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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49화 (249/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49화

네 사람은 밤을 새워가며 수중전 대비에 전념했다.

"어우, 창작의 고통을 알겠네 진짜."

도면을 보던 딕이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근데 이렇게 고생해서 새로운 마법진을 개발했는데, 나중에 교수님들이 새로운 걸로 알려주시면 우리 다 헛고생하는 거 아냐?"

메이린이 한심하다는 듯 딕을 흘겨보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멍충아."

그동안 두 번째 BMAT 시험에서 배운 점이 여럿 있었다.

두 번째 BMAT 시험의 핵심은 무기가 무한히 떨어지는 3단계를 얼마나 빨리 돌파하는가에 따라 갈렸다. 즉, 핵심은 방어력과 유지력이었다.

하지만 교수들은 함정 탐색에 관련된 흑마법을 몇 가지 가르쳐 주긴 했지만, 그 누구도 무한히 떨어지는 무기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시험을 통과하는 데 가장 중요한 '키'는 결국 학생 스스로 찾아내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실제로 교수님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라며 태평하게 있던 학생들은 전부 시험에서 큰코다쳤다.

"준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준비하는 게 무조건 나아."

메이린의 평소 공부철칙이었다.

"야,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녀가 딕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사실은 그냥 놀고 싶은 거지?"

"어, 들킴."

"이걸 확! 딴짓하는 거 보이면 눈깔을 확 뽑아버린다?"

딕이 느물거리는 표정으로 손목을 휘휘 저었다.

"어후, 피곤해. 조장이 너무 완벽주의자라 힘들다. 그치 카미?"

새끼 고양이들을 무릎에 올려놓고 쓰다듬고 있던 카미바레즈가 생긋 웃어 보였다.

"저는 언제나 딕을 마음 깊이 응원하고 있어요!"

"......차, 차라리 욕을 해라."

투닥거리는 조원들을 바라보는 시몬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도면을 끄적이던 메이린이 고개를 들었다가 시몬과 눈이 마주치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야."

"응?"

"왜 기분 나쁘게 사람 얼굴 보고 실실 쪼개냐?"

"아니 그냥."

즐거워서.

하나의 목적을 두고 친구들과 몰두하며 밤을 새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그저 즐거웠다.

바로 어제만 해도 살벌한 권력싸움을 벌이던 세르네와 로레인 사이에 있었더니, 그런 점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슬슬 당 떨어지네."

시몬이 슬쩍 말을 돌리며 기지개를 켰다.

"단것 좀 먹고 하면 안 될까?"

"좋아요!"

카미바레즈가 찬성했고, 딕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밤샘 회의할 거잖아. 가는 김에 야식도 사 오자! 키누 아줌마네 잡화점 알지? 임무 평가 기간에는 새벽까지 문 열어."

"잠깐! 뭘 또 야식이야? 또 주객전도 되려고?"

메이린이 즉시 반대했지만 시몬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막상 사 오면 네가 제일 잘 먹더라."

그 한마디에 말문이 막힌 메이린의 얼굴이 시뻘게졌고, 곳곳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딕이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 시몬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럼 딱 한 명만 뽑아서 벌칙으로 갔다 오게 하자!"

딕은 즉석에서 네 개의 나무젓가락 중 하나에 까만 표시를 칠한 후 뽑으라고 했다.

시몬과 메이린이 차례대로 뽑았고 카미바레즈가 세 번째로 젓가락을 뽑았다.

"카미 당첨!"

살아남은 조원들이 환호했다. 그녀가 우물쭈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다녀오겠습니다."

"같이 가줄게."

시몬이 그렇게 말하며 겉옷을 챙기자 딕이 끼어들었다.

"에이이~ 그럼 재미없지! 혼자 가는 게 벌칙 내용인데!"

"그래도 늦은 시간에 여자애 혼자 보내는 건 좀 그렇잖아."

카미바레즈가 감격한 표정으로 두 손을 맞잡았고, 딕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와, 저 느끼한 대사를 얼굴빨로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다니.'

메이린도 카미바레즈 혼자 보내는 건 걱정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에스코트 잘해주고, 꾸물거리지 말고 얼렁 돌아와. 할 게 산더미 같으니까."

"네!"

"갔다 올게."

겉옷을 걸친 두 사람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안과는 달리 밖은 쌀쌀했다.

"같이 가주셔서 고마워요."

두 뺨에 홍조를 띤 카미바레즈가 속삭이듯 말했다. 시몬도 마주 웃어주었다.

그녀는 언제나 밤에 텐션이 좋은 편이었다. 밝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시간이 한결 빠르게 갔다.

"이렇게 넷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더욱 결연해지는 것 같아요."

시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결연해지다니?"

"상상하기도 싫지만, 이 중에서 누구 하나 시험에 떨어져서 셋만 남겨지면 그건 정말 민폐라고 생각해요."

시몬은 그녀의 그 말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루하루 행복할수록 이 일상이 언젠가 깨어질까 봐 걱정되고, 또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막 그래요. ......아, 저 좀 횡설수설했나요?"

시몬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꼭 같이 살아남자."

"네!"

* * *

결국 네 사람은 꼬박 밤을 새웠다.

호흡을 위한 공기저장 마법진과 칠흑어뢰를 준비했고, 거기에 딕이 발명한 마나로 가동하는 오리발까지 추가됐다.

이 모든 게 완성되기 무섭게 네 사람은 침대에 쓰러져 거의 기절하다시피 잤다.

시몬이 일어날 무렵엔 해가 중천에 뜬 정오였다.

임무평가의 마지막 넷째 날. 내일부터는 다시 정상수업이었다.

미야옹!

야옹!

시몬은 두 새끼 고양이들 때문에 눈을 떴다. 하얀 고양이는 시몬의 얼굴을 앞발로 꾹꾹 눌렀고, 까만 고양이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알았어 알았어."

일어나라는 두 고양이의 재촉에 시몬은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옆자리에는 딕이 두 팔과 다리를 학처럼 뻗은 괴이한 자세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미안, 배고팠어?"

시몬이 침대에 일어나서 걷자 고양이들이 쪼르르 따라왔다.

카미바레즈가 가져왔던 고양이 밥통에 간식을 부어주자 허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했다. 옆에 물통도 가지런히 놓은 시몬이 연신 하품을 하며 아침에 고양이들이 싼 똥을 치웠다.

'여자애들은 일어났나?'

오늘은 바다에 가서 직접 개발한 흑마법을 테스트하기로 한 날이었다.

슬슬 깨워야겠다는 생각에 여자방의 문을 조심스레 노크했다.

"......?"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심지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혹시나 있을 민망한 사태를 대비해 손바닥으로 살짝 눈을 가린 그가 문을 열었다.

그녀들은 자리에 없었다. 침대에 이불은 가지런히 잘 개어져 있었다.

"아침부터 어디 갔지?"

시몬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오고 있는데, 마침 밖에서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내 문이 열리며 카미바레즈와 메이린이 나타났다.

"시몬! 좋은 아침이에요!"

"뭐야, 일어났었네?"

시몬도 두 사람과 인사를 하고는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간단한 쇼핑. 오늘 바다 갈 거잖아."

"......바다 가는데 따로 사야 할 게 있어?"

순수한 의문을 담은 질문이었다.

산골짜기 레스힐에서 살았던 시몬은 바다에 간다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게 있어."

메이린은 가볍게 윙크하고는 방 안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한 명이 없는 걸 눈치채고는 바로 불같이 화를 냈다.

"아, 쫌! 일어나! 제일 한 것도 없는 주제에!"

메이린이 베개로 딕을 두들겨 패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그러려니 하며 점심거리를 만들러 주방으로 향했다.

'바다라.'

* * *

로크섬 인근의 바다는 해류가 강한 편이었다.

키젠 본부에서 의도적으로 바다의 해류를 움직이고 있었는데, 사전에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선박은 들어오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괜히 객기를 부려서 로크섬 가까이에 왔다가는, 난파되어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을 뿐이었다.

이 해류를 뚫을 수 있는 건 특별한 언데드들, 황천고래나 에이션트 언데드인 탈라제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래도 동쪽 해안에는 로크섬에서 해수욕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잔잔한 해변가가 있었다.

파도나 수온도 적당하고 모래사장이라서 주말만 되면 이곳을 찾는 학생들이나 주민들로 붐볐다.

그리고 오늘은 학생들에게 유일한 '휴가'라고도 할 수 있는 마지막 임무평가 날.

"와......!"

해변을 바라본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수영을 하거나 서핑을 즐기는 학생들, 파라솔 그늘에서 수다를 떨거나 공놀이를 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시몬의 눈이 팽팽 돌아갔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모두가 살갗이 훤히 드러나는, 중요 부위만 가린 아찔한 옷을 입고 뛰어놀고 있었다.

거의 평생을 산에서만 살아왔던 시몬에게는 컬쳐쇼크와도 같은 풍경이었다. 지켜보는 자신이 다 민망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시몬. 여긴 천국이야."

"딕?"

딕은 지금까지 만난 이래로 가장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수영복을 입은 여학생들 쪽으로 향해 있었다.

"임무평가 끝나도 오자. 다음 주 주말에도 오자. 그다음 주에도, 그다음다음 주에도, 그다음다음다음 주에도 오는 거야."

"......정신 좀 차려."

시몬도 그렇게 말은 했지만,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원래 해변엔 이런 문화와 복장이 당연한 걸까? 또래의 학생들이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환하게 웃으며 뛰어놀고 있었다.

"......나 궁금한 게 있어, 딕."

"뭐."

딕이 정면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입만 움직여 대답했다.

"그으......."

시몬은 도저히 입이 안 떨어져서 질문을 한번 삼켰다가, 이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저 안에 속옷은 입는 거겠지?"

"입겠냐!!"

퍽!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시몬이 머리를 감싸며 뒤를 돌아보자 얼굴이 시뻘게진 메이린이 그늘막 기둥을 든 모습이 보였다.

"......!!"

시몬의 얼굴이 한층 더 달아올랐다.

메이린마저 저 수영복을 입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나마 그녀는 얇은 가디건 같은 것으로 상의를 가리긴 했다.

"윽, 야! 부끄러우니까 빤히 보지 마!"

메이린이 무기처럼 그늘막 기둥을 훙 훙 휘두르자 시몬이 재빨리 상체의 움직임으로 피했다.

"......아하하, 안녕하세요."

메이린의 뒤에 쑥스럽게 숨어 있던 카미바레즈도 빼꼼 고개를 내밀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녀는 상의와 하의가 합쳐진 원피스형 수영복을 입고 있었는데, 탄성이 나올 만큼 잘 어울렸다. 한 손에는 새끼 고양이들이 있는 바구니를 들었다.

'아침에 어딜 갔다 했더니, 다들 수영복 사러 간 거였구나.'

"오."

딕이 메이린의 차림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너 제법......."

"거기서 한마디라도 더 뻥긋하면 바로 교내 성 위원회에 연락해서 잡아 처넣을 줄 알아."

기에 눌려 버린 딕이 찔끔한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

"아! 진짜 너무하네. 모처럼 칭찬해 주려고 했는......."

"닥치라고 했지!"

그녀가 붕! 휘두르는 그늘막 기둥에 팔뚝을 얻어맞은 딕이 악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이거 내가 들게."

딕을 다짐육으로 만들기 전에 시몬이 얼른 메이린의 흉기를 빼앗았다.

흥분을 가라앉힌 그녀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조원들을 보았다.

"아무튼, 오늘은 현장에서 흑마법을 실습하러 온 거지! 절-대 놀러 온 게 아냐!"

"아침부터 비키니 사러 갔다 온 주제에 설득력이 없......."

쩌어어어엉!

메이린이 경고 없이 얼음을 발사해 딕의 하반신을 얼려 버렸다. 딕이 오두방정을 떨며 모래사장을 뒹굴었다.

"됐고, 저길 봐."

그녀가 머리카락을 흘려넘기며 바다 쪽을 가리켰다.

놀러 온 학생들도 있었지만, 이들처럼 바닷속에서 흑마법을 훈련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바다에서 하는 시험이라는 테마가 노출된 이상, 모두가 BMAT를 대비하러 온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나간 애들도 있어. 명심해. 당장 BMAT가 이번 주일지, 그다음 주일지는 아무도 몰라. 어쩌면 오늘이 바다에서 흑마법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모르고."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바로 새로운 마법의 테스트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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