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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15화 (21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15화

"반갑다 꼬맹이들아! 나는 별야다!"

그녀의 목소리가 좌중을 압도하며 대강당을 뒤흔들었다.

"니들을 보니 그냥 X나 불쌍하단 생각이 든다! 똑같은 옷에 똑같은 자세로 닭장 안의 병든 닭처럼 옹기종기 모여 병신처럼 눈만 끔뻑거리는 꼴을 보니 내 속이 다 터진다! 난 니들 나이 때 세상을 돌아다니며 X나 뛰어놀았거든! 암! 애들은 그래야 해!"

몇몇 학생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그렇지 않아도 큰 목소리인데, 확성 수정구의 증폭효과까지 이어지자 대강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들어라! 교육이란 건 닥치고 획일적일 수밖에 없다! 뭘 기대해? 교육은 사회가 잘 써먹기 위한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의 제조과정 같은 거라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걸 주입받는데 무슨 영감을 받고 무슨 개성이 생기겠냐! 그렇게 만들어진 완성품은 겉으론 빈틈없이 보여도 사실 속 빈 강정이야! 내 것이 없잖아 내 것이! 이 별야가 묻는다!"

그녀가 다리를 쭉 뻗어 강단의 펜스를 짓밟고 오른팔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니들은 누구냐!!"

"......!"

"키젠 학생? 아무개의 아들딸? 모 왕국의 주민? 어느 소속의 후계자? 그딴 사회적 규범으로 정해진 위치 말고 네 자신이 온전히 누구냔 말이다! 그건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너희 스스로가 정하는 거다! 일단 그 정도 준비는 되어 있어야 네크로맨서든 뭐든 할 거 아냐!"

그녀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연설했다.

그녀가 침을 튀기고 머리카락을 흔들수록 액체들이 쏟아져 강단을 녹이고 불태웠다. 마치 특수효과를 사방에 퍼뜨리는 것만 같았다.

"귓구멍 안 막히고 내 말 다 알아 처먹었길 바란다! 아, 그리고 최고가 되고 싶다면 내게로 와라! 하하하핫!"

그녀가 벼락처럼 소리 질렀다. 단신으로 학생들을 압도하다 못해 찍어눌러 버려서 박수나 환호성이 나올 타이밍도 지나가 버렸다.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던 아론이 확성 수정구를 들고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별야 교수님. 자리로 돌아가 주시죠."

"엣헴!"

그녀가 손에 든 수정구를 바닥에 던지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가 지나간 뒤의 바닥은 거의 폐허가 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부서지고 녹아 있었다.

"하아아아."

교수석에 앉아 있던 홍펭의 한숨만 깊어져 갔다.

그때 넝마 같은 옷을 입은 별야가 튀어나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꺄하하! 야! 내가 무대 다 찢은 거 봤냐?"

"......제발 초원으로 돌아가. 부끄러우니까."

두 쌍둥이 자매가 앉은 모습을 본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두 사람을 비교했다.

나란히 앉은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이 뿜어내는 분위기는 확 다르지만, 외형적으로는 비슷한 구석이 많이 드러나긴 했다.

"개학식은 여기까지다."

아론이 말했다.

"수업은 내일부터 진행된다. 오늘은 시험을 치르느라 피곤했을 테니 딴 길 세지 말고 기숙사에서 푹 쉬도록. 휴식도 중요한 훈련의 일환임을 상기해라. 이상."

* * *

시몬과 딕은 메이린과 카미바레즈와 헤어지고 남자 기숙사에 들어갔다.

간질간질하게 설레는 기분을 만끽하며, 두 사람은 4층으로 올라왔다.

"크으! 오랜만이다 409호!"

딕이 두 팔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문 옆에 붙어 있는 명패에 카쟌, 시몬, 딕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 있는 게 반가웠다.

시몬은 가볍게 문을 노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익숙한 침대, 익숙한 가구 배치. 그리고 구석 2층 위에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자고 있는 익숙한 사람.

"우리 왔어요. 카쟌."

물론 그렇게 말해도 숙면 중인 카쟌은 어지간한 소리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잠에서 억지로 깨우면 괴물처럼 화를 낸다는 걸 두 사람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굳이 깨워서 인사하진 않았다.

그들은 아공간에서 가져온 짐을 풀었다.

"흐아! 409호에 오니까 진짜 돌아왔다는 게 실감 되지 않냐?"

딕이 침대에 폴짝 뛰어들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내일부터 정상수업이구나~ 또 한 학기 동안 전력을 다해 살아남아 봐야지!"

시몬은 책상 위에 교과서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다음 기지개를 쭉 켰다. 그리고 창밖을 보니 어느새 밖은 어둑어둑해졌다.

"딕. 오늘 밤에 밖에 나갈 건데 괜찮은 루트 추천해 줄 수 있어?"

"뭐?"

딕이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첫날부터 월담이냐? 지금 로체스트에 가봐야 무너진 건물들 재건 중일 텐데 굳이 왜?"

"아, 만나려는 사람이 있어서."

딕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지만, 일단 부탁받은 대로 파수꾼들의 일정이 적힌 수첩을 뒤적거렸다.

"으음, 케빈의 마구간 코스나 북쪽 산언덕은 비어 있을 듯해. 근데 누구 만나려고 그렇게 몸에 달아 있냐? 혹시 여자?"

시몬은 웃는 얼굴로 말을 아꼈다.

* * *

"오랜만입니다 시몬 학생! 두 달만이네요!"

키젠 교정 내의 마구간 지기, 케빈이 반갑게 인사했다. 하도 들락날락해서 그런지 이제는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익숙했다.

시몬이 그에게 동전을 던져주고는 알아서 마구간의 끄트머리로 이동했다.

짚들로 뒤덮인 마구간의 끄트머리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비좁은 땅굴이 나왔다.

머리를 조심하며 엎드린 자세로 걸어간 뒤에, 땅굴의 끝에서 뚜껑을 열고 위로 올라왔다.

휘이이이이잉!

그러면 이렇게 키젠의 높은 성벽이 보이는 숲 한복판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땅굴의 입구를 티 나지 않도록 주변 흙으로 잘 덮은 시몬은 오랜만에 금지된 숲을 걸었다.

이제 여기서 프리스트와 부딪힐 일도 없으니 마음이 편했다.

시몬은 사뿐한 발걸음으로 피어의 유적에 도착했다.

-키리리리리리!

유적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송장거미 두 마리가 시몬에게 달려왔다. 그들도 군단장이 누군지 알아보는 듯, 한 마리는 시몬의 발에 딱 붙어서 머리를 비볐고, 다른 한 마리는 개처럼 벌러덩 누워 배를 보였다.

"다들 잘 있었어?"

이런 애들이 언데드라니. 시몬은 잠시 거미들과 놀아주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울타리도 없는 위험천만한 돌계단을 조심조심 걸었다.

유적에서는 뼈가 부딪히는 소리나 언데드들의 음성이 간헐적으로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일반인들이라면 겁을 집어먹고 벌벌 떨었겠지만, 시몬은 그저 반갑기만 소리였다.

이내 모든 계단을 내려오기 무섭게.

[군단장니이임~!!]

누군가가 시몬을 와락 덮쳤다. 강한 힘에 그가 바닥에 쓰러졌다.

"수, 숨을 못 쉬겠어! 에르제!"

거미 군단의 대장, 에르제베트.

시몬은 에이션트 언데드의 완력에 붙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두 달간 군단장님을 못 뵈었더니 입에 거미줄이 쳐진 것 같았사와요!]

"......그건 그냥 가난할 때 쓰는 말 아냐?"

에르제베트가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절대명령을 쓰기보다는 등을 몇 번 토닥이면서 타이르자, 그녀는 비로소 만족스러운 얼굴로 떨어졌다. 시몬이 등에 묻은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이네요. 피어!"

천장에서 내려오는 달빛은 제단에 앉은 큰 키의 스켈레톤을 비추고 있었다. 스켈레톤이 입이 마치 인간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벌어졌다.

[크하하하하! 잘 지냈나 소년!]

오랜만에 피어를 봐서 그럴까, 갑자기 가슴이 복받친 시몬이 달려가서 피어를 끌어안았다.

[뭐냐! 못 본 사이에 응석받이가 됐군!]

"반가워서 그래요."

시몬이 입술을 삐쭉이며 말했다. 그때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군단화된 스켈레톤들도 다가왔다.

"다들 잘 있었어?"

따닥. 딱.

"처음 보는 얼굴도 많이 보이네요."

[크하하! 그동안 새로 충원했지!]

피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시몬은 뒤늦게 한 명이 빠졌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좀비를 꺼낸 다음, 손에 낀 회색 반지에 대고 말했다.

"프린스. 오랜만에 다 모였는데 너도 올래?"

그렇게 말하며 반지를 좀비에 갖다 대자 쿠르르릉! 하고 검은 벼락이 좀비에 떨어졌다. 이내 좀비의 형체가 빛바랜 왕관을 쓴 어린 소년의 형상으로 변했다.

[아! 왜 이렇게 늦어! 데스랜드는 심심하다고!]

사실 계속 불러주길 기다렸던 모양이다.

프린스는 바로 주먹을 세웠고, 시몬도 헛웃음을 흘리며 주먹을 부딪치며 핸드쉐이크를 해주었다.

한 번 만에 성공하자 프린스의 눈이 진한 감동과 기쁨으로 물들었다.

[다들 봤냐? 어? 니들 없는 사이 시몬이랑 이런 것도 연습했어!]

[어머, 그거.]

에르제베트가 말했다.

[전 군단장 시절에 리처드가 당신과 놀아줄 때 하던 손장난 아니옵니까?]

[아, 아니야! 내가 새로 개발한 거라고!!]

그렇게 군단장과 군단의 대장들이 모였다.

시몬과 피어, 프린스가 각자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에르제베트는 시몬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가 이내 당연한 듯이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엄청나게 낯뜨겁고 부담스러웠지만 에르제베트가 충성의 대가로 원하는 게 이런 거니까 넘어가기로 했다.

피어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간의 경과와 성과를 서로 이야기해 봐야겠군!]

"네."

시몬은 신성을 개방했고, 시체폭발과 프리스트의 백마법을 익히게 된 경과를 설명했다.

신성열차의 교전 중에서 왕관을 썼다는 말에는 피어는 프린스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프린스는 못 본 척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는 하이라이트로 넘어갔다.

[신성화 좀비의 성체폭발이라니!]

에르제베트가 벌떡 일어났다.

[그게 가능한 것이옵니까? 그럼 저도 신성 에르제베트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음, 그건 잘 모르겠네."

시몬이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피어도 신성화시켰고, 좀비도 신성화시키긴 했는데, 도저히 어떻게 한 건지 생각이 안 나."

[확실히, 데스랜드에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던 시체폭발을 알아서 썼을 때도 그랬지!]

피어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그건 프리스트와의 교전에서 필요한 힘이니 키젠 생활을 시작하는 당장은 스트레스받을 건 없겠지. 키젠에 왔으니 흑마법에 집중하도록 해라!]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몬이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다들 무슨 일인가 보고 있는데 시몬이 등 뒤의 공간을 움켜쥐더니 옆으로 열어젖혔다.

쩌어어어어어어엉!

그것은 거대한 벌판을 연상케 하는 초대형 아공간이었다. 모두가 탄성을 터뜨렸다.

"저번 성녀 사태에서의 활약으로 네프티스 님께 새로운 아공간을 받았어요."

[크하하하하하하!]

피어가 쩌렁쩌렁 웃었다.

[누가 봐도 군단을 운용하기 위한 아공간이 아닌가! 그 여자의 이런 준비성은 무척 마음에 드는군!]

피어는 무척 만족하는 눈치였다. 본인이 직접 아공간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기도 했다.

"제 브리핑은 여기까지네요."

다음은 두 달 동안 '벌레무덤'에 가 있던 에르제베트 차례였다.

그녀는 유적 아래층에서 뭔가를 데리고 왔다. 그것들은 커다란 송장 거미들이었다. 보통 송장거미들의 10배는 될 정도의 크기였다.

[귀엽죠?]

거미가 구엑하는 소리를 내며 입에서 동물의 뼛조각이 뭉쳐진 타액을 뱉어냈다.

시몬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얘들은 뭔데?"

[여왕형 송장 거미들이에요. 알을 낳을 수 있죠. 저는 '벌레무덤'에서 이 송장거미들을 찾아내 군단화까지 마쳤어요. 이제 송장거미의 개체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답니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혹시 새끼들이 태어나면 군단화하기 전의 송장거미 몇 마리를 빌려줄 수 있을까? 키젠 시험에서도 써보고 싶어서."

[군단장님의 명령이라면 한번 해보겠사와요. 다만 거미들은 군단화하지 않으면 컨트롤이 까다로울 수 있어요.]

"익숙해져 봐야지."

다음은 비명의 정글에 다녀온 피어의 차례였다.

[내가 비명의 정글에 간 이유는 전 군단의 대장이자, 에이션트 언데드 아케뮤스를 찾기 위함이었다.]

아케뮤스는 강력한 비행형 언데드들을 이끄는 대장이었다.

반인반수인 하피에서 떨어져 나와 언데드화된 개체들, 네크로맨서 세계에서는 '스컬윙'이라고도 부른다.

'비행형 언데드를 이끄는 대장!'

피어의 설명을 들은 시몬이 눈을 반짝였다.

"들어와 주면 정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아마 못 찾으셨겠죠?"

찾아서 피어가 군단화시켰다면 지금 옆에 있어야 할 테니까. 그때 피어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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