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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35화 (235/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35화

손님들로 북적이는 키젠 교정에서 한참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별장.

그 건물에서는 1학년 수업에 들어가는 키젠 교수들이 와인 한잔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시험은 본부에서 통제하며, 교수들은 시험에 관여하는 게 엄중히 금지되어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특례 1번! 시몬 폴렌티아의 학생의 돌파! 저건 불굴의 의지를 넘어선 수준입니다!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요?

시몬의 활약에 교수들도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역시 잘해 잘해."

"처음엔 왜 특례 1번인가 싶었는데, 계속 눈에 띄네. 나도 좀 가르쳐 보고 싶다."

"성장세가 가팔라요. 선행학습을 안 해왔단 건 아마 거짓말이겠죠?"

"진짜일걸. 필기 성적을 보면 또 개판이잖아? 그냥 쟤는 재능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한 뾰족머리 교수가 옆을 돌아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 발터 교수!"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던 발터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대단해! 아주 대단해!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특례 1번에 손댄 거야? 바로 배운 거 써먹잖아! 교수로서 이럴 때 보람 느끼고 기분 좋지!"

발터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모두 실라지 교수님의 연구성과 덕분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어려워할 필요 없어! 옛날처럼 교수 학생 사이도 아니고, 자네도 이제 우리와 동등한 키젠 교수 아닌가!"

"감사합니다."

발터가 안경을 붙들고는 눈을 조용히 빛냈다.

시몬에게 클라우드를 가르쳐 주기는 했지만, 그걸로 블러드 골렘을 만들어 쓰는 건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아론 교수, 자네는 요즘 일할 맛 나겠어."

이번엔 뾰족머리 교수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이미 두 명의 교수에게 축하인사를 듣고 있던 아론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게 얼마만의 제대로 된 소환학 지망생인가! 벌써 차기 키젠 학생회장감이라고 소문이 자자해. 저 오리지널리티가 느껴지는 청록색 블러드 골렘도 자네 작품이지?"

"저는......."

쨍!

유리잔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모두의 시선이 돌아간 곳에는 바힐이 미소 짓고 있었다.

그가 떨어뜨린 와인잔은 엉망으로 깨져 흩어져 있었고, 레드 와인은 바닥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실수로 떨어뜨렸다."

"......."

누가 봐도 일부러 떨어뜨린 거였다.

바힐이 성큼성큼 빠른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론이 한숨을 쉬었다.

"너 미쳤냐."

"아론 선배, 잠깐 저 좀 봅시다."

"바힐."

아론이 서늘하게 눈을 치켜떴다.

"교수님들과 부총장님도 계신데 무슨 실례냐. 치워."

바힐이 고개만 움직여 아론을 보았다. 아론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정적 속에서 두 사람만이 시선을 마주했다.

홀짝.

소파에 앉아 홀로 와인을 즐기며 경기를 감상하던 제인도 비로소 두 사람을 보았다.

"시몬 학생이 새로운 블러드 골렘을 만들었군요."

바힐이 손짓하자, 마룻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깨진 유리잔과 와인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잔 조각들이 합쳐서 새것처럼 변하고 그 안의 쏟아졌던 와인이 담겼다.

상당히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한 작업을, 바힐은 간단히 해냈다. 어느새 그의 손에 새것 같은 와인 잔이 들려 있었다.

"결합학문으로 만드는 흑마법 아닙니까? 소환학을 베이스로, 혈류학과 저주학이 더해져야 하지요."

아론에게 향해 있던 바힐의 시선이 천천히 발터에게로 옮겨졌다.

"저도 저주학 자문으로서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 텐데."

와그작!

손에 든 와인잔이 흔적도 없이 쪼개지더니 바람에 녹아 사라져 버렸다.

"굳이 둘이서 절 따돌리니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군요."

"오해십니다.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바힐 교수님."

발터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저 푸른 블러드 골렘을 감싸고 있는 건 '클라우드'라고 합니다. 그의 SM-1 혈액을 이용한 기술인데......."

발터의 설명이 이어지는 사이, 떡밥이 식었는지 다른 교수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며 다음으로 통과하는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설명을 듣고 있는 바힐도 비로소 오해가 풀렸는지 표정이 한층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겁니다. 저도 블러드 골렘은 여기서 처음 봤습니다."

바힐이 느긋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발터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렸다.

"새로 오신 혈류학 교수님께서는 아주 유능하시군요. 앞으로도 같이 잘해보죠."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발터는 살짝 어깨가 아려오는 기분을 느꼈다. 바힐이 아론을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아론 선배. 우리 내기 하나 할까요?"

아론이 만사가 귀찮은 표정으로 다크서클을 매만졌다.

"또 뭐."

"마지막에 시몬 학생이 택하는 게 어느 쪽일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바힐은 천천히 등을 돌리며 덧붙였다.

"저는 자신 있습니다."

* * *

"후우. 허억! 헉! 허억!"

빨간 버저를 누르자 비로소 모든 함정이 멈췄다.

'......해냈다.'

정신이 혼미하고 온몸이 욱신거렸다. 시몬은 휘청거리며 벽에 등을 기댔다.

아니, 벽에 등을 기대려 했지만, 등 뒤에 꽂힌 무기가 아파서 다시 제자리에 섰다.

[소년! 괜찮나?]

'아, 네. 블러드 골렘 덕분에 살아는 있네요.'

블러드 골렘의 가장 핵심적인 능력은 '라이프 링크'를 통한 술사와의 데미지 분배에 있다.

시전자가 받는 외부 타격의 80%를 골렘이 대신 나누어 받는다. 창이나 칼에 찔려도 골렘의 몸에 큰 상처가 나고 시전자는 찰과상 정도의 상처만 입는다.

바로 이를 위해 블러드 골렘은 '라이프 링크'라는 고난도의 저주를 습득이 필수적이지만, 시몬은 이미 클라우드라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론은 클라우드로 라이프 링크와 흡사한 효과를 내도록 했고, 그 덕분에 1학년인 시몬도 블러드 골렘을 배우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천장 어딘가에서 선명한 방송음이 들렸다.

-5분 후에 마지막 4단계 시험장소로 텔레포트 됩니다.

-시험자의 모든 장비, 바닥에 떨어진 소지품, 소환수 등이 함께 텔레포트 됩니다.

-3단계 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여기서 시험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시험 종료를 선언하는 경우, 3단게를 통과한 시간에 따라 순위가 매겨집니다.

'역시 하나 더 남았구나.'

물론 이대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시몬은 팔을 뒤로 가져가 등에 꽂힌 창을 붙잡아 당겼다.

'고마워 골렘.'

시몬이 창을 붙잡아 당기자 다른 고통 없이 쑥 하고 뽑혔다. 아까 화살 하나 뽑느라 낑낑대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쟁그랑!

창을 떨어뜨리고 상처가 난 곳을 만져보자 관통상임에도 불구하고 상처의 크기는 무척 작았다. 여기에 포션을 부으니 거짓말처럼 쉽게 나았다.

'신기하다. 이게 라이프 링크의 효과란 거지?'

술사의 피로 만들어져 술사의 피해를 대신 받는 소환수, 자신이 만들었지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쿵!

절그덕!

몸에 박혀 있던 모든 무기들을 빼내고 포션으로 회복한 시몬은 가볍게 제자리에서 뛰어보았다.

훨씬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제대로 못 움직이겠네.'

블러드 골렘을 만드느라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피로한 상태에서 체내 칠흑 분화까지 사용했다. 사실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시험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이제 막 미달 선을 넘었을 뿐이고, 순위권에 들기 위해서는 마지막 단계까지 통과해야 한다.

-시험 포기 사인이 없었으므로 4단계 시험장소로 이동합니다.

-자리에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우웅!

두 발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장소가 바뀌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실외로 나왔다. 노을 진 하늘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황량한 황무지가 보인다.

시몬의 옆에 블러드 골렘도 같이 전송되었는데, 라이프 링크로 타격을 대신 받아 몸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시몬은 고맙고 미안하기도 해서 손바닥으로 몸체를 살짝 쓰다듬었다. 흐물렁거리는 촉감이었다.

'근데 여기서 뭘 어떻게 하란 거지?'

-메모라이즈 마법을 발현합니다.

갑자기 머릿속으로 이 장소 전체의 지도가 들어왔다.

그냥 하나의 황무지 같은 섬이었고, 섬 곳곳에 100개의 성배가 뿌려져 있었다.

-이곳은 코볼트의 섬입니다.

-현재 섬에는 300명의 인원. 100개의 성배가 존재합니다. 성배를 파괴하면 합격. 성배를 부수지 못한 학생은 3단계 시험을 통과한 시점의 순위만 적용됩니다.

-굶주린 코볼트들이 당신을 반길 것입니다.

시몬이 주위를 둘러보자, 저주받은 요정처럼 생긴 갈색 피부의 몬스터들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크흐흐흐! 키젠 이것들은 역시 제정신이 아니야! 그야말로 극한을 시험하는군!]

이 시험의 마지막은 몬스터를 뚫고 목표물을 파괴하는 경쟁전이었다.

시몬은 다시금 정신을 다잡았다.

블러드 골렘을 만드느라 3단계를 클리어한 시몬의 속도는 평균보다 느린 편이었다. 아직 안전하다고 볼 수 없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학생들이 성배로 가고 있다.

'좋아. 마지막까지 최선을.......'

퍽!

옆에서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다.

시몬이 고개를 돌려보자, 어느새 블러드 골렘이 한 코볼트를 때려잡고 있었다. 코볼트가 쓰러지자 그 안면에 손바닥을 올렸다.

쭈우우우욱!

코볼트의 피가 블러드 골렘에게로 빨려들었다.

'!'

그러자 시몬의 몸에 있던, 미처 치료하지 못한 찰과상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서서히 상처가 회복되어갔다.

'이게 블러드 골렘의 회복 효과구나!'

블러드 골렘은 다른 생명체의 혈액을 흡수해 본인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블러드 골렘이 회복하는 만큼, 술사인 시몬의 체력도 그에 비례하여 회복된다.

상처를 대신 받는 건 물론, 회복까지 '라이프 링크'의 효과가 적용되는 것이다.

퍼억! 퍽!

블러드 골렘이 묵묵히 코볼트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위험도 3급 몬스터 중에서도 약한 측인 코볼트가 골렘을 이길 리가 없었다.

시몬의 몸에 상처가 회복되고 오락가락하던 정신도 돌아오기 시작한다.

'좋아.'

코볼트를 다 쓰러트린 블러드 골렘이 쿵쿵 소리를 내며 시몬의 앞으로 왔다. 시몬은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었다.

처억!

두 팔을 블러드 골렘의 앞으로 세웠다. 골렘의 머리 위로 마법진들을 연달아 펼쳤다.

'끝까지 가보자!'

쉬이이이이이이!

핵을 중심으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블러드 골렘의 몸뚱이가 기체처럼 변하며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골렘의 몸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중심에 있는 골렘의 핵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골렘을 유지하고 있던 모든 클라우드가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좋아, 다음 단계.'

시몬이 초대형 아공간을 열고 스켈레톤들을 우르르 밖으로 불러냈다.

각각 창과 방패를 든 일반 스켈레톤 20기와 스켈레톤 아처 3기.

도합 23기의 언데드들.

현재 시몬이 동시 컨트롤 가능한 언데드는 6기에 불과했다. 그 숫자에서 4배에 가까운 수였다.

[크하하하! 이 숫자는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소년!]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시몬이 두 팔을 내렸다.

촤아아아아아아악!

블러드 골렘을 빨아들인 마법진에서, 클라우드가 쏟아져 나와 스켈레톤의 체구를 감쌌다.

클라우드를 골렘에만 쓰란 법은 없었다. 그간의 훈련으로, 이미 스켈레톤과 클라우드의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집중!'

23기의 모든 스켈레톤의 뼈 위에 블러드 골렘으로 정제된 클라우드가 입혀졌다.

마치 갑옷을 추가로 입는 것처럼, 투박한 뼈마디가 청록빛으로 물들고, 두개골의 눈에는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온다.

-따닥! 딱!

-따다다닥!

클라우드를 휘감은 강화 스켈레톤들이 각자 독특한 자세로 무기를 어깨에 올리거나 검을 기울이고 활을 세웠다.

펄럭!

등 뒤에는 클라우드로 이루어진 청록빛의 망토가 휘날렸다.

클라우드의 효과로 시몬은 자신의 한계 컨트롤 능력을 초월해 23기의 강화된 스켈레톤들을 내 몸처럼 다룰 수 있게 된다. 심지어 블러드 골렘의 '흡혈'과 '라이프 링크'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소환형 언데드도, 자연형 언데드도, 심지어는 군단도 아닌, 오로지 시몬만이 쓸 수 있고 시몬만을 따르는 언데드들.

<시몬 오리지널 - 친위대(親衛隊)>

-케륵!

코볼트들의 소리가 들린다. 시몬의 눈동자가 그쪽으로 움직였다.

슈콰악!

슈콱!

시몬의 시선이 닿자마자 열 기의 스켈레톤들이 대쉬를 사용하며 단칼에 3급 몬스터의 목을 쳐낸다.

스륵.

스켈레톤 아처들이 화살을 시위에 매겼다. 클라우드가 화살을 감싸며 인챈트를 걸더니 그대로 날아가 코볼트들의 미간을 꿰뚫었다.

스으으으으.

마지막으로 한 줌의 클라우드가 '관'의 형태로 변해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시몬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시몬이 관을 눌러쓰자 23기의 모든 스켈레톤들의 존재감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의 한쪽 눈동자 또한 선명한 에메랄드빛으로 변했다.

'가자.'

처억!

척!

23기의 친위대들이 무영의 망토를 휘날리며 시몬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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