괴물들을 보고, 100년 전의 네크로맨서들은 기적이라 불렀으며 프리스트들은 배설이라 불렀다.

"빨리 뛰어!"

괴물들의 습격으로 캠퍼스 전체가 난리가 났다.

아주 큰 것들, 키젠의 몬스터 규정에 의하면 '초대형'에 속하는 괴물들의 공격에 학교 건물들이 무너지고 있었다.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아, 구경할 시간 없다고! 빨리 움직여!"

"학습관에 지하 대피소가 있대! 일단 그쪽으로!"

그래도 메이린의 방송 덕분에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수업을 듣고 있다가 건물이 무너지면 한 반의 60명이 넘는 인원이 통째로 참사당할 수도 있었다.

뭣도 모르고 정신없이 건물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이제야 '그것'들을 목격했다.

하얀 몸체에 검은 눈코입이 달렸다는 것 외에는 형태가 제각각 다른 괴물들. 마치 정신이 불안한 어린아이가 빈 도화지에 붓을 마구 휘갈겨 그린 괴물 무리처럼 보였다.

-그그그그그그극!

"뭔가 온다!"

희고, 중형 크기에, 사족보행. 그리고 앙상한 척추뼈와 갈비뼈가 드러난 괴물이 건물 벽을 타고 학생들을 노리고 있었다.

학생들이 급히 팔을 뻗어 마법진을 준비하려는 그때.

투쾅!

포성이 들리면서 괴물의 안면에 폭발이 일어났다. 괴물의 머리가 강의실의 벽을 뚫고 들어가 처박히고 이어지는 폭발이 괴물의 몸에 숭숭 구멍을 냈다.

'포격?'

학생들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연녹색으로 빛나는 네 척의 범선이 떠 있었다.

"아!"

"엘리사다! 엘리사의 유령선이야!"

그 말대로 특례 7번 입학생, 제복 코트를 어깨에 걸친 엘리사가 전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손짓하는 방향으로 유령선의 선체가 움직이더니, 일제 포격을 쏟아냈다. 교정으로 들어오는 흰 괴물들이 단숨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카득!

그녀의 시선이 돌아갔다. 학교 건물보다 더 큰 초대형의 하얀 괴물이 유령선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가 뱃머리를 돌리도록 명령하려는 순간.

'엉? 누구야?'

그녀의 시야에 사람이 보였다.

괴물의 몸통을 타고 오르는 금발의 남학생. 그가 괴물의 얼굴에 들러붙더니 품에 안은 액체폭탄을 작동시켰다.

쿠구구구구구!

폭음과 함께 잿빛 폭발이 터져 나왔다. 거친 후폭풍에 엘리사는 제복 코트를 움켜쥔 채 자세를 낮추었다.

잠시 후 폭발 연기가 걷히며, 괴물의 머리와 남학생이 통째로 사라졌다. 몸통만 남은 괴물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아으, 낮잠 잘 자다가 이게 뭔 소란이야."

엘리사가 고개를 돌렸다. 아까 액체폭탄을 끌어안고 괴물과 자폭한 그 남학생이 태연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특례의 10번 말콤이지? 꼬리 내린 개도 가끔 쓸모는 있네."

"......뒈질라고 진짜. 특례 1번 이겨보고 그딴 소리 하든가."

쿵!

말콤이 봉을 바닥에 박았다. 마법진에서 꿀렁거리며 도플갱어들이 일어났고, 말콤이 적당한 폭탄들을 휙휙 던져주었다.

그것을 붙잡고 달려 나간 도플갱어들이 괴물들의 밀집지역으로 넘어가 연달아 폭발을 일으켰다. 거기에 엘리사의 유령선도 포격을 시작하자, 자잘한 괴물들은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아아.

엘리사가 마력 확성기를 들었다.

-지금부터 나 엘리사가 괴물들을 막을 결사대를 조직하겠어. 키젠이라면 위협에 도망칠 게 아니라 대적해야 한다고 생각해. 싸울 애들은 기술관 앞 공터로 와.

말콤이 헛웃음을 흘렸다. 쟤는 이 와중에도 지휘욕인가.

엘리사가 마력 확성기에서 입을 떼며 말했다.

"당연히 너도 올 거지? 막차러."

"꺼져. 권력충."

키젠 곳곳에서 이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세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키젠 학생들은 침착하게 반격을 개시했다.

"질병계 저주나 출혈계는 안 통해!"

"정보 빨리 공유해! 대형은 저주를 걸어 약화시키고, 잔챙이들은 화력으로 쓸어!"

"앞에 비켜. 장애물 쌓는다."

한 남학생이 두 팔을 휘둘렀다. 옆 건물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더니 강의실 책상과 의자들이 슉슉 쏟아져나와 커다란 언덕을 형성했다.

학생들이 올라와 그곳을 고지처럼 점령한 다음, 올라오는 괴물들을 때려눕히거나 범위 공격으로 일거에 쓸어버렸다. 저주 지망생들은 가장 위협적인 대형 괴물들을 약화시켜서 건물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았다.

"마투 애들 더 없어? 앞으로 더 보내!"

"스켈레톤 다 꺼내! 벽! 벽을 쌓아!"

거친 경쟁에 여러 번 던져진 키젠 학생들의 대처는 확실히 빠르고 신속했다. 대피를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반격으로 전환하며 안정세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6시 방향 조심! 초대형 하나 넘어온다!"

문제는 덩치가 큰 것들. 몸길이 수십 미터의 초대형 괴물이 학생들이 쌓인 장애물을 가볍게 발로 건너며 공터로 들어오고 있었다.

학생들의 흑마법과 저주를 그냥 몸으로 맞으면서 움직였고, 발길질 한 번에 장애물들을 부수고 있었다.

"와."

"이건 위험......!"

그때 공중에서 다섯 개의 섬광이 괴물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무기와 흑마법이 번뜩이는 듯하더니, 초대형 괴물의 몸이 수 갈래로 찢어져 버렸다. 학생들이 탄성을 질러냈다.

"조교 선생님들이다!"

가뿐히 괴물을 정리하고 바닥에 착지한 마투학 조교 브레드는 길게 한숨을 쉬며 통신 수정구를 보고 있었다. 몇 번을 시도해 봐도 소용이 없었다.

홧김에 수정구를 바닥에 던져 버린 그가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진짜 야단났네요."

동료 조교가 중얼거렸다.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 망한 거 맞죠?"

랭의 장례로 키젠의 모든 교수들이 자리를 비웠고, 그중에서는 수석조교급, 속된 말로 짬 되는 조교들도 모두 영묘로 넘어갔다.

지금 남은 건 학생 자습이나 맡은 짬 안 되는 조교들뿐이었다.

"아, 닥쳐. 차라리 잘됐지 뭐."

브레드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던지며 칠흑을 일으켰다. 마투사의 상징인 흑의가 그의 몸을 덮었다.

"사망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무조건 조교 옷 벗는다고 생각해. 키젠에 계속 붙어 있고 싶음 파수꾼 이력서나 준비하든가."

3년 내내 시몬에게 휘둘러야 하는데 이번 사태까지 겹쳤다. 브레드는 자포자기한 심정이었다. 조교는 포기하고 그냥 프리랜서 네크로맨서로 활동할 생각이었다.

"오."

그런데 후배 조교들이 감격한 표정으로 브레드를 바라보았다.

"뇌도 근육인 줄 알았는데 멋진 말도 할 줄 아시네요 선배!"

"저 말이 맞지."

"영묘는 다른 선배들이 갔으니까, 우리는 학생들 지키는 데 집중하자!"

조교들이 사기 백배해서 튀어나갔다.

"......?"

브레드가 쟤들 왜 저러나 싶은 표정을 짓다가 얼른 뒤따랐다.

그렇게 조교들과 네임드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체력과 칠흑은 언젠가 고갈되는 반면, 프리마 마테리아로 만들어지는 괴물들은 끝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초대형이 4마리야!"

"피해!"

결국 제일 먼저 대응한 엘리사의 서부 전선이 무너졌다. 그녀가 급히 학생들을 유령선에 태우고 후퇴했지만, 초대형 크기의 흰 괴물들이 달려오며 유령선을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아, 지친다.'

초반에 페이스를 지나치게 끌어올려서 많은 칠흑을 쏟아부은 게 실책이었다. 유령선 네 척을 공중에 띄운 채로 포탄까지 만들려면 많은 양의 칠흑이 소모됐다.

"따라잡히겠어!"

"더 속력을 내!"

속도 모르는 학생들은 유령선 난간을 쿵쿵 치며 엘리사에게 성화를 부렸다.

그녀가 진지하게 이것들을 떨어뜨려 버릴까 고민하는 그때, 키젠 교복을 입은 한 소년이 괴물들에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퍽!

소년의 펀치 한 방에 괴물의 뺨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쓰러지는 괴물의 머리를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퍽! 퍽! 뻐억! 쩍!

나머지 괴물들도 소년의 주먹 일격에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유령선의 난간을 붙잡고 지켜보던 엘리사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뭐 저렇게 강해? 조교인가?"

"근데 교복 차림이잖아."

다섯 기의 괴물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쓰러지며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키는 사이로, 프린스가 가뿐히 바닥에 내려오고 있었다.

[아오, 애 보기도 슬슬 지친다.]

투덜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린 프린스가 떠나는 유령선들을 보며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시몬 그 녀석은 대체 뭐 하는 거야?]

* * *

지휘통제실.

전투는 일방적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벽을 딛고 도약한 시몬이 힘껏 플레마를 향해 파멸의 대검을 내리쳤다.

화륵!

검이 그녀의 이마에 닿으려는 순간, 성녀의 전신을 감싸는 하얀 불꽃이 일어나 보호막을 형성했다. 대검은 허무하게 튕겨 나가고, 그녀가 미소 지으며 손가락을 세우는 모습이 보인다.

시몬의 복부 앞에 순백의 불꽃이 일어나고 있다.

꽈아아아아앙!

백염이 폭발하며 시몬의 몸이 수십 미터를 날아가 벽에 처박힌다. 백염에 닿자마자 피어의 고통스러운 외침이 머릿속에 울렸다.

시몬은 벽에 주르륵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끄윽!"

그러곤 방금 백염에 닿은 복부를 끌어안으며 벌벌 떨었다. 두 눈은 고통에 흔들리고 있었으며 입에는 침이 줄줄 흘렀다.

그 모습을 본 플레마가 흡족하게 웃었다.

[아프지?]

그녀가 말했다.

[이 불꽃은 불순한 존재들을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한 여신의 힘이야. 언데드나 네크로맨서 같은 것들은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치명적. 생지옥이 펼쳐지지.]

그녀가 두 팔을 벌렸다.

[너희들이 근본부터가 불순하다는 증거야. 백염은 여신을 받드는 자들의 상처는 회복하지만, 악을 추종하는 자들은 가혹하게 불태워. 이 권능을 두 눈으로 보고도 너희는 여신을 부정할 수 있어?]

"......."

시몬은 말없이 대검을 바닥에 박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가 손끝을 세워 들어 다시 백염을 보내려 했다.

쩌어어어어엉!

그녀의 눈동자가 뒤로 향했다. 득달같이 달려든 카쟌이 그녀의 등 뒤에서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그녀를 보호하는 백염에 막혔다.

"으으!"

카쟌의 인상이 지독한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주먹이 하얀 불꽃에 닿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애쓰네. 좀처럼 안 떠오르지?]

그녀가 히죽 웃으며 손을 카쟌 쪽으로 향했다.

[날 이긴다는 이미지가.]

화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하얀 불꽃이 카쟌의 몸 앞에서 폭발했다.

"끄아아아아악!"

수십 미터를 날아간 카쟌이 몸에 옮겨붙은 백염에 괴로워하며 바닥을 뒹굴다가 벽에 머리를 처박으며 피를 토했다.

플레마가 여흥을 즐기듯 미소 지었다.

[데솔레이터를 막은 너희들의 분투는 인정해.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지휘통제실의 화면으로 향했다. 키젠 학생들이 프리마 마테리아로 만든 괴물들과 힘겹게 싸우고 있었지만 슬슬 힘에 부치는지 전선이 밀리고 있었다.

[유예기간이 조금 길어졌을 뿐, 그 누구도 이 '대정화'를 막지 못해.]

터엉!

시몬이 바닥에 꽂힌 대검을 고쳐 잡고 숨을 헐떡이며 칠흑을 끌어올렸다.

어느새 한계치 이상의 데미지를 받은 피어의 본 아머는 강제해제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제대로 붙어 있는 건 대검을 쥔 오른손의 뼈뿐이었다.

[그 정신력은 인정하지만, 악바리로 어쩔 수 있는 차이가 아니야. 잘 가.]

그녀가 손끝을 뻗어 시몬을 겨누었다.

파밧!

방해받은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새 그녀의 주위를 보호하고 있는 백염 중앙으로 이질적인 깃털들이 꽂혀 있었다.

그런데 깃털은 불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녀의 백염 방패를 밀어내며 절반 넘게 빠져나오려 하고 있었다.

[누구냐!]

화르르르륵!

그녀가 백염의 세기를 극도로 높여 깃털들을 불태워 버렸다.

"흐음~"

나긋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뒷짐을 진 상앗빛 머리카락의 여학생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몬. 힘들어 보이시네요?"

"네가 여긴 어떻게......!"

펄럭!

오른쪽에 달린 눈부신 날개가 세르네의 등 뒤에서 펼쳐졌다.

"쿠폰 세 번째 도장, 찍으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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