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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11화 (211/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11화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어둡고 음침했던 하늘이 밝게 개이며 푸르른 하늘이 펼쳐졌다.

시몬은 골렘 보드를 멈춰 세웠다.

'이, 이게 다 뭐야?'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같았다. 시몬은 정문에서부터 교정 중앙까지 이어지는 높은 스테이지 위에 서 있었고, 그 아래로는 무수한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시몬! 시몬! 시몬!

심지어 시몬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서 멈춰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특례 1번으로 입학한 시몬 폴렌티아 학생입니다! 이번에도 1등으로 통과했군요!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무대 중앙에는 화려한 복장의 사회자가 확성 수정구를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시몬을 향해 손짓했다.

'정문 밖에서 볼 때는 이만한 사람들이 없었어. 환상계 마법으로 가려져 있던 거구나. 역시 이건.......'

시몬의 시선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커다란 마나 스크린으로 향했다.

다른 학생들이 프리마 마테리아의 괴물들과 싸우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옵저버에 의해 방영되고 있었다.

'모두 키젠 측의 시험이었어.'

아무래도 키젠 교정에 도착하면 시험이 끝나는 모양이었다.

또 다른 마나 스크린에서는 순위가 적힌 판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위의 칸, 금빛으로 1번이라고 적힌 칸에 시몬의 얼굴과 이름, 국적, 지망과목 등이 나와 있었다.

'진짜 내가 1등으로 도착한 거야?'

찰칵!

찰칵!

사방에서 마력 촬영기의 눈부신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시몬이 인상을 쓰며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촬영기 옆으로는 가면을 쓰고 검은 넥타이를 휘날리는 남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노트에 뭔가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스카우터들까지?'

사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뒤늦게 정신이 바짝 드는 느낌이었다.

시몬은 침착하게 넥타이를 고쳐 매며 옷매무새를 점검한 다음, 사회자가 있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열렬한 환호성을 들으며 시몬은 무대 중앙에 도착했다. 사회자가 확성구를 입에서 떼며 조용히 말했다.

"많이 놀라셨죠? 혹시 뭐 더 상황설명이 필요한가요? 간단한 인터뷰 괜찮으시겠습니까?"

파바박 던지는 질문들이 급해 보인다. 당연히 상황설명이 필요했지만 아마도 무대 아래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괜찮아요. 제가 답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시몬이 비즈니스 미소를 지으며 확성구를 건네받았다.

"많이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얼떨떨하네요. 네, 몸 상태는 좋습니다!"

"우선은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키젠의 특례 1번 입학생으로서 대중 앞에 나서는 첫 번째 무대. 수백의 눈이 이쪽을 향해 있다. 절대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시몬은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 * *

휘오오오오오오!

로크섬의 수천 미터 상공.

시룡(屍龍)의 날개와 비늘로 무장한 헥토르는 일반 학생들 같은 평범함을 거부했다. 그는 구름 위의 고공 루트를 활용하고 있었다.

헥토르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 모든 게 키젠의 시험이라는 걸 간파하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물론 하늘로 간다고 해서 절대 쉬운 건 아니었다. 키젠 측에서는 공중에도 새 형상을 한 프리마 마테리아의 괴물들을 다수 풀어놓은 상태였다.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인 신성의 섬광이 헥토르에게만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그냥 다른 학생들과 힘을 합쳐 지상루트를 선택할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결국 끝까지 공중 루트를 강행했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그 녀석을 꺾을 수 없다. 그런 일념 하나로 무수한 비행형 괴물들을 피해 다니며 싸우던 헥토르는 비로소 고공에서 키젠 교정을 발견했다.

'이제 여기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공격을 피하느라 너무 지체했다. 적지 않은 수량의 비늘도 잃었다. 뒤따르는 괴물들을 한번 돌아본 헥토르가 모든 칠흑을 끌어올려 시룡의 날개에 집중시켰다.

이내 다리가 위로 떠오르고, 머리는 아래로 향했다. 그 자세 그대로 캠퍼스를 향해 초고속 낙하를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이이잉!

거친 맞바람에 비늘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헥토르는 기꺼이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번만큼은 틀림없이 1등이다!'

순식간에 키젠 교정의 모습이 가까워진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정에 투명한 칠흑의 흐름이 막처럼 펼쳐져 있는 것을 보고 헥토르는 더더욱 확신했다.

이건 키젠 측의 시험이 맞다.

'키젠 통합 2학기를 내 승리로 시작한다! 무어 가문의 후계자인 이 내가......!'

그의 몸이 칠흑의 막을 뚫고 내려왔다.

'최고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주위의 배경이 확 바뀌며, 수많은 사람들이 팔을 치켜들며 환호하는 모습이 보였다.

극도의 쾌감으로 몸에 찌르르 전율이 흘렀다.

헥토르가 두 팔을 떨치며 포효했다. 마치 용의 포효와도 같은 외침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사이 '헥토르 무어' 학생이 도착했습니다!

역시 내가...... 음? 뭐라고?

-역시 명가 중의 명가인 무어 가문입니다! 쟁쟁한 특례 입학생들과 괴물들을 전부 재치고 당당히 2위를 차지한 헥토르 무어 학생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내가 2위라고? 1등이 아니라?

-그럼 다시 1위로 들어온 시몬 폴렌티아 학생의 인터뷰로 돌아와서.......

헥토르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먼저 무대에 도착해 확성 수정구를 들고 사회자의 물음에 답하는 시몬의 모습이 보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진 헥토르의 외침이 연회장을 뒤흔들었다.

* * *

인터뷰는 무사히 넘겼다.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최근 연습하는 흑마법이 무엇인지, 키젠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통합 2학기를 시작하는 앞으로의 각오 등.

혹시나 저쪽에서 과거나 배경을 물을까 봐 걱정했는데, 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없었다. 딱 학생들이 대답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이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모두 끝내고 무대 뒤로 내려가니, 한 여성이 두 손을 곱게 모으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 쪽에서 먼저 고개를 숙였다.

"시몬 학생."

이름은 모르지만 눈에 익은 사람이다.

A반의 담당교수인 제인의 조교. 가끔 훈련을 봐주거나 제인이 시몬을 부를 때 만난 사람이었다.

시몬도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잘 지내셨어요? 조교 선생님."

여기서 아는 사람을 보니 더 반가웠다.

"잘 지냈어요. 그보다 아까 화면 보니까 살벌하게 구르던데, 다친 곳 없어요?"

그 말에 시몬은 욱신거리는 왼팔을 붙잡았다.

"이쪽 팔이 조금."

그녀가 다가와 시몬의 팔을 붙잡았다.

"여기 어때요?"

"괜찮......."

"여기는?"

"아악! 아파요!"

시몬이 비명을 지르자 그녀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요. 치료받는 곳으로 안내해 줄게요."

"감사합......."

와아아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격렬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여기선 잘 안 보이지만 누가 세 번째로 도착한 모양. 사회자는 샤텔 마에르라는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가시죠."

시몬은 조교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원래는 하수인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워낙 큰 행사인 관계로 조교들이 직접 학생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런데 조교 선생님.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시몬이 참았던 궁금증을 쏟아내자 그녀가 작게 웃었다.

"미안해요. 놀랐죠? 자세한 건 개학식 때 듣겠지만 이건 일종의 1학년 전체 수행평가 같은 거예요. 성적에도 들어가고, 아마 오늘 최소 50명은 키젠 교복을 벗게 될 거예요."

그 말에 시몬의 가슴이 철렁했다.

'50명이나?'

"그리고 이번 시험은 외부 공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저번에 드레스덴 왕국의 공주님까지 와서 구경한 공개 결투평가 때처럼요."

그렇게 말하곤 힐긋 시몬의 눈치를 본 그녀가 말을 이었다.

"물론 나도 시몬 학생의 심정은 이해해요~ 키젠 다닐 때 경험해 봤는데 그렇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라구요. 나는 시험 치느라 힘들고 토하고 오줌 지리고 난리였는데, 그걸 관중들이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짜증 났죠."

시몬이 깜짝 놀라며 손사래 쳤다.

"그, 그 정도까진 아녜요! 제 이름과 명성을 알릴 수 있는 무대를 키젠 측에서 제공해 주신 거니까......!"

그녀는 네 생각은 다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슬쩍 입꼬리만 올렸다.

"내가 관계자도 뭣도 아닌 파리목숨 조교 나부랭이지만, 교육자로서 대신 사과할게요. 사실 이 개학시험은 확정된 거였고, 억지로 외부 공개로 진행시킨 건 키젠 본부의 판단이었어요."

"네? 갑자기 본부에서 왜......."

"실은 저번 1학년 테러 사태로 키젠의 지배력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거든요."

네 개의 왕국. 그리고 상아탑 같은 위대한 가문들을 고작 하나의 조직이 힘으로 찍어누르면서 통치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에프넬 쪽이 영리하긴 했다.

기존의 모든 나라와 왕들을 멸망시킨 뒤 신성연방이라는 하나의 제국을 만들고, 종교를 왕권 위에 존재하는 국가의 핵심 토대로 세우고, 정보를 차단하면서 이단심문이라는 제도 아래에 주민들을 통제하는 게 그들의 시스템이었다.

반면 네프티스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길인 '화합'을 택했고,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세력을 묶었다. 그 반발로 튀어나온 반키젠파들에게 이번 성녀 사태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시험을 외부 공개로 치른 건 이건 일종의 과시예요. 보여주는 거죠~ 키젠은 여전히 최강이고, 사건 당사자인 학생들도 이 정도로 위축되지 않는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키젠이 공개한 시험 강도에 오히려 관중들 쪽에서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1학기도 완전히 끝내지 않은 17살 아이들에게 바로 죽음의 트라우마와 맞닥뜨리게 하고, 신성괴물과 실제 프리스트와 싸우게 하고, 심지어는 키젠 교복도 무력화시켜 놓고 전장에 내던져놓았으니까.

당장 코어가 파괴되는 학생들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절대다수의 학생들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프리스트들과 싸우며 온 힘을 다해 키젠 교정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관중들은 이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고, 시몬이 들어왔을 때의 분위기도 그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형성된 거였다. 결국은 본부가 그리고 있던 큰 그림대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확실히 저력 있는 조직이네. 정세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야.'

벌써부터 전 왕국에 뿌려질 신문 기사들의 제목이 예상됐다. 시몬이 속으로 웃으며 잡념을 지웠다.

"그런데 어떻게 아까 그 프리스트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그것도 조금 이따 개학식 때 설명할 거예요. 간단히 말하면 신성연방에서 탈출해 키젠에 협력하고 있는 사람들? 뭐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겠네요."

긴급 의료소에 도착했다. 조교는 깍듯하게 인사하며 밖으로 나갔고, 시몬은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왼팔에는 부목 같은 것도 필요도 없이 금방 조처되었다. 이틀간은 왼팔을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약을 받고 의료소에서 나와 다시 학생 대기실을 향해 걸었다.

웅성 웅성 웅성!

그때 관중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몬의 시선도 마나 스크린으로 향했고, 그의 입가에 반가운 미소가 걸렸다.

'메이린이다!'

그녀는 Top10 최상위권으로 키젠 교정 앞까지 도착했다.

이제는 그 프리스트 노인과의 전투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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