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19화 (21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19화

'이제 확실히 감 잡았어!'

몇 번의 시도 끝에 시몬은 무릎을 탁 때렸다.

딱 한 번만 더 해보기로 했다. 방금 대쉬를 사용한 스켈레톤이 트랙의 출발선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해결법은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었다. 대쉬를 반복해서 시키다 보니 스켈레톤은 이 기술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시몬도 스켈레톤 대쉬가 온 머릿속에 꽉 박히게 됐다.

저렇게 먼 거리에 있는 상대는, 두 발로 달려서 베는 게 아니다.

날아서 벤다.

그런 관념을 머릿속에 강하게 박아넣은 상태에서, 시몬은 절대명령을 내렸다.

'베어라!'

터어어어어엉!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쉬는 수단이 된다.

스켈레톤이 10미터를 날아올라 볏짚을 베며 바닥에 내려왔다. 도약에 더해 검의 명중률까지 비약적으로 상승한 모습. 이제야 시몬이 만족할 만한 성공이 나왔다.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딕과 친구들도 열렬히 환호했다.

'허 참.'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론은 입꼬리가 달싹달싹 올라갔다.

'방학 동안 감이 떨어지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집중력과 습득 페이스는 더 좋아졌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멀리서 시몬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는 헥토르 쪽으로 향했다.

'헥토르. 저런 천재를 라이벌로 삼으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과목은 아직 네가 우위일 텐데. 왜 그렇게 시몬에게만 집착하는 거지?'

이를 빠득빠득 갈던 헥토르도 다시 자신의 차례에 스켈레톤을 도약시켰다.

그렇게 수없이 시도하던 헥토르 또한 기어이 해냈다. 비록 대쉬의 길이가 3미터로 떨어져 실전성은 부족했지만, 스켈레톤 몸체의 손상 없이 제대로 볏짚을 베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론이 까끌까끌한 턱을 매만졌다.

'헥토르는 전체적인 수준은 높지만, 습득력 자체는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지금처럼 짧은 시간에 실력이 확 느는 경우는 예외적이야. 시몬에게 자극을 받아서 그런 건가?'

아론은 두 소년을 번갈아 가며 응시했다.

이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며 더 발전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전제만 있다면, 이런 라이벌 관계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가히 긍정적이다.

"교수님."

한 조교가 아론을 부르며 본인의 손목을 가리키는 시늉을 했다. 아론이 큰 소리로 말했다.

"자, 그만! 오늘 실습은 여기까지다."

조교들이 학생들을 통제하며 아론의 앞으로 데리고 왔다.

간만에 언데드 컨트롤로 정신력을 혹사해서 그런지,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자리에 앉도록."

아론은 학생들에게 착석 명령을 내리고는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했다.

수업이 끝나기엔 10분 정도 남았다. 조교들이 작성한 체크리스트를 눈으로 쭉 훑어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호명하는 학생은 앞으로 나와라. 시몬 폴렌티아, 헥토르 무어."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시몬과 헥토르가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왔다.

"이번 수업에서 가장 큰 발전을 보인 두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대결 후 오늘 수업을 마치겠다. 성적과는 관계없는 친선전이니 부담 없이 임하도록."

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손뼉을 치고 휘파람을 불었다. 싸움 구경은 언제나 대환영이었다.

시몬은 쓴웃음을 흘리며 아론을 보았다.

'교수님, 굳이 또 이렇게 헥토르랑 붙여주시깁니까.'

헥토르는 입꼬리를 올렸다.

'아론 교수. 오랜만에 맘에 드는 짓을 하는군!'

아론이 룰을 설명했다.

이번 수업에 스켈레톤 대쉬를 배웠으니, 대쉬의 길이를 재는 정도의 승부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달랐다.

"소환수 대결이다."

아론이 설명했다.

"소환수의 종류는 오로지 '아일랜드 랫맨 스켈레톤' 1기로 통일한다. 스켈레톤 컨트롤 외에 술사는 그 어떤 흑마법 사용도 금한다. 교전을 통해 상대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한 번이라도 바닥에 떨어뜨리는 쪽이 이긴다. 이해했나?"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두 사람이 거리를 벌리고 아공간에서 스켈레톤을 꺼냈다. 조교가 팔을 세웠다.

"준비."

두 사람이 무릎을 굽히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두 사람 앞에 놓인 스켈레톤도 전투 자세를 취했다.

"이번 승부는 시몬이 이길 수밖에 없네."

구경꾼들 사이로 고개를 쭉 빼 밀고 지켜보던 메이린이 중얼거렸다.

"대놓고 '스켈레톤 대쉬'를 쓰는 게 더 유리한 승부잖아? 아론 교수님이 시몬 기 살려주시려는 건가?"

"쯧쯧쯧."

딕이 잘난 척하며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아~ 누가 메이린 아니랄까 봐. 생각이 너무 단순해."

그녀가 몬스터처럼 으르렁거리자, 딕은 진심으로 기겁하며 얼른 손가락을 등 뒤로 숨겼다. 그 옆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있던 카미바레즈가 말했다.

"그럼 딕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바로 그렇게 물어봐 주길 기다렸다는 듯, 딕이 얼른 카미바레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 대쉬를 막는 건 정말 쉬워. 이건 그냥 장비 싸움이야."

"장비요?"

호기심이 생긴 카미바레즈가 다시 물으려는데, 조교의 '시작!' 외침이 들렸다.

시몬은 즉시 스켈레톤의 발끝에 칠흑을 끌어모았다.

'대쉬 한 방으로 두개골을 쳐서 끝낸다!'

이에 대응하는 헥토르는 아공간을 열었다. 그러곤 커다란 장창 하나를 꺼내 스켈레톤에게 던져주었다.

"이거지!"

"역시!"

헥토르의 파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즉시 준비 중이던 대쉬를 중지시켰다.

'하긴, 무기 사용 제한은 없었구나.'

돌진기의 카운터. 헥토르의 스켈레톤은 장창을 들었다.

시몬이 돌진을 명령하는 즉시, 그냥 창을 뻗기만 해도 시몬의 스켈레톤은 달려오는 힘 더하기 장창의 사거리 때문에 먼저 당하게 된다.

헥토르의 소환학 컨트롤도 수준급이다. 돌진에 맞춰 창을 뻗는 정도의 반응을 못 할 리가 없다. 더군다나 지금 시몬이 보유한 무기 중에서 헥토르의 장창보다 긴 것도 없었다.

"안 들어오면 내가 먼저 간다!"

헥토르가 입을 쭉 찢으며 스켈레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의 스켈레톤이 빠르게 달려가 창을 내질렀고, 시몬은 스켈레톤에게 검을 들어서 막도록 했다.

까앙!

두 무기가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헥토르의 스켈레톤이 폭풍 같은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컨트롤하는 헥토르 본인도 창술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듯, 창격 한 번 한 번이 정교하고 빈틈이 없었다. 시몬의 스켈레톤은 공격을 막아내기 급급했다.

"좋다 좋다!"

"계속 밀어붙여!"

빠르게 싸움에 몰입한 학생들이 흥분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창을 몇 번 쳐낸 시몬의 스켈레톤이 등을 돌려 도망쳤다.

"으하하하! 뭐 하는 거냐!"

헥토르의 스켈레톤이 바닥을 강하게 박차더니 전면으로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시몬의 눈이 급히 커졌다.

'헥토르의 3미터짜리 대쉬!'

시몬이 급히 방어 명령을 내렸다. 등을 보이며 도망치던 스켈레톤이 몸을 빙글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까아아아아앙!

창과 검이 격돌하며 격렬한 쇳소리를 냈다. 간발의 차이로 뻗어 나간 창의 궤도가 틀어져 스켈레톤의 두개골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깝다!"

"헥토르의 페이스가 더 좋은데?"

분위기는 완전히 헥토르 쪽으로 기울었다. 시몬의 스켈레톤은 휘청거리며 자세를 다잡았다.

"왜 그러나! 시몬 폴렌티아!"

승기를 잡은 헥토르가 소리쳤다.

"기껏 배운 신기술인데 안 쓸 거냐!"

"......."

그때 시몬의 입꼬리에 슬그머니 미소가 걸렸다.

절컹!

시몬의 스켈레톤이 손에 쥔 검을 떨어뜨렸다. 지켜보던 학생들이 창이나 다른 무기를 꺼내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지켜봤지만 시몬은 아공간을 열지도 않았다.

'맨손?'

'진심인가?'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그때, 시몬의 스켈레톤이 제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그러곤 두 손을 바닥에 툭 댔다.

스으으.

시몬의 안광이 집중력으로 번뜩였다.

'그때의 감각을 재현한다.'

딸칵! 딸칵!

스켈레톤의 군데군데에서 뼛조각들이 떨어져 나오더니 서로 위치를 맞바꾸며 재조립을 시작했다.

패배 조건은 두개골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 하지만 시몬은 두개골을 몸통과 연결한 채로 다른 뼈의 조합만 빠르게 바꿔나갔다.

원천 재조립.

서서히 변해가는 시몬의 스켈레톤을 보고 있던 헥토르는 점점 분노에 휩싸이며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이 새끼가!!'

헥토르가 급히 자신의 스켈레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지만, 시몬의 스켈레톤은 창격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도망치면서 재조립을 진행했다.

서서히 바뀌는 시몬의 스켈레톤을 보며, 다른 학생들도 뒤늦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닫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1학기 첫 소환학 시간에서 모두의 앞에서 보여줬던 바로 그 기술. 지켜보던 아론의 손바닥도 땀으로 흥건해졌다.

'......다시 봐도 전율적인 광경이다.'

시몬은 이족보행 몬스터 '아일랜드 랫맨'을, 진화하기 이전의 모습인 '그레이 랫'의 모습으로 재현해내고 있었다.

세상의 순리마저 아득히 초월한 듯한 통찰. 시몬의 스켈레톤은 이제 사족보행의 동물로 변해 창격을 피하고 있었다.

후웅!

그레이 랫 스켈레톤이 크게 뛰어올라 상대와의 거리를 확 벌렸다.

두 앞발은 지면에 놓고, 두 뒷발은 후면에 놓은 채로 허리 아래를 들어 올리는 사냥 자세.

위기감을 느낀 헥토르의 목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그 또한 스켈레톤을 멈추고 창을 앞세우는 경계 자세를 취하게 시켰다.

"너 이 새끼......!"

"미안하지만 끝났어 헥토르."

그레이 랫 스켈레톤은 네 발에 '대쉬'를 위한 칠흑을 모으고 있었다.

"무슨 소리! 전황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인간형 몬스터와 야수형 몬스터의 도약력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시몬의 입술이 움직였다.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

그레이 랫이 네 발로 힘차게 지면을 박차며 도약했다.

헥토르의 스켈레톤이 반응하며 급히 창을 내지른다. 팔을 위로 뻗는 지극히 단순한 동작. 하지만 그 단순한 동작보다 더.

파악!

하늘을 날아온 그레이 랫 스켈레톤이 앞발로 두개골을 후려치는 게 빨랐다. 한발 느렸던 창끝은 다리 한 짝만을 스치고 지나가는 데 그쳤다.

쿵!

목에서 떨어진 헥토르 스켈레톤의 두개골이 바닥을 굴렀다. 그 뒤로 그레이 랫 스켈레톤이 네 발로 가뿐히 착지했다.

철컥! 철컥!

마치 변신이라도 하듯, 네 발로 바닥을 딛던 스켈레톤의 상체가 올라오며 두 발로만 섰다. 다시 한번 뼈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재조립되며 야수형에서 인간형으로 돌아왔다.

스켈레톤이 이족보행으로 걸어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두개골을 붙잡고, 시몬의 동작을 따라 하듯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조교가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의 승리입니다!"

짙은 침묵 속에서, 잔뜩 집중한 채로 보고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나듯 탄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아-!!

트랙 전체가 커다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