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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09화 (20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09화

쿠구구구구!

집채만 한 하얀 주먹들이 정신없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골렘 보드에 타고 있는 시몬은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고 있었다.

'더! 지금보다 더 빨리!'

골렘 보드가 한 차례 더 가속하여 프리마 마테리아 괴물들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갔다. 그 사이로 억지로 주먹을 짓이겨 넣느라, 대형 개체들이 자기들끼리 부딪혀 엉킨다.

콰콰쾅!

꾸웅!

일격 일격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모험이었지만, 시몬은 이를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었다.

'전방에 언덕.'

몇 미터 앞에 뭉툭하게 튀어나온 지형이 보인다. 시몬은 보드의 끝을 붙잡고 몸을 살짝 기울였다.

부우우우웅!

그대로 보트가 언덕을 타고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몇 초간 체류한 보드가 다시 내려와 흙바닥에 안착했다.

-그그그그그그극!

괴물들이 고함을 지르며 뒤쫓아왔지만 역시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시몬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붙잡으며 씩 웃었다.

"먼저 간다!"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초원을 순식간에 무사히 주파한 시몬은, 이제 익숙한 장소까지 도달했다.

바로 학생들의 도시인 로체스트였다.

'여기도 정말 오랜만이다.'

수업 끝나고 툭하면 몰래 비밀 루트로 빠져나가 들르던 이곳. 학생들의 주요 데이트 장소이자 주말 만남의 광장. 하지만 그렇게 활기 넘치던 도시가 인적 없이 휑해 있으니 조금 낯설었다.

그래도 여기 도착했다는 건 조금만 더 가면 키젠이 나온단 의미였다.

시몬이 조종하고 있는 골렘 보드의 속도를 더 올리고 있는데.

피잉!

핑!

갑자기 전면의 건물 지붕 위로 새하얀 화살들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신성 화살?'

시몬이 즉시 골렘 보드의 방향을 옆으로 꺾었고 화살들이 파바박 소리를 내며 바닥에 박혔다.

'뭐야? 왜 프리스트의 백마법이 여기에......?'

터벅터벅.

스산한 발걸음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던 시몬의 고개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다.

두 명의 하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여신의 적에게 죽음을."

"부정한 것들에 심판을."

광신도처럼 음침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성호를 그은 그들이 백마법을 전개했다.

시몬은 이들의 동작만으로 바로 백마법의 파악을 끝마쳤다.

신성연방을 다녀왔으니 저 기술을 모를 리가 없었다.

<엑소시즘(Exorcism)>

콰르릉!

하늘의 마법진에서 새하얀 신성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시몬은 골렘 보드를 급발진시켜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말도 안 돼! 어째서 당신들이 여기 있는 거죠?!"

시몬이 소리쳤지만 프리스트들은 전혀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로크섬에 프리스트가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시몬은 이 모든 게 키젠의 시험이라는 선택지가 머릿속에서 잠시 흐릿해지며, 정말로 에프넬이 키젠을 공격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신의 적에게 죽음을."

두 사람의 백마법 전개속도가 빨라졌다. 허공에 다수의 마법진이 펼쳐지며 빛의 기둥이 포성과 함께 쏟아진다.

'엑소시즘은 못 피해!'

시몬은 즉시 보드의 앞을 짚었다.

'올라와!'

꾸드득!

보드의 반이 접히더니, 시몬의 몸을 다 가릴 정도로 올라왔다. 이어서 엑소시즘이 전면부에 부딪히며 보드가 연신 충격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버텨냈어!'

시몬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시몬이 직접 신성연방에서 경험해 본바, 프리스트가 원거리에서 네크로맨서를 상대하는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파마(破魔)계열의 백마법. 물리력을 생략한 채 대량의 순수한 신성을 폭격처럼 쏟아붓는 것으로 엑소시즘이 대표적인 마법이었다.

상대가 네크로맨서나 언데드라면 단 한 방에 코어를 망가뜨리며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성에 물리력을 더한 백마법. 방금 날아온 신성화살이 그 예다.

엑소시즘은 어지간한 화력이 아닌 이상 벽 같은 방해물을 박살 내기 힘들지만, 물리력이 포함되면 그게 가능하다. 다만 파마계열처럼 한 방에 네크로맨서를 쓰러트리진 못한다.

'결국 엑소시즘만 조심하면 돼.'

방금 프리스트들은 일종의 '즉사기'인 엑소시즘을 발사했다. 그래서 시몬은 골렘을 일으켜 물리적인 장애물을 세웠고, 방어에 성공했다.

상대방도 엑소시즘을 난발하는 걸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마법진을 바꿔서 허공에 신성창들을 띄웠다.

이에 시몬은 기다렸다는 듯 골렘의 가드를 내리고 속력을 높였다.

"!"

신성에 물리력이 더해지려면 형태가 갖춰져야 하고, 대부분 투사체 사출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타이밍에 골렘 보드의 압도적인 스피드로 추월해 버린다.

후웅! 후웅!

날아오는 신성창을 기민하게 피하며 로체스트의 길거리를 달렸다. 빨리 이 도시에서 벗어나 키젠 교정까지 닿아야 했다.

-키기기기기기긱!

어디선가 소름 끼치는 음성이 들리더니, 반대쪽 골목에서 프리마 마테리아의 괴물이 훌쩍 튀어나왔다.

'역시 여기도 있었구나!'

거리에 어슬렁거리던 다른 괴물들도 시몬을 보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칠흑 잔량이 좀 아슬아슬하겠는데!'

시몬은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보드의 속도를 높였다.

키젠 교정에 가까워질수록 소형의 비중은 줄어들고 강력한 중형과 대형 몬스터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러면 오히려 더 좋다. 시몬은 보드에 칠흑을 쏟아부으며 흰 괴물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파박!

그런데 골렘의 보드 끝에 신성창이 부딪혀 튕겨 나갔다.

깜짝 놀란 시몬이 고개를 들자 측면으로 신성창들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고 있었다.

'프리스트들이 또 있었어?'

뒤에 있던 프리스트들은 아니다. 저 멀리 지붕에서 뛰어다니고 있는 프리스트들이 신성창과 엑소시즘을 날려대고 있었다.

거기에 정면으로 돌진해온 한 중형 괴물이 갈고리 같은 앞발을 휘둘렀다. 동시에 측면에서는 엑소시즘이 날아오고 있다.

'집중.'

팽팽하게 조여진 분위기 속에서 소리가 사라지고, 시간이 느려진다.

괴물의 갈고리와 날아오는 엑소시즘의 궤적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인다.

시몬은 칠흑을 밟고 뛰어올랐다.

보드에 타 있던 시몬의 몸이 하늘로 솟구치고, 괴물의 발톱과 엑소시즘이 허공을 가른다.

공중에 잠시간 체류한 시몬은 몸을 일직선으로 펼치며 두 다리를 쭉 뻗었다. 균등한 시간으로 전진하고 있던 보드가 시몬의 진행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며 그의 발밑으로 내려온다.

차악!

시몬의 발이 보드에 닿는 순간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완벽하게 회피에 성공한 시몬이 포위진을 뚫고 쏘아져 나갔다.

'휴우, 괴물들은 어떻게든 하겠는데 프리스트들이 까다롭네.'

물리공격은 길거리에 널려 있는 괴물들에 맡기고, 이제 프리스트들은 먼 곳에서 안전하게 엑소시즘만 날리고 있었다.

시몬은 반격을 결심했다.

우선 건물의 뒤편으로 돌아가서 골렘 보드를 멈추게 했다. 왼발로 바닥을 꾸욱 딛고 오버로드를 준비시킨 다음, 아공간에서 세 기의 좀비를 꺼냈다.

바닥에서 올라온 촉수 칼날들이 좀비들의 몸통을 감쌌고,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휘어진다. 이내 침착하게 마법진을 완성한 시몬이 눈을 빛냈다.

'발사!'

활처럼 휘어져 있던 오버로드의 촉수가 마치 투석기처럼 좀비들을 지붕 너머로 날려 보냈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몇 개 센 시몬이 주먹을 꽉 쥐었다.

'시체폭발!'

꽈아앙!

콰아아아아앙!

집 너머로 두 번의 폭음이 들린다. 한 마리는 날아가기 전에 당한 모양.

하지만 날아오던 엑소시즘도 끊겼다. 바로 이때 시몬은 전속력으로 도로를 빠져나갔다.

* * *

"오, 오! 잘하는데!"

마나 스크린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에반겔로스가 지팡이를 움켜쥐고 흔들었다.

"바로 이거야! 이런 놈을 기다렸다고!"

머드 골렘을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 창의성에, 촉수 소환수를 투석기처럼 써서 좀비를 날리고 시체폭발까지.

그간 압도적인 힘으로 무자비하게 밀어붙였던 다른 해의 특례 1번들과 비교해 본다면 올해의 특례 1번은 수수하긴 했으나, 번뜩이는 판단력과 기지는 가히 최상위급 클래스였다.

오히려 이런 놈들이 잠재력은 더 높다.

'거, 한번 키워보고 싶네. 이런 맛에 다들 키젠 교수 자리를 탐내는 건가?'

"감독관님. 샤텔 마에르가 로체스트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직원의 보고에 에반겔로스가 손을 휙휙 흔들었다.

"됐고, 여유 있는 프리스트들 전부 시몬 폴렌티아에게 꼬라박아."

직원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지, 진심이십니까? 벌써 시몬 학생은 프리스트를 몇 명이나......"

"빨리해. 귀하신 분들 잔뜩 왔는데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 연출은 나한테 맡겨라."

에반겔로스는 이미 시몬에게 꽂힌 듯, 골렘 보드를 타고 가고 있는 시몬의 화면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뭐야, 대답 안 해?"

"......."

갑자기 실행본부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모든 직원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뒤쪽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것들이 미쳤나'라고 중얼거리며 에반겔로스가 등을 돌렸다.

그의 동공 또한 다른 직원들처럼 커졌다.

"......이거 완전 개또라이 새끼 아냐?"

난데없이 시험 실행본부에 들이닥친 하얀 정장 차림의 남자. 모두가 제자리에 멈춘 채 이 남자를 보고 있었다.

에반겔로스가 끌끌거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키젠 본부가 운영하는 시험에 교수가 들어오게 되어 있냐? 또 형평성 가지고 무슨 소리 들으려고?"

저주학 교수이자 까마귀 소속, 바힐이 빙그레 웃었다.

"교수가 아니라 까마귀로서 들어온 겁니다. 그러는 선배가 하려는 짓도, 형평성 어쩌고 나불거리기엔 더러운 짓 아닙니까?"

"......야."

에반겔로스의 눈이 희번뜩해졌다.

"너 진짜 미쳤냐?"

스륵.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천 개의 바늘들이 바힐의 앞에서 멈춰 섰다. 손가락 한번 까닥해도 바늘에 찔리는 위치였다.

"키젠교수 달고 네프티스 님이 오냐오냐해 주시니까 간땡이가 아주 처 부었네?"

"선배."

바힐이 덤덤하게 말했다.

"애들도 보는데 개망신당하지 말고 이딴 장난감 치우시죠."

팟!

에반겔로스가 손바닥을 펼쳤다. 천 개의 바늘들이 모두 시꺼멓게 변했다.

"장난감인지 아닌지, 찔려볼 텨?"

바힐이 픽 웃었다.

"어어, 한번 해봐."

분노로 이글거리던 에반겔로스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

잠시 긴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에반겔로스가 어깨를 들썩이며 큰 소리로 웃었다.

"와하, 이 새끼!"

에반겔로스가 손바닥으로 이마와 눈을 덮었다.

그렇게 몇 초 있다가 천천히 손바닥을 내리자, 자신의 바늘들은 아무것도 없는 빈 허공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힐은 마치 순간이동한 것처럼 반대쪽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저주. 언제 걸었냐?"

에반겔로스의 저주 저항이 전부 뚫려 있었다. 이렇게 깔끔하고 은밀한 저주 운용이라니,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바힐은 이 정도는 간단하다는 듯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질리지도 않는다 진짜."

에반겔로스가 손을 까닥하자, 모든 바늘들이 스륵! 소리와 함께 허공에 감추어지듯 사라졌다.

그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자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래 X발. 너 정도나 되는 새끼가 여긴 왜 기어 들어왔어? 뭘 원해?"

"선배라면 빤히 관종질 할 줄 알았죠."

바힐이 손가락을 뻗어 화면을 가리켰다. 그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내 거에 상처입히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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