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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250화 (250/9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50화

첨벙!

힘차게 바다에 뛰어든 시몬이 물고기처럼 몸을 곧게 펴고는, 파도를 가르며 쑤욱 헤엄쳐 나아갔다.

"오~"

나란히 헤엄치던 딕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시몬을 보았다.

"전형적인 산골짜기 출신이 헤엄도 잘 치네?"

"......무시하지 마. 산에도 강은 있잖아."

"하하하! 맞네 맞네!"

시몬은 딕 쪽을 살짝 노려봐 준 후,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며 바다로 잠수했다.

물속으로 들어오자 주위를 감싸고 있던 세계가 일변했다.

물소리 외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공간. 엄마 품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하고 기분도 노곤노곤해졌다.

하지만 너무 감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다.

'물에 들어왔으니 일단 공격 마법부터.'

시몬은 손바닥에서 칠흑을 짜내 마법진을 그렸다.

'아!'

그런데 물속에서 마법진을 그리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다.

마법진은 원을 그리기도 전에 테두리부터 무너져 내렸다. 칠흑이 먹물처럼 변해 주위로 흩어져 나가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베이스부터 무너져 버리니까 결속 강화 수식을 넣을 틈도 없구나.'

물 밖에서 마법진을 만드는 것과 안에서 만드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체감 난이도로 치면 10배는 더 어려운 것 같았다.

일단은 계속해서 재시도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마법진을 훨씬 더 간소화해야겠네. 위력이나 사출속도를 희생하더라도 일단 마법진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

그렇게 계속 실패를 거듭하다가 가까스로 한번 성공. 이대로는 실전에서의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만든 김에 발사해 보기로 했다.

저기 헤엄치는 문어 한 마리, 오늘의 점심거리가 돼주길 바라며 마법진으로 조준했다.

'칠흑어뢰!'

쏴아아아아!

마법진에서 거품을 일으키며 발사된 칠흑의 투사체가 물살을 가르며 쏘아져 나갔다.

생각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모습에 시몬은 속으로 환호했다.

퍽!

하지만 문어는 맞추지 못하고 근처의 바위에 꽂혔다. 놀란 문어는 얼른 돌 틈으로 숨어버렸다.

꼬르르륵!

이제 숨이 한계까지 차올랐던 시몬이 얼른 헤엄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푸하아!"

수면 위로 올라오자 다시 멈춰 있던 시간이 돌아온 것만 같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보이고, 저 앞의 모래사장에서는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 더!'

시몬은 머리 위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물속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로 마법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끙, 이 쉬운 수식이 물속에선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마침내 마법진을 완성한 시몬이 손바닥을 내렸다.

"칠흑어뢰!"

마법진을 발동시키자, 물 밖에서 출발한 어뢰가 바다로 들어갔다.

거품을 일으키며 뻗어 나가는 투사체의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이 정도면 상대가 키젠 학생이라도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 위력을 살리면서 물속에서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다음으로 준비할 건 메이린과 하루 종일 개발한 호흡 마법진이다.

소요 시간은 5분. 마법진을 꼼꼼하게 완성한 시몬이 룬어를 작동시키자 휘이익! 소리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빨려든다.

"된다!"

그렇게 시몬이 테스트에 열중하고 있을 때.

"시몬! 시몬! 나 좀 봐봐!"

그 옆에서는 딕은 자신이 개발한 오리발을 차고 산만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거 내가 만들었지만 개쩔어!"

쭉쭉 해안을 뻗어 나가는 딕의 두 다리에서 마나가 계속 분사되고 있었다.

"대성공이야! 시험 전에 애들한테 팔면 난 분명 부자가 된...... 우와아악!"

갑자기 오리발에 구멍이 났는지 마나가 부스터처럼 한 방에 폭발하며, 딕을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딕의 몸이 공중에서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바다를 지나 모래사장까지. 그리고.

와르르르르!

어린 꼬마들이 만들고 있던 모래성에 떨어져 머리부터 처박혔다.

모래성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며 꼬마들의 미소가 멈췄다.

잠시 꿈틀꿈틀 다리를 떨던 딕이 머리를 뽑고 일어나더니, 두 팔을 벌리며 웃었다.

"짜잔~! 나는 모래성에 사는 공주!"

꼬마들이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하여간.'

헛웃음을 흘린 시몬이 고개를 돌려 오른손에 만든 마법진을 보았다.

수식에 적혀 있는 시침의 방향이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향했다. 완충됐다는 뜻이었다.

시몬은 바로 마법진으로 입을 가리고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첨벙!

'된다!'

손에서 새어 나오는 공기로 무사히 숨을 쉴 수 있었다.

'윽, 근데.'

대충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쓰는 거다 보니 공기랑 물이 같이 들어온다.

시몬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갔다.

'너무 수식의 완성도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런 실수를.......'

그래도 이 정도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몬은 헤엄쳐서 다시 모래사장으로 들어왔다.

한편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는 그늘막을 설치하는 중이었다.

그늘막은 네 명이 들어가도 넉넉할 정도로 사이즈가 컸고, 그 아래에 간이 의자와 테이블을 세팅했다. 테이블 위에는 마법진 도면을 쭉 펼쳐놓았다.

메이린은 심지어 방범 마법진까지 손수 설치하고 있었다. 보안에 아주 철저한 모습이었다.

"뭐 도와줄 거 없어?"

막 바다에서 나온 시몬이 다가오자, 메이린은 돌아보지도 않고 왁! 하며 잔소리부터 퍼부었다.

"야! 일하는 사람 노는 사람 따로 있지? 왤케 늦어?"

"미안 미안. 너무 의욕이 앞섰나 봐."

"일단 저기 그늘막 기둥이 자꾸 흔들리는데 좀 봐주......."

고개를 돌린 메이린의 말이 멈췄다.

그녀의 얼굴이 시뻘게졌고, 카미바레즈 또한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왜 그래?"

시몬이 눈을 끔뻑였다.

시몬은 전혀 눈치 못 챘지만, 그가 입고 있던 얇은 상의가 물에 젖어서 근육에 적나라하게 들러붙어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옷을 입은 게 가슴과 복근이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뭐, 뭐 해! 빨리 그늘막 기둥 좀 봐달라고!"

"알았어."

시몬이 얼른 기둥을 보러 가는 사이,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은밀히 시선을 교환했다. 카미바레즈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복 입고 있을 땐 잘 몰랐네요."

"그, 그러게."

그녀들은 잠시 시몬의 뒷모습을 감상했다. 그가 낑낑대며 기둥을 들어 올리자, 밸런스 잡힌 등근육이 화난 것처럼 움직였다.

"자! 다 고쳤어. 기둥 하나를 반대로 끼웠었네."

시몬이 기둥을 놓고 돌아보자, 두 사람이 홱 하고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 고마워요! 시몬!"

카미바레즈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응, 부탁해."

그녀가 쪼르르 주스를 가지러 달려갔고, 시몬은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으악!'

시몬이 갑자기 훅 다가오자 메이린은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야! 잠깐 멈춰!"

"응?"

"방금 물에 갔다 왔잖아! 도면 다 젖으니까 저기 앉아 있어!"

시몬은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아까 만든 마법진을 펼치고 진지한 얼굴로 점검했다.

'......더워.'

메이린은 파닥파닥 손부채질 하며 열을 식혔다.

* * *

세 사람은 시몬이 알아 온 개선점을 듣고 마법진을 손보았다.

각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1학년이 쓸 수 있으면서도 효율적인 마법진의 형태로 개선했다.

"이거 어때?"

메이린이 마법진의 결속을 더더욱 강화한 칠흑어뢰 마법진을 펼쳐서 발사했다.

퉁! 소리와 함께 날아간 칠흑어뢰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다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이러면 물속에서도 시전할 수 있긴 한데, 너무 많은 부분을 희생했어. 속도와 위력이 이 정도로 떨어져 버리면 안 쓰니만도 못해."

"흠."

메이린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듯 고심했다.

"칠흑어뢰는 잠시 보류하는 게 어때요?"

그때 카미바레즈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공격 쪽은 뭔가 새로운 공용마법을 만드는 것보단, 역시 자신의 주특기를 물속에서 쓸 수 있도록 살짝 변형하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시몬도 동의했다. 호흡 마법진을 같이 개발하는 건 문제 없지만, 공격 마법은 물에서 쓰기엔 너무 많은 부분을 희생하게 된다.

수면 위에서 마법진을 만들고, 그다음에 물속에 들어가서 사용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헛된 일은 아니야. 칠흑어뢰를 만들면서 바다에서 쓰는 수식을 공부해 놨으니까, 이걸 전공마법에 적용하면......."

"나 왔다!"

딕이 춤을 추듯 그늘막으로 뛰어들어왔다. 말을 멈춘 메이린이 그를 째릿 흘겨보았다.

"왜 이렇게 늦었어? 이 모래성 공주놈아."

"꼬맹이들이 하도 울길래 그냥 모래성 하나 새로 지어주고 왔지."

딕이 천연덕스럽게 둘러대고는 시몬의 옆에 섰다.

"그래서, 회의 결론이 뭔데?"

시몬이 딕에게 설명했다.

공격 쪽은 각자의 주특기를 살리는 걸로 하고, 호흡이나 바다에서 쓸 수 있는 헤엄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딕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럼 이번엔 내가 다녀온다?"

메이린이 그늘막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한 명은 여기서 지켜야 하는데 누가 있을래?"

"나! 나! 내가 지킬게. 꼬맹이들이랑 놀아주느라 힘들어 죽겠다."

딕이 의자에 턱 걸터앉으며 말했다.

"저도 수영은 아직 잘못해서...... 두 사람이 다녀오세요!"

그렇게 이번엔 시몬과 메이린이 바닷가로 나왔다.

바다 앞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눈을 둘 곳이 없네.'

시몬은 그녀의 복장 때문에 앞만 뚫고 걷는 중이었다. 저런 종류의 수영복은 시몬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수위가 높았다.

'......쟤 옷 언제 마르냐.'

메이린도 옆사람을 의식하게 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마침내 물 앞에 도착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먼저 가. 시몬"

메이린이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흑마법을 준비했다. 시몬은 고개를 끄덕이곤 먼저 바다로 뛰어들었다.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다가 뒤를 돌아보니, 메이린은 두 발에 마법진을 그리고는 훌쩍 뛰어오르고 있었다.

<아이스 로드>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두 발 아래로 얼음이 쏟아지더니 그대로 그녀의 몸이 해변으로 쏘아져 나갔다.

시몬의 입이 벌어졌다. 그녀는 얼음을 타고 바다를 달리고 있었다.

'대단한데!'

왜 진작 빙결계를 훈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빙결계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칠흑 화염계에 능한 세르네를 너무 의식하지 않았어도, 그녀는 조금 더 높은 경지에 오르지 않았을까.

"앗취!"

물론 본인이 추위를 잘 탄다는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그녀는 큼흠 하고 목을 가다듬은 다음, 아이스 로드를 멈추고 다이빙하듯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가 바닷속에서 미리 준비해둔 마법을 발동시켰다. 바다에 얼음들이 쏘아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시몬은 감탄했다.

'저번 BMAT에서 등수가 떨어져서 속상해하더니, 이번엔 이 악물고 준비할 생각인가 보네.'

질 수 없었다. 시몬도 아공간에서 스켈레톤 한 기를 꺼냈다.

"!"

본 아머를 쓰려고 했는데 스켈레톤은 나오자마자 뭘 하지도 못하고 바다 위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오버로드를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물속에서는 애초에 아공간의 발동 트리거로 설정했던, 왼발로 바닥을 딛는 동작을 할 수가 없었다.

메이린이 시원하게 바닷속에서 얼음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시몬은 물속에서 고민했다.

'나는 물속에서 어떻게 싸우는 게 최선일까?'

* * *

"후아아아아암."

파라솔 아래의 선베드에 누워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머리 위엔 흰 캡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가 눈을 비비더니 쩝 하는 소리를 냈다.

"굳이 바다까지 와서 훈련해야 하냐?"

남자의 물음에, 반대편 선베드에 누워 있는 친구가 웃는 얼굴로 말을 받았다.

"좀 봐줘. 조원들이 키젠에서 퇴학당하면 결국 우리 손해니까."

"그놈의 조별과제. 그리고 애시당초 바다에서 싸우는데 무슨 연습이 더 필요해?"

친구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특례 입학생에 해전 스페셜리스트인 넌 이해 못 하겠지만. 다들 3차 시험 테마가 바다라는 사실에 한바탕 뒤집어졌어."

남자가 하얀 캡모자를 슥슥 고쳐 썼다.

"그렇게 난리 칠 일인가? 바다든 육지든 싸움은 거기서 거기...... 어?"

바다 한가운데에 깨끗한 얼음길이 이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상체를 일으킨 그가 모자챙을 붙잡아 위로 올렸다.

수영복을 입은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얼음을 타고 빠르게 나아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저 여자 멋진데. 누군지 알아?"

그 말을 들은 친구가 헛웃음을 흘렸다.

"......너 진짜 우리 반 애들 몇 명 말곤 아무도 모르는구나."

"아직 조원들 이름도 다 못 외웠다."

그는 자신이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10분 전에 본 사람도 까먹을 만큼 심각한 선택적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하하! 쟤 나름 유명한 애야. 상아탑의 메이린 빌렌느."

터업!

그때 선베드에 누워 있던 남자의 몸이 갑자기 옆으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남자에게 멱살을 붙잡힌 친구가 컥컥 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라, 라헤임? 갑자기 왜......!"

"다시 말해. 확실히 딱 말해."

그의 눈이 번뜩였다.

"상아탑의 누구? 이름이 뭐라고?"

친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학기 내내 같이 붙어 다녔지만, 이 녀석이 사람 이름으로 반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메, 메이린 빌렌느!"

"올해 상아탑의 신입생은 세르네 아인다르크 아니었냐?"

"나, 나도 몰라! 쟤도 상아탑이랬어!"

그 말에 남자가 친구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모래사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가 컥컥 소리를 냈다.

라헤임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어졌다.

'여기서 그 이름을 듣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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