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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178화 (178/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78화

시몬과 레테는 일반 객실을 정리하고 다음 객차로 넘어갔다.

신성열차는 온갖 다용도 차량들을 연결한 형태였다. 침대가 있는 1, 2, 3등실 이후에 일반 객실이나 화물칸이 있고, 다시 침대 있는 객실이 나오는 것을 반복했다.

격렬한 전투는 2등실에서 벌어졌다. 혈천교 신도들은 침대를 세워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뒤에 공간을 확보한 다음 원거리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시몬과 레테가 수호의 결계를 펼쳐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상당량의 정신력이 갉아 먹혔다.

"아, 귀찮게 하네요."

레테가 혀를 찼다. 마음 같아선 광범위 물리공격으로 한 번에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뒤쪽에 인질들이 맘에 걸렸다.

인질들은 모두 눈과 입이 가려지고 손발이 묶인 채 붉은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레테가 시몬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뭐 좋은 방법 없슴까?"

"......."

시몬은 잠시 고민하다가 등을 돌렸다.

"5분만 버텨줘."

"아, 무슨 5분이야! 2분 만에 해요!"

시몬은 등을 돌려서 뒤쪽의 객차로 넘어왔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다음,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반대로 뒤집었다.

펄럭!

옷이 코트 형태로 바뀌었다. 시몬이 손끝으로 살짝 겉면에 칠흑을 부여하자 순식간에 검은빛으로 물들었다.

코트의 단추를 목 끝까지 빈틈없이 잠그고 후드를 눌러쓴 그가 마지막으로 암시장에서 산 가면을 꺼내 썼다.

'역시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니까.'

자체분장이 끝난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객실 위 천장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뚜껑이 보인다.

훌쩍 뛰어올라 천장에 달린 비상용 손잡이를 양손으로 붙든 다음, 그대로 다리로 뚜껑을 강하게 밀어 올렸다.

달칵!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시몬은 거친 맞바람을 맞으며 열차 위로 올라갔다.

덜컹! 덜컹! 덜컹!

밖에서는 열차 달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확실히 열차의 속도가 느려졌어.'

시몬은 균형을 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낡은 철로와 정리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자라난 나무들. 역시 여긴 그냥 일반적인 길이 아니었다. 중간에 기차의 방향이 바뀐 것 같다.

'일단 움직이자.'

시몬은 각오를 다지고 달렸다. 훌쩍 점프해서 다음 열차칸의 천장으로 넘어왔다.

"대충 이쯤이었나."

밑에서 레테와 혈천교 신도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열차 천장에 마법진 하나를 그린 다음, 아공간에서 염산 포션을 꺼내 중앙에 놓았다.

'오랜만의 맹독학! 반갑네.'

시몬이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쨍!

포션병이 깨지며 내용물이 마법진으로 흘려 들어갔다. 이내 마법진이 포션의 색과 같은 녹색으로 변했다.

치이이이이!

마법진의 효과가 일어나며 천장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큼지막한 구멍이 뚫리고 그 너머로 혈천교 신도들의 모습이 보인다. 몇몇은 시몬을 발견했지만 이미 늦었다.

시몬이 안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꽈아앙!

시몬이 신도들을 짓밟으며 무리 한복판에 떨어졌다.

갑자기 뚝 떨어진 검은 옷의 사내에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시몬은 왼발로 바닥을 디뎠다.

'개문!'

여섯 방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온 오버로드의 칼날이 신도들을 휩쓸어 버렸다. 열댓 명의 인원이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니며, 창밖에 떨어지거나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크윽!"

"여기 탈 쓴 놈부터 죽여!"

아직도 적이 많다.

신도들이 손바닥에서 혈류화살을 연달아 쏘아냈지만, 오버로드의 칼날들이 시몬의 몸을 감싸듯 똬리를 틀며 보호했다.

"반은 여자를 맡고 반은 이놈을 맡아!"

"계속 쏴! 그냥 머릿수로 찍어눌러!"

그때 오버로드의 갈라진 틈에서 탈을 쓴 시몬의 눈빛이 번뜩였다.

"머릿수가 뭐?"

시몬이 가상의 레버를 잡아당겼다. 아공간에서 스켈레톤 부대가 우르르르 쏟아져 나왔다.

레스힐에서부터 꾸준히 훈련해 온 시몬은 이제 여섯 기의 소환형 스켈레톤을 한 번에 움직일 수 있었다. 거기에 숫자에 제한이 없는 군단형 스켈레톤 10기까지. 도합 16기의 스켈레톤들이 신도들을 베어 넘기며 등장했다.

'가라.'

시몬이 지휘를 시작했다. 스켈레톤을 두 부대로 나누어 전면과 후면의 적을 동시에 공격하고, 나머지 소수 인원으로는 인질들을 확보해서 안전한 뒤쪽 열차칸으로 옮겼다.

'장창 부대 앞으로.'

스켈레톤들이 창과 방패를 세워 전진했고, 원거리 공격은 오버로드가 커버한다.

손바닥 뒤집듯 단숨에 전세를 바꿔버린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패색이 짙어졌다고 생각한 몇몇 신도들이 앞칸으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냥 놔두면 증원을 부르겠지.'

시몬이 오른팔을 뻗었다. 스켈레톤 몇 기가 '본 아머'의 형태로 바뀌어 쏜살같이 날아갔다.

철컥! 철컥!

그러곤 가장 빨리 뒤쪽 열차로 도망치려던 두 신도의 몸에 장착되기 시작했다.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에 달라붙는 뼈들을 본 그들이 기겁한 소리를 냈다.

"이, 이게 뭐야! 크흡!"

두개골로 만든 해골투구까지 그들의 머리에 씌워졌다. 이내 본 아머를 풀로 장착한 두 신도가 등을 돌렸다.

"빨리 안 가고 뭐 하는...... 커헉!"

본 아머를 입은 두 신도가 좁은 길목을 틀어막고는, 도망쳐 오는 다른 신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배신하는 거냐!"

"내, 내가 한 게 아니야! 몸이 멋대로!"

시몬의 오른손이 꼭두각시 조종하듯 춤추고 있었다. 이 두 명으로 좁은 길목을 차단하고, 나머지 스켈레톤들로 후방에서 신도들을 진압했다.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두말할 것 없이 완벽한 승리. 검은 코트를 입은 시몬이 주먹 쥔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언데드들이 망자의 포효를 토해내며 환호했다.

시몬은 미소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자, 다음 칸으로 가자. 레......."

시몬은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어느 때보다 얼굴이 창백해진 레테가 두 팔을 끌어안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시몬이 얼른 탈을 벗어서 머리 위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괘, 괜찮아? 많이 놀랐어?"

그녀에겐 네크로맨서, 특히 마을 사람들이 스켈레톤이 되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미안해. 다시 불러들이......."

저벅.

그녀가 굳은 얼굴로 걸어왔다. 그러고는 주위에 가득한 스켈레톤들을 지나 시몬의 옆으로 왔다.

"얕보지 마십쇼."

"......레테."

"그때 당신이 말했잖슴까."

그녀가 시몬을 지나쳐 계속 걸으며 말했다.

"내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어? 어어."

"갑시다."

시몬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다시 탈을 썼다.

다음 객차로 넘어왔다. 2등실에 전력이 집중되어 있던 만큼 3등실은 아무도 없이 깨끗했고, 바로 다음 객차로 넘어갔다.

"이런."

이쪽은 객실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희생당한 승객들과 프리스트들은 물론, 쓰러진 혈천교 사람들도 있었다. 몸에 커다랗게 물어뜯긴 자국이 보였다.

"제3 세력? 그게 아니라면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죽인 것 같슴다."

"핏자국이 반대쪽 칸으로 이어져 있어."

시몬이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가보자."

"네."

두 사람은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열차와 열차를 연결하는 좁은 통로를 지나 다음 열차로 들어왔다.

그리고 목격했다.

-케그극! 케그그그극.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크고, 피부 없이 벌건 근육 덩어리 괴물이 보였다. 개과의 주둥이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의 앞발에는 막 숨이 끊어진 프리스트 복장의 남자가 들려 있었다. 놈이 프리스트를 벽으로 날려 버리고는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두 사람을 응시했다.

'키메라의 한 종류. 이건 만만치 않겠는데.'

시몬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소문으로 들어본 적 있슴다. 혈천교의 비밀 병기, 사람과 몬스터의 살점을 닥치는 대로 게워 만든 누더기 괴물. 우리는 헬하운드라고 부릅니다."

-케그그그극!

헬하운드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몬이 절대명령을 내렸다.

척! 척!

스켈레톤들 부대가 병장기를 들고 돌진했다.

이에 헬하운드가 앞다리를 들어 올렸다. 앞발에 뼈로 이루어진 커다란 도끼날이 튀어나오더니 그것을 횡으로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엉!

한 번의 일격에 스켈레톤 세 기가 동시에 망가져 흩어진다. 공중으로 비산하는 뼈들을 보며 시몬이 오른팔을 거칠게 뻗었다.

<시몬 오리지널 - 본 네일>

허공을 날아가던 뼈들이 공중에 잠시 체류하더니 그대로 날아가 헬하운드의 몸뚱이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뼈들이 근육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헬하운드는 간지러운 티조차 내지 않았다.

-케그그극!

헬하운드가 즉시 앞발을 휘둘러 반격하자 레테가 앞으로 나와 신성 방어막을 펼쳤다.

터어어어엉!

그 탄탄하던 레테의 방어막이 일격에 쩍쩍 갈라졌다.

두 사람은 방어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2격에 레테의 방어막이 박살 났다.

"자잘한 거론 어림도 없슴다!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야 해요!"

"그럼 그 확실한 거 좀 보여줘 봐!"

그녀가 현란하게 손을 허공에 휘젓더니 공중에 새로운 마법진을 전개했다. 마법진에서 두꺼운 드릴 형태의 은빛의 창이 일어났다.

<라 에스크림>

키이이이이잉!

은빛의 창이 회전을 시작했다.

레테가 성호를 그리며 주먹을 꾹 쥐자, 신성의 창에 직접 축복이 걸렸다. 축복이 형상화된 각양각색의 띠들이 나풀거리며 드릴의 몸체를 휘감았다.

"뒈져!"

굉음과 함께 쏘아져 나간 신성의 창이 헬하운드의 가슴에 정통으로 틀어박혔다.

헬하운드의 몸뚱이가 큰 소리와 함께 밀려나 벽에 부딪혔다.

-케그그극!

하지만 심장이 있는 가슴 쪽에 창이 박혔는데도 멀쩡하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평범한 생명체가 아니었다.

"아, 괜히 무리했네."

레테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신성은 마음만 먹으면 빠르게 마법진을 펼칠 수 있지만 정신력 소모가 상당한 편이었다.

"물러서 레테. 내가 처리할게."

"......뭐 어쩌려고요?"

"괴물은 괴물로 잡아야지."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아공간을 열어젖힌 시몬이, 그 안에서 그냥 평범한 좀비 한 구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곤 왼손에 낀 회색 반지를 입에 가까이 대고 말했다.

"프린스, 준비해."

"?"

갑자기 반지에 말을 거는 모습에 레테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왕관도 가지고 이쪽으로 넘어와 줘."

대화를 마친 시몬이 반지를 좀비의 몸에 댔다. 물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 뭐 하는 검까! 지금 장난칠 때예요?"

"장난이 아니라 원래 소환 방식이 이래!"

"뻥 치지 마 임마! 내가 흑마법 모른다고 개무시하냐?"

-케극! 케그그극!

헬하운드가 거칠게 달려들어 앞발을 휘둘렀다.

"큭!"

레테가 다시 시몬의 앞으로 뛰어와 두 손을 펼쳤다.

수호의 결계가 허공에 여러 장 펼쳐졌지만 헬하운드의 일격에 한 장씩 깨져 나갔다.

레테가 보호막을 펼치고, 헬하운드가 깨뜨리는 게 반복됐다.

"당신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빨리 빠지십쇼!"

레테의 외침에도 시몬은 반지를 좀비의 몸에 댄 채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헬하운드 하나도 벅차 죽겠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쪽 객실에서 소란을 들고 블러드 좀비들까지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레테."

"왜요!"

"됐어. 이제 물러서."

꽝!

안 그래도 결계가 전부 깨져 나간 뒤였다. 레테가 옆으로 물러나 피했고 헬하운드의 앞발이 시몬에게로 들이닥쳤다.

쿠르르르르르릉!

천장에서 검은 벼락이 좀비의 몸에 떨어졌다.

살벌한 궤적을 그리며 쇄도하던 도끼가 검은 벼락이 휘감긴 손에 턱! 막혔다.

[아으으, 꼭 잘 쉬고 있을 때 부른다니까.]

레테의 눈이 커졌다.

벼락을 맞은 좀비의 몸이 꿀렁거리더니 크기가 줄어들었다. 어느새 좀비는 온데간데없고, 황금 왕관을 쓰고 귀족옷을 입은 소년이 피곤한 눈으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레테가 놀란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수, 숨이 턱 막혀. 이런 언데드는 본 적이 없어.'

프린스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시몬을 돌아보았다.

[일단 저 개부터 줘패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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