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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32화 (23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32화

4일이라는 시간은 빛보다 빠르게 지나가고.

시험 당일이 찾아왔다.

웅성 웅성 웅성.

이번에도 키젠의 입구로부터 이어지는 대규모 스테이지가 설치되었고, 수많은 방문객이 로크섬을 찾았다. 계층이나 국적과는 관계없이 신분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도 자격이 주어졌다.

드디어 오늘, 키젠 1학년 전체 898명이 참가하는 종합 흑마법 평가 BMAT의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된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개학식 시험에서도 있었던 바로 그 화려한 의상의 사회자가 확성 수정구를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다시 만나게 되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이번 2차 BMAT 시험의 사회까지 맡게 된 콘라드 하야본입니다!"

관중들이 열렬히 환호하며 반겼고, 사회자는 신사처럼 허리 숙여 화답했다.

"BMAT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시험입니다! 하지만 키젠 학생들은 자신의 특기를 갈고닦으며 오늘만을 준비해 왔습니다! 과연 이번 시험에서 대륙을 뒤흔들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게 될까요?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저를 도와 이번 시험의 해설을 맡아줄 키젠 교수님 한 분을 모시겠습니다!"

저벅저벅.

곳곳에서 기겁한 소리가 들렸다.

탄력 있는 검은 붕대를 다리부터 가슴까지 두르고, 그 위로는 얇은 재킷을 걸친 여성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보기 힘든 의상에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워낙 괴짜들이 많기로 소문난 키젠이니 그러려니 했다.

"내놔."

사회자의 옆으로 다가온 그녀는 굳이 사회자가 쓰던 확성 수정구를 빼앗아 들었다.

그녀에게 내밀었던 새 수정구를 무안한 듯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댄 사회자가 민망함을 애써 웃음으로 승화하며 말했다.

"자, 교수님! 간단한 소......."

"나는 별야다!!"

쩌렁쩌렁!

어마어마한 볼륨의 목소리에 관중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이번에 학부모들도 많이 왔다며? 내가 니네 애들한테 맹독학을 가르치는 사람인데 진짜 개판이야! 일단 애를 사람으로 만든 뒤에 키젠에 보내야 할 거 아냐! 쪼끄만 것들이 머리만 굵어서 자꾸 반항...... 읍읍!"

"아하하! 죄송합니다!"

사회자가 식겁하며 별야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입을 막은 손바닥에 갑자기 불에 덴 듯한 통증을 느낀 그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떼어냈다.

"어이, 어딜 손대? 잘못 만지면 진짜 뒈져 인마."

별야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사회자는 아픈 티도 못 내고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사실 이번 2차 시험의 사회는 부총장 제인이 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네프티스가 끼어들어서 제인을 데려가 버리곤 새로운 인물을 심사의원으로 임명했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재밌잖아!

재밌긴 개뿔! 사회자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무리 내가 베테랑이라지만 이런 미친 여자를 데리고 어떻게 사회를 보란 거야?

"거기 아줌마! 뭘 꼬라봐?"

하다 하다 이제는 관중들이랑 싸우려 하고 있었다.

기겁한 사회자가 그녀를 막아 세우고는 얼른 질문을 던졌다.

"아이고, 교수님! 의상이 무척이나 아름다우십니다!"

"그래도 보는 눈은 있군?"

별야가 삐쭉삐쭉한 삼각형 이빨을 보이며 씩 웃었다.

별야의 새로운 유니폼이었다. 원래는 특유의 누더기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올라오려 했지만 코디네이터들이 기겁하며 말렸다.

원래 몸에서 바로바로 독을 뽑아내는 별야는 옷을 정상적으로 입어도 독 때문에 누더기가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옷을 그 위에 껴입고 또 껴입던 것이 누더기 차림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 붕대 아티팩트는 독을 외부로 방출해서 안전하고, 붕대가 상해도 다시 알아서 재생된다.

코디네이터들은 이 붕대 옷 위에 키젠 마크가 그려진 검정 겉옷까지 두르게 했는데, 별야 본인도 노력이 가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이 정도는 허락했다. 벌써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는 했지만.

"자! 자! 이제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사회자는 별야가 관중이랑 싸우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말을 걸며 중계석 자리까지 데리고 왔다.

그녀가 쿵! 소리를 내며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더니 두 다리를 쭉 빼서 테이블 위에 쾅쾅 올려놓았다.

"푸하하! 너 구레나룻 개웃겨! 번개 모양이냐?"

별야가 깔깔거리며 사회자의 구레나룻을 잡아당겼다. 사회자는 애써 유쾌하게 웃으며 계획된 꽁트인 것처럼 말을 받았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넬리야. 여보. 내가 이렇게 하루하루 돈 벌면서 산다.'

그래도 역시 그는 프로였다. 능숙하게 감정을 제어하며 웃는 얼굴로 말았다.

"자, 교수님! 이제 이번 시험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죠!"

"참, 그래야지!"

별야가 팔을 들어 올려 손가락을 딱딱 튕겼다.

"화면 띄워!"

차자자자작!

그녀의 머리 위로 무수한 마나 스크린이 펼쳐졌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수십 명의 하수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마나 투사기를 옮기는 중이었다.

"이번 BMAT시험의 테마는 던전 탐험이다!"

모든 화면에서 어두운 지하 던전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화살이 날아오는 함정, 바닥에 창이 솟구치는 함정, 거대한 돌이 굴러떨어지는 함정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가시 박힌 통나무가 통째로 휙 내려오는 모습에 관중들은 화들짝 놀란 소리를 냈다.

"던전에는 온갖 끔찍한 함정들이 배치되어 있다! 학생들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 함정들을 돌파해야 해. 총 4단계다."

사회자가 얼른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번 시험은 함정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한 사고력과 추리력이 중요하겠군요!"

"1단계랑 2단계는 그렇겠지. 사실 이 시험의 함정들은 거의 웬만하면 발동하게 되어 있다."

"웬만하면 발동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별야가 히죽거리며 팔짱을 꼈다.

"3단계를 보여봐."

화면이 돌아가고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공간이 튀어나왔다.

"이, 이게 함정입니까?"

"그럼."

화면에서는 스켈레톤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었는데, 그 스켈레톤이 네크로맨서의 명령을 받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내 붉은 표시가 된 선을 넘기 무섭게.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사방에서 수백 개의 날붙이들이 날아와 바닥에 박히기 시작했다. 스켈레톤은 정신없이 달리다가 결국 창에 찔려 쓰러졌고 그 위로 날붙이들이 산을 쌓았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입을 틀어막거나 경악성을 내질렀다.

"이런 느낌?"

별야가 어깨를 으쓱했다.

처음에 전달받았던 것보다 훨씬 강한 수위에 사회자도 당황해서 입을 뻐끔거렸다.

"......지금 저런 곳에 학생들을 집어넣는다는 소린 아니시겠죠?"

"어, 맞는데? 그것도 키젠 교복 벗기고 맨몸으로."

사방팔방에서 아우성이 쏟아졌다. 기겁하며 본인 자식의 이름을 목 놓으며 부르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이미 늦었어! 애들 싹 다 신체 포기각서에 서명하고 대기실에 있다. 열심히 응원이나 하셔."

그때 배가 불룩 튀어나온 귀족이 별야에게 소리쳤다.

"이, 이건 교육도 뭣도 아니야! 당장 내 아들을 저기서 빼주시오!"

"맞아! 너무 지나치지 않소!"

몇몇 귀족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별야가 그쪽으로 중지손가락을 내밀었다.

"까는 소리 처하고 앉아 있네."

그녀의 기행에 오히려 당황한 건 관중들이 쪽이었다.

"개학 전에 키젠에서 학부모들한테 싹 다 편지 돌렸다매? 이거 준전시 커리큘럼이고 X나 힘들 거고 어쩌고저쩌고 나불나불. 암튼 다 말했고 니들도 동의한 걸로 알아."

"하,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줄 몰랐소!"

"몰랐어? 몰랐다고? 아이고 우리 아들이 글쎄 키젠에 다녀요 동네방네 자랑만 할 줄 알았지. 니네 자식들이 어떤 고생을 하게 될지 관심도 없냐? 니들은 X발 부모도 아니야."

얼굴이 시뻘게진 남자가 입술을 덜덜 떨었다. 사회자가 기겁한 표정으로 말렸지만 별야는 기어이 한마디 더 했다.

"그리고 여기가 어디 X밥도 아니고, 안전장치는 다 되어 있으니 그냥 입 다물고 쳐봐라. 뭣보다 걔들은 니네 애들이기 전에 키젠의 네크로맨서다."

실제로 내공 있는 학부모들은 덤덤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키젠이 이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괜히 시간만 뺏겼네."

별야가 팔로 뒷머리를 받혔다.

"진행하라고 해."

* * *

시몬은 새벽부터 밖으로 나와서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전교생이 단체로 텔레포트로 이동했다.

그 뒤로 텔레포트를 두 번 정도 더 한 것 같다. 아예 머리띠로 눈을 가리고 이동하기도 했다.

잠시 뒤 머리띠를 풀라는 말에 띠를 풀고 주위를 둘러보자, 전구 하나 매달려 있는 음침한 지하방 어딘가였다. 벽을 손바닥으로 훑어보니 무척이나 오래된 장소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전면에는 철장이 보인다. 힘으로는 깰 수 없는 장치였고, 사령학 지망생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흑마법까지 걸려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모두가 예상했던 테마로 내줬네.'

누가 봐도 던전 같은 느낌을 풀풀 풍기는 장소.

시몬은 '함정 해제' 같은 트레저 헌터들의 지식을 따로 공부하진 않았다. 이번에 습득한 신기술들을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드는 데에만 시간을 할애했다.

'막상 이렇게 되니 좀 아쉽다. 공부해 올 걸 그랬나.'

[크하하! 쓸데없는 잔기술 따위 배울 틈이 없다. 소년!]

품 안에서 피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매그너스가 감지하지 못하도록 개조한 피어의 새로운 분신이었다.

[결국 모든 건 실력으로 귀결된다! 네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들을 믿어라!]

'네, 피어. 그보다 다시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뻐요!'

[크흐흐흐!]

그동안 계속 허전하다는 느낌이었는데, 피어가 합류하니 말 상대도 있고 좋았다.

시몬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 독방의 천장에서 방송음이 들렸다.

-실행본부에서 전파하겠습니다. 지금부터 2차 종합 흑마법 평가의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그 말에 시몬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귀를 쫑긋 세웠다. 천장의 마나 투사기가 작동하며 전면으로 스크린을 띄웠다.

-화면에 보이는 물건이 여러분이 파괴해야 할 최종 목표입니다.

최종 목표는 호화로운 진열대에 놓인 '성배'였다. 아무래도 대프리스트전을 대비해서 에프넬 측의 성배를 파괴하라는 컨셉으로 설정한 것 같았다.

-물론 성배를 파괴하러 가는 여정은 험난합니다. 여러분이 수많은 방해를 뚫고 성배를 파괴하면 시험이 종료됩니다. 성배를 파괴한 시간에 따라 순위가 매겨집니다. 다음은 문을 열 수 있는 버튼입니다.

화면에서 빨간색 버저가 벽에 붙어 있는 게 보인다.

-이 버저를 누르면 다음 장소로 향하는 문이 열립니다. 이상, 행운을 빕니다.

[흠. 이게 설명 끝인가?]

'간단하네요.'

버저를 누르면 문이 열린다. 그렇게 계속 전진하다가 성배를 파괴하면 끝.

언제나 그렇듯 룰은 심플했지만, 결코 쉬운 시험은 아닐 것이다.

'키젠 교복이 없다는 게 좀 부담되긴 하네.'

시몬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이 아무런 방호마법도 없는 체육복 하나만 덜렁 입었다. 1학기의 커리큘럼에 비하면 확실히 전체적으로 위험도가 많이 늘어난 편이었다.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철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좋아.'

시몬은 각오를 다지며, 열리는 철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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