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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03화 (203/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03화

쿠구구구구!

위차샤가 날아가 벽에 부딪힌 곳에는 먼지가 뿌옇게 일어나 있었다. 메이린이 탄성을 흘렸다.

"대단해 카미! 그동안 진짜 열심히 훈련했구나!"

카미바레즈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세 분께 계속 뒤처져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카미."

그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딕이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누구도 네가 뒤처졌다곤 생각 안 해."

평소답지 않게 무척이나 진중한 목소리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넌 스스로 좀 많이 얽매이는 타입이야.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

"응, 고마워요 딕!"

시몬은 잘했다는 듯 딕의 등을 친근하게 툭 때렸다. 반면 메이린은 냉소하며 코웃음을 쳤다.

"반대로 너는 쫌 위기감을 가지면 좋을 텐데? 매사에 설렁설렁~"

"어허, 치타가 가지는 여유를 일개 경주견들이 어째 이해하리오."

"야! 너 지금 나보고 개라고 했냐?!"

투툭.

그때 피어오른 먼지 속에서 위차샤가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무척이나 멀쩡한 상태로 고개를 움직이며 어깨를 돌리고 있었다.

충격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타격이 없어 보이는 모습에, 네 사람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딕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흠흠, 오케이. 0.5 홍펭 인정."

"집중 안 하면 허리 반으로 접어버린다?"

위차샤가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렸다. 진득한 칠흑이 거미줄처럼 흘러나와 펼쳐졌다.

처음으로 사용하는 위차샤의 흑마법에 네 사람 모두가 긴장했지만, 펼쳐진 칠흑은 발사되지 않고 그대로 위차샤의 몸을 덮었다.

'나왔다.'

마투학 전공자의 상징 '흑의(黑衣)'.

일반적으로 전신 금속 갑주의 형태로 변화하는 것과는 다르게, 위차샤는 마치 짐승의 털을 온몸에 두른 듯한 흑의의 형태를 취했다.

터업.

짐승처럼 두 손으로 바닥을 딛더니, 발로 바닥을 박차는 동시에 파박 거리는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쿠웅!

제일 먼저 반응한 시몬이 발을 강하게 굴렀다.

아까의 전투로 흩뿌려진 뼈들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날카로운 끝을 정면으로 세웠다.

<본 네일>

촤아아아아악!

뼈들이 시몬의 검푸른 마력을 일으키며 날아갔다. 위차샤는 두 팔과 다리를 이용해 벽을 타고 달려서 뼈들을 따돌리더니, 단숨에 벽을 주저앉히며 돌진했다.

그 가공할 만한 돌진에 네 사람이 동시에 물러나 피했다. 위차샤는 당연히 목표인 시몬을 노리고 뛰어들었다. 마치 거대한 불곰이 돌진해 오는 것만 같았다.

팽팽!

그러나 이번에도 장력이 느껴지며 돌진이 멈췄다. 어느새 투명한 그늘이 그의 앞에 드리워져 있었고 딕과 메이린, 카미바레즈가 체내 칠흑 운용을 극도로 올린 채 그물의 한쪽 끝을 붙들고 있었다.

"......이것들이!"

"시몬을 노리는 걸 빤히 알고 있는데."

딕이 킥킥 웃으며 불붙은 마나 라이터를 던지고 있었다. 세 사람이 물러난 바닥에는 기름이 흥건했다.

"그걸 이용 안 하면 네크로맨서 실격이지?"

하지만 위차샤의 대처도 만만치 않았다.

위차샤는 체내 칠흑운용을 체내 칠흑분화로 전환하고는, 바닥을 한번 딛고 돌진력을 크게 올렸다. 그물을 붙잡고 있던 세 사람이 역으로 끌려 들어왔다.

"우와앗!"

딕이 간신히 몸을 날려 마나 라이터를 붙잡았고, 여학생들은 바닥에 우당탕 쓰러졌다. 방패를 뚫어낸 위차샤가 시몬에게 도달했다.

'개문!'

여섯 개의 오버로드 칼날들이 쏟아졌지만 위차샤는 입고 있는 흑의로 가뿐히 공격을 튕겨내며 가드를 세운 시몬의 팔에 주먹을 꽂았다.

쩌어어어어엉!

시몬의 몸이 밀려나다 못해 수십 미터를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크윽! 아니 뭔 방어를 해도......!'

이 정도면 홍펭과 싸웠다는 말은 허언이 아닌 것 같았다.

"야, 평민! 빨리 움직여!"

메이린이 이를 악물고 허공에 얼음창을 연달아 만들었다.

"갑니다!"

딕이 창을 한 번씩 터치하며 지나가자, 그렇지 않아도 어둡던 창들이 석탄처럼 새까맣게 변했다.

메이린의 명령에 따라 얼음창들이 파공음을 내며 쏘아져 나갔지만 위차샤는 피하지도 않고 쓰러진 시몬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검은 창들은 흑의에 부딪히자마자 튕겨 나갔다.

<이그저스트(Exhaust)>

이번에는 카미바레즈가 급하게 준비한 저주가 쏘아져 나갔다. 위차샤는 팔만 뒤로 보내 칠흑을 움켜쥐어 휘둘렀다.

쩡!

칠흑을 파장의 형태로 일으켜 저주를 산산이 깨부수는 모습은 가히 프로의 실력. 너무나 능숙했다.

'힐(Heal).'

시몬은 잘 움직여지지 않는 오른팔을 뒤로 보낸 다음, 아무도 몰래 신성을 일으켜 회복했다. 빠르게 응급처치를 마치고 다시 오른팔을 앞으로 세웠다.

신성을 쓰느라 멈췄던 칠흑 체내운용을 재개하자마자, 위차샤가 달려오고 있었다.

'집중.'

시몬의 눈빛에 각오가 서렸다.

'내 기술 중 흑의에 확실히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건 시체폭발뿐이야.'

아공간에서 좀비를 꺼냈다.

상대는 날 죽일 생각이 없다. 펀치든 킥이든 몸통 박치기든, 공격을 한번 허용해도 정신만 잃지 않는다면, 좀비들로 그를 붙잡아 시체폭발을 터뜨릴 수 있다.

그렇게 흑의만 치우면 남은 세 사람이 마무리해 줄 것이다.

좀비들이 좌우로 물러나고 시몬은 중앙에 우뚝 섰다. 흑의를 입은 위차샤는 그 무엇도 거리낄 것 없는 전차처럼 시몬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제발 기절하지만 마라......!'

시몬이 눈에 바짝 힘을 주며 정면으로 오는 주먹을 바라보았다.

터어업!

그 순간, 다가오던 주먹이 거짓말처럼 시몬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무리하네. 특례 1번."

혓바닥을 달싹이며 미소 짓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고슴도치처럼 삐쭉삐쭉한 장발의 회갈색 머리, 누더기 같은 의복, 곳곳에 보이는 찌든 때와 얼룩들. 그리고 위험한 화학물 냄새까지.

"별야 교수님!"

그 외침에, 시몬을 구하려 다가오던 세 사람도 걸음을 멈췄다.

"벼, 별야라고?"

"저 사람이?"

부르르르르!

위차샤의 주먹이 떨렸다. 고작 손목을 붙잡혔을 뿐인데 움직일 수 없다.

그가 즉시 비어 있는 왼쪽 팔을 별야에게 휘둘렀다.

탓.

별야도 반대쪽 팔로 그 주먹을 쳐냈다. 두 사람의 두 팔이 얽혀있는 가운데, 별야가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며 위차샤의 안면에 침을 뱉었다.

녹색 침이 위차샤의 얼굴에 닿는 순간, 치이이이! 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증기기관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양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끄, 끄아아아아아아악!"

위차샤가 얼굴을 부여잡으며 물러났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듯 연신 괴성을 토해냈다.

"어때?"

별야가 혀를 내밀고 그 위에 검지를 올렸다.

그러곤 검지로 혀를 주욱 긁으며 허공까지 나오자, 끈적하고 점성 있는 액체가 늘어나며 역방향의 아치를 그린다.

"내 타액 맛은?"

그 점성 있는 아치에서 방울이 뚝뚝 떨어지며 바닥을 녹여 버리고 연기를 일으켰다.

미친 듯이 괴로워하던 위차샤가 간신히 진정된 듯 손바닥으로 얼굴의 반을 가린 채 숨을 헐떡였다.

"......더러운 여자 같으니!"

"오, 그거 좀 상처받는데."

어느새 주위의 후파족들은 그녀가 데려온 쥐 떼와 까마귀들에게 제압당해 있었다.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미소 지어 보였다.

"와주셨군요 교수님!"

"네 친구들 데리고 멀찍이 떨어져 있어."

시몬이 세 사람에게 합류했다. 메이린은 질색하는 웃음을 흘렸다.

"침 뱉기? 진짜 키젠 교수가 저런 저질스러운 공격을 한다고?"

카미바레즈는 두 손바닥으로 벌게진 얼굴을 가렸다.

"미, 민망해요."

그도 그럴 게 별야의 복장은 학생들이 보기엔 조금 자극적이었다.

야인답게 의복으로 몸을 가릴 필요를 못 느끼는 듯 누더기를 대충 몸에 꽉 동여맨 모습이었는데 중요 부위가 드러나는 수위는 아니었지만 부분부분 살색이 비치고 여성의 곡선이 드러났다.

'저건 그냥 노출광이잖아!'

메이린의 총평이었다.

"그래, 차라리 잘됐다."

그때 위차샤의 칠흑이 전에 본 적 없는 무서운 기세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상황이 더럽게 꼬였지만 결국은 이렇게 마주하게 되는군. 학생 납치니, 함정이니, 번거로운 걸 다 떠나서 결국 내가 널 쓰러뜨리면 되는 거였다."

"응~ 글치.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야."

별야가 약을 올리자 위차샤의 흑의가 꿀렁거리며 2차 변화를 시작했다.

"더 이상 생포 때문에 손속을 두지 않겠다!"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과는 완전히 기세가 달라졌다. 짐승털처럼 뒤덮였던 흑의가 뾰족뾰족하게 변하며 전신을 빈틈없이 감쌌다.

동시에 그가 양 주먹을 불끈 쥐며 위로 그었다.

<마투술 - 착검>

그의 주먹이 움직이는 동시에 별야가 허리를 굽혔다. 뒤쪽의 벽이 매끄러운 단면을 보이더니 명검에 잘린 것처럼 잘려나갔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주저앉는 건물 벽을 돌아본 그녀가 와하하 웃었다.

"그거 홍펭의 기술이잖아?"

"싸움의 기술에 누구의 소유가 어디 있나!"

위차샤가 지면을 밟자, 마치 수면에 파문이 일어나듯 칠흑이 일어나며 그의 몸이 사방팔방으로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칠흑 밟기'의 업그레이드판. 시몬과 조원들은 두 강자의 전투에 휘말리기 전에 더 거리를 벌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카멜레온처럼 움직였다.

"쓸데없는 짓거리 한다."

화악!

잔상을 그리며 이동하던 위차샤가 별야의 등 뒤에서 나타나 정권을 내질렀다. 하나같이 손속을 두지 않는 철저한 말살의 기술.

"......?!"

그런데 갑자기 허공에서 고질량의 연기가 일어나 위차샤의 몸을 밀어냈다. 마치 부풀어 오르는 풍선에 파묻히듯, 위차샤가 아무 저항도 못 하고 튕겨 나갔다.

'뭐지? 마법진이든 뭐든 아무런 낌새도 없었다!'

위차샤가 어쩔 수 없이 뒤로 후퇴하려는 그때, 그가 물러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세균 덩어리 같은 물체가 코앞까지 날아와 폭발했다.

퍼어어어엉!

"커윽!"

폭발을 뒤집어쓴 그의 온몸에 푸르스름한 고름이 생겼다.

흑의로 코와 입을 가리고 피부를 보호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내 피부에서 일어난 고름이 흑의에 짓눌려 터지며 끔찍한 고통이 일었다. 흑의의 빈틈으로 누런 물들이 줄줄 흘러나왔다.

"빌어먹을!!"

맹독 계열의 흑마법.

한번 당한 이상 시간이 흐르면 더 불리해진다. 위차샤가 다시 거리를 좁히며 주먹을 휘둘렀지만 별야는 춤을 추듯 휙휙 상체만 흔드는 것만으로도 가볍게 피해내고 있었다.

"끄윽!"

신음을 흘리는 위차샤의 입술 사이에서 보랏빛 가래가 흘러나왔다.

눈은 반쯤 풀려 있었고 시야는 어지럽게 빙빙 돌았다. 한번 팔을 휘두를 때마다 별야의 몸에서 튀어나온 각종 질병들이 그에게 꽂히는 것만 같았다.

더 견디지 못한 위차샤가 공세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이런 비겁한!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냐!"

"비겁?"

별야가 손을 들어 이마와 눈을 가리더니, 허리를 뒤로 젖히고 어깨를 들썩이며 낄낄낄 웃었다.

마녀 같은 웃음소리에 지켜보는 모두가 소름이 끼쳤다. 그녀가 들썩이며 웃을 때마다 몸에서 각양각색의 알록달록한 모래알이 투툭 툭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땀?'

"아아, 개 웃기네."

그녀가 앞머리에 가려진 이마를 슥 쓸어올리자 구슬들이 바람결에 날아가듯 떨어졌다. 위차샤는 감히 접근하지 못했고, 시몬과 일행들은 뒤로 한 걸음 더 물러났다.

몸이 극도의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생리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극단적으로 위험한 물질이란 걸.

"잘 모르겠지?"

주춤거리는 위차샤를 보며, 별야가 말했다.

"날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

"정형화된 패턴은 죄악이야. 재미가 없어. 일단 부딪히고 보면서 상대의 실수나 계산 착오만 노리는 방식이잖아. 이러면 상대에 대한 정보, 준비를 많이 해온 사람이 이긴단 말이야. 그런 싸움이 도대체 무슨 재미야?"

별야의 고개가 학생들 쪽으로 돌아갔다.

"니들에게 하는 첫 번째 강의다. 네크로맨서는 달라야 해. 상대가 아예 상상도 못 하는 공격을 해야만 적중시킬 수 있어. 그러다 보면 '괴이'가 되는 거지. 좀 괴이하면 뭐 어때? 싸움에서 진 시체보단 이긴 괴짜가 낫잖아?"

"크윽!"

위차샤가 더욱더 흑의로 몸을 단단히 감싸고 달려들었다.

"반면에 얘 좀 봐."

거칠게 쇄도하는 주먹을 여유롭게 허리만 틀어서 피한 별야가 입 끝을 올렸다.

"주먹질. 발길질. 붙잡기. 그냥 인간이 태어나서 손발 두 개씩만 잘 가졌다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렇기에 누구나 예상 가능한 기술들. 적어도 홍펭처럼 변주는 줘야 하는데, 얜 너무 정직해."

내질러지는 펀치를 고개 숙여 피한 그녀가 위차샤의 옆구리를 검지에 가져다 댔다.

"꼭 이런 애들이 비겁비겁 거리면서."

촤아아악!

마치 성냥에 불을 붙이듯, 그녀의 검지가 지나간 방향으로 흑의가 찢어지며 보랏빛 액체가 피부 안으로 파고들었다.

"끄아아아악!!"

"자신의 개성 부족을 정당화한단 말이야."

위차샤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주먹을 내질렀지만, 갑자기 왼발로 딛고 있는 바닥이 흐물렁 녹아 경사가 생기며 주먹의 방향이 뒤틀렸다.

이번엔 그녀를 붙잡으러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들었지만, 그녀의 몸이 독 안개로 변해 사라지며 위차샤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큭!"

그녀가 오른팔을 정면으로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본 위차샤가 즉시 두 팔을 교차하는 방어자세를 취했지만, 정면이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모래알들이 위로 솟구쳐서 폭발했다.

쿵!

마침내, 위차샤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눈과 코와 입에서 파란색 물을 줄줄 흘렸다.

"이게 바로."

그녀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진짜 네크로맨서의 싸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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