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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05화 (20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05화

"뭐야 이 괴물 꼬맹이는! 당장 저리 치워!!"

"?"

네프티스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할짝대고 있을 뿐이었다.

네프티스가 물러나지 않자, 경계하듯 털을 바짝 곤두세운 별야가 온몸에서 맹독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뚜둑! 뚝!

그녀를 중심으로 반경 수 미터가 녹색의 극독지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시몬은 얼른 조원들을 뒤로 대피시켰다. 로레인도 깜짝 놀라며 말했다.

"교수님 진정하세요!"

대형사고 치기 일보 직전.

"......설마."

아슬아슬하게 별야의 이성이 먼저 돌아왔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 되는 괴물이라면 한 명밖에 없었다.

"......당신이 그 죽음의 마녀?"

"응!"

네프티스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제야 진정이 됐는지, 별야가 몸에 나오는 독을 갈무리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바닥에 고여 있던 독극물도 그녀의 발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하, 당신도 사람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나? 터무니없는 괴물처럼 보이는데."

로레인의 눈썹이 꿈틀했다.

"별야 교수님! 너무 무례한......."

"돼썽. 틀린 말도 아닝대 뭐."

뺨을 몽실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치운 네프티스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아무튼! 더 말썽 피우는 건 곤란해! 나 원로들한테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 당신을 영입한 거란 말이야! 더 협조 안 해주면 화낼 거야!"

네프티스가 볼을 부풀리며 화내는 척을 했다.

'귀, 귀여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렇게 보였지만, 별야는 진심으로 공포스러운 괴물이라도 본 듯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말썽 많이 피운다길래 내가 직접 온 거야! 이제 로크섬으로 가줄 거지?"

"......."

경계 어린 눈빛을 하던 그녀가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 같네."

"카쟌. 안내해 드려."

카쟌이 고개를 끄덕이며 별야를 안내했다. 별야도 이제는 별다른 저항 없이 그를 따랐다.

그러다 시몬과 눈이 마주치자 히죽 웃었다.

"학교에서 보자. 시몬 폴렌티아."

"아, 넵! 교수님."

두 사람과 도둑길드가 떠나고, 네프티스가 고개를 돌렸다.

"우리 1학년들 안뇽 안뇽!"

그녀가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손을 흔들었다. 뒤쪽의 로레인이 고개를 들라는 신호를 주자, 그제야 목석처럼 굳어 있던 네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헤헤, 1학년들이라 그런가? 아직 앳돼서 귀여워!"

모두의 시선이 네프티스에게로 잠시 모였다가 흩어졌다.

"다들 다친 곳은 어때?"

"없습니다!"

모두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제는 네프티스가 친근한 시몬은 다소 여유가 있었지만, 뒤의 세 사람은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럼 이만 숙소로 돌아가서 푸욱 쉬어. 내일 개학 준비해야지! 통합 2학기는 여러모로 힘들 거야!"

"네!"

네 사람 모두가 다시 한번 그녀에게 인사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때 네프티스가 한마디 더 했다.

"시몬은 잠깐 나 좀 봐!"

시몬이 걸음을 멈췄다.

"저, 저요?"

* * *

늦은 밤, 랭거스틴 거리.

"......."

시몬의 입장에선 긴장이 밀려올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오른쪽에는 네프티스, 왼쪽에는 로레인과 나란히 걷고 있었다.

네프티스는 가는 길에 노점에 들려서, 또 아이스크림 세 개를 사서 먹었다. 원래는 두 개만 시켰는데, 그녀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한 노점 주인이 동생 귀엽다며 하나를 더 챙겨주었다.

"냠냠."

물론 그녀는 자신보다 몇백 살은 어린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양보하는 인격자는 아니었다.

네프티스가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걷고 있던 로레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방학 잘 보냈어?"

"아, 응. 너는?"

"나야 뭐 집에서 뒹굴뒹굴."

동갑내기 두 사람이 가벼운 잡담을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캠밸로드에 도착했다. 시몬의 시선이 네프티스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캠밸로드엔 왜 온 거예요?"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네프티스는 자신의 얼굴에 인식 장애 흑마법을 걸고 있었다. 캠밸로드에서는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으니 살짝 변장한 것이다.

얼굴에 마법을 건 그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선물 주려고!"

"네, 네?"

"시몬이 이번 정화의 성녀를 잡는데 시몬이 큰 공을 세웠잖아."

그 말에 시몬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공이라고 할 것까진 없는데요."

"너랑 카쟌이 잘 대처하지 않았다면 피해는 훨씬 커졌을 거야. 네 정체도 그렇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대놓고 개학식에서 상을 주진 못하지만 아무런 포상 없이 넘어갈 순 없지!"

시몬이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뇨!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좋은 말로 할 때 받아. 시몬."

옆에서 로레인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미 카쟌과 세르네는 원하는 포상을 하나씩 받았어. 남은 건 너뿐이야."

"그럼 그럼! 자, 주문한 제품이 왔는지 가볼까?"

네프티스가 두 팔을 흔들며 힘차게 앞장섰고 시몬과 로레인이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예전에 시몬이 아공간을 구매했던 바로 그 가게였다.

세 사람은 비싼 아공간들이 진열된 지하 진열장으로 안내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로레인 아가씨!"

호화로운 밍크코트를 걸치고, 목과 손가락 등에 금세공품을 주렁주렁 매단 노파가 나타났다.

로레인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잘 있었어? 스테파니."

"저야 언제나처럼 잘 지내지요! 그리고 옆의 남자분은......."

스테파니의 눈이 빛났다.

"겔런 이클립스의 4000UB짜리 아공간을 구매하신 그 키젠 학생이시죠?"

시몬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억하고 계셨군요."

"입학식부터 비싼 물건을 사 간 VVIP고객님은 당연히 기억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테파니가 얼굴에 인식 장애 마법이 걸려 있는 네프티스를 보았다.

"다른 사람 얼굴이지만, 아마 네프티스 님이시겠죠?"

"앗! 어떻게 알았어?"

"로레인 아가씨와 같이 있고,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묻어 있으니까요."

네프티스가 본인의 볼을 한번 터치하자 마법이 풀렸다. 그녀가 웃으며 손을 척 들었다.

"안녕! 스테파니!"

"안녕하십니까."

스테파니가 웃었다.

"피차 쪼끄만 꼬맹이일 때, 같이 들판에서 뛰어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 늙은이는 꼬부랑 할머니가 다 됐지만 네프티스 님은 그대로군요."

"응! 응! 그땐 참 재밌었지~"

두 할머니들이 잠시 회한에 잠기는 시간이 있었다.

"아, 그보다 이번에 오신 건 그 제품을......."

"맞아! 물건 보러 왔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스테파니가 뒤쪽으로 시선을 보내자 직원 네 명이 크고 커다란 상자 하나를 가져오고 있었다.

끙끙거리며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자, 엄청나게 큰 상자 안에 깔린 붉은 쿠션 위에 작은 목걸이 하나가 보였다.

'과, 과대 포장?'

네프티스가 다가와 목걸이를 터치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은 목걸이에 닿지 않고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왔다. 대신 엄청난 양의 마법진들이 허공에 뻗어져 나와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우왓!"

시몬과 로레인이 놀란 소리를 내며 한 발짝 물러났다.

"이것들 전부 보안장치야. 자, 서명해 시몬."

"서, 서명이요? 어디에......."

"내가 알려주는 마법진의 룬어 위에 칠흑으로 아무 글자나 새겨넣으면 돼."

네프티스의 지시에 따라 시몬은 허공에 펼쳐진 마법진 스무 장에 모두 서명을 해야 했다. 얼마나 할 게 많은지 서명을 다 마치는 것만으로도 조금 지칠 정도였다.

이내 모든 작업이 끝나자, 보안장치가 해제되고 시몬이 목걸이를 집을 수 있었다.

시몬은 천천히 그것을 들어 올려 보았다. 하얀색 수정을 연상케 하는 마름모꼴 모양의 아티팩트가 줄에 연결되어 있었다.

"목에 걸어봐."

시몬이 시키는 대로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걸었다.

"그다음, 아티팩트에 네 칠흑을 부여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시몬이 아티팩트를 손에 쥐고 칠흑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아티팩트의 색깔이 검푸른 빛으로 변하더니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어, 어어?"

시몬은 당황하며 사라지는 아티팩트를 손에 쥐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내 완전히 손에서 사라져 버리자 시몬은 허탈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나 뭔가 실수한 거야?'

울 것 같은 시몬의 표정에 네프티스와 스테파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로레인은 뭔 성질 나쁜 어른들 다 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없어진 게 아니야 시몬. 도난 방지 마법이 작동된 거지."

"도난 방지 마법? 그게 뭔데?"

"격렬하게 싸우다가 막 목걸이가 벗겨질 수도 있잖아. 목걸이는 문양의 형태로 네 몸에 새겨져 있어. 네 가슴 위를 보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몬이 미친 듯이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있던 로레인이 다른 곳으로 스윽 고개를 돌렸다.

단추를 풀고 가슴을 바라본 시몬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그녀의 말대로 피부에 검푸른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준비 단계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바로 사용해 보도록 하지요."

스테파니가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문양을 칠흑으로 점화시켜 주시지요."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체내의 칠흑을 흘려보내 문양을 활성화했다. 문양이 칠흑색으로 은은하게 빛났다.

"아공간은 범위가 넓은 허공에 적용됩니다. 문양을 머릿속으로 의식하고, 등 뒤의 허공을 움켜쥐는 겁니다."

"이, 이렇게요?"

시몬이 팔을 뻗자 정말로 벽에 있는 것처럼 뭔가가 잡혔다.

"제대로 잡으셨습니다! 가상의 레버가 아니라 가상의 미닫이문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이제 그 문을 옆으로 힘껏 연다는 이미지로......!"

드르르르륵!

"열어젖히십시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시몬이 문을 열어젖히는 방향으로 길이가 20M가 넘는 거대한 포털이 대각선 방향으로 펼쳐졌다. 이 넓은 지하 공간이 꽉 찰 정도였다.

"......와."

"디자인은 로레인 님의 능력을 참고했습니다."

스테파니의 설명에 로레인이 슬쩍 미소 짓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오로지 언데드 전용 아공간입니다! 지금 시몬 학생이 쓰고 계신 아공간이 4000UB라면, 이 아공간은 100,000UB를 훌쩍 넘습니다!"

그 말에 시몬의 입이 딱 벌어졌다.

"제가 들고 있는 아공간의 용량이 25배가 넘는다고요?"

시몬은 자신이 연 포탈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아공간이 아니라 그야말로 광대한 벌판이었다.

"바로 그렇습니다! 대신 사출 기능 등 다른 일체의 기능은 없습니다. 오로지 대규모 언데드 부대를 보관하기 위한 아공간!"

스테파니가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만 이런 대규모 아공간은 시중에 판매하지 않습니다. 값으로도 환산할 수 없지요."

시몬은 그냥 너무 놀라서 감사하다는 말도 잊고 멍하니 있었다.

스테파니의 시선이 네프티스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네프티스 님."

"응?"

스테파니가 목소리를 줄였다.

"이렇게 무식할 정도의 초대용량 아공간은 정상급의 소환술사나 쓰는 물건이 아닙니까? 어째서 키젠 1학년에게 이런 물건을 선물로 주시는 거지요?"

"글쎄에."

네프티스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언젠가는 쓸 일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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