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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42화 (242/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42화

무도회에서 입을 옷을 구매한 뒤, 시몬과 로레인은 함께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키젠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아직 공식으로 지명의뢰를 받은 게 아니었고, 의뢰서도 수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젠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부총장 제인이 시몬과 로레인을 불렀다.

두 사람은 제인의 연구실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그래서."

옆에서 걷는 로레인이 시몬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모든 건 세르네에게 진 빚을 갚으려는 의도였고, 랭거스틴에서 세르네랑 붙어 다닌 건 상아탑 사람들 앞에서 친근함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였다."

"응. 응. 바로 그거야!"

오해를 풀기 위해 시몬은 열심히 해명했다.

"질이 나쁘네."

모든 설명을 들은 로레인이 눈을 꾹 감았다.

"깃털만 안 썼을 뿐이지. 걔는 어떻게든 자기가 사람을 쥐락펴락하지 않으면 성에 안 차는 모양이야."

"......하하."

그렇게 로레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제인의 연구실에 도착했다.

로레인이 나서서 노크했다.

"제인 교수님. 임무 수령 건으로 왔습니다."

달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알아서 열리더니, 저 멀리 책상에 앉은 제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주말임에도 서류의 산에 파묻혀 있었다.

"어서 와요."

두 사람이 걸어가 제인의 앞에 기립했다.

"두 사람 앞으로 온 지명의뢰입니다. 의뢰자는 드레스덴 왕국의 몰리 공주님이십니다."

제인이 간단히 브리핑했지만 모두 아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 모두 지명의뢰를 수락하기로 하고 편지를 품에 넣었다.

"여러분은 키젠을 대표해서 왕실 행사에 가는 겁니다. 몸가짐과 언사에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고 키젠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이상."

두 사람이 인사를 했다. 돌아가려던 로레인은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보며 조용히 한마디 했다.

"엄마 때문에 고생 많으세요. 교수님."

"어쩔 수 없죠."

제인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네프티스 님이 절 주워왔을 때부터 이럴 운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몬 폴렌티아."

시몬이 바짝 긴장하며 대답했다.

"네, 교수님!"

"몸은."

그녀가 깃펜을 잠시 멈추며 고개를 들었다.

"괜찮나요?"

"!"

조금은 의외였다. 저 차가운 제인 교수님이 걱정해 주시다니!

시몬은 뭔가 뭉클한 기분을 느끼며 대답했다.

"넵!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다음 초급 흑마법 수업의 브리핑을 기대하세요."

"......네?"

"전체 1위에서 10위로 떨어지다니, 소환학 지망생에게 불리한 테마였다는 걸 감안해도 편차가 너무 큽니다."

제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음 주에 철저하게 분석해서 물어뜯을 테니, 미리 각오하고 있으란 뜻입니다."

실내였는데도 시몬은 오한에 몸이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다, 다음엔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물론이죠. 가보세요."

제인이 다시 깃펜을 들었고, 시몬과 로레인이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

학생들이 떠나고 문이 닫힌 뒤에, 제인은 깃펜을 내려놓았다. 책상에 설치된 마나 투사기를 톡 건드리자, 아까 보던 영상이 계속 재생되었다.

시몬이 '친위대'로 코볼트를 쓸어버리며 전진하는 영상이었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들리자 제인의 입꼬리에도 미소가 걸렸다.

벌써 몇 번을 돌려보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처음이네.'

그녀는 키젠의 부총장이자 담당교수였지만, 처음으로 직속제자를 가질 수 있는 과목교수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 * *

다음 날 오후.

무도회용 턱시도를 빼입고, 나비넥타이에 구두까지 신은 시몬은 대형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언덕으로 향했다.

그런데 학교생활 자체가 처음이었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시, 시선 엄청 끌리네.'

남들 다 교복을 입고 있을 때, 나 혼자 다른 옷을 입고 있으면 엄청나게 튀어 보인다는 사실을.

기숙사 복도에 내려갈 때부터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되더니, 교정 밖에 나오자 무수한 눈길이 꽂혔다.

"와, 저 1학년 넥타이 봐. 귀엽네~"

"어디 파티라도 가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교복을 입고 왔다가 텔레포트로 넘어간 뒤에 갈아입는 건데.

급하게 준비하느라 아무 생각이 없었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전부 자신의 옷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몬은 빠른 걸음으로 교정을 빠져나와 언덕을 올랐다.

'망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들 임무평가 때문에 어제 출발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임무평가 하러 나가는 학생들도 꽤 많았다.

당연히 그들의 시선은 시몬에게 집중되었다.

"오우! 소꿉친구 생일 파티 가냐?"

"야, 촌놈! 포켓치프 그거 가슴에 꽂는 게 아니라 머리에 두르는 거 모르냐?"

"푸하하하!"

어쩐지 대놓고 도발하는 목소리가 익숙하더니, 헥토르의 파벌들이었다. 정작 헥토르는 보이지 않았다.

"임무평가 기간에 턱시도? 팔자 좋네."

"괜히 특례 1번이겠냐. 또 어디 지명받아서 귀부인들 뒤치다꺼리해주고 돈 받아오겠지."

"역시 대~단해. 우리들이랑은 격이 다르다니까."

파벌들이 점점 도발의 수위를 올렸다. 덩달아 시몬을 보는 몇몇 학생들의 시선도 따가워졌다.

'나 참.'

A반에서는 저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헥토르가 이들의 억제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시몬이 입을 열려는 그때.

"격이 다른 걸 알고 있으니 다행이네요~"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학생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몬의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의 팔에 손을 올린 소녀는 머리색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아이보리 컬러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임무평가 기간에 귀부인 뒤치다꺼리나 해서 미안하네요."

세르네가 섬뜩한 웃음을 흘리자, 헥토르 파벌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이런 미친!'

'세, 세, 세르네랑 같이 가는 거였어?'

아무리 헥토르 파벌의 우산이 막강하다고 해도, 세르네 아인다르크는 격이 다른 괴짜였다.

최악의 인간을 적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었다.

"일찍 왔네."

차박.

이번에는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밤하늘 같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모습에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모두가 입을 벌렸다.

'로레인 아크볼드!'

'네프티스 님의 딸 맞지?'

'......지, 진짜 예쁘다.'

로레인이 시몬의 옆으로 와서 섰다.

"시몬, 분위기 왜 이래?"

"아~"

세르네가 귀밑머리를 넘기며 대신 대답했다.

"저어기 어떤 사람들이, 자기들은 못 받는 지명의뢰 하러 간다고 시몬을 질투하고 있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로레인이 차가운 시선으로 헥토르 파벌들을 응시했다.

'크윽.'

'......학교생활 꼬이는 소리 들린다.'

그 짧은 시간 내에 하필이면 저 두 사람에게 찍히다니, 파벌들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에게 슬쩍 동조했던 학생들은 진작에 나 몰라라 다른 곳으로 도망친 뒤였다.

"자!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그때 마침 텔레포트 관리원의 외침이 들렸다.

"게론 영지로 가실 학생들 먼저 입장하시겠습니다!"

"네!"

타이밍 좋게 텔레포트 마법진이 그들을 살렸다.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헐레벌떡 도망치는 헥토르의 파벌들을 보며, 세르네가 큰 소리로 웃었다.

"신경 쓰지 마. 시몬."

로레인이 말했다.

"응."

시몬이 로레인의 드레스 차림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진짜 드레스 잘 어울리네."

"고마워. 너도 턱시도 잘 어울려."

"나? 나는 여기에 오는 내내 비웃음만 받았는데."

"글쎄요~"

옆에 서 있던 세르네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게 과연 비웃음이었을까요?"

* * *

세 사람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바로 드레스덴의 왕궁으로 넘어왔다.

한쪽에서는 마차들이 멈추고 호화로운 차림의 귀족들이 내리고 있었고, 왕실 집사들이 그들을 공손히 안내했다.

시몬도 드레스를 입은 두 소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왕실 집사복을 입은 남자가 뛰어왔다.

"키젠에서 오신 분들이죠? 공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세 사람은 일반 손님들과는 다른 루트로 안내받았다.

'하긴, 일단 우리가 온 명목은 몰리 공주의 경호니까.'

시몬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왕족이 기거하는 궁전답게 크고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는 호화로운 레드카펫, 벽면은 온통 황금으로 치장된 장식으로 뒤덮여 있다. 빈 공간을 그냥 내버려 두는 법이 없을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였다.

잠시 후, 세 사람은 어떤 방 앞에 멈춰 섰다. 집사가 방문을 열어주기 무섭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활짝 웃으며 뛰어나왔다.

"세 분 다 어서 오세요!"

이번 지명평가의 의뢰자이자, 네크로맨서를 워낙 좋아해서 네크로맨서서 박사라고도 불리는 몰리 공주였다.

세 사람이 예를 갖춰 인사했고 그녀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좋아했다. 좋아하는 극 배우를 만난 소녀팬 같은 분위기였다.

차례대로 로레인과 세르네와 인사를 나눈 그녀가 시몬에게 다가왔다.

"1학기 때는 저희 오라버니 때문에 죄송했어요."

그 말에 시몬이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공주님!"

"최근 BMAT시험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마마마께서 외출 금지령을 내리셔서 직접 가서 보진 못했지만, 소식은 꾸준히 듣고 있어요! 마음만이라도 계속 궁에서 응원할게요!"

몰리 공주는 흥분했는지 엄청나게 말이 많았다. 하지만 시몬은 그녀의 이런 관심과 열정이 나쁘지 않았다.

웃는 얼굴로 열심히 그녀의 이야기를 맞장구쳐 주었다.

"특히 블러드 골렘을 사용해서 시험을 통과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3학년들이 쓰는 기술 아닌가요? 맞죠? 정말 대단해요! 시몬 학생 같은 대단한 분이 우리 왕국에 와주신다면 얼마나......! 아, 죄송해요! 여기선 이런 이야기 하면 안 되는구나! 아하하!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뒤쪽에서 웃는 얼굴로 서 있던 세르네와 로레인의 눈썹이 한 번씩 꿈틀했다.

안 그래도 인재 영입에 잔뜩 민감한 두 사람이었다. 드레스덴 왕실에서도 스카우트 의사를 보일 줄은 몰랐다.

그 뒤에도 몰리 공주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다.

"실은 저 16살이고, 내년에는 17살이에요! 키젠에 들어가고 싶어서 계속 어마마마께 코어를 개방해 달라고 조르고 있거든요!"

'응?'

놀라운 이야기에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왕족이 1학년 후배로 들어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마마마께서 반대가 심해요. 여자는 코어를 개방하면 아기 낳을 때 힘들다고 하셔서."

"하! 아직도 그런 개소......."

거기까지 말한 세르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런 허무맹랑한 속설이 퍼져 있다니 안타깝네요~"

"그쵸 그쵸?"

몰리 공주가 다시 시몬 쪽을 홱 돌아보았다.

"키젠에 가면 무슨 과목을 들을지, 어떤 과목을 전공할지 다 생각해 놨어요! 원래는 맹독학을 하려고 했는데 시몬 학생의 결투평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도 소환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시몬이 씩 웃었다.

"가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년에 키젠에 입학하시면 제가 잘 가르쳐 드릴게요!"

몰리 공주가 감격한 표정으로 두 손을 맞잡았다.

"그때는 잘 부탁드려요 선배님!"

"!"

시몬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평생 1학년으로 살 줄 알았는데, 갑자기 선배님이라는 말을 들으니 괜히 가슴이 설렌다.

물론 당장은 먼 미래의 이야기긴 했다. 지금은 1학년 기간동안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흠흠."

그때 로레인이 헛기침을 했다.

"공주님. 슬슬 준비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아! 그러네요! 자,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이쪽으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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