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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40화 (24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40화

"지금 바로 난입하겠습니다."

로레인이 금방이라도 뛰어들 기세로 무릎을 굽히고 칠흑을 일으켰다.

하수인들이 깜짝 놀라며 만류했다.

"고, 곤란합니다!"

"잠깐만요, 아가씨. 지금 당장 난입해 봐야 득이 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중에 유난히 차분한 하수인 한 명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로레인이 계속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했다.

"세르네 아인다르크의 범죄 증거를 찾는 게 우리의 목푭니다. 지금 우리가 돌입해서 그녀를 추궁해도, 그녀는 시몬 학생의 몸에 꽂혀 있는 깃털을 없애고 아무 짓도 안 했다며 발뺌할 겁니다."

"......그럼 시몬이 저렇게 몸과 마음을 조종당하고 있는데,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란 건가요?"

정신지배에 당해 버린 시몬은 세르네의 인형이 되어버렸다.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세르네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며 감정을 착취당하고 있다.

친구로서 차마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하지만 하수인은 냉정하게 말했다.

"필요한 희생입니다. 아가씨."

희생이란 말에 로레인의 동공이 붉은빛으로 번뜩였다.

몇몇 하수인들이 작게 침음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지만, 그녀와 이야기하는 하수인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셔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그녀의 악행을 밝혀서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면,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시몬 학생을 노릴 겁니다. 키젠 생활 내내 시달릴지도 모르겠군요. 아가씨는 정녕 시몬 학생이 불행해지길 원하십니까?"

"......."

결국 로레인이 칠흑을 거두어들였다. 하수인은 속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더."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가 이를 뿌득 갈았다.

"지켜보겠습니다."

* * *

시몬과 세르네는 착실히 커플 연기를 하며 랭거스틴을 활보했다.

예법으로 규정된 에스코트에는 빠삭한 시몬이었지만, 이런 식의 자유로운 길거리 데이트는 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여전히 세르네는 부담스러운 상대였기에 상당한 심력이 소모됐다.

'......피곤해. 슬슬 미행자들이 가 줬으면 좋겠는데.'

시몬이 슬쩍 시선을 굴려보았지만, 여전히 그 상아탑의 미행자들이 멀찍이서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 시몬! 저거 하러 갈래요?"

세르네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어느새 쇼핑은 뒷전이 되고, 그냥 랭거스틴 골목탐방처럼 변질되어 버렸다.

"이제 슬슬 옷 사러 가......."

"빨리요!"

시몬이 그녀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대체 얘는 왜 이렇게 신난 거야.'

그렇게 그녀가 시몬을 데려간 곳은 공을 던져서 인형을 맞춰서 따내는, 그런 흔하디흔한 가판대 게임이었다.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는지 적지 않은 커플들이 몰려 있었다.

"어서 오십셔!"

사장이 활짝 웃으며 뛰어나왔다.

"두 분 한 게임씩 하시겠습니까?"

"아! 저는 이런 거 잘못해서 구경만 하려구요~"

세르네가 내숭을 떨며 시몬의 손에 공을 들여주었다.

시몬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자기가 하자고 해놓곤.'

"아, 손님! 혹시...... 네크로맨서 분이십니까?"

바로 알아봐서 놀랐다. 시몬은 발뺌하기보단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크로맨서 손님은 이쪽입니다!"

펄럭!

갑자기 손님들이 던지던 인형 뒤편의 천이 걷히며, 거의 두 배는 먼 곳에 인형이 보였다. 인형의 사이즈도 훨씬 작아져 있었다.

'이런 거였구나.'

시몬이 쓴웃음을 흘렸다.

"흑마법은 사용금지인데, 도전하시겠습니까?"

"해볼게요."

도전은 마다하지 않는다.

시몬이 세르네를 돌아보며 말했다.

"뭐 가지고 싶어?"

"저기 하얀 곰이요!"

처억.

바로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자세를 잡은 시몬이 무릎을 들어 올렸다.

두 손으로 붙잡은 공을 머리 뒤로 넘겼다가 가슴으로 오는 동작으로 전환되고, 다리를 앞으로 내뻗으며 힘껏 던졌다.

슈쾅!

영지일과 마투로 단련된 순수한 힘.

공을 던졌다기에는 무슨 포탄을 날린 소리가 났다. 일반인들이 깜짝 놀라며 시몬을 바라보았다.

부웅!

공은 아슬아슬하게 인형의 끝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시몬이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아까워요~ 파이팅 파이팅!"

세르네가 팔을 흔들며 응원했다.

사실 별생각 없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은근히 오기가 생긴다. 옆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고, 보는 사람도 많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몬이 진지해진 얼굴로 공을 하나 더 붙잡고는 같은 방식으로 던졌다.

슈쾅! 소리와 함께 이번엔 공이 인형의 귀에 맞으며 떨어졌다.

"아아! 아깝습니다!"

사장이 분위기를 띄웠다. 시몬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대충 어떤 건지 알겠네.'

눈치는 챘다. 조금 김이 빠졌지만 최선을 다해 마지막 공까지 던졌다.

이번에는 인형의 옆구리를 제대로 맞췄지만 역시 인형은 넘어가지 않았다. 사장이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 마지막 공은 정말 아까웠습니다! 한 판 더 하시겠습니까?"

"아뇨, 그만할게요. 재밌었습니다."

시몬이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세르네가 아쉬운 듯 동전을 꺼냈다.

"그럼 다음엔 나도 해볼래요!"

세르네의 운동신경으로는 절대 못 맞출 게 뻔했다. 시몬은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그녀는 사장에게 돈을 낸 뒤였다.

"시몬은 저기 아이스크림이나 좀 사 와봐요!"

"? 아까 먹었잖아."

"또 먹고 싶어요! 아!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 다른 곳 간다!"

그녀가 계속 보채자 시몬은 하는 수 없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얍!"

홀로 남은 그녀가 제자리에서 깡총 뛰며 팔다리를 휘적거리는 엉망진창인 자세로 공을 던졌다. 공은 정면도 아니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며 통통 튕겨 나갔다.

곳곳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귀엽네."

"열심히 해봐~!"

지켜보던 남자들이 낄낄대며 말했다.

어느새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시몬이 인파에 섞여 보이지 않자, 세르네는 싱긋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긴 상앗빛 머리카락을 붙잡아 넘겼다.

머리카락 속에서 하얀 깃털이 빠져나왔고,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공이랑 같이 쥐었다.

그녀가 다시 깡총 뛰며 공을 던졌다.

지켜보는 누구나 이번에도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슈콰아아앙!

갑자기 공이 번개에 휩싸이더니, 한 줄기 눈부신 섬광이 되어 날아갔다.

"뭐......?"

사람들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인형의 중앙에 공이 맞자 난데없이 아래의 나무 바닥이 통째로 박살 나며, 그 안에서 커다란 쇠기둥 같은 게 튀어나왔다.

그냥 인형을 진열대에 얹은 게 아니라 쇠로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

공은 바닥을 드러내는 걸로도 모자라서, 계속 나아가 뒤편의 벽까지 산산조각 내며 창고 건물을 통째로 폭삭 주저앉게 만들었다.

"......."

"......."

쿠구구구구구!

주위가 시커먼 흙먼지로 뒤덮였다.

입을 쩍 벌린 채 황망한 표정으로 눈동자만 굴리고 있던 사장이 다가오는 세르네를 보며 겁을 집어먹었다.

"네크로맨서들을 골려 먹는 게 재밌으신가 봐요?"

그녀가 생긋 웃으며 아공간에서 동전 주머니를 꺼내 사장의 발밑에 툭 떨어뜨렸다.

"이건 수리비예요. 번창하세요~"

그녀가 상앗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걸어갔다.

그때 마침 시몬이 아이스크림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도착했고, 세르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요조숙녀 같은 걸음걸이로 맞이하러 갔다.

"갑자기 저게 다 무슨 일이야?"

"몰라요~ 고장 났나 봐요!"

두 사람이 사라지자, 사장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지는 축축한 물기로 젖어 들고 있었다.

* * *

옷 가게도 몇 군데를 들렸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옷이 없다며 세르네는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시몬이 슬슬 피곤해하는 게 보였는지, 세르네는 융통성을 발휘해 시몬이 좋아하는 네크로맨서 상점에도 들렀다.

시몬의 집중력은 바로 물 만난 고기처럼 살아났다.

"그거 사요."

시몬이 스켈레톤 아처 세트 앞에 한참을 머물러 있자 세르네가 말했다.

"아, 이건 내 돈으로 살게!"

"쇼핑값은 내가 내기로 했잖아요."

세르네가 시몬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카운터에 가서 돈부터 지불했다.

부자라서 그런지, 그녀는 일관되게 돈부터 내고 봤다.

"손님. 죄송하지만 바닐라 브랜드는 한 세트만 남았습니다."

재고를 확인하던 점원이 말했다.

"다른 브랜드는 어때요?"

바닐라가 아니면 안 된다. 시몬이 그런 표정으로 점원을 보자 서류판이랑 펜을 하나 넘겨주었다.

"주소 적어주시면 이틀 안에 배송해 드려요."

"로크섬도 가능한가요?"

"물론이죠!"

가게가 워낙 비좁고 사람이 많아서 시몬과 세르네는 잠시 밖으로 나와 명부를 작성하기로 했다.

"윽, 악필이네."

점원이 직접 쓴 건데, 엄청나게 휘갈긴 듯한 글씨체라 알아보기 힘들었다.

손거울을 들고 화장을 점검하던 세르네가 한쪽을 가리켰다.

"여기에 이름 쓰란 건가 보네요. 그 밑이 주소."

"아, 맞네."

고개를 끄덕인 시몬이 깃펜을 움직이려는 바로 그때.

꽈아아아아앙!

넌데없이 하늘에서 새까만 포탄들이 날아와 폭발을 일으켰다.

건물에 불꽃이 치솟으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

"테러! 테러다!"

평화로웠던 일상의 분위기가 무너지며 거리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렸다.

"무슨 일이야?"

시몬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엉!

그가 일어나기 무섭게, 방금 쓰려고 했던 서류에 붉은 단검이 틀어박혔다.

"오호, 언제 오나 했더니."

세르네가 빙긋 웃으며 손끝에서 깃털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것을 던지자 공중에서 채앵! 하는 충돌음과 함께 단검이 상쇄되어 바닥에 박혔다.

"물러나요~ 시몬."

이내 검붉은 섬광 한 줄기가 혜성처럼 내리꽂혔다.

세르네가 깃털 다수를 꺼내 정면에 흩뿌렸다. 허공에서 콰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대폭발이 일어났다.

시몬이 기겁하며 물러나자, 폭발 속에서 두 소녀가 단검과 깃털을 맞댄 채 서로를 노려보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에게!"

검은 머리 습격자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뭘 쓰게 하는 거야!"

시몬의 눈이 확 커졌다.

"로, 로레인?"

그녀의 뒤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하수인들이 하나둘씩 내려왔다.

순식간에 포위당했지만 세르네는 여유로운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도둑고양이처럼 힐긋힐긋 훔쳐보는 게 거슬렸는데, 언제 내려오나 싶었어요."

이번엔 세르네의 쪽의 하늘에서 불꽃과 전격 등의 흑마법들이 쏟아졌다. 로레인과 하수인들이 급히 물러나 피했다.

"아!"

그들은 상아탑의 미행자들이었다.

아까의 선제공격을 방어마법으로 막아냈는지 모두 무사한 모습이었다.

"세르네는 제가 맡겠습니다."

로레인이 하수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수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아탑 측의 미행자들에게로 향했다. 동시에 로레인과 세르네가 격돌하며 폭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깃털과 단검이 현란하게 부딪혔다.

"사실~ 요즘 당신이 감시하는 게 좀 짜증 나던 참이었거든요. 버릇을 고쳐놔야겠어요."

세르네가 다수의 깃털들을 손가락에 끼며 덧붙였다.

"개로 만들어서 내 구둣발을 핥게 해드릴게요."

"그전에 네 목덜미에 구멍 나는 게 먼저겠지!"

난데없이 키젠과 상아탑이 거리에서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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